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브로와 이산이 함께한 한북정맥 일곱 구간

[이산저산]

시나브로와 이산이 함께한 한북정맥 일곱 구간

한북정맥과 그 여덟 지맥의 대강

한북정맥은 북한의 백두대간 백산분기점(1,120m)에서 갈라져 남한의 파주군 교하면 장명산(102m)에 이르는 도상거리 294㎞의 산줄기를 말한다. 북한 지역은 119㎞, 남한 지역은 175㎞정도가 된다. 한북정맥 산줄기는 추가령(752m)에서 시작하여 백암산(1,111m)～적근산(1,073m)을 거쳐 남한 쪽으로 넘어와 대성산(1,174m)에 이른다. 남북 분단 상황에서 실제적인 한북정맥 종주는 강원도 철원군과 화천군의 경계인 수피령(740m)에서부터 가능하다. 이후 한북정맥 산줄기는 복주산(1,152m)～광덕산(1,046m)～백운산(907m)～국망봉(1,168m)～강씨봉(840m)～청계산(849m)～운악산(936m)～죽엽산(601m)～도봉산(740m)～노고산(495.7m)～장명산(102m)으로 이어진다. 한북정맥은 동쪽으로 회양, 화천, 가평, 남양주, 서쪽으로 평강, 철원, 포천, 양주 등의 경계를 이루는데, 자연히 동쪽은 한강이고 서쪽은 임진강 유역이 된다.

*추가령(楸哥嶺) : 높이 752m. 일명 죽가령(竹駕嶺)이라고도 한다. 이 고개를 중심으로 우리나라의 지질·지형을 구분하는 추가령구조곡(楸哥嶺構造谷)이 북북동에서 남남서 방향으로 뻗어 있다. 북사면에서 북류하여 영흥만으로 흘러드는 안변군 남대천(南大川)과 남사면에서 남류하여 임진강으로 흘러드는 역곡천(驛谷川)의 분수령을 이룬다. 옛날부터 서울과 원산을 잇는 경원가도(京元街道)가 통과하였고, 근대에는 경원선이 개통되어 중요한 교통로가 되었다.

이 정맥을 이룬 주요 산은 신경준의 산경표에 분수령(分水嶺)∙천산(泉山)∙쌍령(雙嶺)∙전천산(箭川山)∙수우산(水于山)∙여파산(餘破山)∙오갑산(五甲山)∙충현산(忠峴山)∙불정산(佛頂山)∙대성산(大成山)∙백운산(白雲山)∙망국산(望國山)∙운악산(雲嶽山)∙주엽산(注葉山)∙축석현(祝石峴)∙불곡산(佛谷山)∙홍복산(弘福山)∙도봉산(道峰山)∙삼각산(三角山)∙노고산(老姑山)∙여산(礪山)∙현달산(見達山)∙고봉산(高峰山)∙장명산(長命山) 등으로 기록되었다.

현대 지도에서 찾아보면 추가령∙백암산(白巖山)∙양쌍령(兩雙嶺)∙적근산(赤根山)∙대성산∙수피령(水皮嶺)∙광덕산(廣德山)∙백운산∙국망봉(國望峰)∙강씨봉(姜氏峰)∙청계산(淸溪山)∙현등산(懸燈山)∙죽엽산(竹葉山)∙도봉산∙노고산∙현달산(峴達山)∙고봉산∙장명산 등이다. 산경표와 동시대의 대동여지도와 비교해 보면 하구 쪽 파주시 교하면의 공릉천(恭陵川) 유역을 산경표는 임진강 유역으로, 대동여지도는 한강 유역으로 대별한 것이 서로 다르다.

한북정맥 일곱 구간 종주기

󰁋 한북정맥 제1구간(수피령～하오고개) 14㎞

󰂈 2020.02.19.(수) 깊은 눈길. 바람 한 점 없고 맑은 하늘

󰂈 수피령(07:29)～촛대봉～복주산(13:38)～하오고개(14:48)～하오터널(15:05) *복계산은 다녀오지 않음.

󰂈 전체거리 13.47㎞/전체시간 07:21/평균 2.0㎞/h

󰂈 野心에 찬 한북정맥 첫 구간은 실패 아닌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애초의 계획은 수피령에서 광덕고개까지 21.5㎞/7시간 정도를 예상했었다. ‘눈’이라는 변수를 전혀 예상하지 않았던 것이 실수였다. 하오고개에서 중포하는 바람에 교통 계획도 어그러졌다. 1일 산행에 현지에서 택시를 두 번이나 타는 새로운 기록도 세웠다. 도착 예정지인 광덕고개에 주차하고, 사내면 개인콜택시를 불러 수피령으로 갔다. 해발 780m 수피령 고갯마루 아침 바람이 차다. 스패츠와 아이젠을 차고 양손 스틱까지 완전 무장한다. 촛대봉 오르는 길, 시작부터 눈 속에 푹푹 빠진다. 광덕고개까지 갈 수 있을지 걱정이 든다. 깊은 눈 속에 길이 보이질 않는다. 그러나 길 찾기는 어렵지 않다. 드문드문 보이는 노랑 파랑 길띠가 안심띠가 되고 길잡이가 된다. 오늘은 사비인님의 트랙을 내려 받아 ‘따라가기’를 한다. 촛대봉을 올랐다가 뒤쪽으로 돌아간다. 산속이 온통 눈 속에 파묻혔다. 눈을 덮어쓴 나무들이 고개를 숙여 터널을 만들어 놓았다. 길을 헤쳐 나가려면 고개 숙인 나무들을 흔들어 눈을 떨어내거나, 아니면 내가 고개를 숙여 반쯤 포복으로 雪木 터널을 통과해야 한다. 나무를 짓누르고 있던 눈이 목덜미에 떨어지지만, 그 써늘함이 싫지만은 않다. 배낭은 온통 눈에 젖고, 출발 때보다 더 무거워졌다. 길은 미끄럽고 산세는 험하고 속도가 나질 않는다. 아이젠에 눈이 달라붙어 발은 무겁다. 그러나 산행의 조건으로는 최악이지만 눈은 호사를 누린다. 올 겨울에는 눈다운 눈을 볼 수 없었는데, 2월 중순에 이렇게 많은 눈을 볼 수 있다는 것에 큰 만족감을 느낀다. 길은 멀어지지만 행복감은 가까이 다가오는 기분이다. 복주산 앞 봉우리에서 트랭글이 등산 배지 획득을 알린다. 여기가 복주산이겠거니 했는데, 앞으로 봉우리가 하나 더 있다. 트랭글 지도를 보니 여기가 정상이 아니다. 복주산(伏主山) 정상(1,152m) 오르기가 쉽지 않다. 눈 속에 묻힌 밧줄을 찾지 못했더라면 올라가지 못했을 것이다. 벼랑을 마주하고 이제까지 이렇게 무서움을 느낀 것은 처음이다. 숨 막히는 긴장감 속에 간신히 오른 정상은 오히려 점심 햇볕으로 따뜻하기만 하다. 이제 겨우 오늘 일정의 반밖에 진행 못했지만 오늘 산행은 이것만으로 만족해도 좋을 것이다. 간단히 요기하고 다시 출발을 서두른다. 하오고개 내려가는 길도 녹록치 않다. 이대로라면 광덕고개까지 가는 것은 무리이겠다 싶다. 하오고개 고갯마루에 내려섰다. 여기 길말뚝에는 ‘하오현 780m’라고 표시돼 있다. 오늘은 일단 여기서 접고, 다음번 제2구간에 더 길게 타기로 결정한다. 내려가는 길은 양쪽으로 다 나 있다. 큰 도로에서 택시를 불러야 하니까, 택시가 접근하기에 가까운 쪽을 택한다. 왼쪽으로 길을 잡는다. 길띠가 있는 것으로 보아 다른 사람들도 수피령에서 여기까지 한 구간을 잡아 정맥길을 타는 것을 알겠다. 하오터널 도로까지는 접속거리가 1㎞가 된다. 한북정맥 첫 번째 구간은 이렇게 마무른다. 택시를 불러 타고 다시 광덕고개로 가서 귀가를 서두른다. 집에서부터 200㎞에 가까운 거리를 왕복 운전하고 꼴랑(겨우/고작) 14㎞를 걸었지만 마음은 행복감으로 부풀었다.

