황해도 강신무당은 신병을 앓다가 구애비(귀업이) 떠오는 전통이 있다. 구애비(귀업이)는 귀신의 업이다. 옛날(구) 무업 애비(아버지=부모)의 업인데, 무당이 살아생전 사용했던 무구를 무업을 그만두거나 죽은 후에 비밀리에 깊은 산속이나 땅속에 파묻다. 그 무구를 신내림 받을 사람이 선몽이나 예언으로 알고 파 가지는 것을 "구애비 떳다"고 한다. 구애비로 파묻는 무구는 방울 엽전 부채 무신도 신복 등이다. 구애비를 뜨면 으례 무당이 되었고, 무당이 되기 위해선 구애비를 떠야했다.
구애비를 파묻는 이유는 자신의 후손이 천대받는 무당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더러 스승이 죽기 전에 산구애비(살아 있는 구애비) 뜨는 경우도 있지만 드문 일이다. 구애비를 떠오면 큰무당을 찾아가 허주굿(허튼굿)으로 허주를 벗겨낸다. 무당 될 사람에게 짚힌 신을 좌정시켜 허튼짓을 못하게 한다. 허주굿을 통해 만신과 제자는 신부모 자식 관계가 된다. 허주굿이 끝나면 제자는 쇠걸립을 다니는데, 스승이나 스승에게 매인 상장구 할머니가 따라 다닌다.
쇠걸립은 내림굿 하기전에 이집 저집 다니면서 점쳐 주고 쇠붙이를 걸립한다. 돈 곡식도 걸립하지만 주로 밥그릇, 수저, 제기 등을 걸립한다. 훗날 사용할 방울 칼 명두 인경(쇠거울) 등을 장만하기 위해... 쇠걸립은 특정 집을 정하고 가는 것이 아닌데, 친척집이나 아는 사람 집에 가는 것이 보통이다. 대문 앞에 서서 "불리로 왔소. 외길러 왔소" 소리 지르면 집주인이 나온다. 제자는 입에서 나오는대로 가족들을 점쳐 준다. 점괘에 상관 않고 집주인은 한참 듣고 있다가 안으로 들어가 집안의 쇠붙이를 가지고 나온다. 물건이 정해진 것은 아니다.
놋수저, 놋밥그릇, 놋촛대, 놋주걱, 놋요강, 놋옆전 등이다. 숫가락을 걸립하면 장차 큰 무당이 되어 많은 사람들을 먹여 살리고, 촛대를 걸립하면 많은 사람들의 등불이 되고, 놋옆전을 내놓는 사람은 평생 부자로 살게되고 무당도 크게 불릴 것이라 믿는데, 돈(놋옆전)은 잘 내놓지 않는다. 쇠걸립으로 모은 쇠붙이들을 치마에 받아 와 집안 한곳에 쌓아둔다. 쇠걸립은 7일 정도 낮이든 밤이든 하고 싶을 때 한다. 쇠걸립 간 집은 어쨋든 걸립에 응한다. 쌀 곡식을 내기도 한다. 걸립한 쌀은 쌀대로 쇠붙이는 쇠붙이대로 모아 내림굿 날 쇠붙이는 대장간에 갔다 주고 쌀은 떡방아간에 가서 떡을 찧는다. 걸립한 물건들을 다른 곳에 사용하면 제자가 아프거나 내림굿을 했더라도 잘 불리지 못하게 된다.
쇠걸립은 구애비 떠온 무구 중 없는 것만 만든다. 대장간에 맡기기 전 제자가 공수를 내려 신의 뜻에 따라 무구를 제작한다. 황해도에는 무구 전문 대장장이가 있었다. 쇠걸립할 때는 점을 쳐고 공수만 내리지만 무당에 따라서 쇠타령을 하기도 한다. 오늘날은 쇠걸립은 하지 않는 대신 내림 하기전 주위 가족이나 친구, 동네 사람들이 무구를 선물한다. 대개 내림굿을 받는 무당이 부탁한다. 무구 곁명에다 시주자의 성명과 생년월일, 시주 날짜를 파는데, 무당은 평생 그 사람의 무병장수를 축원한다. 사람들은 쇠붙이를 바치면 무병 수명장수한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