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한 산
차가 출발하려 하는데 막내 [하늘 키우기] 양이 보이지 않습니다. 조금 있으니 머리에 무스 바르고 키도 크고 코도 큰 청년하고 같이 차에 오릅니다. 5개월째 사귄 남친 이래요. 하늘 양은 언제 갈아 입었는지 티셔츠 차림입니다. 나름대로 예의를 갖추려 했던 거지요.
차에 타자 마자 어른들이 댕기풀이 한것처럼 군기를 잡습니다. 시키는대로 어른들에게 술잔을 쭈욱 돌립니다. 돌리는대로 반배가 가는게 주법이라 한 열잔 받아 마시고 흔들렸을 겁니다.
청년이 차에서 내리자 마자 하늘양 폰이 울어댑니다. 그새를 못참고 건너편 버스 정거장에서 우리가 내다보는지도 모르고 하늘양에게 전화를 합니다. 우리차가 신호에 걸려 손을 흔들며 응원을 했더니 멋쩍은듯 웃습니다.
북한산에 등산와서 그냥 갈수는 없고 하산하고 만난 것 같습니다. 어른들 같으면 산에 올라 가지도 않고 북한산 입구에서 사랑 놀이만 했을법도 한데 오랜만에 때묻은 마음을 씻어주니 참 기분 좋습니다.
5개월의 짧은 사랑 키우기와 등산하고 나서 우수리로 만난 순간의 사랑이지만 앞으로 5백년간 영원하길 바랍니다.
한쪽에서는 하늘양이 기쁜만큼 아파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동안 말한번 붙여보지 못하고 멀리서 하늘만 바라봤던 대포군 오늘 이 날벼락을 당하고 보니 충격이 컸던 것 같습니다.
막걸리를 네통이나 마시고 신세 한탄을 합니다. 사정이 딱했던지 어떤분이 대학교 4학년 딸을 팔아먹고 말았습니다. 우리딸 주께! 그래요 장모님! 두사람은 내일부터 닉네임을 [사위]와 [장모]로 바꾸기로 했답니다.
대포가 막걸리 마시고 오버하는지, 진심인지 확인할 길은 없지만 45살 먹은 누님한테까지 사랑하는 누님 어쩌구 저쩌구 횡설수설했더래요.
서울에 있는 산은 이제 안 갈랍니다. 구리에서 북한산까지 시내 통과하는데만 한시간이 걸려 정오가 다 되어 도선사 입구에서 산행을 시작합니다.
우이동 계곡은 가을이 무르익는 만큼 인파도 익어가고 있었습니다. 북한산은 한양의 북쪽에 있어 붙여진 이름으로 백운대, 인수봉, 국망봉등 세 봉우리가 삼각 모형으로 서 있어 삼각산이라 한답니다.
한강과 더불어 삼국 시대부터 지리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했던 산으로 고구려 동명왕의 아들 비류, 온조 형제가 남쪽으로 내려와 한산(서울)에 이르러서는 북쪽으로는 漢水가 띠를 둘렀고 동쪽으로는 높은 산악, 남쪽으로는 비옥한 들판, 서쪽으로는 큰 바다가 있어 도읍을 정하는 것이 좋겠다고 했습니다.
하루재는 바람의 길목 이라는데 바람이 쉬어 가려고 모여 들어도 사람들이 먼저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조심스럽게 지나 갑니다. 바람길이 막혀 버릴까 염려됩니다.
백운대(836m)는 가장 높은 봉우리로 암벽의 높이가 200m까지 되어 암벽 등반 훈련장으로 인기가 높고 북한산의 상징입니다. 인수봉의 동쪽으로는 우이동 계곡이고 남동쪽으로는 도선사가 있어 휴일이면 발 디딜 틈도 없으니 아예 발을 배낭에 담아 오십시오.
동국여지승람에는 고려 예종때와 조선 선조때 큰 지진으로 인수봉이 무너졌다고 기록되어 있으니 우리나라도 지진으로부터 자유롭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국망봉은 고려 창건과 깊은 연관이 있는 봉우리로 신라말 사회 혼란과 정국 불안이 계속되자 신라의 국운이 한계에 이르렀다고 판단한 도선 국사는 도선암을 짓고 기도를 하던중 국망봉에서 사방을 바라보니 송악에 왕기가 서려 있어 도읍이 될 명당임을 알게 되었고, 그래서 나라를 보았다는 뜻으로 국망봉이라 하였답니다.
백운대, 인수봉, 국망봉에는 건물 유리창 청소 연습 하는 사람들이 대롱 대롱 매달려 있고 일방 통행이 너무 많아 도저히 진도가 나가지 않습니다. 백운대를 밑에서만 쳐다 보다가 하는수 없이 만경대쪽을 향합니다.