󰂈 수피령(水皮嶺 780m)은 강원도 화천군 상서면과 강원도 철원군 금남면의 경계로 56번국도 2차선 포장도로로 되어 있다. 여기서 정맥길을 따라 북진하면 대성산(1,175m)이 멀지 않다. 우리가 가는 한북정맥 길은 남서진 방향이다. ‘수피’는 ‘수달의 가죽’을 뜻하는 ‘수달피’의 준말이다. 전에는 ‘달피’라고도 했다. 그런데 속담 ‘공작도 날거미만 먹고 살고 수달피도 발바닥만 핥고 산다(아름다운 공작도 날거미를 먹고 살고 비싼 털가죽을 가진 수달피도 발바닥을 핥고 산다는 뜻으로, 음식을 이리저리 가리는 사람을 핀잔하는 말)’에서 ‘수달피’가 ‘수달’을 가리키는 말로 쓰였음을 알 수 있다. ‘수피령’의 ‘수피’는 ‘수달’로 바꿀 수 있겠다. 그러면 ‘수피령’은 ‘수달고개’로 풀이된다.

󰂈 하오고개 : ‘하오고개’는 ‘두르는 고개’라는 뜻의 ‘두름+-이’라는 말이 변해 생긴 말이다. ‘하오고개’의 형성 과정은 ‘두름＞두르미＞두루미＞학(鶴)＞학고개＞하고개＞하오고개＞아우고개＞와우고개’로 파악된다. 한문 식으로 ‘하오현(荷吾峴)’으로 적기도 했다.

󰁋 한북정맥 제2구간(하오고개～도성고개) 30.5㎞

󰂈 2020.02.29.(토) 이번에도 깊은 눈길. 따뜻한 햇볕과 탁 트인 전망

󰂈 코스 : 하오터널(04:30)～하오고개～회목봉～회목고개～기상관측소/천문대 도로～광덕산(08:10)～광덕고개～백운산(10:04)～삼각봉～도마치봉～도마봉～벌목지대～신로령～국망봉(14:30)～견치봉～민둥산～도성고개(631m)～강씨봉자연휴양림(18:17)

󰂈 전체거리 30.61㎞/전체시간 13:44/평균 2.5㎞/h

󰂈 두 번째 한북정맥 길에서도 ‘눈’이라는 변수를 또 깜빡 잊고 말았다. 2월 말일(오랜만에 2월 29일)인 것만 생각하고 스패츠도 아이젠도 준비하지 않았다. 하오고개에서 눈에 덮인 타이어 계단을 오를 때부터 예감이 심상치 않았다. 회목봉을 오르면서 눈 속에서 사투를 벌인다. 오늘도 전인미답의 눈 속을 헤치면서 러셀을 하자니 눈에 푹푹 빠지는 만큼 힘도 그만큼 푹푹 빠진다. 새벽도 되기 전의 밤중 산행인 데다가 눈바람에 의해 능선에 쌓인 깊은 눈 때문에 길을 찾기가 쉽지 않다. 정말로 간신히 회목고개에 다다를 수 있었다. 이른 아침나절 광덕산 조경철천문대에서 바라본 풍광이 환상적이다. 구름바다 사이로 듬성듬성 높은 봉우리들이 머리를 내밀고 있다. 지리산에서 볼 법한 것을 여기서 볼 줄이야. 그 동안의 힘들었던 과정이 싹 가시고 대신 행복감이 깃든다. 광덕산을 내려오는 길은 비교적 무난했지만 백운산을 가면서 고생길이 이어진다. 회목봉 거기보다 더 깊이 눈 속에 빠지는 것 같다. 이미 신발 속은 질커덕거리기 시작했다. 햇볕이 들면서 나무에 매달려 있던 눈얼음 조각이 쏟아진다. 머리통에 떨어지고 얼굴을 때리기까지 한다. 땀이 나는데 모자를 덮어 쓰지 않을 수 없다. 떨어지는 빙설 조각들이 눈 위에서 다기 다양한 그림을 그려놓는다. 도마치봉을 지나 신로령 가는 길은 온통 벌목지대다. 눈밭이 눈부시고 더 하얗다. 어떤 곳은 스키장 슬로프 같기도 하다. 능선에 쌓인 깊은 눈을 밟고 가풀막을 오르려니 힘에 부친다. 햇볕은 따가워 낯이 가맣게 타는 느낌이 든다. 천천히 걸을 수밖에 없어 상의는 다 말랐는데, 무릎 아래 바지와 신발은 다 젖어 버렸다. 신로령에 이르러, 시나브로가 여기서 그만 접자고 하는데, 그러기는 너무나 아쉽고 다음번을 생각해서 힘들기는 하겠지만 국망봉을 넘기로 과감한 결정을 한다. 의욕은 앞서는데, 국망봉 가풀막을 오를 때는 신발의 눈물(雪水) 무게 때문에 힘이 배로 든다. 국망봉(國望峰 1,168m)은 한북정맥의 최고봉으로 상징성이 있다. 국망봉을 넘었으니 견치봉과 민둥산을 더 넘어야 도성고개까지 간다. 이미 지친 상태라 이 두 봉을 넘는 것도 쉽지 않다. 겨우겨우 도성고개에 이르렀는데, 접속구간인 강씨봉자연휴양림까지 3.5㎞나 더 걸어야 했다. 두 번째 산행도 눈물바다였다. 많은 걸 느꼈다(배웠다). 느낀 것은 맘속에 두고 잘 실천해 보련다.

