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은메달
-김연아에게
전숙
열 수쯤 양보해도 편파심판이었다
금이 은의 자리에 서있었다
환히 웃으면서...
가슴에 밀물져오는 상처의 시간들
이십대에 육십대의 허리뼈로 서있는 저 풀꽃
상처들이 눈물꽃처럼 피어있는 그 견고한 의지에
박수 같은 하얀 곰인형이 안긴다
모든 것이 마땅히
제 자리에 있을 때 혁명은 성공하지 못한다
금이 금의 자리에 서지 못할 때
또 하나의 이유 없는 폭력이 풀꽃을 짓밟을 때
풀꽃이 서러움을 견디는 힘은
또 다른 풀꽃들이 제 눈물을 알아줄 때 나온다
그녀가 억울하지 않은 이유는
동네공원의 콩새까지도 진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끝없는 희생의 시간뿐인 엄마는
언제나 아빠에 밀려 은메달이다
은메달인 엄마는 꽃처럼 환하게 웃는다
엄마는 메달의 색깔에는 관심이 없다
온몸과 영혼을 다해 가족을 사랑하므로
그래서 우리는 연아의 웃음의 의미를 안다
그녀가 피겨를 사랑한 만큼 우리도 그녀를 사랑한다
은메달의 해피엔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