임진왜란때 이순신 장군이 유달산에 짚과 섶을 둘러 군량미가 산더미처럼 보이게 하였다는 옛이야기를 떠 올리며 노적봉을 지납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지나 다녔던지 바위가 맨들 맨들 미끄럽습니다. 거리는 줄어 들지 않는데 시간은 자꾸가고 당초 정릉 유원지로 가려던 계획을 취소하고 용암문에서 도선사로 향합니다.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cafe90.daum.net%2F_c21_%2Fpds_down_hdn%3Fgrpid%3DOwc2%26fldid%3D_album%26dataid%3D644%26regdt%3D20041011201944%26realfile%3D%25BA%25CF%25C7%25D1%25BB%25EA3.jpg%26ln%3D8%26grpcode%3Dhjsan%26.jpg)
도선사에도 신도들이 마당 가득주지 스님의 강연을 듣습니다. 아내는 오늘도 나를 시험하려 합니다. 법당에 들어가서 곱게 절을 합니다. 나는 믿음은 두되 내 마음속에 신을 두지 않으려 합니다. 나는 다른 사람과 달라 내 마음에 신을 두면 푹 빠져 헤여나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나는 이 종교 저 종교 기웃 거리기만 할뿐 아직도 종교를 가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나는 오늘도 법당에 들어가지 못하고 아내의 신발을 훔쳐 갈까 지키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앞으로는 마음은 지키되 이런데 오면 최소한의 예의는 지키려 합니다
주지 스님의 강연이 계속 됩니다."어떤 여자 신도가 신발을 잃어 버리고 화장실에서 욕을 있는대로 해 대더라. 그래봐야 무엇하냐? 오늘 교통 사고를 당할뻔 했는데 신발을 잃어 버려 그나마 다행지 않는가? 하고 생각해라. 그런데 오후 늦게 그 신발이 나타 났더라 " 저말이 맞는 비유인지 모르겠네!
강연이 끝나고 파장이 되었습니다. 신도들이 한줄로 서서 빙빙 돌아가면서 출석부를 들고 저마다 주지 스님께 출석체크를 합니다. 남자는 가뭄에 콩나듯하고 대부분 여자 신도입니다. 한쪽에서는 부지런히 앉았던 자리를 둘둘 말아 갑니다. 그래요! 저렇게 둥글 둥글지구도 돌아가고 세상도 돌아 갑니다. 나도 따라 빙빙 돕니다
우이동 주차장에서 광주관광차만 세대가 나란히 음식을 펴놓고 뒷풀이를 합니다. 관리인이 빨리 치우라고 열을 내다가 숫자에 밀려 통제 불능 상태가 되었습니다. 썬데이 마운틴 형제님들 환대해 주셔서 감사 드립니다. 이런 가운데 또 한해 가을도 깊어가고 있습니다.
2004. 10. 10
첫댓글 금메 왜 오라버니의산행기가 안뜨나했네요!!!은제나 말없이 두눈감고계시등마!~~이렇게도 소상히,그나저나 우리의젊은 대포.허탈한 하루였을거여, 우리의인생사가 다아 그런것 아니것쑤!~슬픔뒤에는 기쁨이,언젠가 대포님도 쨘하고 이쁜 처자 대동하고 나타날날을 기다리며!!!
5개월의 짧은 사랑 키우기와 등산하고 나서 우수리로 만난 순간의 사랑이지만 앞으로 5백년간 영원하길 바랍니다. 우와!!아쉬운 만남 요즈음 보기드물게 참한 우리의하늘키우기,사랑하는 어제의젊은 총각 복이 많은거여,,,한늘이의착한마음!!그거는 꽃바람이입증함 ,참으로이뿌데이!~
비돈님의 산행기는 어쩌면 그리도 구수한지 비결좀 가르쳐주세요 ㅎㅎㅎ
하늘키우기님 모습이 행복 그 자체등마~~ 확실한 사랑의 도장을 찍어 이 세상 끝까지 함께 할 수 있다면 확실하게 붙잡아.... 으디서 많이 접해본 노래 가사인 것도 가튼디... 암튼 좋아보이드라고 좋아요 좋아브렸어요!!!
남친이 분위기가 넘넘...좋데요...^^...기회가 되면 키도 크고 코도크고 머리에 무스까지 바른 녀석 데리고...꼭 산행하겠습니다...그리고...하늘키우기의 사랑이 열매를 맺을때까지 아름답게 키워가겠습니다...
오늘도 국사공부 잘 해브러따~~ 비돈님 산행기 잘 읽고 갑니데이~~^^
젊음이 참 부럽더군요..나도 그 시절이 있었는데..ㅋㅋ---- 비돈님 산행기 오랜만입니다..그 동안 뭐하셨는지요? 눈감고도 다 본사람은 비돈님뿐일거고만요.
비돈님의 내공!~~~아는사람은 다 압니다!~~~
언제 읽어도 구수한 된장냄새가 납니다. 잘 읽고 공부 잘 하고 갑니다.^^*
생동감있는 형님의 산행기를 즐감합니다..... 성님 앞으론 비닐봉지 버릴땐 귀한물건 들어있는지 잘 살펴보십시요~~~ 꾸벅
화정산악회에는 장모님도 계시고 사위도 있고 여보당신도 있고 오빠 동생도 있고 역시나 가족산악회여~~여러분 맞쥬? ㅎㅎㅎ
늦게 들어오니 좋은 말들은 다~~써부럿네요..ㅎㅎㅎ눈 감고 내공으로 보신다는 말인것 같은데...그것 까시한테도 알켜 주세요잉~~^^
보고 시포요 장모님~~~ㅎㅎㅎ
장인은 안보고잡고? ~~~~ㅋㅋㅋ
법당앞에서 마눌님 신발 지키는 공덕...부처님은 아시것지요 기도한 마음 베끼는 것 보단 신발에 찜하는게 더복받는 길은 빠를텐데요.산행기에서 절마당 정경도 잘 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