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재 전 채널A 기자와 한동훈 검사장의 유착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었다고 보도한 KBS가 보도 하루 만에 사과했다. KBS는 18일 저녁 메인 뉴스에서 "이 전 기자와 한 검사장이 4월 총선을 앞두고 만나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신라젠 주가 조작 연루 의혹을 제기하자고 공모했다는 정황이 녹취록을 통해 확인됐다"고 보도했었다.
KBS는 19일 밤 9시뉴스에서 "다양한 취재원들을 상대로 한 취재를 종합해 당시 상황을 재구성했지만, 기사 일부에서 정확히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 단정적으로 표현된 점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KBS는 전날 보도에서 "이 전 기자 구속에 결정적인 '스모킹 건'이 된 건 지난 2월 이 전 기자와 한 검사장이 나눈 대화 녹취였다"라며 녹취록 내용을 소개했다. 녹취록에 따르면 두 사람이 만난 자리에서 ‘이 씨가 총선에서 야당이 승리하면 윤석열 총장에게 힘이 실린다’는 등의 유시민 이사장 관련 취재 필요성을 언급했고 ‘한 검사장은 돕겠다는 의미의 말과 함께 독려성 언급도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KBS의 보도가 나간 후 이 전 기자와 한 검사장측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강하게 반발했고, 이 전 기자측 변호인은 19일 관련 녹취록을 공개했다.
공개된 대화에는 이 전 기자가 한 검사장과 유시민 주가 조작 의혹 보도를 공모했다는 KBS 보도를 유추할 만한 내용은 담겨 있지 않았다. 이 전 기자측은 “녹취 내용 중 '총선'이나 '야당'이라는 단어가 전혀 등장하지 않고 '돕겠다'나 '독려한다'와 비슷한 대화조차 없다”고 주장했다. 오히려 “한동훈 검사장은 금융범죄 규명이 우선이라고 말했을 뿐 유시민 이사장 관련 의혹엔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 검사장측은 KBS와 허위정보를 제공한 수사기관 관계자 등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고 밝혔다. 한 검사장 변호인은 입장문을 통해 "KBS의 보도는 실제 존재하지도 않는 대화를 있었던 것처럼 꾸며낸 완전한 허구이며 창작에 불과하고, 보도시점이나 내용도 너무나 악의적이며 보도 전 저희에게 확인을 받은 바도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당사자 확인 없이 누구에게서 듣고 위와 같은 허위보도를 한 것인지 밝혀야 한다"면서 KBS 보도에 대해 민형사상 법적 조치에 들어가겠다고 했다. 서울중앙지검도 보도 내용 중 사실과 분명히 다른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채널A 기자와 검사장의 유착’을 주장했던 KBS의 오보는 거꾸로 ‘KBS와 검찰의 유착’ 가능성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관련 녹취록을 보유한 당사자는 현재 구속된 이동재 전 기자와 수사를 담당한 검찰뿐이다. 이 전 기자측이 제공한 게 아니라면, 검찰측에서 해당 대화내용을 KBS측에 제공했다는 게 된다. 누가 어떤 목적으로 수사 자료를 KBS에 제공했는지 밝혀져야 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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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 기자와 한 검사장 간 ‘대화 녹취록’ 전문
(조선일보 기사 발췌)
▷ 이동재: 저희 그렇습니다. 요즘에 뭐 신라젠 이런 것 알아보고는 있는데 이게 한 번 수사가 됐던 거잖아요 라임도 그렇고
■ 한동훈: 그렇지만 의지의 문제지
▷ 이동재: 잘 하실까요?
■ 한동훈: 열심히 하겠지요. 총장 계속 물론 저쪽에서 방해하려 하겠지만 인력을 많이 투입하려고 할 거고
▷ 이동재: 신라젠에 여태까지 수사했던 것에 플러스 이번에 어떤 부분을 더?
■ 한동훈: 여태까지 수사했던 것에서 제대로 아직 결론은 안 나왔죠?
