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2008년, 2019년, 그리고 2022년.
위에 말씀드린 해는 2000년부터 2022년까지의 기간 동안 2010~13년의 중장기 하락장을 제외하고 서울 부동산이 6개월 이상 하락한 적이 있는 해입니다. 해당 기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아보는 중에 눈에 띄는게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강남3구 입주 물량" 입니다.
강남3구 입주 물량은 2004년 1만 6천여호, 2008년 2만 5천여호, 2019년 1만 5천여호를 기록했는데 (참고로 2018년 12월 31일부터 입주를 개시한 헬리오시티를 2019년 입주 물량으로 간주했습니다), 이는 각각 직전 2년간 연 평균 입주 물량 대비 각각 163%, 197%, 259%에 해당하는 수준이었습니다. (가령 2002~03년 연 평균 입주 물량이 1만여호였던 것과 비교해 2004년은 1만 6천여호가 입주하여 163%에 이르는 셈입니다.)
직전 2년간 연 평균 입주 물량 대비 1.6배, 1.9배, 2.6배에 해당하는 물량이 입주를 하였기에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컸으리라 짐작됩니다. 참고로 2004년, 2008년, 2019년의 서울 전체 입주 물량은 직전 2년간 연 평균 입주 물량 대비 각각 125%, 133%, 180% 였습니다. 강남3구에 비해서는 물량 증가폭이 크지는 않았던 것이 드러납니다.
2004년, 2008년, 2019년 조정장을 겪은 이유 중에 하나가 바로 "강남3구 입주 물량" 때문이라는 사실을 엿보게 합니다. 그렇다면 강남3구 입주 물량을 거듭 언급하는 이유가 뭘까요.
첫째는 아시다시피 강남3구는 서울에서 가장 고가의 아파트가 집중된 곳입니다. 이곳의 신축 역시 서울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 축에 속할 것이구요. 즉, 서울 부동산의 "천장"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네요. 강남3구의 입주 물량이 크게 늘어난다는 것은 "서울 부동산의 천장을 끌어내리는 (또는 끌어내릴 가능성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옵니다. 이는 연쇄적으로 강남3구 하단에 위치한 지역까지 연쇄적으로 끌어내리게 됩니다.
둘째는 "유동성의 흡수" 입니다. 강남3구의 신축 입주 물량은 매매값이 되었든 전세값이 되었든간에 전국뿐 아니라 서울에서도 가장 높은 가격축에 속하게 될 겁니다. 따라서 강남3구의 입주 물량이 늘어나면 매매든 전세든간에 유동성 흡수량이 다른 곳보다 훨씬 많게 됩니다. 강남3구의 입주 물량이 다른 지역의 입주 물량보다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물론 강남3구 외 지역의 입주 물량도 중요합니다. 제가 수도권 입주 물량과 서울 아파트 전세값 사이에 유의미한 수준의 음(陰)의 상관관계가 있다고 말씀드린 적이 있는데, 서울뿐 아니라 수도권의 입주 물량이 서울의 전세값에 분명 영향을 미치고 있음이 확인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수도권의 입주 물량이 서울에 점차 그리고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치는데 반해, 강남3구의 입주 물량은 서울 부동산의 천장 높낮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인자로 서울 부동산 전체에 즉각 영향을 미치는 것이 2004년, 2008년, 2019년의 6개월 이상 하락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위에 언급드린 내용을 토대로 보면, 강남3구 입주 물량이 1만 5천호를 넘긴 해는 서울 부동산이 고전을 했던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사실 지난 하락장, 즉 2010~13년에 강남3구의 연 평균 입주 물량은 6천여호에 불과했고, 장기간의 상승 끝에 하락 전환한 2022년 역시 강남3구의 입주 물량은 6천여호에 불과했습니다. 2010~13년과 2022년의 공통점이라면 바로 앞 문장에 있는 "장기간의 상승"이 그전까지 있었다는 점입니다. 장기간의 상승은 펀더멘탈과 집값의 괴리를 불러일으킨 끝에 버블이 꺼지면서 하락 전환한 것인데요, 그때는 강남3구 입주 물량이 적어도 시장은 하락이 지속되었던 셈입니다.
따라서 종합해보면 강남3구 입주 물량이 연간 1만 5천호를 넘기거나 직전 2년간에 비해 입주 물량이 크게 늘어날 경우는 시장에 충격을 준다고 정리해볼 수 있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향후 강남3구 입주 물량을 알아보겠습니다.
2023년 강남3구 입주 물량은 1만 4천여호입니다.
(2월 개포 프레지던스자이 3,375호, 5월 대치 푸르지오써밋 489호, 6월 르엘 신반포 파크애비뉴 330호, 8월 반포 래미안 원베일리 2,990호, 11월 개포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 6,702호)
1만 5천호에는 미치지 않지만 만만치 않은 물량임을 감안해본다면, 현재의 반등세가 추세 반전으로 해석되기에는 어려워보인다는 제 의견에 또 하나의 근거가 될거 같습니다.
2024년 강남3구 입주 물량은 제가 알기로는 신반포 메이플자이(3,307호) 외에 눈에 띄는 단지가 없어 물량 부담이 상당히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2025년에는 또 양상이 달라질거 같습니다. 반포 디에이치 클래스트(5,388호), 잠실 래미안아이파크(2,678호), 청담 르엘(1,261호), 방배 래미안 원페를라(6구역, 1,097호)뿐 아니라 준 강남3구급인 둔촌 올림픽파크포레온(12,032호)가 눈에 띕니다. 시장에 작지 않은 영향을 줄 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시간이 흐를수록 이렇게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인자의 데이터가 확보된다는 점에서, 계속 배워가는 심정으로 시장의 움직임을 지켜보고자 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첫댓글 좋은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도움이 많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