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의 성추행 백태…교육이 필요한 것은 캐디가 아니라 저질 골퍼

[오분순타]

골프는 ‘신사의 스포츠’라고 한다. 에티켓과 매너를 다른 어떤 종목보다 더 중요하게 여긴다. 프로 대회에선 자기 잘못을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상태에서 대회가 끝나더라도 스스로 자기 실수를 신고해 실격 당하거나 상금을 반납하는 경우도 있다. 동료나 갤러리에 대해 매너가 좋지 않은 골퍼는 성적이 나쁜 골퍼보다 더 큰 비난을 받는다.

그러나 골프도 ‘성(性) 매너’와 관련해선 구설에 자주 오른다. 최근 박희태(76) 전 국회의장이 캐디를 성추행했다는 뉴스가 보도되면서 화제가 됐다. 지난 11일 강원도 원주의 한 골프장에서 박 전 의장의 라운드를 함께하던 23세 캐디가 “신체 접촉이 심하다”고 골프장 측에 무전 연락을 해 교체된 뒤, 다음날 경찰서를 찾아가 성추행 피해 신고를 했다는 내용이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박 전 의장은 “손녀 같아서 귀엽다는 표시는 했지만 정도를 넘지는 않았다. 손가락 끝으로 가슴 한 번 툭 찔렀다는 얘기다. 등허리를 쳤다, 팔뚝을 만졌다 이런 건 큰 문제가 없지 않나 싶고…”라는 해명을 내놨는데, 이 당당한 발언이 오히려 사건을 더욱 크게 키우는 ‘역효과’를 가져왔다.

성추행은 사실 지위고하와 갑을관계가 존재하는 곳이라면 어디에나 있을 수 있다. 직장에서도, 학교에서도, 심지어 동성끼리 생활하는 군대에서도 발생한다. 골프장이라고 예외일 수는 없을 것이다. 많이 대중화되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골프는 어느 수준 이상의 돈과 권력을 가진 사람들의 운동이자 취미 활동이다. 그 중에는 품위까지 갖춘 사람이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물론 있다.

지난해 경남의 한 골프장에선 이런 일이 있었다. 자동차부품업체 대표인 50대 남성이 홀컵 앞에서 퍼팅라인을 알려주는 20대 캐디에게 “다리를 더 벌려라. 그래서 들어가겠냐”라고 말했다. 이 남성은 일행이 샷을 하러 가고 캐디와 둘만 남은 사이 캐디의 팔을 당겨 끌어안기도 했다. 동반 라운드하던 여성이 캐디를 위로할 정도였다고 한다. 결국 캐디는 이 남성을 경찰에 고소했고 남성은 강제추행 혐의로 불구속기소됐다.

군 전용 골프장인 태능골프장의 골퍼와 캐디./이진한 기자

또다른 골프장에선 30대 캐디가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50대 남성을 고소했다. 이 남성은 “몸에서 좋은 향기가 난다”며 캐디에게 가까이 다가오더니 입을 맞췄다. 자신의 몸을 캐디에게 밀착하거나 손으로 엉덩이를 쓰다듬기도 했다. 캐디는 동반 라운드하던 일행에게 이 남성을 자제시켜 달라고 부탁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결국 골프장에 성추행 사실을 보고한 뒤 곧장 경찰서로 향했다고 한다.

강원도의 한 골프장에서 근무하는 캐디 A씨는 “대놓고 성추행을 하는 사람은 거의 없고, 동반자도 눈치채기 힘들 정도로 은근슬쩍 한다”고 했다. 볼이나 클럽을 주고받을 때 의도적으로 손을 만지거나, 퍼팅 라이를 보고 일어서는 캐디 뒤에 바짝 붙어서서 몸을 밀착하거나, 골프채로 가슴·옆구리 등을 툭툭 건드리거나, 캐디가 카트 운전석에 앉기 전에 의자 위에 손을 올려놓는 경우 등이 캐디들이 꼽는 대표적인 사례다. 카트를 운전할 때 허벅지에 손을 대거나 개인 연락처를 요구하기도 한다. 여기엔 남자 캐디에 대한 여자 손님의 추행도 물론 포함된다.

몇 년 전부터 대다수 골프장에서는 캐디들의 건의를 받아들여 명찰 다는 위치를 가슴에서 모자로 옮겼다. 이름을 물어보는 척하면서 가슴에 손을 대는 손님이 많았기 때문이다. 심한 경우 신체 특정 부위 사이즈를 묻거나, 휴대폰에 야한 영상을 틀어놓고 보여주기까지 한다. 일부 골퍼들은 해외로 라운딩을 떠나서도 물의를 일으키는 바람에 필리핀 등 해외 몇몇 골프장에선 한국 손님을 받기를 꺼린다고 한다.