▷ 이동재: 예예
■ 한동훈: 전체적으로 봐서 이 수사가 어느 정도 저거는 뭐냐면 사람들에게 피해를 다중으로 준 거야. 그런 사안 같은 경우는 빨리 정확하게 수사를 해서 피해 확산을 막을 필요도 있는 거고. 그리고 거기에 대해서 센 사람 몇 명이 피해를 입은 것하고 같은 사안에 대해서 1만 명이 백 억을 털린 것하고 1명이 백억을 털린 것 이 훨씬 더 큰 사안이야. 그럼 그거에 대해서는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적어도 사회가 요즘 사람들, 여기 사람 들 하는 것 보면 별로 그런 거 안 하는 것 같아. 그게 무너진다고. 뭐냐면 뭔가 걸리거나 그랬을 때 사회가 모든 게 다 완벽하고 공정할 순 없어. 그런데 중요한 건 뭐냐면 국민들이 볼 때 공정한 척이라도 하고 공정 해 보이게 라도 해야 돼. 그 뜻이 뭐냐? 일단 걸리면 가야 된다는 말이야. 그리고 그게 뭐 여러 가지 야로가 있을 수도 있지만 적어도 걸렸을 때 아니 그럴 수도 있지 성내는 식으로 나오면 안 되거든. 그렇게 되면 이 게 정글의 법칙으로 가요. 그냥 힘의 크기에 따라서 내가 받을 위험성이 아주 현격하게 그것도 게다가 실제 그런 면이 있지만 그게 공개적으로 공식화되면 안 되는 거거든. 뇌물을 받았으면 일단 걸리면 속으로든 안 그 렇게 생각하더라도 미안하다 하거나 안 그러면 잠깐 빠져야돼. ▷ 이동재: 네
...(본건과 무관한 대화 내용 중략)...
▷ 이동재: 그런 생각이 많이 들더라고요. 법무부도 그렇고 기자도 생각하는 게 신라젠도 서민 다중 피해도 중요하지만 결국 유시민 꼴 보기 싫으니까. 많은 기자들도 유시민 언제 저기 될까 그 생각 많이 하는 것 같아요
■ 한동훈: 유시민씨가 어디에서 뭘 했는지 나는 전혀 모르니. 그런 정치인이라든가 그 사람 정치인도 아닌데 뭐.
▷ 이동재: 결국에는 강연 같은 것 한 번 할 때 3천만 원씩 주고 했을 것 아니예요. 그런 것들을 한 번. 아 옛날에 한 번 보니까 웃긴 게 채널A가 그런 영상이... 협찬 영상이 VIK를... ...
■ 한동훈: 진짜 그렇게 많이 하면 그게 거기 있는 사람에게 강연하고 지식을 전달하는 문제가 아니라 그런 사람들이 와서 강연했다는 것을 밖에 홍보하는 것에 있어서 주가조작 차원이잖아 그것도.
▷ 이동재: 옛날에 VIK영상 보니까 한국당에 윤형석에 양산 쪽 그 아저씨랑 몇 분 계시더라고요 여기까지 가겠나 싶겠지만 아무튼 유시민은 좀.
■ 한동훈: 하여튼 금융 범죄를 정확하게 규명하는 게 중요해, 그게 우선이야
...(본건과 무관한 대화 내용 중략)...
▷ 이동재: 일단은 신라젠을 수사를 해도 서민 이런 거 위주로 가고 유명인은 나오지 않겠습니까.
■ 한동훈: 유명인은
▷ 이동재: 유시민은 한 월말쯤에 어디 출국하겠죠. 이렇게 연구하겠다면서
■ 한동훈: 관심없어. 그 사람 밑천 드러난 지 오래됐잖아. 그 1년 전 이맘 때쯤과 지금의 유시민의 위상과 말의 무게를 비교해 봐.
(중략)
▷ 이동재: 이철, A○○, B○○, 제가 사실 교도소에 편지도 썼거든요. 당신 어차피 쟤네들이 너 다 버릴 것이고,
■ 한동훈: 그런 거 하다가 한 건 걸리면 되지
▷ 이동재: 14.5년이면 출소하면 팔순이다.
▷ 백모 기자: 가족부터 찾으려고 하고 있습니다. 집을 보니까 양주, 의정부 이쪽에다가 막 10개 씩 사고 이랬는 데 지금 다 팔고 다른 데로 갔더라구요. 아 와이프만 걸려도 될 텐데
■ 한동훈: 어디 계신 거에요 지금은? 어디 진치고 있어야 될 것 아니야.
▷ 이동재: 일단 구치소로는 편지를...
■ 한동훈: 아니 지금 말이야. 지금 여기.
▷ 이동재: 아 지역이요? 저 방금 도착해서 방금 왔으니깐. 뭐 근처 까페나 어디 있겠죠.
■ 한동훈: 내가 이제 좀 가야 해서
▷ 이동재: 아무튼 있다가 2시에 다시 뵙고
■ 한동훈: 그냥 뭐 악수하는거 사진 찍으러 온 거 아니야?
▷ 백모 기자: 네 맞습니다.
▷ 이동재: 백모 기자 통해서 3월에 한번 연락드릴께요
▷ 백모 기자: 그 때 찾아뵐께요 <대화 종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