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행대협곡과 가장 가까운 마을이 스반옌(石板巖)이다. 제법 큰 하천도 흐른다. 암반이 쏟아질 듯한 산 아래에 위치한다. 고개를 들어 자꾸 하늘을 바라보게 된다. 수억 년 전부터 변함없는 풍광이었으니 설마 무너지지 않겠지? 밤새 공연한 걱정을 하게 된다. 하늘이 내려준 신선한 공기가 밤새 협곡을 따라 흐른다. 하룻밤 보내고 일어나니 상쾌하다.
스반옌 가오자타이 촌. Ⓒ최종명
스반옌 가오자타이 촌 사생기지에서 학생들이 그림을 그리고 있다. Ⓒ최종명
하천 옆 도로를 달린다. 양쪽으로 산이 용마루처럼 뻗었다. 10㎞ 남쪽에 가오자타이(高家臺) 촌이 있다. 태행산의 장관을 담는 사생기지(寫生基地)로 유명하다. 어릴 때 그토록 싫었던 ‘사생대회’가 생각난다. 저마다 목표 지점를 향해 시선을 날린다. 중국의 산수화를 보고 상상이라 생각했던 때가 있다. 중국 여행을 다니다 보니 산은 과장으로 그릴 수 없다고 생각하게 됐다. 유람도 하고 그림도 그리며 ‘한 달 살기’하면 좋을 동네로 추천하고 싶다. 수백 리 어디를 돌아다녀도 그림 같다.
괘벽공로와 신용만천폭협 트레킹 지도. Ⓒ최종명
바위산 중턱으로 낸 징디 괘벽공로. Ⓒ최종명
하천을 건너 성을 넘는다. 허난에서 산시로 왔다. 창즈(長治)시 핑순(平順)현이다. 신용만천폭협(神龍灣天瀑峽) 입구에 도착해 지도를 보니 꽤나 복잡하다. 이제 독특한 길을 만나러 간다. 괘벽공로(挂壁公路)라 부른다. 뜻만 보면 벽에 걸린 길이다. 벽걸이 길? 차를 타고 가파르게 언덕을 올라가니 갑자기 동굴이 나온다. 동굴 속으로 길이 뚫렸는데 꽤 넓다. 그냥 평범한 동굴인 줄 알았다. 절벽 아래 마을 이름을 따서 징디(穽底) 괘벽공로라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