󰂈 회목고개 : ‘회목’은 표준어에서 ‘손목이나 발목의 잘록한 부분’ 또는 ‘강이나 길 따위에서 꺾이어 방향이 바뀌는 곳’을 뜻한다. 방언에서는 ‘홀목’이라고도 한다. ‘회목고개’는 ‘안부(鞍部)를 이루는 고개’이거나 ‘휘어 꺾이는 고개’를 뜻한다고 하겠다. 그런데 ‘회목’을 ‘편백(扁柏)’을 가리키는 ‘檜木’으로 보아 ‘회목현(檜木峴)’이라고도 한다.

󰂈 광덕고개(620m) : 경기도 포천시 이동면 도평리 백운동에서 강원도 화천군 사내면 광덕리로 넘어가는 고개다. 372번지방도가 2차선 포장도로로 되어 있다. 일명 ‘캐러멜(caramel)’고개라고도 한다. 굽이굽이 돌아가는 고개의 형상을 두고 미군들이 ‘캐멀(camel)’이라고 불렀는데, 이 말이 변해 ‘캐러멜’이 되었다고 한다. ‘광덕고개’의 ‘광덕(廣德)’은 ‘넓은 고개’를 뜻하는 ‘넙티’를 한자로 표현한 이름이다. ‘광덕’은 처음에 고개 이름이었다가 마을 이름이 되면서 ‘고개’임을 나타내기 위해 ‘광덕’에다가 ‘고개’라는 말을 덧붙여 부르게 된 것이다.

󰂈 도마치(690m) : 경기도 가평과 강원도 화천군 사창리를 넘나드는 고개. 고서에는 ‘양도마치(兩道馬峙/兩道磨峙)’, ‘양변마치(兩邊磨峙)’ 등으로 기록되어 있다. ‘도마치’의 ‘도마’는 ‘도막’, ‘토막’ 등과 같은 말로 보인다. ‘양쪽을 도막 짓는/가르는 고개’라는 뜻에서 ‘도마치’라고 하지 않았을까 추정해 볼 수 있겠다.

󰂈 견치봉(犬齒峰 1,117.5m) : 일명 ‘개이빨산’. 산의 형상이 개의 이빨을 닮았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고, 그렇다면 어떤 전설과 관련이 있는 명명인가? 대전의 ‘계족산(鷄足山)’도 본래는 ‘개좆산’이라는 다소 악의적인 이름인데, 이를 아역(雅譯)한 것이라 한다.

󰁋 한북정맥 제3구간(도성고개～화현고개) 28㎞

󰂈 2020.03.05.(목) 조금 쌀쌀한 찬바람 덕에 땀도 나지 않고 가볍게 걸음.

󰂈 코스 : 강씨봉자연휴양림～도성고개(08:07)～강씨봉(830m)～오뚜기령～청계산(849.1m)～길마재～길매봉(735m)～노채고개(360m)/339번지방도～원통산(567m)～(구)노채고개(435m)～숯고개(545m)～아기바위～운악산 서봉(935.5m)(15:49)～동봉(937.5m)～철암재(635m)～화현고개(280m)/47번국도 지하차도(봉수교차로)(18:44)

󰂈 전체거리 28.3㎞/전체시간 11:09/평균 2.8㎞/h

󰂈 오늘도 재밌는(?) 일화가 생겨났다. 교통편을 생각해 들머리를 포천시 이동의 구담사 쪽으로 잡았는데, 이쪽 등산로가 완전히 막혀 있는 바람에 생고생한 얘기다. 구담사 옆 갓길에 주차하고 05시 정각에 사뿐히 출발. 이정표에 ‘도성고개 2.6㎞’라고 표시돼 있어 안심하고 걸음을 놓는다. 인터넷 검색으로 안 바 ‘풍경이 있는 캠핑장’ 앞에까지는 잘 왔다. 그런데 들머리가 보이질 않는다. 개 한 마리가 짖어대는 통에 불안한 마음까지 생겨 여기저기 길을 찾아 헤매다가 그 풍캠 집 왼쪽으로 나뭇가지에 매달린 길띠를 보고 길을 찾았는가 싶었는데, 몇 걸음도 못 가 거대한 장벽에 가로막혀 버렸다. 돌아오는 길에 말도 참 많은 택시기사한테 들어서 알게 되었는데, 새 골프장(라싸GC) 도로를 만드느라 그렇게 10m도 넘는 높이에 100m도 훨씬 넘는 긴 길이의 어마무시한 축대를 만들어 놓은 것이었다. 나쁜 놈들이지. 그렇다면 입구에 안내문을 설치해 주든가 새로 길을 내주든가 해야 했는데, 그런 노력이 전혀 보이질 않는다. 어쩔 수 없이 반대쪽 가평군 북면의 강씨봉자연휴양림 쪽으로 자동차를 타고 이동한다. 강씨봉휴양림은 2구간 때에 내려왔던 곳이다. 야간에 2시간 넘게 여기까지 달려 왔는데, 더 운전을 해야 한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40㎞가 훨씬 넘는 거리에 구불구불한 도로여서 1시간 넘게 걸렸다. 오늘 종주를 끝내고 택시를 불러 돌아갈 일이 걱정된다. 결국은 2시간 20분을 허비하고 07시 20분이 돼서야 오늘 종주를 시작하게 되었다. 오늘도 일찍 끝나기는 틀렸다. 종주를 끝내고 화현고개 47번국도 봉수교차로 군부대 앞에서 일동 택시를 불렀다. 어렵사리 목적지 주소를 찾아 내비를 찍고 반대쪽 강씨봉휴양림 쪽으로 가는데 택시기사가 놀라 자빠진다. 거리가 무려 60㎞를 넘고, 요금도 만만치 않을 것이란다. 그래도 어쩔 수 있나. 처음부터 우려했던 일이 현실이 된 것이다. 돌아가는 길이 참 멀다. 택시를 이렇게 장시간 타 본 일이 없다. 이런 불상사를 막기 위해 산행 전에 대비를 철저히 한다고 하는데, 하고나면 미흡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닌 것을 늘 발견하게 된다. 오늘도 인생을 배웠다 치고 뼈아픈 경험으로 간직한다.

