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말을 알았으나, 덮을 순 없었어
거칠고 긴 줄거리는 이면에 가려져 괄호에 말을 가두고
두려움을 삼켰지 빛나게 해준다는 틀에 박힌 문구는 오히
려 식상해서 오래전에 잊었어 입술이 뭉개진 계약서를 만
지면서 아무것도 모른 채 어린 별은 빛났어 빛깔 좋고 향기
좋은 말이 맛집 반찬처럼 깔려있는 당신과 계약이 손발을
묶었어 위태롭게 목줄을 달고 별의 입을 틀어막고 누군가
끌고 간 사이 해는 밝게 빛났어 잘려 나간 말머리가 휴지통
에 버려진 밤
우리는 갈곳을 잃은
문장을 꺼냈어
-《바다 옆의 방》 21세기시조 동인 15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