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한-일 월드컵을 현장(경기장)에서 볼 수 있는 국민은 아무리 많이 잡아도 90만명 내외. 이는 우리나라 총인구의 2%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나머지 98%는 TV중계로 지켜보는 수 밖에는 없다. 한마디로 전 국민의 눈과 귀가 TV로 쏠려있는 셈이다.
방송사의 입장에서는 월드컵 참가국들이 펼치는 경기 못지않게 치열한 '시청률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과연 각 방송사는 어떤 내용들을 준비하고 있을까. 3개 공중파 방송사를 중심으로 월드컵 방송에 대해 알아보자.
◆KBS
KBS는 한마디로 '물량 공세'다. 방송사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데다, 1-TV와 2-TV 두개의 채널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공중파 가운데 가장 많은 60경기의 생중계를 실시한다. 경기 시간이 겹치는 나머지 4경기는 녹화방송으로 내보낸다.
라이브 60게임에다 재방송까지 합치면 무려 150차례의 월드컵 경기를 방송할 예정. 일본의 공영방송 NHK가 얼마전 24개 경기를 중계할 것으로 알려진 것을 참고해보면, 이는 국내 방송사를 뛰어넘어 역대 어느 해외 방송사보다도 많은 경기를 내보내는 셈이다.
또 이미 지난달부터 무려 6개에 달하는 월드컵 관련 프로그램을 내보내고 있다. '비바월드컵' '출발 2002 월드컵' '월드컵 풍물기행' '현장점검 월드컵 취재본부' '세계의 맛기행' '여기는 TV정보센터' 등….
월드컵 출전국의 전력 분석과 문화, 풍물 등을 소개, 분석하며 월드컵을 맞는 시민의식을 점검한다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이 가운데 최승돈 아나운서와 허정무 해설위원이 진행하는 비바월드컵은 일찌감치 각국 전력의 심층적인 분석 등으로 인기를 얻은 KBS를 대표하는 프로그램으로, 최근 스포츠 관련으로는 드물게 7.5%까지 시청률을 올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서기철-허정무 콤비를 위시해 캐스터와 해설위원도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최승돈 전인석 이재후 아나운서와 이상철 이강석 최경식 해설위원 등이 호흡을 맞추게 된다.
또 채널이 넉넉하다는 장점을 이용, 월드컵 각 경기의 관전 포인트와 스타 플레이어를 소개하는 별도의 사전 제작물을 제작할 분더러 타 방송사와 차별화되는 관련 미니 프로그램을 다수 방송할 예정이다.
◆MBC
MBC는 방송 3사 가운데 생방송의 비율이 가장 적다. 라이브로 중계하는 경기는 46개, 나머지 18경기는 딜레이 중계를 실시한다. 또 캐스터-해설위원도 SBS의 송재익-신문선 콤비처럼 크게 '뜨고 있는' 분위기는 아니다.
그러나 물량과 선호도 두가지 모두 놓칠 수는 없다는 생각이다.
차범근 해설위원은 전문성과 인기도 면에서 최고의 우위를 가지고 있다고 판단, '방송인'으로서의 지명도를 더욱 끌어올리기 위해 월드컵 관련 프로그램에 집중 투입되고 있다. 매주 토요일 MBC 스포츠뉴스에서 방송되는 '차범근의 월드컵 X파일'이나 지난 12일 방송된 '차범근이 만난 월드 스타들' 등이 좋은 예.
또 86년 서울아시안게임과 88년 서울올림픽, 94-98월드컵 등으로 잔뼈가 굳은 임주완 아나운서를 3년만에 복귀시켜 전면에 내세우기 시작했다. 약간 과장된 듯 하면서도 '엽기적'으로 보일만큼 진지한 모습을 보여 젊은층으로 부터도 큰 호응을 얻고 있는 임 캐스터는 지난 94년 미국월드컵 당시 신문선 해설위원과 호흡을 맞춰 라이벌 방송사들을 시청률에서 압도했었다. 특히 지난달말 '느낌표'에 차 해설위원과 등장한 임 캐스터는 큰 호응을 이끌어 냈다. 이밖에 MBC는 최창섭 이윤철 김창옥 김성주 캐스터, 김주성 김강남 조민국 서영욱 해설위원 등이 활동한다.
타사에 밀리는 중계 물량은 자회사인 MBC ESPN으로 커버한다. MBC ESPN의 중계 예정은 재방송 85회까지 합쳐 무려 149회. KBS에 밀릴 것이 없는 '세계 최다'라는 설명이다.