󰂈 강씨봉자연휴양림에서 도성고개까지 임도가 잘 정비되어 있다. 자작나무 숲도 가지치기를 잘 해 놓았다. 도성고개까지 거리 3.6㎞, 시간 46분, 평균시속 4.7이 나왔다. 잣나무 숲이 푸르다. 강씨봉 오름길에 조금 눈이 녹아 얼어 있다. 걱정할 수준은 아니다. 정상(830m)에 포천과 가평 양방향으로 전망 안내도가 설치되어 있고, 강씨봉 유래담도 소개해 놓았다. 오뚜기고개까지 길이 참 매끈하고 부드럽다. 이곳은 전에 강씨봉고개라고 했는데, 오뚜기부대에서 길을 낸 다음에는 오뚜기고개라고 했다고 한다. 높은 석축 위에 세워놓은 고갯마루비 ‘오뚜기嶺’이 인상적이다. 오뚜기카레도 아니고 처음부터 ‘오뚝이고개’라고 했으면 좋았을 텐데. 눈 비탈을 조금 오르니 귀목봉(→1.4㎞) 갈림길이다. 일행이 있어 여길 다녀올 엄두를 내지 못한다. 멀리 조금 뾰족하게 보이는 봉우리가 청계산(849.1m)이다. 시나브로가 물은 100대 명산에 속하는 청계산은 이곳이 아니고 서울 근교의 청계산(618m)을 말하는 것이다. 그 청계산도 사실은 산림청 선정 100대 명산엔 들어있질 않고, 블랙야크 명산100 탐방 인증 산에 속할 뿐이다. 청계산에서 내려가는 길이 가파르고 미끄럽다. 길마재 왼쪽으로는 철조망이 쳐져 있는데, 용도를 모르겠다. 길마봉의 암봉 산세가 아름답다. 로프가 설치돼 있어 산행의 안전을 지켜주기는 하지만 자연의 아름다움을 조금은 해치는 것 같다. 이곳은 특히 암송(巖松)이 절경이다. 정상에는 마루석이라고 하면서 ‘길매봉 735m’라고 새겼다. ‘마루석’보다는 ‘산마루비’가, ‘길매봉’보다는 ‘길마봉’이 낫지 않을까 싶다. 노채고개 큰 도로를 건너 오른 산이 원통산이다. 산마루비가 산고(山高) 표시도 없이 소박하다. 얼마쯤 가니 또 노채고개가 있다. 반바지님은 이곳에 ‘舊노채고개 435m’라고 표시해 놓았다. 여기서 두 명의 거동 수상자를 만났다. 금속탐지기로 옛날 동전을 찾고 있다고 했다. 정말로 이상한 행동이다. 또 안부 같지도 않은 곳에 반바지님은 여기에 ‘숯고개 545m’ 표시를 해 놓았다. 운악산 서봉 가는 길이 생각보다 길고 멀다. 길이 헷갈려, 아니 길띠를 놓쳐 조금 알바를 하기도 했다. 이 기암괴석이 아기바위인가. 암릉 구간 빙판길을 길게 우회하여 간신히 서봉에 오른다. 산마루비가 마치 묘비 같다. ‘포천 한북정맥 등산 안내도’가 자세하다. 시나브로를 기다리며 지형도와 정맥길을 머릿속에 꿴다. 해가 기울고 있다. 팔굽혀펴기를 하며 살갗에 닿는 쌀쌀함을 피해 본다. 운악산 동봉에는 포천시와 가평군에서 각각 세운 두 개의 산마루비가 나란하다. 이제 47번국도까지 내려가기만 하면 된다. 남근석도 보고 철암재를 건너고 군부대 철조망 옆으로 해서 도로에 내려선다. 좌측 도로를 따라 부대 앞 지하차도 있는 곳까지 간다. 이곳이 화현고개라는 표시는 볼 수 없다. 지도에는 봉수교차로로 나온다. 다음번에는 이 지하도를 건너 오른쪽 방향으로 해서 수원산을 가면 될 것 같다. 오늘의 하이라이트는 길매봉 암송과 운악산 암봉 우회로로 기억한다.

* 강씨봉 : 궁예의 부인인 강 씨가 아들과 숨어들어 집성촌을 이룬 곳이라는 전설이 있다. 이와 같이 어떤 여인의 이름과 관련한 지명은 충남 예산의 곽씨봉(245.3m), 전남 순천의 박씨봉(504.9m) 등이 더 있다.

* 노채고개 : 원통산(576.2m)과 607m봉 사이의 잘록이(산줄기의 잘록한 곳)로 339번지방도가 지나는 고개다. ‘노채고개’의 ‘노채’는 ‘노치’의 변한말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백두대간 상에 있는 전라북도 남원시 주천면 덕치리의 ‘노치마을’의 ‘노치(蘆峙)’가 떠오른다. ‘노치’는 고유어 이름 ‘갈재’에 대응된다.

