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는 울산에 자기 집이 있다. 그리고 이곳 보통리에는 그의 아버지가 살던 집이 있다. 그래서 그는 이 곳과 울산을 왔다 갔다 하며 지낸다. 그는 때때로 나한테 전화 혹은 카톡을 시시 때때로 보내 주곤 한다. 오늘도 그랬다. 도서관에 가 있었는데 그 한테서 카톡이 온다. 울산에서 출발 했는데 12시 21분이면 조치원 역에 도착 한다고 차표까지 사진을 찍어서 나한테 카톡으로 보낸다. 그래서 몇 번을 카톡을 주고 받는다. 그러다가 돼지 머리 국밥이나 같이 먹을까? 하고 카톡을 보냈더니 좋지, 하고 바로 응답을 해 온다. 그래서 그가 도착하는 시간을 감안하여 12시 30분에 조치원 맛샘 식당에서 만나기로 한다. 나는 조치원에 가는 김에 콜라텍을 가 보려고 한다고 하고 소주는 마시지 않겠다고 한다. 그는 나 보고 오늘은 조치원 장날이라 복잡하니 버스로 오라고 한다. 나는 그렇게 하겠다고 한다. 그 때가 오전 11시 20분쯤이었다. 도서관에서 바로 나온다. 집에 오자 마자 차 키를 준비하고 얼른 나온다. 지하 주차장에 있는 자동차 트렁크에서 댄스화를 꺼낸다. 손 가방에 댄스화를 담고 플라스틱 물병도 담고 옷을 갈아 입고 그대로 나온다. 큰 도로 건너 편에 있는 버스 승강장 있는 데로 간다. 801번 버스가 오길래 얼른 탄다. 조치원 재래 시장 앞에서 내린다.
맛샘 식당으로 가니 안에는 빈 자리가 없을 정도로 사람이 가득하다. 빈 자리가 날 때까지 밖에서 기다린다. 얼마쯤 지나자 K가 나타난다. A도 같이 온다. 열차 타고 오다가 K가 A한테 전화를 했는가 보다. 그랬을 것처럼 말하니 K는 자기가 전화한게 아니라고, A한테서 전화가 왔었다고 한다. 돼지 머리 국밥을 시킨다. 소주 한 병도 달라고 한다. 돼지 머리 국밥을 먹으며 셋이서 소주는 한 병만 마신다. A와 내가 먼저 나오고 K는 나중에 나온다. K가 나올 때까지 밖에서 기다리는데 남자 주인이 돼지 머리 몇 개를 큰 다라에 물을 채워 담가 놓은 데서 돼지 머리를 꺼내더니 팔팔 끓는 솥에다 그걸 집어 넣는다. 그 광경을 구경만 한다. K가 나온다. 안에 있던 손님이 울산에서 왔다고 하길래 반가워서 소주 세 병을 서비스 해 줬다고 한다. 그렇게 했다니 그의 새로운 면을 보는것 같아진다. A가 커피를 산다해서 재래 시장 안에 있는 A가 잘 아는 커피숍에서 커피를 마신다. 그리고는 시장 안에서 그들과 헤어진다. 그 길로 나는 곧장 콜라텍으로 간다.
일요일 인지라 콜라텍 안에는 사람들이 많다. 준비해간 댄스화로 갈아신고 두리번 거리며 춤출 상대를 찾는다. 그런데 영 마땅치가 않다. 만만해 보이는 여자도 없다. 지난 번에 같이 놀았던 여자도 보이는데 어떤 남자하고 놀고 있다. 그러다가 그 여자가 같이 놀던 어떤 남자하고 다 놀았는지 손을 놓고 나오길래 슬쩍 다가가 보는데 눈 길도 주지를 않는다. 이 쪽에서 앉아 있길래 다시 다가가 눈 길을 줬는데도 반응이 없다. 그 때 부터는 나도 더 이상은 그런 모션을 하고 싶지가 않아진다. 앉아 있었는데 어떤 여자가 내 옆에 앉아 있길래 살짝 건드리면서 같이좀 놀자고 해 봤더니 받아 준다. 그 여자하고 몇 곡이 흐를 때까지 논다. 그러다가 그 여자가 먼저 손을 놓는다. 더 이상 있어 봤자고 해서 들고 갔던 손 가방에 댄스화를 벗어 넣고 들고서 바로 나온다. 재래 시장 안을 걸어서 나오고 도로 건너 편에 있는 버스 승강장에서 버스가 오기를 기다렸다가 601번 버스가 오길래 탄다.
집에 와 있는데 어디서 전화가 오길래 받으니 813호에 사는 분인데 지금 바로 자기 집으로 나를 오라고 한다. 엉겁결에 그리로 가본다. 그는 몸도 불편한 데다가 말씨도 어눌하다. 그리고 혼자 산다. 나이는 나 보다도 몇 년 선배다. 쌀을 줄테니 갖다가 먹으라고 한다. 그러면서 베란다에 있는 창고 문을 열더니 보여 준다. 10kg쯤 되는 쌀이 몇 짝이나 쌓여져 있는 것이다. 그는 아침겸 점심으로는 과일을 갈아서 먹고 하루 두 끼만 먹고 있기에 쌀이 남아 돈다고 한다. 정부에서 꼬박 꼬박 쌀이 나오는 데다가 그러니 쌀이 남는다고 한다는 그의 얘기가 그럴 듯해 보인다. 나는 지금 먹고 있는 쌀이 있다고 부족해지면 갖다 먹겠다고 하고, 쌀을 지금 갖다 놓으면 바구미만 끼게 된다고 하는데 그는 나한테 줄려고 하는 쌀을 조그마한 쌀 자루에 퍼 담으려고 하고, 나는 그런 그를 자꾸만 만류해야 했다. 나를 생각하고 배려해 주는 그 마음이 고마워 고맙다고, 감사하다고 했다. 그는 나름대로 열심히 사는 모습이 그의 집안 분위기에서 물씬 풍긴다. 불편한 몸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날마다 아파트 계단 오르기를 한다고 하고, 그의 작은 방을 보여 주길래 보니까 거기에는 운동 기구가 있었다. 날마다 운동을 한다고 한다. 그 광경을 대하며 나는 형님, 대단하다고 그를 추켜 세워 준다. 립 서비스는 아니었다. 내가 여기기에도 그가 대단해 보인다. 계단 오르기를 해야 한다고 하길래 나는 얼른 인사를 하고 나온다.
그리고는 나도 체력 단련실에 가고 운동을 한다. 불편한 몸인데도 불구하고 혼자서 아파트 계단 오르기를 날마다 한다는 그의 모습이 연상이 된다. 그런 그의 정신력 만큼은 배워야 한다고 여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