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호의 미래세상] 천만원이면 나를 만들 수 있다.
이름하여 가상인간(Digital Human)의 대중화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보잉맨(출처:Compart)
가상인간은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다. 위험한 일을 시키기 위해 가상인간이 필요했다. 1964년 보잉의
연구원 윌리엄 페터가 가상인간 보잉맨(Boeing Man)을 만들었다.
보잉맨은 조종석 UX(User Experience·사용자 경험)를 개선해 긴급 사항에 대처할 수 있도록 하기 위
해서였다. 이후 가상인간은 자동차 제조시 충돌 시물레이션에 사용됐다. 의료, 군사 등 위험이 있는 곳
에 가상인간이 위험을 대신했다.컴퓨터가 일반화 되면서 가상인간에서 확장한 것이 디지털 휴먼이다.
컴퓨터 시대의 등장에 따라 인간과 컴퓨터의 상호 작용이 CX(Customer Experience·고객 경험)부터 시
작해 UX(User Experience·사용자 경험)로 이어지는 파이프라인을 구축해 시물레이션 목적이었던 가상
인간을 디지털로 옮겨온 것이 바로 디지털 휴먼이다.
메직리프 '미카'(출처: Upload VR)
미국 증강현실(AR) 스타트업 매직리프(Magic Leap)는 2018년 자사 AR헤드셋인 매직리프원에서 작동
하는 디지털 휴먼 '미카(Mica)'의 데모를 공개했다. 미카는 매직리프원 착용자와 눈을 맞추고 고개를 갸
우뚱하거나 손짓하며 행동을 유도했다. 이 미카는 행동을 유도하려면 사람과 사람이 상호 작용하는 것
처럼 인간을 닮은 디지털 휴먼이 필요하다는 것을 일깨워 줬다.이는 인간과 컴퓨터의 상호 작용을 끌어
내는 강력한 인터페이스임을 보여준 것이다.
'디지털 아인슈타인' (출처: UnneQ)
2021년 4월 AI 기반 디지털 휴먼 플랫폼 스타트업인 유니큐(UnneQ)는 이스라엘 예루살렘 히브리 대학
교와 제휴해 알버트 아인슈타인을 디지털 휴먼으로 만든 '디지털 아인슈타인(Digital Einstein)'을 개발했
다. 대화형 AI 기술을 접목해 24시간 내내 대화할 수 있다.그가 낸 퀴즈를 풀거나 과학 질문을 하고,그의
삶에 관해 물어볼 수 있다. 디지털 휴먼은 외형, 시선, 표정, 제스처를 포함해 몰입감을 더해 주고, 다음
행동을 예측하거나 따라 할 수 있도록 제어하는 기능이 강화된 기술을 구현할 정도로 진화되었다.
현대 비즈니스 핵심은 고객이 요구하는 즉시 적절한 UX(User Experience·사용자 경험)를 제공해 개인
화된 제품과 서비스로 시장에 대응하는 것이다. 여기에 필수적인 도구가 '디지털 휴먼'임이 틀림없다.
이제 가상인간에서 디지털 휴면으로 진화해 간 사례들을 찾아가 보자.
지난 1996년 사망한 전설 투팍이 무려 16년 만에 현대 기술의 힘을 빌어 약 4분35초 간 팬들 앞에 살아
숨쉰 역사적인 순간이었다/사진 출처: 블로그에서
사례1)
2012년 4월 미국 갤리포니아에서 열린 코첼라 음악 페스티벌에서 생긴 일이다.
이곳에 전설적인 레퍼 투팍이 등장해 다른 유명 레퍼인 스눕독, 닥터 드레와 함께 노래를 불렀다. 그런
데 이미 15년여 전에 고인이 된 투팍의 등장에 현장은 놀라움과 열광의 도가니가 뒤범벅이 되었다.
물론 여기 등장한 투팍은 실제 인물이 아니었다. 미국 컴퓨터그래픽 회사 '디지털 도매인'이 그의 생전
모습을 이용해 컴퓨터그래픽으로 재현한 것이었다. 가상인간이 대중에게 소개돼 다양한 가능성을 인
정받은 계기라고 할 수 있지만 열풍은 길게 이어지지 못했다.
