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낚시꾼의 글 중에서)
낚시에서 인생을 배우다.
상당수의 사람들은 직업과는 별도의 취미생활을 하고있다.
직업만의 삶은 각박하고 삭막하기 쉽지만 취미생활은 삶을 윤택하게 하고 풍요롭게
하기 때문이다.
그게 악이 아니라면, 그리고 남에게 해가되고 폐가 되는것이 아니라면 모든 취미생활은
그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다.
취미는 어떤 사람이 여가시간에 즐거움을 얻기위해 자주하는 흥미로운 일 이라고
정의할수 있다.
드물기는 하지만 취미가 없는사람도 있다.
그 생활이 단조롭고 폭이 좁으며 경직돼 있는게 사실이다.
불행한 인생이라고 말할수 있을것이다.
취미생활이 발전하면 ‘아마추어리즘’ 이 된다.
어떤 특정한 일에대해 비전문적인 애호가가 되는게 그것이다.
아마추어리즘의 가장 큰 특징은 ‘틀려도 되는’ 완화된 기준이라고 할수있다.
그래서 아마추어는 그게 어떤것이든 최선은 다 하되 최고가 되려고는 하지않는다.
가장 중요한점은 자기가 그 취미-일의 주체가 되어 즐거우면 되는것이다.
그래서 프로와 달리 아마추어 에게는 경쟁이 없다.
때론 직업보다 취미생활에 더 열중하는 사람들이 있는게 그 때문이기도 하다.
나는 모든일에 호기심과 관심이 많은 성격이기 때문에 취미생활도 그만큼 다양하다.
책읽기와 글쓰기가 첫째라면,
음악도 아주 폭넓게, 전문적으로 듣는편이다.
뿐만 아니라 칠십중반의 나이인 지금도 매일 첼로를 연주하고 있다.
그만큼 악기를 좋아한다.
금관과 목관악기도 여러 가지를 연주할수 있다.
중학생 이었을때부터 지금까지 영화를 아주 좋아하는점도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그리고,
거의 반평생을 집중했던 바다낚시 가 있다.
우리팀(베테랑 5명)의 바다낚시 방법은 일단 배를 타면 2박3일이나 3박4일을 배에서
버티는 낚시이기 때문에 지금은 체력이 달려서 자주 나가지 못하고있다.
처음에는 민물낚시를 배웠지만 한번 바다낚시를 해 본후 그게 내 체질에 맞는것을
알았기 때문에 바다낚시로 일관했다.
바다낚시는 등산장비 더하기 낚시장비라고 할만큼 짐이 많고 경비도 많이든다.
동해에서의 모래사장 던질낚시,
다도해인 남해에서의 갯바위찌낚시, 특히 밤의 전기찌낚시,
그리고 서해에서의 배낚시는 모두가 나름대로의 특징과 묘미가 있다.
나는 우리나라 해안의 유명낚시터는 거의 다 가봤으며 최근엔 서해의 덕적도를
중심으로 배낚시를 많이했다.
지금 가지고 있는 낚시장비만 해도 엄청나게 많다.
결국 아들이 물려받게 될것이다.
그날, 나는 감포방파제에서 뱅에돔 던질 찌낚시를 하고있었다.
바다낚시를 배운지 얼마되지 않은때여서 던질 찌낚시는 어려웠다.
뱅에돔은 크기는 작아도 끄는힘이 커서 손맛은 아주 좋았다.
따라서 초리가 아주가는 대에 작은 릴을 달고, 원줄, 목줄, 채비 모두가 3호에서
2호의 가는줄을 쓰게 된다.
솜씨가 서툴러서 잡은고기를 거두어 들이는 과정에서 이 가는 줄들이 엉켜버렸다.
도무지 어떻게 풀어야 할지 엄두가 나지않았으며 한참 입질이 좋은때를 놓칠수
있다는 점도 마음을 조급하게 했다.
나는 대와 엉킨실을 방파제에 눕혀놓고 칼을 꺼내서 폈다.
차라리 얽힌줄을 끊어내고 새로 채비를 다는것이 빨랐기 때문이다.
그때 내 옆에서 낚시를 하던 노인 한분이 말했다.