* 화현고개 : ‘화현(花峴)’은 백두대간상의 ‘고치령(古峙嶺)’과 같은 뜻을 지닌 말이다. ‘고치령’은 ‘곶[串]+치[峙]’로 구성된 말이 ‘고치’가 된 것을 한자로 ‘古峙’로 적고 ‘고개’를 뜻하는 ‘嶺’을 덧붙인 것이다. 이와는 다르게 ‘화현’은 ‘곶’을 동음의 ‘꽃’을 나타내는 한자 ‘花’로, ‘치’를 동의의 ‘峴’으로 한자화한 것이다. ‘곶치’는 ‘높은 고개’라는 뜻이겠다. 결국은 우리말 ‘곶치’가 ‘고치령’과 ‘화현(고개)’으로 분화한 것이다.

󰁋 한북정맥 제4구간(화현고개～축석령) 31㎞

󰂈 2020.03.11.(수) 새벽에는 찬바람이 불고 손끝이 시려 고생. 낮에는 맑은 하늘에 따뜻한 햇볕까지 양달 잔디밭에서 휴식도 취함.

󰂈 코스 : 화현고개/맹호부대 앞 지하차도(우)～443.6봉(명덕봉)～명덕3거리/56번도로～수원산(709.7)～불정산(641m)～국사봉(574m)～육사생도 6.25 참전 기념비/큰넓고개/87번국도～작은넓고개～죽엽산(601m)～비득재(254m)/383지방도/생태이동통로～고모산/노고산(380m)～다름고개/98번도로～축석령(200m)/43번국도

󰂈 전체거리 30.58㎞/전체시간 10:12/평균 3.4㎞/h

󰂈 전체적으로는 쉽고 편한 길이었다. 적당히 쌀쌀한 날씨에 땀도 나지 않고 비교적 쾌적한 상태로 걸을 수 있었다. 그러나 군부대 철책을 따라 걷는 길이 너무 많아서 지루했다. 특히 날머리 축석령에 닿기 전에는 정맥길을 두고 빙빙 돌아 오르락내리락 하는 곳이 많아 지겨웠다. 수원산 안내도가 있는 전망대에 올라서는 서쪽으로 군부대 철조망 위에 걸터앉은 보름달을 보았는데, 정상을 밟고 돌아 내려와서는 동쪽으로 크고 맑은 해돋이를 보게 되었다. 타이밍이 만들어낸 일월(日月)의 걸작이었다. 불정산(641m) 바위 위에 올라섰을 때는 뜻하지 않게 북한산군을 보게 되어 설렜다. 국사봉(574m)은 예상 외로 높지도 않고 밋밋하다. 큰넙고개에서는 공장지대에 길이 막혀 작은넙고개까지 큰 도로를 따라 우회할 수밖에 없었다. 죽엽산으로 가는 길 터널 위를 지나는 길에 소나무 수간주사를 놓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왼쪽 사면의 잣나무 군락이 질서정연한 모습이다. 죽엽산 정상(601m)에서 독특한 풍경을 느낀다. 작고 하얀 산마루비와 아주 키 큰 소나무 군락의 대조가 인상적이다. 오늘의 하이라이트는 고모산성을 넘고 묘원을 지나면서 바라보는, 수락산과 도봉산을 포함한 북한산군의 웅장한 모습이었다. 수락지맥분기점(215m)에서 산패를 바라보면서 언젠가는 이 길도 걷겠지 꿈꾼다. 날머리 축석령은 꽤 번화한 곳이네. 여기까지 오면서 ‘축석’을 ‘돌을 쌓다’라는 뜻의 ‘築石’으로만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바위한테 빌었다는 전설과 관련된 ‘祝石’이라는 것에 사실 조금 놀람. 동행 시나브로가 몸이 성해져서 얼른 다음 구간을 진행해야 할 텐데…….

* 넓고개 : ‘큰넓고개’, ‘작은넓고개’ 등의 ‘넓고개’는 형태소 그대로 ‘넓은 고개’라는 뜻이다. 앞가지 ‘넓-’은 ‘넙-/넉-’[廣] 등으로 형태가 고정되고, 더 나아가서는 ‘넋’이 되기도 한다. ‘넓티’가 ‘넙티’, ‘넉티’가 되고, 심지어는 ‘넋티’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형태 변화는 보통명사 ‘넙가래＞넉가래’, 속지명 ‘넙골＞넉골’ 등에서도 확인된다.

* 비득재 : 고모리로 통하는 장령(長嶺)의 모습이 흡사 ‘비둘기’가 나는 모습과 같다 하여 ‘비득재’라 일컫는다는 설명이다. 한자어로는 ‘구현(鳩峴)’이라고 한다. ‘비둘기’가 ‘비득’으로 반영되었다는 말인가. 좀 억지스러움이 있다.

* 노고산(380m) : ‘노고산’의 ‘노고’는 지리산 ‘노고단(老姑壇)’의 ‘노고’와 같은 말이 아닐까 하는 생각. ‘큰 산’이라는 뜻의 ‘한뫼’가 ‘할미’로 발음되고, 이것을 한문으로 그럴싸하게 ‘노고(老姑)’로 바꾼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 전국적으로 ‘노고산’이라는 이름을 단 산이 산재해 있다. 한북정맥 다음 제6구간에도 동명의 ‘노고산(496m)’이 있다.

󰁋 한북정맥 제5구간(축석고개～울대고개) 32.5㎞

󰂈 2020.03.18.(수) 미세먼지 가득해 시야가 좋지 않은 날

󰂈 전체거리 : 32.5㎞/전체시간 09:40/평균 3.7㎞/h

󰂈 코스 : 축석고개(04:40)～천보산3보루～백석이고개～골프장 철책～오리동고개 변강쇠가든～나리공원～농협하나로마트 주차장～군부대 철책～큰테미산(219m)～한승아파트～택지 조성지～샘내고개(85m/3번국도)～도락산 갈림길～청엽골고개～불곡산 임꺽정봉(449.5m)～백석삼거리(오산삼거리)～양주대모산성～작고개(어둔동고개)～호명산(423m)～신주고개(275m)～한강봉(474.8m)～오두지맥 분기점(440m)～제일봉(챌봉 526m)～밤고개(315m)～양주항공무선표지소～임도～길음동성당 공원묘원～울대고개(14:20)