1996년 별세한 김광석의 홀로그램 콘서트가 2016년 국내에서 거행됐다/뉴시스
사례2)
한국에서도 미국의 투팝 공연과 비슷한 공연이 있었다. 2016년 6월 대구 김광석 거리에서 미래창조과
학부와 대구시가 주도해 고인이된 김광석 가수의 생전의 모습을 홀로그램으로 재현한 상설 공연을 시
작해 화제를 모았다. 전설의 가수를 기술이 부활시켰다는 찬사가 이어졌지만 긴 제작 기간과 비싼 제
작 비용, 실사에는 미치지 못하는 기술력 때문에 한계에 봉착했다.
이렇게 가상인간(디지털 휴먼)이 대중화를 못하고 답습하는 사이 혁신 기업들이 기술 한계에 도전하면
서 인공지능(AI)과 소프트웨어 진화에 따른 딥페이크 기술 고도화로 제작 비용이 크게 낮아지면서 누구
나 2주면 제작이 가능하고 진짜와 똑같은 3차원의 모습을 구현하며 번역과 음성 기술까지 적용하면 어
느 나라 어느 곳에서도 자연스러운 실시간 대화가 가능한 디지털 휴먼을 만들게 되었다. 여기에 세계적
인 코로나19 전염병에 의한 비대면 세상을 맞이하면서 디지털 휴먼은 더욱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코로나 팬데믹이 디지털 휴먼의 대중화에 기폭제가 된 것이다.
디지털 휴먼의 역할은 어떻게 구현될까?
첫째 회사의 얼굴로 활용한다. 회사 프론트에서 고객을 대응하도록 하거나 타깃 고객이 원하는 멋진 캐
릭터가 회사의 사업을 소개한다면 전달력이 높을 것이다.
둘째 기업의 대표자나 특정 인물이 대외적인 노출을 원치 않을 경우 디지털 휴먼이 대리 역할을 하도록
하면 된다.
세째 실무를 수행하는 전문 인력으로 활용한다. 콜센터나 비대면 아프터서비스 업무 수행, 컨설팅 등 다
양하게 활용이 가능하다.
네째 엔터테인멘트 시장에서 일반적인 배우, 모델 등이 대상이 된다. 기존에 없던 가상의 인물을 만들거
나 기존 인물의 아바타를 만들어 활용한다.
다섯째 광고 시장에서 디지털 휴먼의 광범위한 활용은 우리가 현재 실시간으로 접하고 있다. 좀 더 구체
적인 사례를 찾아보자.
'AI 윤석열' 만든 딥브레인AI 회사가 여에스더 박사도 AI로 구현했다.
여에스더 AI 휴먼 제작 과정/딥브레인AI 제공.
'AI 여에스더 박사'는 그가 운영하는 쇼핑몰과 유튜브, 팟캐스트 등에 활용되고 있다.
사례3)
이번 대한민국 3·9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 후보가 선거광고에서 활용했던 'AI윤석열' 기억날 것이다.
윤 당선인은 대통령 선거운동 전략으로 'AI 윤석열'이라는 디지털 휴먼(가상인간)을 만들어 여러 장소에
서 동시다발적으로 직접 윤 당선인이 선거운동을 하는 효과를 거두려는 전략으로 윤 후보가 직접 회사
를 방문해 작업에 참여하여 만든 것이 디지털 휴먼(가상인간)이었다. 이때 주관한 기업이 딥브레인AI 기
업이었다. 딥브레인AI가 인공지능(AI)키오스크(KIOSK)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해당 기술은
음성합성·영상합성·자연어처리·음성인식 기술을 활용해 사용자와 실시간 대화가 가능한 솔루션이다.