‘젊은이, 줄을 끊으면 안되네,
차분하게 앉아서 그 줄을 풀어야 하네,
그래야 평생, 정말 낚시꾼이 되는거지.‘
그건 옳은 말씀이었다.
나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오랜시간 공들여 엉킨줄을 풀었다.
그건 정말 특이한 체험이었다.
반평생 낚시를 하면서 칼로 줄을 끊는일은 한번도 없었다.
감포 방파제에서의 그 일은 거의 절대적인 체험적 교훈이었다.
낚시는,
말하자면 인간이 가지고 있는 수렵본능의 한가지라고 할수 있다.
비용대비 수확을 말 하자면 그렇게 밑지는 장사도 달리없다.
그래서 취미생활인 것이다.
낚시도 다른 취미생활과 마찬가지로 많은 장비가 있어야 한다.
낚시대만 해도 동해, 남해, 서해에서 쓰는것이 다르며,
어종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가격이 아주 저렴한 대도 있지만 돌돔전용의 NFT는 백만원이 넘는것도 있다.
지금은 국산대도 기능이 아주 좋다.
릴(reel)도 마찬가지다.
장소, 어종에 따라 아주 다양하며 일반적 으로는 일제가, 특수용 으로는 유럽이나
미국제품이 좋은편이다.
다음이 낚시줄,
일반적으로는 나이론줄울 많이 쓰지만 지금은 우주복소재로 만든것도 있다.
가늘고 질기기 때문에 물살을 타지않고 늘어나지 않아 입질을 빨리 감지할수 있다.
낚시바늘은 고기와 직접 접촉하는 예민한 장비라고 할수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늘 일제바늘을 썼다.
날카롭고 견고하기로 치면 일제바늘이 단연 우수하다.
낚시는 준비하는 과정이 직접 낚시하는 시간만큼 중요하고 또 즐겁다.
고기를 낚기위한 틀이 ‘채비’ 다.
그리고 생각과는 달리 채비는 과학이다.
낚시가게에서 만들어 팔고있는 채비에 만족한다면 아직 멀었다는 얘기다.
그걸 기준으로 자기채비는 자기가 연구해서 만들어 써야 정말 낚시꾼이다.
어종에 따라 낚시줄의 굵기가 달라지고,
바늘이 달라지며 바늘을 묶는 줄의 굵기와 길이가 달라진다.
맑게개인 고기압에 쓰는 채비가 있으며,
저기압에 쓰는게 다르다.
서해에서는 조금,무시,와 같은 간만의 차이, 즉 물때에 맞추어 추와 틀이 달라진다.
낚시를 하게되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일기와 일기예보에 박사가된다.
그만큼 바다낚시는 일기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같은 장소에서도 날씨, 물때, 기온차에 따라 조과는 전혀 달라지는게 바다낚시다.
고기를 잘 잡는, 고수들을 살펴보면 그들은 모두가 일기에 민감한 사람들이며
자기가 연구한 ‘자기채비’ 를 쓰는 사람들이다.
그중에는 자기가 직접만든 대만 쓰는 사람도있다.
아마추어지만 ‘어부’ 를 능가하는 기량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서해를 기준할 때,
조금, 무시, 한물, 두물, 세물까지만 낚시를 한다.
다시 조금이 오는 보름동안은 낚시를 할수없다.
물살이 아주 빠르기 때문이다.
인천의 경우 간만의 차이는 최고 9미터다.
그때 장비들을 손질하고 채비를 묶는다.
바다낚시는 모든 장비에 소금물이 닿기 때문에 잘 간수하지 않으면 그대로 못쓰게
된다.
내가 채비를 묶기위해 장비함을 열면 흡사 전기기술자의 연장통같다.
스테인레스철사를 꾸부려 틀을만들고 거기에 줄을 묶을 도래를 달고,
바늘을 줄에 매서 연결하는 작업은 그 자체가 시간가는줄 모를만큼 열중하게된다.
서해에서 잡히는 대표어종이 ‘우럭’이다.
나는 3kg의 큰 우럭을 잡아본 경험이 있다.
같은 우럭이라도 장소에 따라 채비는 달라야 한다.
나는 낚시를 하면서 언제나 그런 차이들을 기록했으며 끊임없이 연구해서 채비를
개선해 나갔다.