또 명승부 명장면, 하이라이트 프로그램을 신설해 100회 이상 방영하며 월드컵 전경기를 알기 쉽게 집중 해부할 예정이다. 아무때나 MBC ESPN에 채널을 맞추면 월드컵을 볼 수 있는 셈이다.
◆SBS
"우리는 '얼굴'로 승부한다."
서울 여의도 SBS 사옥에는 꽤 오래 전부터 대형 걸개그림 두장이 걸려있다. 바로 송재익 캐스터와 신문선 해설위원의 얼굴 사진.
SBS는 이번 월드컵 중계방송의 핵심이 아나운서와 해설에 있다고 보고 있다. 송-신 콤비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부동의 선두를 과시하는 축구 중계 최강의 콤비. 가히 '국가대표 중계팀'으로 불릴만하다는 게 SBS측의 설명이다.
송 캐스터는 지난 97년 미국 월드컵 예선 한-일전에서 이민성의 역전골이 터진 순간 "후지산이 무너지고 있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유명하고, 신문선 해설위원은 특유의 액센트를 섞은 "골~골이예요"라는 외침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요즘에는 빨간색 유니폼까지 맞춰 입고 수시로 스팟 광고에 등장, 눈길을 끌어 모으고 있다.
SBS는 또 이들 외에도 손석기 한종희 박상도 아나운서와 곽성호 강신우 김성남 해설위원 등이 뒤를 받치고 있다.
중계 비중도 만만치 않다. 생중계 48경기를 비롯해 녹화중계 5회, 재방송 43회, 하이라이트 29회 등. 특히 타 방송사와는 달리 8시 메인뉴스를 그대로 편성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어, 뉴스→축구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시청률 상승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 전동희 temp@ 김인구 기자 clark@>
특집-월드컵 방송전쟁
< 박스-편성시간>
'월드컵이 싫다면 TV를 꺼라?'
5월31일부터 당분간은 저녁 황금시간대에 메인 뉴스나 드라마를 기대하던 시청자들은 일부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방송 3사가 월드컵 중계 편성관계로 뉴스와 드라마를 심야 시간대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6월 한달 동안 저녁 8시와 8시30분에 월드컵 경기가 열리지 않는 날은 딱 5일이다. 16강전과 준준결승전 사이인 19, 20일, 준결승이 열리기 직전인 23, 24일 그리고 3-4위전과 결승전이 열리기 전인 28일 등. 나머지 날은 KBS와 MBC가 '10시30분 뉴스→곧이어 드라마'라는 편성 원칙을 정했다. 8시 메인뉴스를 내보내는 SBS는 뉴스를 제 시간에 내보내기로 했으나, 그 시간이 30분 미만으로 줄어들 게 됐다.
또 오후 3시30분에 시작하는 낮경기의 경우 전 방송사가 방송 스케줄을 잡아놓고 있어, 이 시간대 방송되던 어린이 프로그램도 변동이 생기게 됐다.
이에따라 각 방송사의 희비도 갈리고 있다. 가장 유리한 쪽은 KBS다. 1TV에서 22경기, 2TV에서 38경기를 중계하기로 해 경기가 없는 채널은 정상적으로 운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KBS도 2TV를 최대한 이용, 고정 시청자들을 붙잡아 놓는다는 전략.
SBS도 단독으로 정규 뉴스를 방송할 수 있는 날이 많기 때문에 다소간의 시간 감소는 받아들 일 것으로 보인다. 반면 뉴스 이후 중계 시청률 증가까지도 염두에 두고 있다.
오도가도 못하게 된 입장은 MBC. 결국 MBC 뉴스와 저녁 드라마 애청자들이 월드컵 때문에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셈이 됐다.
반면 EBS와 케이블 TV 등 월드컵을 중계하지 않은 채널들은 과연 시청률에 어떤 변화가 올지 주목되고 있다. 과연 월드컵 일색의 공중파에 지친 시청자들로 인해 시청률이 늘지, 아니면 시청자들이 모두 월드컵에만 매달릴 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한편 프로야구를 하루 2경기씩 중계하던 SBS스포츠 채널에서도 월드컵 편성 문제로 인해 프로야구에 변경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루 두경기를 할지 아니면 두경기로 밀어부칠지, 또 월드컵과 시간대가 겹침에도 불구하고 야구를 생방송으로 할 것인지 딜레이로 할 것인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특집-월드컵 방송 전쟁
< 박스-첨단 방송>
'최첨단의 방송.'