한국골프캐디협회 관계자는 “직접적인 신체 접촉이나 모욕은 드물지만, 골프가 홀에 공을 넣는 게임이라는 데서 비롯되는 각종 음담패설까지 포함하면 무척 많은 편”이라고 했다. 전직 캐디 B씨는 “하루에 한 골프장에서 80팀을 받는다면 성적인 농담이 오가는 경우는 75팀 이상, 신체 접촉이 일어나는 경우는 2~3팀 정도 될 것”이라고 했다.

상황이 심각하면 캐디는 무전기로 골프장 마스터에게 연락해 9홀을 마친 뒤 다른 캐디로 교체할 수 있다. 손님에겐 주로 “캐디가 몸이 좋지 않아 들어갔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많은 경우 캐디들은 일단 18홀 라운드를 끝까지 마친다고 한다. “문제 고객인 줄 뻔히 알면서 동료에게 떠넘길 수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후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해 손님에게 사과를 받거나 손님을 ‘불량 고객 리스트’에 올린다. 그 손님이 다음에 방문하면 경력이 많은 베테랑 캐디나 남성 캐디를 내보낸다. 예전에 비하면 경찰서까지 가거나 골프장 출입금지 조치를 취하는 일도 많아졌다. 하지만 대다수 골프장은 평판이 나빠질 것을 우려해 여전히 소극적으로 대처한다.

“네가 어떻게 했기에 그러느냐” “그거 하나 혼자 해결 못하냐”며 캐디에게 면박을 주기도 한다. 이는 캐디의 불안한 신분과도 연관이 있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인 캐디는 골프장 직원처럼 일하지만, 회사와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기 때문에 법적으로는 개인사업자로 분류된다. 부당해고나 4대보험 혜택 등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캐디들을 대상으로 하는 성희롱 예방 교육 프로그램도 등장했다. 골프장 직원을 대상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교육·컨설팅 기관들이 ‘감정노동 케어 과정’ ‘골프장 성희롱 예방 교육 과정’ 등을 개설한 것이다. 다양한 현장 사례와 예방·대처법, 해결 방법 등을 알려준다.

골프로인재교육개발원의 구교정 원장은 “직무 전문성을 최대한 강조하면서 라운드를 원활하게 진행하는 것이 교육의 핵심”이라고 했다. 손님과 첫 대면 때부터 자세와 복장, 화법 등에서 전문적이고 준비된 인상을 확실히 심어주고, 사적인 대화를 지나치게 많이 하지 말라고 가르친다. 언어적 성희롱이나 접촉이 처음 발생했을 때 “이렇게 행동하시면 제가 근무하기 곤란합니다” “손님이 제게 지금 이러이러한 행동을 하셨습니다. 반복될 경우에는 즉시 들어가겠습니다”라고 분명하고 단호하게 표현해야 한다.

구 원장은 “대다수 캐디들은 각자 경험을 통해 자기만의 노하우를 개발해서 대응하고 있다”며 “하지만 체계화된 교육 시스템과 반복 실습의 경험이 있어야 막상 상황이 닥쳤을 때 자신감 있게 대응할 수 있고 직업 자체에 대한 회의를 방지할 수 있다”고 했다.

이번 취재 과정에서 많은 캐디들과 그 관련자들은 인터뷰하기를 무척 꺼렸다. “괜히 알려져서 골프장에 해가 될 수 있다” “성추행 당한 피해자로 낙인 찍힐까 겁난다”…. 그 중 가장 큰 이유는 박희태 전 의장의 사건을 계기로 일반인들 사이에 캐디라는 직업 자체가 비하되고 나쁜 선입견이 생길까 두렵다는 것이었다.

사실 골프장 성희롱 예방 교육이 필요한 대상은 피해자보다 가해자, 캐디들보다 손님들일 것이다. ‘비싼 돈 내고 골프 치러 와서 캐디 눈치까지 봐야 되냐’고 항변하는 사람들, 골프 치면서 성적인 농담을 곁들여야 더 흥이 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자신보다 나이가 어리거나 지위가 낮은 서비스업 종사자는 함부로 대해도 된다고 믿는 사람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이 절실하다.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http://premium.chosun.com/site/data/html_dir/2014/09/21/2014092103617.html?editorpm

[노피날자]

급작스런 경제성장을 하다보니.. 살만한 부류중 골프운동 한답시고 귀족운동 이나 되는줄 착각하고 거들먹 거리며
온갖 비신사적 행동을 하는 족속들이 많습니다. 이 꼴 보기싫어 골프 끊어 버린 1인 입니다.

[오분순타]

농약 뒤집어 쓴 풀밭에서 거들먹 거리는 인간들 많다고 하더라구요. 이번에 꼴값을 떤 늙은이는 시범케이스로 조져야 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