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집행정지 항고심 ‘각하ㆍ기각’
“‘의료개혁’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 우려”
[대한경제=이승윤 기자] 의료계가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ㆍ배분 결정의 효력을 멈춰달라며 신청한 집행정지 사건이 1심에서 각하된 데 이어 항고심에서도 ‘각하ㆍ기각’으로 마무리됐다. 의대 증원을 멈출 경우 의료개혁이라는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는 이유다.
법원의 결정에 따라 정부의 의대 증원 작업은 한층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서울고법 행정7부(재판장 구회근 부장판사)는 16일 강희경 서울대 소아청소년과 교수 등 의대 교수와 전공의, 의대생, 의대 준비생 등 18명이 “2025학년도 의대 정원 2000명 증원ㆍ배정 처분의 효력을 멈춰달라”며 보건복지부ㆍ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우선 1심과 마찬가지로 의대 교수나 전공의, 의대 준비생은 집행정지를 신청할 자격 자체가 없다고 보고 이들이 낸 집행정지 신청은 각하했다.
의대 교수나 전공의, 의대 준비생은 의대 증원ㆍ배분 결정의 직접적인 상대방이 아니라 제3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각하란 소송 청구가 부적법하거나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 법원이 본안을 심리하지 않은 채 재판 절차를 끝내는 결정을 말한다.
재판부는 “의대 교수의 경우 헌법상 교육을 받을 권리와 같은 차원에서 교육을 할 권리가 인정될 수 있는지 의문이고, 전공의의 경우 내년도 의대 신입생들과 함께 교육이나 수련을 받을 일이 없을 것”이라며 “의대 준비생의 경우 아직 의대 입학이 확정된 것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반면 재판부는 의대생의 경우 1심과 달리 집행정지를 신청할 자격은 있다고 봤지만, 집행정지 신청은 기각했다.
재판부는 “의대생인 신청인들에게는 학습권 침해 등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고, 이는 회복하기 어려운 성질의 것이라 할 것이며, 이를 예방하기 위해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보인다”면서도 “필수의료ㆍ지역의료의 회복ㆍ개선을 위한 기초 내지 전제로서 의대 정원을 증원할 필요성 자체는 부정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비록 일부 미비하거나 부적절한 상황이 엿보이기는 하나 현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를 위해 일정 수준의 연구와 조사, 논의를 지속해 왔고, 만일 현재의 증원 규모가 다소 과하다면 향후 얼마든지 조정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 사건 처분의 집행을 정지하는 것은 필수의료ㆍ지역의료 회복 등을 위한 필수적 전제인 의대 정원 증원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어 보인다”고 판단했다.
결국 의대 증원 결정을 멈출 경우 의료개혁이라는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어 의료계의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게 재판부의 결론이다. 행정소송법은 ‘집행정지는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을 때에는 허용되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항고심 결정에 따라 27년 만의 의대 증원은 최종 확정 단계에 들어가게 됐다.
대학들이 의대 증원을 반영해 학칙을 개정하고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대입전형심의위원회가 기존에 대학들이 제출한 ‘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을 승인해 각 대학에 통보하면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 각 대학의 ‘수시모집요강’ 발표와 함께 정원이 확정된다.
의료계는 대법원에 즉시 재항고한다는 방침이지만, 대학별 정원 확정 때까지 대법원이 결정을 내리기엔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날 결정에 따라 석 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의정 갈등과 의료 공백은 결정적인 변곡점을 맞게 됐다.
특히 의대 증원 계획의 ‘백지화’를 요구해 온 의료계의 반발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전국의과대학비대위는 의대 증원이 확정되면 1주일 휴진을 실시하고 매주 1회 휴진을 단행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이승윤 기자 lee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