우리팀 중에서 거의 언제나 가장큰것, 가장 많이 잡는게 나 였는데 그건 전적으로
채비 때문이었다.
친구중 하나는 내 채비를 쓴후 거의 배에 가까운 조과를 올린 경우도 있다.
채비는 낚시에서 그렇게 중요하다.
그래서 채비를 과학이라고 하는것이다.
조삼락-釣三樂- 이라는 말이 있다.
낚시의 세가지 재미라는 뜻이다.
그 첫째가 기다리는 재미다.
내가 반평생 바다낚시를 하면서 배운 가장 큰 덕목이 기다릴줄 알게된 것이다.
기다린다는 것은 아주 힘들고 짜증나는 일 이지만
한번 그 묘비를 알게되면 그만큼 인간적으로 성장하게 된다.
걷기운동도 오래하면 사람이 차분해 지고 평심을 유지할수 있는것과 같은이치다.
두 번째가 놓치는 재미,
놓치는게 어떻게 재미있단 말인가.
그런데 그게 사실이다.
놓쳐봐야 무엇이 낚시인지 알게된다.
고기를 놓치고 나면 자기의 낚시 전반에 대해 다시 점검하게된다.
그 아쉬움과 허탈이 더 야무진 낚시꾼을 만드는 것이다.
큰 고기를 놓쳤을때의 아쉬음은 이루 말할수 없지만 그만한 고기를 다시 잡았을때
기쁨은 배가된다.
세 번째가 잡는재미다.
고기들이 한창 입질을 활발히 할때는 미끼를 갈이끼울 시간이 없다.
런닝셔츠 한조각을 바늘에 꿰도 덥석덥석 잘 문다.
그럴때의 즐거움은 이루 다 말할 수가 없을정도다.
기다리는 재미, 놓치는재미, 잡는재미,
그중에 제일은 잡는재미다.
새끼를 낳는 태생어인 망상어와 절벽에서 하게되는 돌돔낚시는 낚시의 시작과 끝이다.
따뜻한 봄날,
천해(淺海-얕은바다)의 바위에 앉아서 하는 망상어 찌낚시는 어린애들도 할수있다.
어획량도 많고 재미도 크다.
그러나 돌돔낚시는 얘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우선 낚시대부터 아주다르다.
나는 돌돔전용의 일제NFT 를 썼다.
릴도 대형의 드랙릴을 써야 되는데 나는 미제의 peen을 사용했다.
줄은, 가장 굵고 튼튼한 것을 써야하며 돌돔전용의 낚시바늘을 묶는줄은 피아노선을
쓴다.
별명이 뻰찌인 돌돔의 이빨은 쇠줄이 아닌것은 전부 끊어버리기 때문이다.
깊은 수심과 연결된 높은 절벽에 자리를 잡은후,
바위사이에 큰 앵커를 단단히 박아넣고,
허리를 묶은줄과 낚시대에 연결된 줄을 거기에 묶어 고정시킨다.
미끼는 고가의 소라와 게를 쓴다.
통계적으로 돌돔은 밤에 미끼를 무는 확률이 높기 때문에 낚시꾼이 졸다가
추락사한 경우도 있다.
그래서 허리띠를 앵커에 묶는것이다.
나는 딱 한번 추자도에서 40cm급의 돌돔을 잡아봤는데 그 당기는 힘은 정말
놀라웠다. 낚시라기 보다는 사냥이었다.
모든 낚시꾼들이 돌돔을 ‘환상의 고기’ 라고 하는데 그건 사실이다.
우리팀은 서해에서 배 낚시를 하는동안 거의 10년을 같은배만 이용했다.
낡은 목선이었지만 선장이 낚시터를 찾아내는데 뛰어났고 음식만드는 솜씨도
좋았다.
그가 다른일로 바쁠때는 언제나 내가 키를 잡았다.
결국 우리팀은 여러배에 까지 소문이 났으며 선장들과 낚시꾼들의 선망의대상이
되기도 했다.
우리팀에 들어오기 위해 애쓴사람도 많았다.
무엇보다 우리팀의 조과(釣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수준이었다.
선장들은 나를 기술자라고 불렀으며 또 국제신사라고도 불렀다.
