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옹성 같던 두산과 선발 개리 레스가 무너진 계기는 거푸 나온 2개의 실책이었다. 레스의 호투에 밀려 5회까지 매회 거의 삼자범퇴로 물러나다시피한 기아가 반전의 실마리를 찾은 것은 1-0으로 끌려가던 6회 선두타자 손지환이 중전안타로 포문을 열면서부터.
레스의 컨디션을 생각하면 어차피 한점 승부가 될 것이라고 판단한 덕아웃은 톱타자 이종범에게 희생번트를 지시했고, 손지환은 계획대로 2루를 밟았다. 다음이 포인트. 김종국의 빗맞은 타구를 역모션으로 어렵사리 잡은 레스는 1루에 볼을 던졌지만 1루수 장원진이 베이스에 발을 댄 채 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악송구였다. 이후 김종국은 2루를 훔쳤고, 순식간에 기아는 1사 2·3루의 찬스를 잡았다. 그때까지 레스의 호투에 고무됐던 두산이 이번에는 흔들렸다. 3번 장성호는 이 순간 1루수 앞쪽으로 바운드가 큰 타구를 날렸다. 하지만 바운드 예측에 실패한 장원진은 앞으로 달려나오다 놓쳤고, 3루주자 손지환은 무사히 홈을 밟아 기아는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승부의 향방을 점치기 어렵던 경기는 8회 기아 5번 홍세완이 레스를 상대로 2사 이후 볼넷을 얻어 걸어나가면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어 2회 팀에 첫 안타를 안긴 이재주가 타석에 섰다. 이재주는 레스를 한 차례 훑어보더니 첫 볼이 날아오자 본능적으로 방망이를 휘둘렀고, 타구는 우중간을 갈랐다. 그와 동시에 홍세완은 단숨에 2·3루를 돈 뒤 홈마저 팠다. 결승점.
팽팽한 투수전으로 전개된 경기는 중반에 이어 후반에 가서야 결국 승부가 결정났다.
▲기아 이재주 4타수 2안타 1타점.
▲기아 유동훈 5승=2.2이닝 3안타 무실점
▲두산 최경환 16연속경기 안타
●기아 이재주=팀이 중요한 순간에 1승의 밑거름이 돼 기쁘다. (레스가 호투했지만)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찬스를 만들겠다는 각오로 게임에 나섰다. 최근 며칠간 타격감이 좋지 않았지만 경기 전 배팅훈련을 하면서 많이 회복됐고, 그 덕분에 심리적으로나 신체적으로나 좋은 효과가 있어 결승타를 쳤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