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TX-A 수서~동탄 구간이 지난 3월 30일 개통되었습니다. 운정~서울역 구간은 연말 개통 예정인 것으로 보입니다. 수서~동탄 구간 이용 금액은 편도 기준 4,450원이고 소요 시간은 약 20분 정도입니다.
GTX-A가 부분 개통되면서 그 파급 효과에 대해서도 여러 의견들이 오가고 있는데요. 그 중에서도 GTX 개통이 진척될수록 서울 집중화가 더 심화될 것이라는 의견도 많이 있는 걸로 압니다.
이걸 두고 빨대 효과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빨대 효과란 좁은 빨대로 컵의 음료를 빨아들이듯이 대도시가 주변 중소 도시의 인구나 경제력을 흡수하는 대도시 경제 현상을 일컫는 말로서 교통 여건의 개선이 균형 있는 지역 개발로 이어지지 않고 오히려 지역의 쇠퇴를 초래하는 부작용으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즉, GTX 개통으로 인해 오히려 서울 집중화 현상이 더 심해지면서 GTX 역이 개통되는 곳들의 부동산도 오히려 약세를 띌 것이라는 의견으로 보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정확히는 상권의 경우는 빨대 효과가 일어나는게 맞지만 주거 가치 측면에서는 호재라는 생각입니다. 신분당선 개통으로 정자동 상권이 큰 타격을 받았지만 매매가나 전세가로 대표되는 부동산 가치는 오히려 많이 올랐다는 예가 대표적입니다.
이를 좀더 구체적으로 알아보는 차원에서 신분당선 개통 당시의 전세가 추이를 한번 살펴봤습니다.
신분당선은 2011년 10월 강남역에서 정자역까지의 구간이 개통되었는데요, 당시에도 정자역에서 강남역까지 20분내 시간으로 주파가 가능하다고 하여 화제가 되었었습니다. 그렇다면 신분당선이 개통된 성남시 분당구와 그렇지 않은 성남시 수정구, 그리고 서울시 한강 이남(11개구)의 전세 지수 추이(KB부동산 기준)를 알아보겠습니다.
위 그래프는 분당구, 수정구, 서울시 한강 이남(11개구)의 2012년 1월 전세 지수를 모두 1.0으로 전제하고 2019년말까지 전세 지수 추이를 그려본 것인데요, 2011년 10월 신분당선이 개통되고 1년 가까이는 3개 지역의 전세 지수 추이에 큰 변동이 없었으나 2013년이 되자 차이가 벌어지기 시작했고 특히 2013년 하반기 이후는 분당구의 상승폭이 수정구는 물론이고 서울시 한강 이남(11개구)도 능가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분당구의 전세 지수가 서울시 한강 이남(11개구)보다도 빠르게 올라간 것은 판교테크노밸리 기업 입주가 2012년부터 시작되면서 직주근접 경쟁력이 더욱 강화된 영향도 있어보입니다. 그러나 어찌되었든 신분당선 개통 효과도 없다고 할 수는 없겠죠.
그래서 이번에는 2016년 1월 신분당선이 분당에서 수지를 거쳐 광교까지 연장 개통되었던 상황도 확인해봤습니다.
마찬가지로 위 그래프는 용인시 수지구, 기흥구, 서울시 한강 이남(11개구)의 2016년 1월 전세 지수를 모두 1.0으로 전제하고 2023년말까지 전세 지수 추이를 그려본 것입니다.
그래프를 보시면 신분당선 개통 효과가 없었던 기흥구는 힘이 약했으나 신분당선 개통 수혜를 본 수지구는 서울시 한강 이남(11개구)와 8년여에 걸쳐 굉장히 유사한 흐름을 보여줍니다. 과연 신분당선이 없었다면 이렇게 서울과 유사한 전세 지수 추이를 보여줄 수 있었을까요? 저는 그럴 수 없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잠시 수도권 아파트 입주 물량과 서울 아파트 전세가와의 상관계수를 살펴보겠습니다.
♣ 2005~19년 : -0.49
2009~19년 : -0.59
2011~19년 : -0.61
2014~19년 : -0.78
(상관관계 확인 대상 구간에서 2020~22년을 배제한 이유는 임대차3법 시행으로 2020년 입주 물량이 많았음에도 전세가가 급등하고, 금리 급등으로 2022년 입주 물량이 줄어들었음에도 전세가가 급락하면서 수급이 틀어졌기 때문입니다. 다만 금리 또는 제도상의 급격한 변화가 없다면 다시 전세가에 미치는 수급 영향도는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보시다시피 수도권 아파트 입주 물량과 서울 아파트 전세가 사이에 음(陰)의 상관관계가 해를 거듭할수록 깊어진다는 사실이 확인되고 있는데요, 이는 결국 광역교통망이 지속적으로 확충되면서 수도권이 하나의 메트로폴리탄으로 통합되어 서울과의 동조화 현상이 갈수록 짙어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철도 건설은 택지 공급의 측면을 띄고 있습니다. 즉, 새로운 철도망이 건설되어 일자리가 많은 대도시로의 통근이 편해지면 이는 도시의 면적이 확대된 것과 같은 효과를 지니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새로운 철도 건설 덕분에 출퇴근 시간이 대폭 단축될 경우 그 도시가 상당히 먼 곳에 위치한다고 해도 서울 생활권에 편입되는 의미를 지닐 수 있습니다. 서울의 범위가 확장되는 셈이죠. GTX는 그런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