2002년 한-일월드컵은 방송의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역대 최첨단이 될 전망이다. 각 방송사들은 수백억원대의 장비들을 갖춰놓고 높아진 시청자들의 구미에 맞는 방송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눈물 한방울'까지도 잡아내는 HDTV(고화질TV)는 기본이다. 각 방송사들은 30~50경기를 HDTV로 중계할 예정이다. SBS는 이를 위해 대형 고화질 중계차 2대를 확보하고 HD전용 스튜디오도 1개실을 운영하기로 했다. 또 HD전용 카메라 5대와 HD용 수퍼 고화질 슬로모션 장비를 새로 도입했다.
화려한 컴퓨터 그래픽(CG)은 기본이다. 각 방송사는 이번 월드컵에서 시각적으로 가장 차별화를 둘 수 있는 점으로 CG에 주목, 이제까지 등장했던 최고의 그래픽을 동원해 시청자들의 눈을 확 잡아끈다는 전략이다.
방송사가 일방적으로 보여주는 CG에서 한 걸음 더 나가 양방향성의 데이터 방송도 준비되고 있다. 데이터 방송을 이용하면 경기를 보다가 궁금한 사항이 있을 시 화면에 보이는 메뉴를 선택해 출전국의 전력과 엔트리, 월드컵 전적, 특정 선수에 대한 정보나 기록, 월드컵 상식 등도 TV화면 내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된다.
선거때나 등장하던 가상 스튜디오까지 등장할 전망이다. KBS가 이미 가상 스튜디오를 운영할 계획을 밝혔고, 타사들도 이를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술 더떠 3차원(3D) 중계까지 등장할 전망이다. 정보통신부는 최근 국제미디어센터(IMC) 내에 디지털방송관을 설립, 300인치 대형 스크린을 통해 개막식과 개막전, 한국팀 전경기와 프랑스-우루과이전 등을 3D로 중계한다고 발표했다.
한편 인터넷을 통해 월드컵을 생중계하려던 시도는 무산됐다. 대신 월드컵 공식사이트인 FIFAworldcup.com에서는 유료로 64경기의 하이라이트 서비스를 실시한다. 매일 우리시간으로 밤 12시30분 이후에 제공되며, 요금은 19.95달러(약 2만5000원). 국내 방송사들은 자사의 홈페이지를 통해 스포츠 뉴스 형식으로 하이라이트를 제공한다.
특집-월드컵 방송전쟁
< 박스-중계는 어떻게 되나>
월드컵은 지상 최고의 방송 프로그램으로 통한다. 때문에 프로그램 중계에 따른 비용은 매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이번 한-일월드컵 중계를 위해 전세계 각국의 미디어가 FIFA에 쏟아붓는 돈도 물경 1조673억원. 이는 지난 98년 프랑스월드컵에 비해 7배가 오른 규모다. 국내에서 방송을 중계하게될 KBS-MBC-SBS 등 방송 3사도 이들 중에 한 축을 차지하며 중계권 판매대행사인 독일의 키르히미디어로부터 64경기 중계권을 확보, 중계권료 총액 중 KBS가 3.8, MBC와 SBS가 각각 3.2를 부담하는 선에서 합의에 이르렀다.
미디어들이 엄청난 비용부담에도 불구하고 월드컵에 구애작전을 펼치는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연인원 450억명에 이르는 지구촌 곳곳의 시청자들의 눈길이 월드컵에 쏠려 있기 때문. 방송 3사는 인력, 장비, 기술 등 가동 가능한 모든 역량을 집중해 '월드컵 방송 전쟁'을 예고하고 있다.
이번 대회 중계방송의 가장 큰 특징은 64회 전경기가 모두 FIFA의 방송제작대행사인 HBS에 의해 표준화질(SD)의 디지털 방식으로 제작된다는 것. 이를 위해 1경기당 20대의 카메라가 배치돼 경기장 구석구석의 상황을 전달하게 된다. 또 경기장 양쪽 전광판에 설치되는 전술분석 카메라는 그라운드를 조망, 시청자가 양팀 전술을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초당 90프레임을 잡는 슈퍼 슬로우모션 카메라 6대도 순간적인 상황을 세밀히 재생하는 데는 안성맞춤.
여기에 한국과 일본에서는 고화질(HD) 방송제작을 위해 8대의 중계차를 동원하고 아나운서, PD, 취재기자 등 현장에 투입될 전문인력도 분야별로 300명 이상을 투입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