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소문날까 쉬쉬 깜깜이 통계 믿을 수 있나요.
머니투데이, 유엄식 기자, 2022. 11. 3.
"모든 사업장을 직접 조사해보면 실제 미분양 물량이 통계보다 훨씬 많을 겁니다."(부동산 전문가)
사업자의 자발적 공개에 의존한 정부의 주택 미분양 통계가 정확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분양 주체가 쉬쉬하는 가운데 실제 미분양 수치가 제대로 집계되지 않아 정부의 정책 대응이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1. 서울 미분양 주택 이미 1000가구 넘었다. 정보 누락, 비공개 단지 많다.
11월 3일 서울시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시내 민간 미분양 주택은 719가구로 전월(610가구) 대비 109가구 늘었다. 건물 통째로 공실이 난 용산구 소형 주상복합 41가구와 구로구 가리봉동 신축 아파트 미분양 물량 69가구가 더해졌고 오류동 주거용 오피스텔 미분양 1채가 팔린 결과다.
하지만 이 통계는 정확하지 않다. 가리봉동 신축 단지와 같은 날 분양한 구로구 내 440가구 규모 역세권 아파트는 일반분양 140가구 중 90%가 넘는 128가구가 미분양인데 통계에 잡히지 않았다. 은평구에 대형 건설사가 짓는 350여 가구의 도시형 생활주택과 주거형 오피스텔 복합단지도 지난 6월 분양 후 상당수가 미분양돼 직접 동과 호수를 고를 수 있는 '선착순 분양'을 진행 중이지만 이 통계에선 찾아볼 수 없다.
두 사업장 물량만 합쳐도 이미 서울 시내 미분양 주택은 1000가구에 육박한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을 통한 공개 청약 의무가 없는 30가구 미만 아파트와 빌라, 300실 미만 오피스텔 등을 합치면 실제 미분양 주택 규모는 정부 통계의 2배에 달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처럼 '숨은 미분양'이 많은 이유는 사업 차질을 우려한 시행사 등 사업 주체가 의도적으로 공개하지 않아서다.
이현철 아파트사이클연구소장은 "원래 분양 업계에선 일부 미분양이 나와도 암암리에 마케팅으로 소화한 물량이 꽤 있었다"며 "특히 지금처럼 집값이 꺾이는 국면에선 미분양이 알려지면 더 안 팔리고, 할인분양 압박도 커져 업체 입장에선 굳이 공개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국토교통부가 매달 말 발표하는 전국 미분양 주택 통계는 기초·광역 지자체의 집계 결과를 단순 합산한 것이다. 국토부가 이 통계의 정확성을 따로 검증하진 않는다. 지자체 자료를 신뢰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예상보다 이 자료의 관리가 허술하다. 기자가 관내 미분양 물량 누락을 지적하자, 구로구청 관계자는 "해당 사업장에 알렸고 다음달부터 미분양 통계에 반영할 것"이라고 답했다.
2. 업계 자체 신고 의존하는 통계 정확도 낮아, 정책 실기 우려도 있다.
현행 미분양 통계는 건설사와 시행사의 판단에 따라 좌우된다. 미분양 발생 여부와 물량을 지자체에 보고할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고의로 숨기거나 허위 자료를 제공해도 과태료 등 행정 처분을 받지 않는다.
오히려 정확한 정보를 제공한 업체가 손해다. 최초 미분양 신고를 한 사업장은 해당 물량이 해소될 때까지 매월 증감 물량을 구청에 알려야 한다. 장기 미분양 '낙인효과'로 수요자 발 길이 끊길 우려도 크다.
정부가 별다른 검증 절차 없이 미분양 통계에 의존하면 정책을 실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원장은 "지난달 전국 미분양 물량이 4만 가구라고 공표됐는데 숨겨진 미분양을 합치면 이미 시장 경착륙 위험 수위로 볼 수 있는 5~6만 가구에 육박한 상황으로 볼 수 있다"며 "지방부터 미분양 충격이 퍼질 가능성에 대비해 미리 대응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사업 주체의 미분양 실적 보고를 의무화할 필요성도 거론하지만 정부는 난색을 표한다. 미분양 정보 공개를 의무화하면 해당 사업자의 부담이 커져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일부 사업장의 미분양 물량이 누락되거나 지연 등록될 가능성이 있지만 전체 시장 흐름을 판단하는데는 무리가 없다"며 "지자체가 제공한 통계 외에도 민간 유관 기관과도 보완 정보를 공유해 의견을 수렴, 정책에 반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엄식 기자 usyoo@mt.co.kr 기사 내용을 정리하여 게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