󰂈 이른 새벽에 축석교회 주차장을 찾지 못해 잠깐 헤매다가 주택가 공터에 차를 대놓았다. 들머리를 찾아 등로에 오르니 바로 여기에 주차장이 있는 것이 아닌가. 왕방지맥 분기점(287.3m)을 지나고 천보산 3보루(285m)까지 토산(土山) 편안한 길이 이어진다. 돌무더기가 있는 백석이고개를 넘어 천보산 방향으로 직진하니 골프장 철책과 경고문 판떼기가 나타난다. 여기가 원래 정맥길인데 골프장이 정맥길을 막고 이 짓을 한 것이다. 천보산 정상을 향하다가 안 되겠다 생각해서 다시 내려와 이제는 길도 없어진 원래의 정맥길을 탄다. 어렵사리 숲을 헤치고 내려와 골프장(레이크우드 컨트리클럽) 안에 들어선다. 골프장 맨 갓길을 타고 돌아 울타리를 넘고 오리동고개 변강쇠가든을 지난다. 여기서부터 아주 긴 양주시 도읍 시가지를 관통한다. 미세먼지로 시야도 좋지 않고 매캐한 냄새가 조금 괴롭다. 농협하나로마트 큰 주차장을 지나서야 드디어 산으로 들어설 수 있었다. 마을 뒷산은 군부대 철책이 둘러싸고 있다. 철책 앞에서 우회전하여 이제 첫 번째 산이랄 수 있는 큰테미산에 닿았다. 본래의 큰테미산 정상은 군부대가 점령하고 있어 이곳에다 정상 표시를 해 놓았다. 그런데 여기는 등산 배지를 주지 않는다. 우측 길로 내려와 한승아파트를 향한다. 멀리 불곡산이 보인다. 1시 방향 봉우리가 임꺽정봉이다. 한승아파트 좌측으로 비껴 가 국철1호선 밑을 통과한다. 한승아파트 주변으로 대단위 건설 공사가 한창이다. 정맥길은 또 끊겼다. 덤프트럭 사이를 한참 헤집고 나서야 샘내고개에 이르렀다. 이 고개는 경기도 양주시 산북동에서 덕계동으로 넘어가는 고개다. 산경표 식으로 말하자면 샘내고개를 경계로 하여 북쪽으로 흐르는 물은 임진강으로 흘러 들어가고, 남쪽으로 흐르는 물은 한강과 합류한다. 산자분수령(山自分水嶺)을 다시 떠올린다. 이곳부터는 도락산(439.8m) 구역이다. 양주 도락산(道樂山)은 두락산(頭落山), 돌압산(突壓山), 돌압산(突押山), 돌앞산, 노락산 등 전해지는 이름도 많아 지명 연구에 흥미를 더한다. 도락산 정상은 정맥길에서 벗어나 있다. 도락산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길을 잡아 큰 임도를 타고 내려오면 수목장이 있고 군부대 장갑차 훈련장이 있는 청엽골고개다. 여기서 다시 좌틀하여 하늘계단 수목장 입구까지 간 다음 오른쪽으로 하얀 임꺽정봉을 바라보며 산비탈을 탄다. 불곡산 임꺽정봉은 암봉으로 된비알을 올라야 한다. 여기서 오늘 처음 이마에 땀방울이 맺힌다. 임꺽정봉에서는 전망이 아주 좋다. 임꺽정봉에서 잠시 휴게와 전망을 마치고 되돌아서 철계단을 타고 내려와 백석삼거리/오산삼거리를 향한다. 여기서 바라본 불곡산은 청엽골에서 바라본 불곡산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양주대모산성에서는 양주의 진산인 불곡산(佛谷山)의 전모가 드러난다. 산성 정상부는 잡초가 무성하고 흐트러진 모습인데 한쪽에서는 유물 발굴 작업이 한창이다. 성터가 남아 있는 작고개에는 어둔골 손두부집이 있어 식욕을 일게 한다. 그러나 싸 온 것을 소진해야 하기에 그냥 견디고 간다. 호명산(虎鳴山) 정상에는 안내판이 잘 돼 있다. 이 산에는 얼마나 한 호랑이가 있었기에 호명산이라고 했을까. 이제 울대고개까지는 8.7㎞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포장된 임도 신주고개로 내려섰다가 다시 한강봉을 오른다. 고갯마루에서는 산판일이 한창이다. 한강봉의 팔각정 한강정에서는 날씨가 좋지 않아 한강을 바라볼 수는 없었다. 오늘 경관은 미세먼지 탓으로 대체로 별로다. 오두지맥 분기점에는 지맥 쪽으로 길띠가 많이 달려 있어 길이 헷갈릴 염려가 있다. 제일봉 산마루비가 돌무더기 위에 세워져 있다. 지도에는 ‘챌봉’으로 표시돼 있는데 와서 보니 ‘제일봉’이다. 아마도 ‘제일봉＞젤봉＞첼봉＞챌봉’으로 산이름이 옮겨졌을 것이다. 제일봉은 해발 526m로 오늘 한북정맥에서 최고봉이다. 밤고개로 내려오면서 설치한 지 오래된 여러 작품들을 볼 수 있다. 고갯마루에 설치된 ‘비상(飛上)’이란 작품이 특별히 눈에 띈다. 앞으로 남은 봉우리는 조그만 것 두세 개뿐이다. 항공무선표지소에서는 사람들이 무슨 작업인가를 하고 있다. 철책을 지나고 임도를 잠시 걸은 다음 다시 산길로 접어든다. 묘원 좌측 길을 조금 따르다가 왼쪽으로 방향을 잡아 능선을 타고 내려온다. 그러면 오늘의 날머리 양주시 장흥면 울대리, 길음동성당묘원 입구에 닿는다. 여기는 의정부와 양주를 잇는 39번국도 고갯마루다. ‘선비잡이콩이랑’ 식당에 들러 시나브로를 기다리면서 배터리 충전도 하고 두부김치에 막걸리 한 사발을 들이켠다. 오늘 다섯 번째 한북정맥길은 32.5㎞로 꽤 길었지만 대체로 흙산이고 가풀막지질 않아 편안한 걸음을 걸을 수 있었다.