채비를 개선, 조과를 올리는 것을 보고 기술자라고 했으며,
결코 배에 쓰레기를 남기지 않았기 때문에 국제신사라고 했다.
나는 지금도 가장 맛있는 바다고기는 ‘우럭뱃자반’ 이라고 확신한다.
그렇게 맛있는 생선은 없다.
최고로 치는 도미도 우럭자반의 맛을 따라올수 없다.
우럭뱃자반은 바다낚시꾼이 아니면 맛볼수 없는 별미다.
다른일도 마찬가지지만,
낚시도 잘못 배우면 잡스러워 진다.
지금의 실내낚시터들이 도박장이 된게 그런경우다.
그건 낚시가 아니다.
낚시는 하면할수록 인생에 대해 배우는게 많은 취미생활이다.
따라서 나는 언제나 감포방파제 에서의 그 노인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지금도 나는 자주 장비들을 꺼내 만져보곤한다.
나와 동고동락했던, 손때묻은 물건들이다.
그 하나하나가 오래된 친구들과 같다.
취미생활이 중요해 지는것은 은퇴후의 생활에서다.
노일들에게 가장 무서운 적은 무료-할일없음 이다.
사람은 무료하면 빨리늙고 무기력 해 진다.
건강과 함께 취미생활도 현역일때 시작한것이 연장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현역일때 취미생활이 있어야 한다.
사람은 그게 누구든 나이가 많아지면 혼자가 된다.
친구들이 있어도 자주 만나기가 어렵다.
또 긴 외출도 피곤해지기 때문에 피하게 된다.
결국 집안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는 것인데 그때 ‘할일’ 이 있어야 건전하고 건강하게
살수있다.
때문에 밖에서 할수있는 일 보다는 집안에서 할수있는 취미를 가져야 한다.
이때 절대적으로 필요한 공간이, 그래서 ‘서재’ 다.
서재안에 내게 필요한 것들로 꽉 채워야 한다.
손만 뻗으면 닿는곳에 모든 것들이 갖추어져 있어야 한다.
그래서 서재는 노년의 성(城) 이며 요새(要塞)다.
그 안에 모든 취미생활이 집약돼 있어야 한다.
나는 반평생의 바다낚시를 통해 인생에 대해 정말 많은것을 배웠다.
낚시를 통해 사귄사람들, 배와 어민들, 그리고 바다를 통해 자연을 이해하게 됐으며
자연의 소중함을 절실히 깨닫기도 했다.
그건 모두가 낚시에 열중하는 ‘순수한 시간’ 이 내게 준 커다란 선물이었다.
인간이 늘 감사하는 마음과 겸손한 자세로 살아야 한다는 지혜도 그 선물에서
비롯되었다. (옮긴글)
취미는 음식에 필요한 양념과 같은것이다.-yorowon.
첫댓글 서해 도서 근무시 몇번 지방유지들과 어울려 서툰 배낚시를 해 본 적이있다. 인천남항에서 뱃길로 2시간거리의 영흥해협엔 (선재도~영흥도) 4월부터 7월말 실치어장이 형성되는데 이때 물때를 맞춰 아마추어 낚싯꾼들이 인천등지에서 모여들고 우럭,장대등을 낚아 올리는 재미와 추석즈음 밀물에 떼로 몰려오는 망둥이 낚기가 재미를 더 해 즐길적이 있느데 삼복철 바다가운데 나가면 천연 바다바람이 에어컨 못지않고 ...그곳 어민들에 의하면 "어부는 배에서 내리면 뱃놈이요, 배를 타고 있으면 뱃님"이란 자조섞인 농담이 생각난다. 인간은 획득성 수렵본능이 있는가 싶다. 2013. 10. 01 강 덕 근
나는 낚시라고는 어릴쩍 안양천에서 낚시대로 작난삼아 피레미 송사리 잡던적과 지금 와이프랑 데이트할때 어떨걸에 물왕리저수지로 친구들과 어울려 낚시아닌 낚시를 간 이외는 낚시에 대해서 잘모르는 사람인데, 도사님은 멎진 낚시의 추억이 있네요. 인간의 획득성 수렵본능까지 느낄정도면 차원이 다르네요.
바다낚시에서 릴 던지던 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