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야기(1)

[윤정수]

추석연휴 첫날(9.18)이다.

본가에서 점식식사를 같이한다. 시집간 여동이 어제 아버지 생신이라고 딸을 데리고 내려왔다. 시집이 대구이어서 추석에는 항상 친정부터 들려 아버지 생신축하를 하고 시집으로 간다. 여동생이 아버지 생신으로 유명메이커 점퍼를 선물한다. 역시 딸이 좋다. 아버지의 표정이 확 달라진다. 대단히 만족스러운 모양이다. 어제 고속버스로 내려와서 시내버스를 타고 시집으로 간다기에 내가 택시비를 주었다. 아버지는 여행용 가방을 끌고 큰길까지 따라 나가신다.

  오후 2시 고향(경북 상주시 모서면)으로 떠난다.

이번에는 차량 2대로 이동한다. 동생차에 아버지가 타시고 내차에는 집사람이 탄다. 내려오는 일정이 맞지 않아 부득이 차량 2대로 이동하게 되었다. 같은 차에 동승하지 못해 아쉬운 점은 있으나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경부고속도로 추풍령휴게소에 만날 것을 약속하고 각자 출발한다. 대구서 추풍령까지 80km가 조금 넘는 거리이다. 휴게소를 얼마 남기지 않고 도로상에서 동생 차를 만난다. 우리는 휴게소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 시골가지전 항상 이곳에서 휴식을 취하며 커피를 한잔 마시는데 이것이 습관이 되어 이제 자동으로 그렇게 한다. 명절 전날이지만 도로는 조금도 막힘이 없다.

  오후 4시경 모서 큰집에 도착한다.

큰아버지지 내외분을 비롯하여 사촌형님들이 그의 다 내려 오셨다. 큰절로 인사를 드린다. 형님들과는 악수를 하면서 살갑게 인사를 나눈다. 형님들이 많이 무뚝뚝한 편이다. 과일과 찌짐이 들어오기에 맛만 본다. 늘 과식을 하기에 미리 조심하려고 한다. 저녁시간이 되기 전 셋째 형님이 서울에서 내려오신다. 이름이 이홍우이다. 나는 이 형님만 보면 마음이 애초롭다. 20대때 부터 정이 유달리 많으셨고, 사나이다운 기백이 넘쳤고, 주변 친구가 많아 늘 바쁘고 활기찼던 분인데 4년전 신부전으로 해서 인공신장실을 이틀마다 다녀야하는 입장이 된 것이다. 속상하다. 형수되는 아지매는 교회 권사님이시고 해서 내가 늘 관심을 가지고 있는 가정인데 이런 가정에 이런일이 발생되니 기가 막힌다. 그형님의 손을 잡고 "형님 힘내세요. 고생이 많으시죠?"하며 위로를 하지만 그 위로가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이날도 서울서 투석을 하고 바로 내려오는 길이라고 하니 마음이 더짠하다.

  조금있으니 작은 고모 식구가 방문을 한다.

고모 내외분과 아들 성용, 서용이와 그의 가족들이다. 10명이다. 저녁 외식을 하고 집으로 가는 길에 들렸다고 한다. 잠시 대화를 나눈다. 우리 고모는 자식들이 대 성공을 한 케이스다. 물론 성공의 잣대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지만, 큰아들 성용이는 감정평가사로 있다가 사시를 패스하여 변호사가 된 추리나라에서도 10명이 되지 않는 면허가 있는 사람이다. 둘째 서용이는 연세대 의대를 나와 서울 삼성병원에서 모든 수련을 마치고 얼마전 서울 목동에서 비뇨기과 개원을 했다고 한다. 대단하지 않는가? 동생 석우의 말이 재미있다. 변호사하는 성용이를 보고 "성용아 너 중3 겨울방학에 대구 공부하러왔을 때 내가 너 대구학원데리고 다녔던 거 알재? 그때는 시골에서 와서 아무것도 몰랐는데..." "잘압니다"라고 한다. 큰고모집 동생도 인사차 방문한다. 자녀로 남매를 두었는데 공주사대에서 공부하고 있다고 한다. 대단하다. 이때 총식구가 37명이었으니 발 디딜틈이 없을 정도였다.  석식을 나눈다. 식사인원이 약 30명정도 되는 것 같다. 큰형님의 살림살이가 여유가 있으니 그렇지 보통집 같으면 하기 어려운 일이다.  

  방방마다 사람들로 가득차 있다.

마침 프로야구경기가 있어 흥미진진하게 본다. NC와의 경기를 천신만고 끝에 이긴다. 모두 야구를 좋아하신다. 박한이의 9회말 2사후 끝내기 3점 홈런! 선물이 따로 없다. 최대의 선물이다. 잠자리에 누웠다. 나는 이순간을 맞이하기 위하여 큰집에 일찍 온다. 사실 촌수하나가 무섭다고 내가 여기에 와서 같이 하루밤 자기가 쉽지 않다. 10년전만 해도 그렇지 않았는데 큰형님도 며느리를 보고 이러니 나의 자리가 점점 좁아진다. 그래서 아버지께서는 추석날 올라가자고 하신다. 그러나 나는 그러지 말고 전날 올라 가자고 한다. 잘알다시피 내가 제사를 지내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추석당일 올라올 명분이 없다. 또한 전날 올라왔다가 인사만 드리고 가기도 그렇고, 그래서 나는 1박을 꼭한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큰아버지, 큰어머니는 물론 사촌형님 내외분들과 교재를 나눌 수 없기 때문이다. 

  밤에 동네앞에 나와보니 보름달이 밝게 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