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사람들이라면 오다가다 한번쯤은 마주쳤을 남부시장. 이 시장은 그 역사가 조선시대부터 이어져 온 우리의 전통시장입니다. '남부시장을 들르지 않고는 결혼을 못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식품, 가구, 주단 등 없는 게 없는 만물상이죠. 피순대국밥, 콩나물국밥과 모주 등 푸짐한 먹거리와 인정이 넘치는 전주의 활력소이기도 합니다.
이렇듯 우리의 으뜸 전통시장인 남부시장이 밤만 되면 또 색다른 매력을 뽐낸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지금부터 불금, 불토마다 은밀한 이중생활을 하던 남부시장에 대해 폭로(?)해드리겠습니다. 낮에는 따사로운 인간적인 시장. 밤이 오면 심장이 뜨거워지는 시장, 그런 반전 있는 시장. 남부시장의 야시장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안내데스크에 먼저 들리자 처음 야시장에 방문하는 분이시라면 뭐가 뭔지 헷갈리기 마련. 저 역시도 다짜고짜 전주천 방향의 남문으로 들어가서는 북적이는 인파에 정신을 못 차렸었는데요. 남문의 방대방향, 풍남문 근방에 북문으로 들어가시면 입구의 안내데스크에서 안내책자를 받으실 수 있습니다. 안내책자에는 야시장에 어떤 즐길거리들이 즐비한지 상세하게 안내되어있으니 야시장을 100%로 즐기기 위해서는 필수 아이템이겠죠? 야시장은 현금을 사용해야 하며 동절기에는 오후 5시부터 10시까지, 하절기에는 오후 6시부터 12시까지 운영된다는 사실도 꼭 숙지해야겠습니다.
남부시장 야시장 입구와 안내데스크
세계 각국의 먹거리가 한가득! 야시장 입구에 들어설 때부터 침샘을 자극하던 냄새의 주범. 야시장에서만 맛볼 수 있는 각종 먹거리들입니다. 생전 처음 보는 비빔밥 쌈밥부터 독특한 풍미를 자랑하는 복분자, 흑맥주, 복분자주 아이스크림. 남문의 별미 남문꼬치 등 신기방기한 먹거리들이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에피타이저부터 메인요리, 디저트까지 한자리에서 한 끼니를 뚝딱~!
야시장의 중앙부근 정도에 오면 이국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기 시작합니다. 베트남, 우즈베키스탄, 필리핀, 태국, 프랑스, 일본, 러시아 등 각국의 먹거리들이 그 먹음직스런 자태를 뽐내며 경합을 벌이고 있습니다.
남부시장 야시장에 가면 다양한 나라의 전통음식도 맛볼 수 있다.
클레오파트라와 시저가 즐겼다던 세계 3대 요리 케밥부터 중국의 양꼬치, 우즈베키스탄의 만두 삼사, 필리핀과 한국의 만두를 합친 퓨전요리 등 이색적이고 이국적인 맛이 곳곳에서 사람들을 놀래키죠. 특히, 이러한 음식을 만드시는 분들이 다문화가정의 이주여성분들이어서 현지의 손맛으로 직접 정성스레 만든 음식들을 즉석에서 저렴하게 맛볼 수 있습니다.
한가지 꿀 팁을 드리자면 몇몇 맛집들은 줄이 아주 길기 때문에 미리 먹거리를 사고 줄을 서는 동안 먹으면 시간가는 줄 모르고 금방 줄이 줄어드는 마법을 느껴보실 수 있습니다.
볼거리 즐걸거리도 놓칠 수 없지 야시장에서 먹거리만 즐긴다면 그것은 짜장면에서 면발만 드신 것과 같습니다. 야시장의 진정한 깨알 재미는 곳곳에 숨은 볼거리와 즐길거리에 있기 때문이죠. 먹거리들 사이에서 주눅들지 않고 오히려 시선을 사로잡는 매대상점이 그 첫 번째 깨알 재미입니다. 향긋한 냄새가 솔솔~ 나는 석고방향제 상점부터 이름보다 사진이 중요하다는 이름없는 사진관. 애완동물 애호가들의 취향을 저격하는 강아지, 고양이를 위한 수작품, 아시아의 특색있는 소품, 액세서리 등 구경꾼들을 유인하고 구매욕구를 자극하는 천차만별의 매대들이 우리를 기다립니다.
야시장에서 특별한 추억을 안겨줄 체험거리가 바로 두 번째 깨알재미! 로드샵 제품으로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네일아트와 특별한 사람과 특별한 추억을 남길 수 있는 캐리커쳐 등이 바로 그것입니다. 특히 캐리커쳐는 너무 비슷하게 잘 그리는 바람에 지나가는 사람들도 걸음을 멈추고 '아! 신기해!'하며 감탄사를 연발하게 만듭니다. 기념사진보다도 오히려 더 추억에 남겠죠?
세 번째 깨알재미는 야시장에서 만나볼 수 있는 볼거리들입니다. 야시장에는 축하무대로 항상 흥이 가득하죠. 국악인들부터 대중가요 가수들까지 총출동, 다양한 무대를 즐겨볼 수 있습니다. 제가 야시장에 방문했을 당시에는 가수 금이 씨가 자리를 빛내주었는데요. 너무나도 흥겨운 무대에 시민들도 어깨를 들썩이며 무대에 참여해 아주 즐거운 자리가 만들어졌었습니다. 야시장의 동문 입구에는 어릴적의 추억이 담긴 애니메이션을 상영하고 있습니다. 먹거리 줄을 서면서 심심할 때 잠깐 추억을 되새기며 둘리를 감상하는 것도 좋겠죠?
적당히 벌고 잘살자, 청년몰! 야시장까지 오셨는데 남부시장의 명물 청년몰을 그냥 지나칠 수 없겠죠? 남부시장 2층 옥상에 위치한 청년몰'레알 뉴-타운'은 33개의 아기자기하고 개성넘치는 가게들이 모여있는 시장 속의 또 다른 작은 시장입니다.
유럽, 남미, 동아시아까지 세계의 다양한 음식을 만나볼 수 있는 음식점들과 즐거운 오락을 즐길 수 있는 보드게임방, 향긋한 냄새를 솔솔 풍기는 캔들부터 톡톡 튀는 젊은 감각의 핸드메이드 디자인 상품들 등 일반 시장에서는 느껴보지 못했던 새로운 감성을 느껴볼 수 있는 곳이죠.
길안내를 위해 천정에 붙어있는 이정표를 따라 걷다보면 '적당히 벌고 잘 살자', '오빠가 빽은 못 사줘도 주머니는 사줄 수 있어'처럼 배꼽을 잡게 만드는 유머러스한 문구들이 눈에 띕니다. 어릴 적 어머니 몰래 문방구에 가서 사먹던 먹거리와 쪼그려 앉아 즐기던 오락기들을 보면 어느새 추억에 흠뻑 빠지게 되죠. 청년물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워낙 활력이 넘치기 때문에 그 기운을 느끼러 다시 방문하는 사람들도 아주 많다고 합니다. 특히 청년몰의 왁자지껄한 분위기에서 술 한 잔을 걸치면 아주 낭만적이죠.
매년 4월부터 10월 매월 넷째 주 목요일에는 청년몰 콘서트가 열립니다. 명품 뮤지션들과 함께 토크를 곁들인 콘서트를 즐길 수 있죠. 경품 추첨과 같은 행사도 같이 진행되니 참여욕구가 무럭무럭 샘솟지 않나요? 올해는 아쉽게도 이미 콘서트가 끝났지만 내년에라도 꼭 기회가 된다면 참여해보시길 추천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