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왕중왕전을 통해 알 수 있었던 건 프로 유스와 기존의 학원, 클럽팀 사이의 전력 차가 많이 좁아졌다는 것. 특히 클럽팀들의 성장세가 가파름
32강에 진출한 팀들을 보면 클럽팀 7팀(19팀 출전). 학원팀 19팀(37팀 출전), 프로 유스팀 6팀(8팀 출전)
8강에 진출한 팀으로 좁혀 보면 클럽팀 2팀, 학원팀 4팀, 프로 유스 2팀으로 구성(신평고의 경우 학원팀이지만 엄밀히 말하면 계성초-신평중-신평고로 연계되는 당진시의 유소년 육성 시스템의 산물로 클럽팀으로 볼 수도 있음. 그럴 경우 클럽팀 3팀, 학원팀 3팀, 프로 유스 2팀)
클럽 축구 시스템이 정착되지 않았던 몇 년전까지만 해도 학원팀과 클럽팀 사이의 격차는 제법 컸음. 하지만 프로팀들의 훈련 시스템이 보편화되고 공부하는 지도자들이 늘어나면서 경쟁력있는 클럽 팀들이 늘어나기 시작함
평택을 연고로 한 진위FC와 자매 클럽인 JFC, 화성을 연고로 한 화성시 U18, 부천을 연고로 한 김영권FC, 용인을 연고로 한 덕영, 태성, 경기 북부를 연고로 한 포천, 파주, 의정부, KHT일동, 강원도 연고인 홍천FC 등이 이번 대회에 출전한 주요 클럽들
클럽팀들의 경우, 그 소유권이 지도자에게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학원 팀보다는 성적에서 자유로운 경우가 많음. 이 부분이 과거와 현재의 고등 축구 차이점.
또한 코치들의 숫자도 늘어나서 프로 유스와 비교해 봐도 골키퍼 코치가 있느냐 없느냐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덕분에 볼 다루는 스킬이 좋아졌고 전술적으로는 수비 전술의 완성도가 높아짐
프로 유스팀이 늘어나고 클럽 팀으로 전환하는 학원 팀이 늘어나면서 학원팀의 감소가 가속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한국 축구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학원 축구팀.
성적을 중시하는 학원 시스템 특성 상, 그 동안 이기기 위한 축구에 치중해 온 것이 현실. 그리고 권역별 리그를 보면 실제 그런 축구를 구사하는 팀들이 많은 것도 사실.
하지만 학원 축구가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힘은 각 팀들만이 보유한 다양성에서 기반함
초반 라운드에서 탈락하긴 했지만 장훈고의 빌드업 축구나 부평고의 선굵고 빠른 축구, 천안제일고의 단단한 수비 축구는 학원 축구의 저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 또한 경북 자연과학고나 범어고, 전북 이리고같은 불꽃 남자 축구 또한 연령별 축구를 살찌우는 또 다른 요소들
이렇게 다양한 스타일의 축구를 구사하는 팀들을 상대로 프로 유스나 프로 유스급 학원팀들이 승리를 거두기 위해선 이런 다양한 스타일에 맞춘 전력 분석이 선행되어야 하며 향후 전력 분석관들의 가치는 더더욱 높아질 듯
이제는 고등학교 레벨의 유소년 축구에서도 네임밸류에만 의존하는 지도자로는 더 이상 성적을 거두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음
단적인 예로 예선전 전주공고와 현대고의 경우, 현대고는 단조로운 공격 전술을 거듭하다 벌어진 공수 간격을 메우지 못하고 2:3으로 패배
32강전 영생고의 경우 비록 일본에서 열린 SBS컵과 유럽에서 열린 OTTEN컵에 주요 멤버들이 차출되었다곤 해도 주전과 벤치 멤버 사이에 큰 차이를 드러내며 시종일관 무기력한 경기를 펼친 끝에 목포공고에 0:1로 완패함. 또한 4강전 포철고 역시 전후반 수비 축구로 일관하며 자신들의 장점인 스틸-웨이를 포기한 끝에 영등포공고에게 0:1로 패배
이제는 한 골 넣고 지키는 축구로는 더 이상 유소년 영역에서도 성적을 거두기 어려워짐
이는 중등 축구에서 그 변화의 단초를 엿볼 수 있는데 중등 축구의 경우 대부분의 팀들이 클럽화되면서 지도자 입맛에 맞는 다양한 공격 축구를 구사하는 경우가 보편화됨. 이 변화는 곧바로 고등 축구로 이어지고 있음
선수 개인 역량의 변화를 꼽아 보자면 가장 큰 변화는 멀티 포지션을 소화하는 선수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
CB에게 DMF와 같은 패싱력과 플레이메이킹을 원했다면 이젠 FB과 같은 스피드가 필요해 졌고 FB에게 WF와 같은 돌파력과 크로스 능력이 필요했다면 이젠 CMF 수준의 패싱력과 수비력이 필요해 졌고 AMF의 경우 원톱 수준의 골 결정력과 WF 수준의 스피드가 필요해 지고 있는 것이 현대 축구의 현 주소
고등 레벨 선수들의 경우 기존 2개 정도의 포지션을 소화하면 볼 잘 찬다는 소리를 들었지만 앞으론 3개 이상의 포지션을 소화하는 선수들이 늘어나고 있음
그만큼 한국의 유소년 레벨 선수들이 현대 축구 주류를 쫓아가는 속도 또한 빨라지고 있다는 걸 의미
대표적인 팀이 신평고
정마호는 SBS컵에 차출된 후 16전부터 출전했는데 16강전에서는 DMF, 8강전에선 CB, 4강전에서는 AMF로 출전하여 2골을 넣음
U18 대표에 소집된 조인정은 WF, CMF, DMF를 경기에 따라 소화해 냈고 신일연 역시 AMF로 플레이 메이킹, 경우에 따라선 가짜 9번롤까지 맡음
이제 프로 유스부터 각 권역 별 상위 리그 팀 선수들의 동일 포지션에서의 능력 차이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함. 이제는 동일 포지션의 선수가 얼마나 많은 멀티 포지션을 소화해 낼 수 있느냐에 따라 선수의 경쟁력이 결정되는 시대. 이는 바꿔 말하면 성장기에 있는 선수가 어떤 지도자, 어떤 팀을 만나느냐에 따라 선수의 능력치가 천차만별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의미
당연히 이런 입소문은 정보 공유가 빠른 한국 사회의 특성 상, 학부모들 사이에 순식간에 퍼질 수밖에 없고 능력없는 지도자는 도태될 수밖에 없는 구조
연령별 지도자들 역시 무한 경쟁에 들어갔다는 걸 의미함
첫댓글 al haud님 글은 거의 정독해서 보는 편인데 이런 이유때문에 얼마전 우리도 곧 유망주가 쏟아져 나온단 말씀이네요...
능력있는 지도자들도 많이 나올테고 그 밑에서 배우는 아이들도 좋은 영향 받는건 자명하고...
선순환이네요~
일본과 대등하게 싸울수 있는 상황이 생각보다 빨리 오겠는데요?
감사합니다
제 글에서 항상 언급하는 부분이지만 연령 별 지도자들 가운데 공부하는 능력있는 지도자들 진짜 많아요
이들이 주류로 나오기 위해선 이들이 활약할 수 있는 무대가 더 늘어야 합니다
그 대안으로는 k4, k5리그의 승강제를 통한 리그의 확장이 될 수밖에 없죠
제가 줄곧 K-디비전 시스템의 완성이 중요하다고 말씀드리는 이유 역시 여기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