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가격 하위 20% 대비 상위 20% 배율 추이로 본 지역별 양극화 상황 (서울의 양극화 수준은 상대적으로 미미했다)

[samtoshi]

보통 가처분소득을 하위 20% 대비 상위 20% 배율로 비교하는 지표인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소득 양극화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입니다. 자산도 마찬가지로 하위 20% 대비 상위 20%가 얼마나 많은 자산을 가지고 있는지로 자산 양극화를 확인하구요.

이번에 저는 아파트 가격을 하위 20% 대비 상위 20% 배율로 비교하는 "아파트 가격 5분위 배율" 추이를 지역별로 확인해봤습니다.

우선 전국 단위 추이를 그래프로 한번 보시겠습니다.

서울 및 경기, 그리고 각 광역시와 기타(경기도를 제외한 각 도)의 아파트 가격 하위 20% 대비 상위 20% 배율입니다. 가령 A지역의 하위 20% 아파트 가격이 2억이고 상위 20% 아파트 가격이 10억이면 5분위 배율은 "5"가 되는 셈입니다.

해당 배율은 KB부동산에서 가져왔는데 서울은 2008년 12월부터 데이터가 있는 반면, 나머지 지역은 2013년 4월부터 데이터가 있다보니, 나머지 지역이 그래프 중간부터 선이 나타나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전체를 나타내다보니 복잡해보여서 몇 가지 권역으로 나누어서 풀어보겠습니다.

우선 수도권입니다.

서울의 경우 5분위 배율이 가장 안정적인 곳으로 나타납니다. 즉, 양극화 상황이 전국에서 가장 덜한 곳이라고 할 수 있죠. 이는 서울의 상하급지 모두 주택 수요가 타 지역 대비 상대적으로 견조한 이유에 기인합니다. 전국 다른 곳에 비해 상급지와 하급지가 고루 오르내렸다는 의미도 되겠죠.

경기와 인천도 5분위 배율이 2018년에 비해 다소 올라오긴 했으나 여전히 하위 20% 대비 상위 20% 가격이 5배 미만으로 다른 곳에 비하면 그래도 양호한 편입니다. 수도권 전체적으로 상하급지 구분 없이 수요가 안정적이라는 풀이가 가능할거 같습니다.

이번에는 경상권입니다.

수도권에 비해 5분위 배율이 가파르게 올라온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는 뜻이 되겠는데요. 특히 부산은 2019년만 해도 5분위 배율이 4배 수준을 유지하였는데 2020년 이후 배율이 급등하더니 현재는 6배를 넘나드는 수준까지 올라온 상태입니다. 이는 서울, 경기뿐만 아니라 광역시 중에서도 가장 높은 수준으로, 부산의 아파트 가격 양극화가 가장 심하다는 의미입니다.

부산의 경우 아파트 100채당 10억 이상 금융자산 보유자 수가 전국에서 서울 다음으로 많은 만큼 (서울 10.5명, 부산 3.3명) 고가 아파트 수요가 상대적으로 풍부한 대신, 4대 보험이 적용되는 상용근로자 수는 주요 시도 중에 유일하게 3년전 대비 감소할 정도로 일자리가 감소하면서 주택 수요가 감소한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반대로 대구는 광역시 중에서 상용근로자 수가 3년전 대비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인 만큼 주택 공급도 많지만 수요도 확충되는 면이 있다보니 경상권 내에서 상대적으로 양극화 상황이 덜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에는 광주와 대전입니다.

광주도 부산, 울산 다음으로 양극화가 심한 모습이 확인됩니다. 특히 2021년부터 2022년에 걸쳐서는 5분위 배율이 6배에 육박할 정도였습니다. 최근 주택 가격의 하락으로 5분위 배율은 5배 수준까지 내려간 상태입니다. 대전은 2019년부터 2021년초까지 5분위 배율이 빠르게 올라가다가 그 이후 하향 안정세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위는 일본 도쿄와 주변 도시들의 2000년 1월 가격을 100으로 전제하고 2022년까지 가격 추이를 그려본 것인데요,0 첫번째 화살표는 일본 인구가 현대 들어 처음 감소한 해이고 두번째 화살표는 일본 인구가 본격적인 감소세에 접어든 해를 가리킵니다.

보시면 두 가지 특징이 있는데, 하나는 상승장에서 도쿄가 인근 도시와 격차를 벌려가며 상승한다는 점이고, 둘은 인구 감소가 본격화되자 도쿄와 인근 도시의 격차가 더욱 벌어진다는 점입니다. 즉, 상승장 그리고 인구 감소시대에는 양극화가 더욱 심화된다는 점을 일본의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우리 나라도 2021년부터 인구 감소가 시작된 만큼 양극화는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이미 인구 감소의 직격탄을 먼저 맞고 있었던 곳, 즉 경기도를 제외한 각 도(그래프에서는 "기타"로 표기)의 5분위 배율이 이미 다른 곳을 압도하는 것도 확인됩니다.

2022년에는 5분위 배율이 7배를 넘어서기도 하면서 전국에서 가장 높은 양극화 장세를 보여주고 있는데요, 2022년 하반기부터 내려왔다고는 하나 여전히 6배 후반대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인구 감소가 시작되면 조금이라도 여유가 되는 사람들은 보다 핵심지로 몰려가려고 하면서 외곽 지대는 더욱 공동화 현상을 빚게 되는데요, 이는 제가 저수지와 아파트 주차장을 예를 들어 설명드린 적이 있는데 오늘 다시 언급해볼까 합니다.

평소에는 저수지에 물이 가득차있으나(주택 수요가 풍부해서), 가뭄이 시작되면(인구 감소가 시작되면) 저수지 가장자리부터 말라붙기 시작합니다(비핵심지부터 주택 수요가 감소하기 사작합니다). 반면, 가뭄이 와도 여전히 저수지 중심지의 물은 여전히 풍부하여, 물고기들도 중심지로 몰려들게 됩니다(핵심지로 주택 수요 집중).

아파트 주차장도 평소에는 가득차 있으나 명절 인구 대이동으로 차량이 많이 빠져나가게 됩니다(인구 감소). 그러나 우리가 늘 세우고 싶어하는 곳, 즉 각 동의 출입문 쪽(핵심지)은 많은 차량이 빠져나간 이후에도 늘 차량(주택 수요)이 서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빈 곳과 차있는 곳의 차이가 벌어질 수밖에 없는 연유입니다.

따라서 그래프에서 보시다시피 각 지역별로 2019년 이후 더욱 커진 5분위 배율은 인구 감소 시대를 맞이하여 향후 양극화가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높음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다만 상대적으로 서울 및 수도권은 5분위 배율 확대가 가장 늦게 진행될 것으로 보이고(주택 수요 풍부), 광역시는 중장기적으로 5분위 배율 확대가 계속 진행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지방에 위치한 곳일수록 핵심지로의 접근 필요성이 더욱 증대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방 → 광역시로, 광역시 → 광역시내 핵심지로)

[yawara10]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무정부상태]

분석 잘 봤습니다. 혜안을 나눠 주셔서 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