디지털 휴먼(가상인간) 모델은 실제 사람을 본따서 만든다. 딥브레인AI 작업실에서 모델 얼굴, 표정, 체
형 등을 본따 대상 인물을 제작하며 1시간 정도 소요된다. 우리가 이번 3·9 대선 기간 동안 '윤석열AI'에
서 느낀바대로 영상에 비치는 모습에서 자세히 보지 않으면 실사와 구분하기가 어려웠을 정도로 사실
과 가까워 그동안 우리의 기술력이 상당히 발전해 왔음을 느낄 수 있었다.
미켈라는 2016년에 인스타그램으로 데뷔했으며 헤드셋을 연상시키는 특이한 헤어스타일, 평범하지 않
은 외모와 몸매에 감각적인 스타일링이 더해져 하이패션 브랜드의 러브콜을 받는 파워 인플루언서로 성
장하였다/사진: 개인 블로그에서
사례4)
미국에선 스타트업 브러드가 개발한 디지털 휴먼 '릴 미켈라'가 캘빈클라인, 샤넬, 프라다, 디올 등 유명
브랜드의 모델로 활동하며 300만명이 넘는 인스타그램 폴로어를 보유하고 있다. 광고부터 음원 발매까
지 다양한 활동을 하는 인기 모델로 자리 잡았다.
사례5)
디지털 휴먼이 일상에 파고들고 있다. 디지털 휴먼은 인공지능(AI) 챗봇과 최신 컴퓨터그래픽 기술을 합
쳐 만든 온라인 공간의 인물이다. 사진 왼쪽부터 싱텔 디지털 휴먼 영업직원 스텔라, UBS 스위스 이코노
미스트 다니엘 칼트, 뉴질랜드 경찰 소속 디지털 경찰 엘라, 디지털 휴먼 수면 코치 존 커완. 사진에서 보
듯 우리는 세계 곳곳에서 디지털 휴먼(가상인간)이 활동하는 시대에 살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다.
싱가포르 최대 통신사 싱텔이 지난해 10월 팝업스토어로 꾸민 5세대(5G) 이동통신 무인 매장에 '특별 직
원'을 채용했다. 아시아인 외모에 단발머리를 한 이 여성의 이름은 스텔라(Stella). 싱텔 직원 유니폼을 입
고 매일 24시간 일하는 디지털 휴먼이다. 무인매장 키오스크에서 고객을 맞는다. 인공지능(AI) 두뇌를 가
진 스텔라는 싱텔의 수십 가지 요금제부터 스마트폰 신제품까지 최신 정보를 줄줄이 꿰고 있다.
고객의 질문에 늘 친절하게 답한다. 휴대폰 이용 패턴을 그 자리에서 분석해 요금제도 추천해준다. 고객
이 웃으면 미소를 보이고 언짢아하면 죄송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스텔라를 개발한 UNEEQ사의 대니 톰
셋 최고경영자(CEO)는 "디지털 휴먼은 고객에게 개인화된 경험을 전달할 수 있다"며 "언택트(비대면) 쇼
핑의 미래 모습"이라고 말했다.
롯데홈쇼핑이 선보인 가상 인플루언서 '루시'/롯데홈쇼핑 제공
사례6)
국내에서도 디지털휴먼이 모델 활동 사례가 일상화되고 있다. 싸이더스 스튜디오 엑스가 만든 팔도라면
'로지', 롯데 홈쇼핑의 '루시' 넷마블 '리나', 디오비 스튜디오 '루이', 삼성전자 '샘' '네온'까지 저마다 개성 넘
치는 디지털 휴먼이 MZ 세대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기 위해 뛰고 있다.
LG전자도 작년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박람회 'CES 2021'에서 가상 인간 '김래아'를 공개했고, SK
텔레콤도 글로벌 e스포츠 최정상 선수인 T1의 페이커 이상혁 선수를 디지털 휴먼(가상인간)으로 재탄생
시킬 계획이다.
디지털 휴먼 제작 방식은 두가지로 나뉜다.
첫번째는 3차원(3D) 그래픽으로 만든 입체적인 디지털 휴먼 방식과 두번째 AI의 일종인 딥페이크 기술을
활용한 영상제작이다.
