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한국 전통문화의 보존과 연구를 위한 국립문화재연구소의 중요무형문화재 기
록화 사업의 하나로 중요무형문화재 제27호 승무의 보유자로 인정받은 이매방과 이애주
의 춤을 중심으로 승무에 대해 종합적으로 정리하여 엮은 것이다.
『중요무형문화재 제27호 승무』는 민속춤으로는 가장 잘 다듬어져 있는 한국의 대표
적인 춤사위를 집대성하고 있는 춤이다.
승무는 신체를 이용하는 동작 이외에도 장삼을 움직여 공간에 형성되는 모든 형상이
다른 춤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점이 있다. 또한 민속춤이 대체로 즉흥적이며 무
릎의 굴신에 따라 상하가 가볍게 우쭐되는데 비해 승무는 전체적으로 무겁고 느린 정중
동의 움직임을 가지고 있다. 춤사위가 매우 세련되어 있을 뿐만아니라 남도 민속춤이
갖는 어르고 맺고 푸는 동작의 섬세한 표현과 한삼(汗衫)사위의 묘함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어깨춤이 긴 장삼 끝까지 파장을 이루고 그 파장이 허리와 다리를 타고 버선코까지 표
출되어 나타나며, 치맛자락 밑으로 보일 듯 말 듯한 발의 움직임은 비정비팔(比丁比八)
의 걸음과 까치걸음이 주가 되어 정중동의 맛을 느끼게 한다.
현재 전승되고 있는 승무는 이매방류 승무와 한영숙류 승무로 대표되고 있다. 이매방
승무는 이대조로부터 권번에서 배운 기방예술로써의 성격이 많이 나타나며, 남도 예술
의 미가 더욱 돋보이는 춤이라면, 한영숙 승무는 경기라는 지역적 특성과 기방춤을 재
구성하여 체계적인 창작 작품으로서 무대화시킨 한성준의 승무를 더욱 빛내어 한국춤의
정통적 기교와 격조를 보여주는 춤이라 하겠다.
승무는 땅과 하늘의 자연스런 합일의 형태를 이룬 우리춤의 대표적 춤이며, 우리민족
의 사상과 결부시켜 땅으로 돌아가려는 인간본연의 심성이 승무라는 작품에 내포돼있음
을 알 수 있다. 승무는 한국인의 얼과 정서를 담아 한국인이 창출해낸 춤 가운데 최고
의 걸작품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이 전통문화유산의 보존과 중요무형문화재의 연구 및 전수교육 자료로 이용되고,
국민의 전통문화에 대한 의식 함양과 문화국민으로서의 자긍심을 높이는데 기본자료로
활용될 수 있기를 바란다.
1998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