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충북 청소년 소설문학상 당선작 공지
당선 : 조정수(청원고)-작품명 : 단편소설 - 거래
가작 : 홍종현(고등학교부), 박서연(중학교부)
심사평
고등학생과 중학생이 얼마나 응모할까. 청소년 소설문학상을 처음으로 공모하면서 기대와 걱정이 공모 기간 내내 섞였다. 마감일까지 우편이 소인이 찍혀 도착한 작품은 고등학생 16편과 중학생 10편이었다. 200자 원고지 70매 내외 분량으로 공모요강에 밝혔으니 분량이 과도하게 부족하거나 넘치는 작품, 충북 소재 중고등학생이 아닌 작품을 심사에서 제외하였다. 예선을 거쳐 7명의 소설가로 위촉된 본심 심사 위원에게 넘겨진 작품은 조정수의 까만눈, 홍종현의 재생몽, 김승연의 콜라, 이한솔의 장자의 후예들, 박서연의 거래, 남민영의 고마워, 안석희의 꼬마 라벤더 7작품이었다.
조정수의 까만눈은 전반적으로 문장이 안정되어 있고 흐름이 자연스럽다. 서사능력도 뛰어나 보인다. 특히 가족 구성원들에 대한 묘사가 세밀하다. 이복동생의 책장이 처음에는 잘 넘어가지 않다가 끝부분에 가서 사각사각 넘어간다는 것, 집을 떠났던 생모가 딸인 화자(주인공 혜진)를 보지 않았다면 조용히 분향소를 나갔을 것이란 말과 그 말을 화자가 마음속에 담아두고 있다는 것, 이러한 표현들은 이미 묵은 감정에 대한 화해의 시작으로 보인다. ‘까만 눈’이란 제목 선정도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생모의 사라진 이유가 단지 유산의 후유증 때문이라면 당위성을 확보하기에는 조금 부족하게 보인다. 이는 아쉬운 점이다. 이야기의 의의가 주인공이 당면한 상황과 제대로 맞물리지 않아 불협화음을 일으킨다. 또한 이야기가 제대로 마무리되지 않고 중도에 끊긴 느낌도 단점이다.
홍종현의 재생몽은 마약을 소재로 한다는 점이 학생 작품으로는 특이하다. 화자(주인공인 아들)는 아버지의 사업실패로 인한 가정불화와 그 가정폭력에 저항하다 자포자기의 삶을 이어간다. 그러던 중 친구를 통해 마약의 유혹에 빠지게 되고 결국 자신과의 싸움을 통해 병원에서 깨어나 새 삶을 준비한다는 이야기다. 인간의 내면 갈등을 그리는 시도가 단편소설의 기본 구성과 궤를 같이한다. 청소년 시기에 지각하게 되는 인생의 부조리와 삶에 대한 막연한 공포심을 이중적인 구조로 해석하려 한 점이 참신하다. 현실에 지친 주인공의 내면세계를 은유하여 제시한 점도 좋다. 하지만 사건 진행이 조밀하지 못한 것이 흠이다. 또한 꿈속에 재생하는 갈등이 너무 단조로워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핵심이 부족하다.
김승연의 콜라는 사업하는 아버지의 사랑이 그리웠던 소년의 방황. 차츰 거칠어지는 삶을 탓하는 아버지에 대한 원망과 소년의 가출. 군복무를 마치고서야 돌아오는 집에서 만나는 아버지는 사선을 넘나드는 암환자. 그 아버지를 바라보며 지난 시절을 되돌아보는 순간에 잡아드는 콜라와의 인연. 좋은 소재에 창작성은 좋지만 화자의 갈등이 너무 단순하게 역어졌다는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 작품이다. 이야기를 끌고 가는 힘은 있으나 문장이 거칠고 안정되어 있지 못하다. 아버지와의 갈등, 반목, 화해를 그리는, 서사 구조가 단순하고 단조롭다. 끝마무리도 선명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콜라’가 아버지와 화자(주인공인 아들)사이에 화해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것으로 설정되었는데 그 의미나 상징을 부여하기에 무리가 있다.