첫번째 방식은 좀더 많은 작업이 필요한 3D 그래픽도 제작 도구인 3D 제작 플랫폼 소프트웨어 '언리얼 엔
진(Unreal Engine)'과 3D 에니메이션·모델링·렌더링 소프트웨어 '마야' 등의 성능이 고도화되면서 실사 같
은 디지털 휴먼을 좀 더 빠르고 간편하게 제작할 수 있게 되었다.
여기에 구글의 번역·음성 기술과 3D 제작 플랫폼 옴니버스의 표정 구현 기술까지 더해져 전 세계인들이 실
시간으로3D 디지털 휴먼과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구현도 가능해졌다.
두번째 방식인 딥페이크 기술은 AI가 다양한 사진이나 영상을 학습해 디지털 휴먼을 만든 뒤 별도 영상에
입혀 디지털 휴먼이 영상의 행위자처럼 보이게 만드는 제작 방식이다.이 방식은 조금만 컴퓨터에 대한 지
식이 있는 사람이면 손쉽게 만들 수 있어 제작 단가가 1000만원 이하에 만들 수 있다.
요즈음 3D 제작 엔진에 시간대나 날씨를 입력하면 그 시간과 날씨에 맞는 배경이 구현된다 예전에는 수많
은 인력이 동원됐던 작업이 자동화 되어 투입 인력과 시간이 단축되면서 단가가 낮아졌고, 가격 경쟁력이
생겨나면서 시장도 활성화되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광고 효과가 사람보다 뛰어나다는 평가와 더불어 가전과 홈쇼핑에서 활용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세
계 가상 인플루언서 시장에서 3년 내 14조원으로 커질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이러한 예측은 광고 같
은 인플루언서 마케팅 시장에 대한 것에 제한된 수치이나 기반 소프트웨어나 대화형 AI까지 어우르는 디지
털 휴면 전체 시장규모는 몇 배 더 클 것으로 추산된다.
IT 업계는 현재 디지털 휴먼을 전 세계 1000여 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이 키워드로
부상했고 기업들이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내면서 디지털 휴먼은 더욱 빠르게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올해 전 세계 기업의 50%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기보다 디지털 휴먼 같
은 가상 비서에 더 많이 투자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마켓앤드마켓은 전 세계 대화형 AI 시장이 매년 평균 21.9%씩 성장해 2025년 139억달러(약 15조5300억원)
까지 커질 것이라고 추산했다.
어니얼 엔진4와 유니티 엔진5의 로고/개인 블로그에서
디지털 휴먼의 선두주자는 누가 될까?
메타버스 핵심축인 '언리얼엔진과 유니티가 차세대 전략으로 정면 승부를 하고 있다.
개발용 ‘엔진’은 메타버스 산업·플랫폼을 구축하는 토양이라 할 수 있다. 각종 산업군에서 사용하는 대표 엔
진 개발사는 언리얼 엔진의 ‘에픽게임즈’와 유니티 엔진의 ‘유니티’가 있다.
3D 콘텐츠 제작 및 운영 플랫폼의 양대 산맥인 언리얼 엔진(Unreal Engine)과 유니티(Unity)가 경쟁적 관계
로 개발에 총력을 할 것이다. 특히 유니티가 최근 디지털 휴먼 전문기업 '지바 다이나믹스(Ziva Dynamics)'
를 인수한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지바 다이나믹스는 완성도 높은 역학적이고 해부학적인 구조로 제작
된 가상동물과 가상인간을 실제처럼 움직이고 몸을 늘리거나 웅크릴 수 있도록 구현한다. 유니티는 현대차
와 미래 메타버스 플랫폼 구축 및 로드맵 마련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MOU)을 올해 초 체결했다.
한국의 입장에서는 디지털 휴먼을 위한 기반 기술은 미국과 중국 등이 장악하고 있으므로 한국은 응용에 더
많은 힘을 써야 한다. 따라서 디지털 휴먼은 메타버스와 결합할 때 진정한 가치를 발휘할 수 있기 때문에 우
리나라에서 전 세계에 통용되는 성공한 메타버스 플랫폼을 배출 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