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중심에 두고 부부가 직접 꾸민 행복한 집

[조이너스]

핸드메이드 작가 강수정 씨가 이사한 집 거실에 두려고 풍금을 샀다고 했다.
햇살이 잘 스미는 커튼 원단 뜨러 동대문에 갔다 오고,
아빠는 자작나무로 꼬마 책장 2개를 만들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부부는 꾸민 것도 없고, 찍을 것도 없을 거라 했지만
3년째 이들을 보아온 에디터는 아이를 중심에 두고 꾸민
행복한 집을 구경하게 되리라는 확신이 있었다.

페달을 구르면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면서 다정한 음악을 들려주는 풍금 연주는 주로 아빠가 맡는다. 아날로그 코드의 엄마는 ‘슬로, 슬로거리는’ 소리가 참 좋단다. 바닥재는 친환경 온돌마루로 깔았다. 온화한 색감의 구정마루 오리지날 오크 카푸치노.

재작년 말, 신사동 가로수길에 ‘이그젝시스 드 스틸[아이]’라는 길기도 길고, 받아 적기 어려운 이름의 숍이 생겼다. 매장 인테리어도 물건들도 독특한 색깔을 지닌 빈티지풍, 가게의 주인은 프랑스 유학에서 돌아온 아티스트 부부였다. 콧대 높은 유학파 부부일 거라는 선입견은 몇 마디 말을 주고받으며 싹 사라졌다. 아내 강수정 씨는 아이들에게 꼬물꼬물 엄마표 물건 만들어주며 기뻐하고, 애쓰며 아이 키우는 워킹맘이면서도 노아·예나 남매가 무 예뻐서 셋째 낳을 생각을 접지 못하고 있고, 남편 김익 씨는 프랑스 유학 시절 첫아이 낳은 아내의 산후 조리는 물론이고 밤새 ‘한국 드라마’를 보면서 2시간에 한 번씩 깨는 신생아를 홀로 돌보았다고 하는데 그 광경이 상상돼 재미있고도 찡했다. 2006년에는 크리스마스 특집에 아이들을 위해 유리창에 일러스트 펜으로 무대를 그리고 옷걸이로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든 반짝반짝한 이야기를, 2007년에는 아이를 생각하는 섬세한 엄마의 감성이 감동적이었던 ‘마미스 핸드메이드’ 칼럼을 연재하였고, 요즘 들어서는 남매와 신나게 놀아주는 그녀의 일상을 ‘강수정의 감성 놀이’라는 칼럼으로 싣고 있다. 에디터가 햇수로 3년째 그녀를 줄기차게 괴롭히고(?) 있는 이유는 이들 부부가 아이들의 감성을 존중하며 기쁜 마음으로 아이를 기르는 노하우(!)를 한 수 배우고 싶어서였다. 그런 노아네 가족이 올봄 이사를 했다기에 집 구경 가기로 약속을 했다.

1 커다란 창이 2개나 있는 방을 아이들 침실로 정했다. 나무 패널을 덧댄 창틀에 구멍 송송 뚫린 원단을 압핀으로 꽂아 커튼을 완성했다.
2 아이 둘과 엄마가 함께 쓰는 작업실. 엄마 책상과 아이들 책상이 머리를 맞대고 있다. 왼 쪽은 엄마 물건, 오른쪽은 아이들 물건.

일터에서 걸어서 5분
이곳으로 이사 오기 전에는 오후 4시면 엄마 강수정 씨는 어린이집 마치고 오는 남매를 맞이하러 부랴부랴 ‘조기 퇴근’을 해야 했다. 아이들을 맞아 놀아주고 저녁 챙겨주고 재우고 나면 이제 엄마의 자유 시간이라 일을 좀 하고 싶은데, 차로 30분은 가야 작업실이 있으니 늘 아쉬웠다. 그리고 아이들은 낮 시간에 어린이집을 다니긴 해도 시시때때로 엄마의 손길이 필요했다. 이번 집을 구할 때는 아파트인지 빌라인지, 몇 층인지, 새 건물인지를 살핀 것이 아니라, 무조건 작업실에서 5분 거리, 그것도 골목을 꼬불꼬불 돌지 않는 직진으로 걸어갈 수 있는 위치의 집들만 보고 그중에서 골랐다.

1 주방은 가벽을 세워 카운터형으로 디자인했다. 요리해서 바로 식탁으로 건넬 수 있고, 설거지하면서 아이들을 살 수도 있다.
2 주방 식탁 옆 공간에 ‘모임 테이블’을 마련했다. 아빠가 만든 아이들 책꽂이 위에 유리 상판을 얹어 테이블로, 1인용 의자 대신 벤치를 두어 여러 명이 둘러앉을 수 있다.

