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3년 수도권 중장기 하락장 시절 물량 부담이 컸고 물량 폭탄 수준이었다는 의견도 있어 오늘은 이에 대한 글을 써봤습니다.
위에 보시는 그래프는 연도별 수도권 아파트 입주 물량입니다.
2009~13년 수도권 아파트 입주 물량은 연 평균 12.3만호.
이는 2005~08년 연 평균 입주 물량 14.8만호에 비해 -17% 감소한 수준입니다. 당시 물량 부담이 컸다고 기억하시는 분들께는 의외의 수량인 셈이죠.
사실 진짜 물량 폭탄은 2017년부터였습니다. 2017~21년 연 평균 입주 물량은 19.9만호에 이르죠. 2009~13년 연 평균 입주 물량 12.3만호는 물량 폭탄이라고 기억하는 분들도 계실 만큼 힘겨운 수준이었으나 2017~21년 연 평균 입주 물량 19.9만호는 극복해낼 수 있었던 배경, 즉 실제 물량과 체감 물량의 차이가 일어난 배경은 결국 펀더멘탈과의 괴리, 그리고 이와 연관된 심리 영향이 있었다는 생각입니다.
수도권 부동산은 1999년부터 2008년까지 장기 상승하면서 주택구입부담지수(중간소득 가구가 중간가격 주택을 구입할 때 부담하는 소득 대비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수준)는 역대 최대로 치솟았고 전세가율(매매가에서 전세가가 차지하는 비중)은 역대 최저로 가라앉았습니다. 즉, 당시 매매가에 낀 버블이 역대 최대로 부풀어올랐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버블을 꺼뜨리면서 수도권을 중장기 하락장으로 인도한 것이 2008년 8월 글로벌 금융위기였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2008년 8월 글로벌 금융위기 발발 당시 집값이 급락하는 시점인 2008년 9월부터 2009년 2월까지 기준금리를 5.25%에서 2.00%까지 급격히 내리면서 시장도 그 이후 반년간 반등하였습니다만 그리고나서 위에서 보시다시피 입주 물량이 감소하고 있었음에도 다시 시장이 고꾸라진건 역대 최대의 버블(높은 주택구입부담지수 & 낮은 전세가율)이 유지되고 있었기 때문에 이미 시장 체력이 고갈되어 추세적인 상승을 이끌 만한 수준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반면 버블 수준이 낮았던 지방은 해당 기간에 급등을 지속하였던 것도 이러한 판단의 근거가 되고 있습니다.)
※ 2009년 1월 시점 전세가율 : 수도권 40%, 부산 66%, 대구 65%, 광주 74%, 대전 61%, 울산 68%
물론 반값 아파트로 유명했던 보금자리주택 공급 때문에 매매수요가 감소하면서 2009~13년 중장기 하락장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의견도 많습니다만 보금자리주택이 수도권에만 공급된건 아니었습니다. 반값 보금자리주택이 전국에 공급되었음에도 왜 당시 수도권은 하락하고 지방은 상승했는가, 이 차이는 결국 당시 수도권과 지방의 버블 차이였기 때문이라는게 제 생각입니다.
펀더멘탈을 넘어선 버블에 시장의 체력이 고갈되었고 이로 인해 입주 물량이 줄었음에도 그것이 인식되지 않을 정도로 힘겨웠던 상황이 2009~13년 수도권 부동산의 모습이었던 셈입니다. 복싱으로 비유하자면 같은 타격을 받아도 체력이 충실할 때와 체력이 소진되었을 때 받는 체감 충격이 다를 수밖에 없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2009~16년에 걸쳐 줄어든 입주 물량(연 평균 12.0만호)은 전세가율을 지속적으로 상승시켜 급기야는 2016년 6월 서울 75%, 수도권 77%까지 오르게 되었으며 이는 2017~21년의 막대한 입주 물량을 버텨내는 힘을 제공해준 셈이 되었구요.
사실 외부 충격보다 펀더멘탈을 강조하는 이유는 결국 외부 충격은 일시적 변동성만 제공할 뿐, 결국 시장은 펀더멘탈을 따라가게 된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가령 IMF 사태로 1998년 집값이 급락했으나 1999년부터 집값이 급등한 것도 사실은 1기 신도시 입주 여파로 1991년부터 1996년까지 수도권 부동산이 충분한 기간 조정을 거쳐 상승 동력이 확충된 상태였던 것이 작용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시 화면 맨 위의 그래프로 돌아가서 2023년 수도권 아파트 입주 예상 물량은 23.1만호로, 2018년 23.9만호 이래 두번째로 높은 수준을 기록할 전망입니다. 2018년에는 이 물량을 극복해냈으나 2023년에는 극복해낼 수 있을까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각 시장 참여자마다 생각이 다르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2018년과 2023년을 맞이하기 직전이었던 2017년 12월과 2022년 12월의 주택구입부담지수와 전세가율을 비교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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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 12월 | 2022년 12월 |
주택구입 부담지수 | 서울 | 133.3 | 198.6 |
경기 | 67.8 | 107.5 |
전세가율 | 서울 | 70% | 53% |
수도권 | 75% | 61% |
(혹시 모바일로 표가 다 안 보이실 경우는 화면을 우측으로 옮겨보시면 됩니다.)
아무래도 지표상으로는 2017년보다 2022년의 버블이 커보이고 이는 2018년과 유사한 수준의 입주 물량이 예상되는 2023년을 견뎌낼 시장 체력이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갖게 되는게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이를 뚫어낸다면 제게는 또다른 학습꺼리가 될거 같습니다.
2023년도 벌써 상반기가 끝나기까지 한달 밖에 안 남았네요. 갈수록 더워질텐데 건강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첫댓글 글 감사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저 입주 물량이 1인 위주의 소형 물량이라 걸러야 한다는 사람도 있었던 것 같아요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좋은글 잘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