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사람이 덜 되었는지 나는 쑥을 너무 좋아한다
쑥을 좋아한다라기보다는 쑥떡을 좋아한다는 말이 맞을 게다
그것도 쑥이 조연처럼 들어있는 떡이 아니라, 쑥이 주인공인 쑥개떡을 제일 좋아한다
쑥을 얼마나 더 먹어야 진정한 사람이 될 것인지...
남편은 나를 인간으로 만들기 위해 부단히 쑥을 뜯어온다
함께 꽃나들이를 가도 땅을 살펴보며 쑥이 얼마나 자랐는지 가늠해 보는 눈치다
언제쯤 D-DAY 를 정할 것인지 스케줄을 조정한다
그리곤 목천에 밭을 일구며 사는 친구에게 쑥이 뜯을 만한지 물어본다
친구랑 이런저런 대화를 해가며 쑥을 뜯고 근처의 카페에서 커피타임도 가져가며
하루종일 쑥을 뜯어왔다
세상에 5킬로그램이 넘는 쑥이다
저녁을 먹고 다듬기 시작해 자정을 넘겼지만
고 작은 쑥을 뜯기위해 쪼그리고 앉아 허리를 혹사시켰을 생각을 하면
아주 작은 것도 버릴 수가 없다
벌써 3년 째 이렇게 봄이 되면 하나의 프로젝트처럼 쑥떡 만들기를 한다
쑥개떡보다는 쑥절편을 좋아하는 가족들을 위해 이번엔 절편으로.
쑥이 어려서 이렇게 연한 색의 쑥절편이 되었다고 한다
떡방앗간을 하는 친구가 해마다 혀를 찬단다
이건 완벽한 약쑥으로 너무 귀한 떡이라면서 건강함을 먹는 것이라고.
아침식사로 한번에 먹을 개수만큼 소분해서 담아 넣으니 귀한 양식을 쟁인 것 같아 뿌듯하다
덕분에 냉동실 정리도 하고.
한번 쑥을 뜯어와 떡을 해본 사람은 너무 힘들어 다신 안한다고 방앗간 친구가 귀뜸하더란다
내가 사람이 될 때까지 남편은 아마 계속할 것 같은데....
사람 하나 만들기 참 힘들죠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