반만 가린 주방과 어질러두는 공동 작업실
노아네 집은 오래된 빌라 3층이다. 옛날 집이라 요즘 아파트와는 구조가 다르다. 현관문을 열면 거실이고 좌로 침실과 주방, 우로 화장실과 방 둘이 펼쳐진 길쭉한 형태인데 강수정 씨는 이런 집의 구조를 십분 활용해 공간 배치를 했다. 큰 창이 두 개나 있는 햇살 잘 드는 큰 방은 아이들이 기분 좋게 잠에서 깨어나고 매일 옥상에 이불 널어주는 효과를 보려고 아이들 침실로 정했다. 주방은 다이닝 룸과 주방 구분 없이 뻥 뚫려 있던 것을 반으로 나누고, 문을 달아 주방 안쪽이 가려지도록 리모델링했다. 부엌에는 칼이며 불이며 아이들에게 위험한 것이 많은데 문을 닫아버리면 그런 걱정이 사라지고, 아이들에게 ‘하지 마, 만지지 마’ 소리를 덜 할 수 있어 아이도 엄마도 모두 스트레스 받을 일이 적어지리라는 생각이었다. 대신 문을 달아 공간은 구분하지만 엄마가 식사를 준비할 때는 거실에서 노는 아이들을 볼 수 있고, 음식을 바로 식탁으로 내기 좋은 동선이 되도록 조리대 이 뚫린 카운터형 주방으로 디자인했다.
엄마가 이번 집에서 꼭 마련하고 싶었던 공간은 아이와 함께 쓰는 ‘공동 작업실’이었다. 일하는 엄마 옆에서, 아이들은 종이접기를 하든 그림을 그리든 각기 자기 일을 한다. 일하고 놀다가 어질러둔 채로 두고 나오는 공간. 그래서 거실에서 봤을 때 시선이 차단되는 위치에 있는 방을 작업실로 정했다. “아이들이 자기 방식대로 자리를 정하고 즐겼으면 해요. ‘여기다 놔’라는 식으로 정리정돈을 강요하기보다 ‘네가 원하는 장소, 네가 찾기 좋은 곳에 두라’고 이야기하지요. 스스로 질서를 만드는 거죠. 요즘 예나는 자기가 좋아하는 공주님 을 다이닝 룸 유리 식탁 밑의 책장에 갖다 두곤 해요.” 그녀는 프랑스 유학 시절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이 자기 물건을 들고 나와 벼룩시장을 여는 것을 보았다. 1유로씩 받고 물건을 팔면서 그 꼬마들은 자신에게 필요한 것과 필요 없는 것을 구분하는 법을 배우고 있었다. 이런 광경을 보면서 그녀 역시 엄마가 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스스로 깨달아 즐겁고 행복한 것을 찾을 수 있도록 기르리라 생각했다고 한다.

1 아빠가 디자인한 자작나무 책꽂이는 양쪽으로 물건이나 책을 둘 수 있고 눕혀서 쌓으면 사방에서 책을 꽂는 책장이 된다. 아이들이 각자 자기들 물건을 넣어두었다.
2 주방에는 연핑크 컬러 벽지를, 나머지 공간에는 베이지 컬러 벽지를 발랐다. 페인팅한 듯 차분하면서도 온화한 느낌이 난다. 우리벽지의 솔루션 시리즈(베이지 6905-12, 핑크6905-13).

변화를 위한 장치들
인테리어 공사를 하면서 아이들이 있는 공간에 수시로 변화를 주고 싶어서 아이디어를 냈다. 창틀마다 나무 패널을 사방으로 둘러 덧대 압핀으로 뭐든 꽂아 달 수 있도록 해서 손쉽게 분위기를 바꿀 수 있다. 주방 옆 다이닝 룸에는 아빠가 만든 책꽂이를 다리 삼아 나지막한 테이블을 만들었는데, ‘책꽂이 다리’가 들여다보이도록 유리로 상판을 올렸다. 아이들이 ♣愍?책꽂이에 이런 저런 물건들을 두면 자연스레 ‘디스플레이’가 달라지는 것. 작업실에도 아이들이 그리고 오린 것들을 주렁주렁 매달아 전시할 수 있도록 끝에서 끝까지 닿도록 줄을 박아두었다.

느낄 수 있는 집
엄마 아빠가 워낙 오래된 물건을 좋아해 노아네 집에는 빈티지 나무 벤치, 철제 테이블, 앤티크 천 조각, 선풍기 등 신기한 물건들이 정말 많다. 오랜 세월 보물 찾듯 발견해 소중하게 간직해온 물건들인데도 아이들이 만지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면서 마음껏 가지고 놀도록 둔다. 아이들이 다양한 색감과 질감을 보고 만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다. 그리고 아이들은 자연 속에서 키우는 것이 최고라고 생각하기에 도시에 살면서도 두 아이가 늘 바람, 흙, 불, 나무 등의 자연을 느낄 수 있게 해주곤 한다. 공원 가서 나무도 만져보고, 창 열고 얼굴에 바람도 맞아보고, 아이들과 촛불 켜기 놀이도 한다. 화장실에 해바라기 샤워기를 달아 물이 주룩주룩 떨어지는 아래서 놀게 해주고 나무 감촉이 느껴지는 친환경 온돌 마루를 깐 것도 그런 맥락이다.

출처 :  | 향기 가득한 집꾸미기

[소영선우맘71]

소박한 듯 하지만 사랑이 물씬 느껴지네요

[springmam]

제가 소망하던 집이네요.

[시리우스별]

부드러움이 풍기는 집이네요~

[도윤Mom]

와~신경쓰지않은것 같으면서도 손이 아주많이 갔다는 느낌이드네요~아이들을 위한 공간들을 이곳저곳 많이 꾸며놓으셨네요

[이뿌뉘]

아이를 무척사랑하는 부모맘이 느껴집니다..행복내음이 물씬 풍겨나는 아름다운집이네여~^^

[바람소녀]

칠판....저도 꼭 해주고팠는데... 정보좀 얻을수 있을까용??

[올리비아.]

독특한 인테리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