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코스에 이어 이번 코스도 거리가 녹록지 않다. 지난 번은 20.Km, 이번 코스는 19.3Km다. 난이도가 보통이라서 소요시간은 6시간을 예상한다. 거인 산악회 버스는 내포문화숲길방문자센터 앞의 주차장에 정차한다. 지난 4코스는 나홀로 트레킹을 했다. 아미산 둘레길에 있는 5코스 안내판에서 아미산행복교육원(현재는 당진외국어교육센터)을 경유하여 이곳에서 시내버스를 탔기에 낯설지 않다. 날씨는 옅은 구름이 낀 편이고 미세먼지는 매우 좋은 상황이다.
막독 팀장으로 부터 차량 안내 주의 사항을 듣고 언덕을 올라 청룡저수지와 교육원을 경유하여 아미산 둘레길에 있는 5코스의 안내판에 도착한다. 두루누비앱을 키고 다시 지선5코스의 QR 코드를 인증한다. 5코스 스탬프는 지난 주에 4코스를 끝내면서 종점인 이곳에서 획득하였기에 이번에는 인증만 추가된다. 둘레길은 경사가 있는 오름이다. 그러나 산이 낮기에 잠시만 힘이드는 그런 구간이다.
길 바닥에는 낙엽들이 쌓여 있어서 가을은 이미 눈 앞에 와 있음을 알려 주고 있다. 줄기가 굵은 벚나무는 이미 잎사귀가 다 떨어졌지만 한참 자라고 있는 줄기가 가느다란 나무들은 생존을 위해 안감힘을 쓰는 것인지 아직은 녹색의 나뭇잎들이 가지마다 약간은 붙어있다. 스산한 가을다운 분위기를 풍기며 휘돌아 오르는 둘레길이 오히여 계절에 맞아 떨어지니 걷는 정경이 아름답기만 하다. 조만간 한겨울에 흰 눈이 내린다면 이 길이 얼마나 더 멋지고 운치가 있을지 상상해 본다. 발걸음이 무거워 질 수 없는 상황이다.
아미산으로 오르는 샛길이 나온다. 400m만 오르면 정상이다. 아미산 정상은 당진9경에 포함된다. 정상에 있는 아미정자에서 내포땅인 당진의 아름다운 풍광을 볼 수 있다. 일행 중에 정상으로 간 분이 없는 것 같아 무을님, 명사포님과 함께 계속 둘레길을 따른다. 정상에서 하산하면 이 둘레길과 다시 만날 것 같아서 잠시 정상에 대한 갈등이 있지만 금방 잊고 지선 길에 집중한다. 잘 만들어진 약수터는 수질검사에서 음용 부적합으로 판정받아 물만 흘러 내리고 있지만 주변은 깨끗한 편이다. 약수터 옆에 세워논 김규동 시인의 싯귀가 마음에 와 닿는다.
가는 데까지 가거라
가다 막히면
앉아서 쉬거라
쉬다보면
새로운 길이 보이리
임도 안내문을 바라본다. 아미산과 몽산을 주변으로 30년에 걸쳐 약 18Km를 만들었다. 아미산 정상에서 하산하며 지선으로 이용하는 임도와 연결되고 다시 등산로를 따라 몽산까지 갈 수 있다. 사전에 지선과 이 등산로를 공부했으면 지선을 걷지 않고 아미산에서 몽산까지 걸었을까? 길은 점점 마음에 들게 만든다. 임도는 차량이 다닐 수 있는 듯 바퀴 흔적이 두 줄로 나 있고 힘차게 뻗은 벚나무들이 임도 좌우로 도열하고 있다. 이런 길은 피로를 한번에 날려 버리고 걷는 사람을 신바람나게 만든다. 내포문화숲길의 이정표를 자세히 바라보니 이곳은 백제부흥군길 9코스다. 지난 지선4코스는 대부분 원효깨달음길이었는데 아미산 자락 부터는 코스 이름이 이렇게 바뀌었다.