이한솔의 장자의 후예들은 전국 팔도의 사람들이 떠들썩하게 주고받는 이야기들로 구성된 작품이다. 지방 사투리를 두루 구사하면서 향토성을 살렸으며, 서술에 미학적인 면모를 갖춘 좋은 작품이다. 응모작들 가운데 학생답지 않은 노련한 문장이 엿보인다. 그러나 구성이 너무 단순하다. 시작과 끝마무리도 불분명하다. 좋은 소설은 좋은 구성에서 시작된다. 독자를 이끄는 위기나 반전도 찾을 수 없고, 글쓴이의 의도를 구체화 시키는데 실패하고 있다. 단편소설의 기본을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 수련과 습작이 좀 더 필요하다. 기성 작가들을 흉내 내려는 것보다는 자기만의 시선으로 가장 잘 아는 소재를 선택하길 권하고 싶다.
박서연의 거래는 청소년들의 무관심에 대한 문제를 영혼으로 풀어 간다는 이야기로 매우 흥미로운 소재다. 수련회 때 버스사고로 숨진 형의 영혼이 주인공(동생)의 몸으로 들어와 동생과 일상을 같이 하며 여러 문제들을 해결해 준다는 내용이다. 귀신이란 정말로 존재하는 것일까. 누구도 정답을 모르는 수수께끼인지도 모르는 귀신과의 거래. 형의 영혼은 학업에 방관하는 동생에게 올바른 삶으로 인도하고, 그 동생은 형의 영혼에게 사랑하던 여자를 만나게 해주는 거래. 흥미로운 소재를 택했지만 단편소설과 장편소설의 차이를 알지 못하여 서술을 온전히 이끌어가지 못한 부분이 많다.
형의 영혼이 동생과 만나게 되는 동기나 과정이 부족하다. 소설은 인과관계가 계속 이어지는 이야기다. 작가는 보편성을 확보하기 위해서‘왜 그런가?’라는 질문을 독자의 입장에서 끊임없이 던져보아야 한다.
남민영의 고마워는 꿈이 현실로 나타나는 소년. 가족이 교통사고로 죽는 악몽이 한실로 나타나는 소년. 그 소년에게 죽음에서 구원받은 소녀의 따뜻한 우정이 애틋하게 느껴지는 작품으로 좋은 평가를 받을만하다. 감수성이 예민한 나이에 자살을 시도한 주인공과 그녀를 붙잡아 구해준 남자 친구 사이의 이야기로 현대사회의 각박하고 날카로운 부분들 그리고 보이지 않는 무형의 폭력을 은연중 드러내는 작품이다. 그러나 비현실적인 소재를 선택하여 그것을 극화하는 과정에서 문제점을 많이 노출시켰다. 다양하고 깊이 있는 소재를 다루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발신자를 수신자로 표기하는 것처럼 오류가 있어서는 안 된다. 정확한 문장표현은 소설문학에 있어서 가장 기본이다.
안석희의 꼬마 라벤더는 주인공이 꼬마 라벤더로 상징되는 인물을 만나게 되면서 변화를 겪게 되는 과정을 그렸다. 라벤더 향기처럼 마음이 고운 소녀. 말을 못하는 아기에게 다가서는 이야기가 그럴 듯하다. 집으로 데려다주고 어머니가 없는 동안에 살펴주는 아가에게서 라벤더 향기를 느끼는 소녀의 애틋한 마음이 깔끔하게 정리되었다. 문장의 흐름이 안정되어 있고 자연스럽다. 문장끼리의 호응이나 부호의 사용에 있어서도 틀린 부분을 찾기 어렵다. 표현도 정확하고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그러나 작가가 의도하는 주제의 구체화가 부족하다. 글쓴이가 장애인에 대해서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좀 더 선명했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다.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끌고 가는 능력은 많은 수련을 거친 것으로 보인다. 그러기 때문에 중학생의 작품으로 느껴지지 않을 정도의 문장실력이 뛰어나다는 것이 마음에 걸리는 작품이다.
심사위원(소설가) 박희팔,안수길,이항복,김창식,이종태,이규정,박하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