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종혁이가 중학교 졸업을 했다.
입학하는 첫 날부터 선생님들의 ‘ 관리대상’ 이 된 아들은
사춘기를 겪으면서 힘들게 중학교 생활을 마무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인 나는, 그 어느 때보다 가장 편안했고 행복한 시기였다.
# 가장 힘들게 했던 아들
16명이나 되는 대그룹 아이들 속에서 튀는 행동으로 주목을 받지 않으면
사회성 좋고 똑똑한 아이들 틈에서 자기 것이나 제대로 챙길지,
선생님들 눈에나 뛸지 걱정스러웠지만 그 많은 아이들을 일사불란하게 통솔하시는 모습에
강한 신뢰와 믿음이 갔고 전적으로 선생님께 모든 것을 맡겼다.
청소와 분리수거, 텃밭가꾸기를 통해 모든 것을 스스로 할 수 있게 역할분담을 시켰고
그 많은 아이들과 뜨거웠던 여름이나 매서운 추위속에서도 장안고까지 걸어가서(20분) 빵을 만들던 제빵수업.
한 달에 두 번씩 사회적응을 했고, 은행이용하기, 조리실습, 각종 직업교육등등
전환교육에 가장 기본이 되는 교육을 내실있게 실천하셨다.
2학년이 되면서 사춘기가 시작된 아들은 시간에 대한 강박증 때문에
스스로 몹시도 힘든 생활이 두 달 정도 지속되었고
2학기 들어서는 시간에 대한 강박증이 다시 너무 느긋해져서 속을 터지게도 했다.
아침에 있는대로 늑장을 부리며 학교에 가서 내 속을 끓이는가 하면
학교에선 집에 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거나 말을 반대로 해서 선생님을 힘들게 했다.
점심시간에 반찬에 대한 욕심을 부리며 더 먹기 위해 실랑이를 부리기도 했고
1년 동안 잘 쓰고 다니던 안경도 수시로 부러뜨려 안경 값도 만만치 않게 들어가기도 했다.
집으로 오다가 넘어졌다며 대로변에서 대성통곡을 한다고 모르는 사람에게 전화가 오기도 했고
제과점에 들어가 빵을 보고 빙빙 돌다가 시식용 빵을 다 먹어 제과점 주인에게 야단을 맞고 나오기도 했다.
2학년과 비슷한 상황들이 3학년까지 이어져 선생님과 나를 힘들게 했다.
# 선생님과의 관계
치약에 관심을 보일 땐 교복에 허옇게 치약을 묻혀 오기가 일쑤였고
침 뱉는 행동에 집착할 땐 침 때문에 교복이 허옇게 얼룩질 때가 다반사였지만
나는 매일같이 교복을 빨고 다려서 입혀 보냈다.
학교생활은 선생님께 전적으로 맡겼지만 종혁이의 문제행동이 있을때마다
알림장을 통해 선생님과 의사소통이 이루어졌다.
선생님 입장에서 보면 참 귀찮고 번거로운 일이었을텐데 일이 있을 때마다
자세히 알려 주셨고 유기적인 관계에서 문제를 해결해 나갔다.
1년에 두권씩 썼던 ‘알림장’
시간이 나거나 문제행동이 있을땐 이렇게 자세히 기록해 주셨다.
잘못한 일이 있을땐 스스로 적게 해서 깨우치게 하는 방법도 쓰셨다.
3년 동안 쓴 일기노트
대신, 학교에 협조할 일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협조했다.
시험감독이나 체험학습시 차량을 지원하는 일을 부탁할 때면 흔쾌히 협조했다.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지 않으면서 절대적으로 선생님을 신뢰하는 것은
선생님과의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사람은 상대적이므로 내 욕심만 채우기 위해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거나
상대방이 간혹 내 마음에 안든다고 서운하게만 생각한다면 대단히 이기적인 생각이다.
간혹, 선생님과 불협화음이 있는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다.
졸업식을 마치고 집에 와서 선생님들의 정성이 깃든 선물을 풀며
그 정성과 마음씀씀이에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차량지원을 해주면서 엄마들도 같이 즐겼던 체험들과
3학년끼리 어렵게 시도했던 졸업여행은 영원히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될 것이다.
극성스런 선생님과 엄마들이 아니었으면 절대로 불가능했던 여행이었으니까...
‘ 가장 힘든 아들’ 과 함께 힘들지 않고 편안하게 중학교 생활을 마무리 할 수 있었던 것은
아이들을 향한 뜨거운 열정과 따뜻한 마음을 지닌 선생님들 덕분이었다.
5분만 늦어도 어김없이 전화벨이 울렸는데 더 이상 늦는다고 전화를 해 줄 선생님이 또 계실까?
아침마다 유선을 통해 들려오던 그 선생님의 음성이 곧 그리워질 것 같다.^^
- 2009. 02. 13
첫댓글 졸업 축하합니다. 눈물 겹게 글을 써 놓으셨군요. 선생님과의 관계도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선생님 참 좋으신 분이네요 지난 3년동안 엄마도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졸업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졸업 축하드립니다. 종혁군도 어머님도 너무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앞날에 큰 축복이 함께하길 기원합니다.
정말 수고 하셨습니다.열심히 하신만큼 많은 변화가 있었으리라 믿습니다.졸업을 진심으로 축하드리고, 만남의 축복으로 더욱 더 발전하기를 기도드립니다.
언니 졸업 축하합니다. 종혁이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떴겠는걸요? 승기가 이제 6학년이 됩니다. 저도 중학교를 보낼 때가 가까와오니 여러가지로 준비를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막막할 때가 있어요. 아이들의 변화가 참 많은 시기인 것 같아요. 승기도 중학생이 되면 혼자 버스를 타고 학교를 가야 할 것 같습니다. 이제 일년동안 연습을 시켜야 할 테지요
오랫만에 올리신 글인데, 예전 초등학교 때의 소식들보다 더 많은 숨은 사연들이 글 사이사이에 솔솔 비쳐져 나옵니다. 더욱 깊어지신 종혁어머니 마음도 절절히 느껴지구요... 이제 고등학교에 가서는 연단한 만큼 알찬 열매가 맺어지겠지요. 좋은 소식들 늘 기다리겠습니다. 종혁이 화이팅~! ^.^
축하해 주신 모든 분들~ 감사해요!! 참으로 오랫만에 와서 올린 글 같네요. 아마도 이 게시판에서는 마지막 글인듯 합니다.(고별인사겸...^^) 올해부터는 글을 쓰게 된다면 고등부 게시판에 써야 되겠네요(승급? ㅋㅋ). 글을 자주 올리진 못해도 늘~ 지켜보고 있답니다. 새삼, 우리 아들의 성장과 함께 이 카페도 꽤나 성장을 했음을 실감하네요. 모든 분들, 맘적으로 힘든 일들이 많지만 지나는 과정이라 생각하시고 힘내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