󰂈 ‘작고개’는 ‘잣고개’가 변한 이름이다. ‘잣’은 ‘성(城)’을 가리키는 고유어다. ‘성이 있는 고개’라 하여 ‘잣고개’인데, ‘잣＞작’으로 음운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 울대고개는 양주시 장흥면 울대리에서 의정부시 가능동으로 넘어가는 고개다. 옛 문헌에 울대현(鬱岱峴), 울치(鬱峙), 울현(鬱峴) 등으로 나온다. 이 고개가 있는 마을 속지명은 ‘울띄’다. ‘울띄’는 ‘울티’가 변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남도 보령시의 청라면 장현리(長峴里)에도 동일 속지명이 남아 있다. 울대고개 남쪽으로 사패산과 도봉산, 삼각산이 있다. 현재 울대고개에는 ‘호국로’라는 왕복 5차선 도로가 놓여 있으며, 그 옆으로 고양시와 의정부시 사이를 운행하는 교외선 철로가 놓여 있다. 

󰁋 한북정맥 제6구간(울대고개～지축고개) 27㎞

󰂈 2020.03.24.(화) 오전 맑은 편, 오후 약간 미세먼지, 한낮 20℃ 안팎 이른 무더위.

󰂈 코스 : 울대고개~사패산~사패능선～포대능선~신선대(자운봉)~도봉주능선~우이암~우이령~상장능선~상장봉~솔고개～노고산～중고개～옥녀봉～지축고개/빵이 맛있는 집

󰂈 전체거리 26.93㎞/전체시간 11:39/평균 2.6㎞/h

󰂈 들머리 울대고개 버스승강장에서 출발해 2.7㎞ 지점 사패산 정상(552m)에 오른다. 여명이 밝기도 전에 올라선 암봉의 정상부는 너르고 전망도 뛰어나다. 사패산(賜牌山)의 이전 이름이 갓바위산 또는 삿갓산이었던 이유를 산정의 모양을 통해서 짐작할 만하다. 사패능선 오른쪽 사면으로 고사한 나무들이 많이 보인다. 등성이는 발길에 많이 패었다. 시원스레 산불감시초소 봉우리에 올랐다. 일부러 때를 맞추기라도 한 것처럼 마침 수락산 뒤로 붉은 태양이 솟아오르려 한다. 이 장관을 놓칠 수 없어 한참을 머물렀다. 포대능선에서는 사방으로 조망이 탁 트였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선인봉(708m), 만장봉(718m), 자운봉(739.5m) 삼봉을 다각도로 보게 된다. 아무도 없는 시간에 홀로 Y계곡 로프에 매달리는 맛이 짜릿하다. 최고봉인 자운봉을 오를 수 없으니 대신에 신선대(726m)에 올라 코앞에서 자운봉을 마주본다. 오늘 아침 아무도 없는 이곳에서 나는 정말 신선이 된 것 같다. 여기서 그대로 머물고만 싶다. 도봉주능선을 타면서 오른쪽 옆구리에 오봉(五峯)을 끼고 우이암(牛耳巖 542m)을 향한다. 우이암 못 미쳐 앞 봉우리에서 내려와 출입금지구역을 넘어 소귀고개 우이령으로 내린다. 우이령에는 영문으로 된 고갯마루비가 눈에 띈다. 다른 글자는 모르겠고 ‘PASS’만 보인다. ‘PASS’는 우리말 ‘고개’의 개념을 가장 잘 설명해 주는 영단어다. 우이령에서 잠깐 된비알을 오르고 두 개의 암봉을 비껴가며 상장능선을 탄다. 계속해서 멀찌감치 바라보이는 오봉의 면모가 바라볼 때마다 조금씩 변신을 한다. 왼쪽에 있는 삼각산(三角山)도 내가 걸음을 옮길 때마다 다채롭게 여러 모습을 보여준다. 백운대(836.5m), 인수봉(810.5m), 만경대(787m)의 높은 세 봉우리가 말 그대로 뿔처럼 솟아 있다. 상장능선은 좌우로 삼각산과 오봉의 경계를 이룬다. 암봉의 위세가 대단해서 왼쪽으로 우회로를 탔다가 다시 상장봉(543m)에 갔으나 배지만 받고 정상은 올라보지 못하고 돌아섰다. 아쉬움을 달래며 솔고개로 내려섰다. 솔고개부터 노고산 정상까지는 대부분 예비군훈련장 울타리를 따라가야 한다. 정상으로 향하는 시멘트 포장도로를 걸어 오를 때는 한낮 햇볕에 벌써 여름기온을 느꼈다. 노고산의 산마루비는 군부대 아래에 놓여 있다. 바위 위에서의 삼각산 전망이 아주 좋다. 지난겨울에 했던 북한산 12성문 종주 코스도 한눈에 든다. 중고개에는 중고개 이야기 안내판이 있고, 옥녀봉까지 0.35㎞, 삼송역까지 4.09㎞를 알리는 길말뚝이 세워져 있다. 옥녀봉 정상(205m)도 역시 군부대가 점령하고 있다. 울타리 보수 작업과 울타리 바깥 등산로에서 가지치기 작업이 한창이다. 울타리를 타고 내려와서 다시 조그만 구릉을 넘고 큰 도로로 내려서면 오금상촌공원이 있다. 이제는 정말 다 온 것 같다. 여기서부터 삼송역 방향으로 낮은 산책로를 따라 숫돌고개까지 3㎞ 정도 가면 오늘의 날머리 숫돌고개다. 오늘은 동행 시나브로가 몸 상태가 너무 안 좋아 시간이 많이 걸렸다. 나는 천천히 가는 법을 익히느라 맘이 무척 힘들었다. 시나브로가 얼른 몸을 정상으로 만들어야 한북정맥 종주를 완료할 텐데 걱정이다.

󰂈 중고개 유감 : ‘중고개’라는 이름은 정말 스님들이 이곳을 자주 넘어 다녀서 붙은 이름일까. 백두대간에도 동명의 ‘중재=중고개=중고개재’가 있다. 이 고개 밑에 큰 절이라도 있다면 정말로 그럴싸한 얘기가 될 텐데. ‘중고개’의 ‘중’은 오히려 ‘가운데’를 뜻하는 한자어 ‘중(中)’이 아닐까. ‘가운데’에 있는 고개, ‘사이’에 있는 고개 정도로 생각하면 좋을 듯한데. 유감이다.

󰁋 한북정맥 제7구간(지축고개～공릉천) 33㎞

󰂈 2020.03.28.(토) 3월말에 장갑을 끼지 않아도 된 포근한 날씨. 시내를 관통하느라 지루했고, 공사 차량이 일으킨 많은 먼지 때문에 코가 막혀 어려웠음.

󰂈 코스 : 지축고개/빵이 맛있는 집～숫돌고개(1번국도)/독립문부대～삼각점(84m)～농협대～허브랜드～보리밥집～한국스카우트연맹 중앙훈련원～서울외곽순환고속국도 지하통로～39번국도～철로～탄약중대 앞 도로～공양왕릉～전주이씨 묘역～군부대 철책～견달산(132m)～문봉동재(81번도로)～성석동고개～만경사～영천사～고봉산(208m) 헬기장～고봉정～중산고개(98번국도)～금정굴～탄현고개～큰마을아파트～가재울공원～핑고개～장명산(102m)～공릉천

󰂈 전체거리 32.8㎞/전체시간 09:13/평균 3.9㎞/h

󰂈 한북정맥 마지막 구간은 볼거리도 별로고 재미도 없는 구간이다. 역시 군부대 철책을 따라야 하고, 긴 도로를 걸어야 하고, 도심을 통과해야 한다. 그나마 산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은 견달산(132m)과 고봉산(208m) 두 곳뿐이다. 마지막 장명산(102m)은 공장들과 공사판으로 길도 없어지고 황량하기만 하다. 임진강으로 흘러드는 한북정맥의 끄트머리 공릉천에서도 기대했던 정맥길의 낭만 따위는 전혀 느끼지 못했다. 덤프트럭이 수없이 다녀 걷기조차 불편했다. 어쨌든 한북정맥 종주를 완성했다는 것으로 만족해야만 했다. …… 삼송역 근처에서 돌고 돌아 어렵사리 지축고개 ‘빵이 맛있는 집’을 찾아 주차했다. 생태이동통로가 건너지른 국도1호선을 넘으니 독립문부대가 나타난다. 여기가 진짜 숫돌고개다. 독립문부대 왼쪽 철책로를 따르다가 벗어나, 정맥길을 막은 골프장을 비껴 오래도록 도로를 걷는다. 농협대 정문은 차단막으로 닫혀 있다. 쓰러진 허브랜드는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게 한다. 오른쪽으로는 서삼릉 묘역인가 보다. 보리밥집 영업시간은 11시 이후로 돼 있다. 한국스카우트연맹 중앙훈련원 입구를 지나치고 나니 도로 건설 현장이 다시 정맥길을 파헤쳐 놓았다. 서울외곽순환고속국도 지하통로를 통과하자마자 좌회전하여 39번국도를 건넌다. 농장 안으로 들어갔다가 철길을 넘으면 또 다시 도로를 만난다. 군부대 앞으로 진행하다가 만두집 앞에서 좌회전하여 공양왕릉을 향한다. 전주이씨 묘역을 지난 다음 다시 군부대 철책을 따른다. 터널 공사가 한창인 곳이 바로 견달산이다. 오늘 처음으로 산길에 든다. 견달산 이야기 안내판에 따르면 견달산은 현달산, 번달산 등으로도 불리는데, 고양시에서 공식적으로 견달산으로 정했다고 한다. 아마도 ‘見達山’의 ‘見’을 ‘견’ 또는 ‘현’으로 읽음으로써 ‘견달산’도 되고 ‘현달산’도 되었을 것이다. 이것이 또 ‘번달산’으로도 와전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견달산에서 내려오면 문봉동재다. 마을길로 접어들었다가 다시 군부대 철책을 지나 성석동고갯마루에 닿는다. 여기서 시나브로는 택시를 불러 타고 차를 회수하러 갔다. ‘빵이 맛있는 집’에서 무조선 차를 빼라고 하도 전간(癲癎)을 해댔기 때문이다. 그 덕에 나는 시간 여유가 생겨 근처에 있는 고봉산시래기에 들러 막걸리를 마실 수 있었다. 시나브로가 돌아올 시간에 맞춰 다시 걸음을 재우친다. 만경사를 거쳐 영천사까지 시멘트길을 따른다. 고봉산 정상은 역시 군부대가 점령했다. 고봉산 산마루비(208m)는 한참 밑에 놓여 있다. 안내판에 따르면 고봉산은 고양시 일산, 벽제 지역을 대표하는 주산(主山)이며, 일명 ‘테미산’, ‘성산(城山)’이라 부른다고 한다. ‘테미’는 ‘테뫼’가 변한 말이며, ‘테뫼’는 축성(築城) 방식의 하나이므로 ‘테미산=성산’의 등식이 성립한다고 하겠다. 고봉정(高峰亭)을 바라본 다음 98번국도 중산고개로 내려왔다가 언덕을 조금 오르면 금정굴 6․25 민간인 희생자 유해 발굴 현장이다. 탄현고개에서 큰마을아파트 단지를 지나면 이제 운정동 시내를 관통해야 한다. ‘북경짜장 2900원’이 눈에 띈다. 간단하게 ‘짜장면+참이슬’로 요기하고 가재울공원도 지난다. 코로나19로 인해 방콕에 시달렸던 청소년들이 많이들 공원에 나와 놀고 있다. 시내에서 철조망에 가로막혀 삥 돌기도 했지만 어렵지 않게 장명산 바로 턱밑 핑고개에 이르렀다. 공장 틈을 뚫고 장명산(長命山)을 찾아 오르니 여기도 공사판이다. 기계소리가 시끄럽고 흙먼지가 많아 등산 배지만 받고 바로 내려온다. 공릉천까지 가야 한북정맥 종주가 완성된다. 공릉천(恭陵川)은 챌봉(516m) 남쪽 계곡에서 발원하여 경기도 양주시·고양시·파주시를 서류하여 한강에 흘러드는 강이다. 공릉천으로 내려갔다가 한북정맥 종주를 마무리하며 정리하고 되돌아볼 여유도 없이 덤프트럭을 피해 귀갓길을 서둘렀다. 이렇게 한북정맥 일곱 구간이 정리되는구나. 감회가 무량하다.

[산나그네]

형님
수고하셧읍니다

[순돌이]

정맥팀이 가야 할 곳 이네요.
완주축하드리고 수고하셨습니다.

[꼬게]

요즘조용하다 싶었는데..역시나
고생많으셨습니다 ..산행기도 잘보구갑니다

[시나브로]

고생 많이 했습니다

[석정(공석준)]

한북정맥 일곱구간 산행! ~~~
두 분 고생 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