어느 순간부터 벚나무는 아니 보이고 하얀 자작나무가 보이기 시작한다. 군락을 이루고 있는 것은 아니고 임도 옆으로만 심어져 있다. 아미산 자작나무길로 명명된 안내판을 본다. 일자는 적혀 있지 않지만 20년 전에 조성되었다고 한다. 자작나무에서는 박하향이 나는 모양이다. 냄새를 잘 맡지 못하니 전혀 그 향을 느끼지 못했다. 누군가가 인제의 자작나무숲에서 뿜어내는 박하향을 노래해도 그걸 공감할 수 없는게 이제는 마음을 아프게 한다. 그러니 청력을 잃은 베토벤이 합창교향곡을 작곡했으니 음악의 성인이라는 말을 듣는 것이다. 안내판에 써 있듯이 벚나무가 즐비한 이곳에 자작나무 길은 아미산의 둘레길을 한 차원 업그레이드했다는 것은 어느 정도 순응된다. 20년이 된 자작나무의 줄기는 벚나무에 비해서는 아직 여린 듯이 보이지만 그래도 둘레길을 걷는 즐거움은 묻어난다.
아미산을 오르는 길이 다시 나온다. 정상이 100m 정도 조금 가까워졌지만 지선길을 계속 걷는다. 일제시대 때 금을 캐던 폐광인 금광 동굴을 지나면 잘 가꾸고 있는 어느 가족 묘지를 만나는데 무덤 앞으로 모처럼 조망이 시원하다. 멀리 산 능선 위에 송신탑이 보인다. 해미 인근을 지날 때 자주 보이던 가야산이다. 내포 지방이 평야 지대라서 해발이 600m 급이라 해도 멀리서도 잘 보인다. 자작나무쉼터에서 쉬지 않고 길을 재촉한다. 명사포님은 계단을 타고 약간 언덕진 정자 앞으로 올라간다. 봄에는 이 경사면에 진달래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곳이다. 두을님과 함께 둘레길로 걷는다. 정자에 올라도 나무들에 가려 조망이 없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명사포님은 시 한 편을 보고 왔다고 전한다.
송학2리마을회관과 연결되는 쇠학골삼거리가 나온다. 오래된 아담한 정자가 있고 길은 여기서 임도를 버리고 몽산으로 오르는 등산로로 접어든다. 누군가의 무덤이 보이는데 봉분 일부분이 파헤쳐 있다. 멧돼지의 소행일까. 낙옆이 짚게 깔려 발바닥이 푹신하게 느껴지는 능선을 어느정도 걷고나면 돌들이 쌓여 있는 소도 천제당 유적지가 나오고 다소 넓은 평편한 공간이 있다. 선두 일행이 쉬고 있다. 소도를 오랜만에 듣는다. 삼한 때 천신에게 제사를 지내던 곳을 의미하는데 죄인이 이곳으로 도망 올 경우 잡아가지 못했고 지금도 보이는 마을 어귀에 세워놓은 솟대가 여기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여러가지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성곽과 성문, 면천면의 자료 등등. 이근배 시인의 '풀밭에서'와 박만진의 '그것도 꿈인데'의 시구 일부도 있다. 선두는 몽산 정상으로 이미 이동하였다. 우리는 좀 더 둘러본 후에 아주 가까이에 있는 몽산에 도착한다. 군자정이 1.3Km에 남았다고 알려주는 이정표 기둥 위에 몽산 정상을 표시한사각형의 표지판이 있다. 해발 299m. 마침 윤승한/유경우 선배님도 계셔서 단체사진을 남기고 하산한다.
길은 좌측으로 돌아간다. 정해석 선두대장님이 바닥에 깔아둔 종이 표시기가 길잡이를 한다. 조금만 신경을 안쓰면 직진할 곳이다. 능선 아래로 묘지가 나오고 구릉따라 무덤은 산기슭으로 내려 가는데 그 좌우로 작은 계곡이 있어서 평지에서 보면 명당의 구조를 갖춘 것으로 보일 것 같다. 산자락 너머에는 면천면의 평야 지대가 펼쳐진다. 아미산에서 몽산을 지나 이곳까지 오면서 두 번째로 열어준 전경이다. 묘지 앞을 나무로 가릴 수는 없으니 그나마 이렇게 내포지방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우측 안쪽으로 보이는 저수지가 백곡지로 여겨진다. 그 인근에 면천읍성이 있을 것이지만 분간하기는 어렵다. 산길을 내려서면 임도를 만나고 조금전에 보았던 묘지 옆으로 내려간다. 길은 임도로 들어간다. 구절산 입구를 지나면서 길 좌우로 아미산 둘레길에서 보았던 아름드리벚나무와 함께 한다. 아~ 좋다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벚꽃이 피는 봄에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 지 궁금하다. 이렇게 분위기 좋은 임도 위에 두 줄의 평행선이 스친다. 차량 흔적으로 보이는데 산불방지를 위한 업무 차량이 이곳을 지나간 듯하다.
한참을 걷다가 좌측으로 벚나무가 없는 공간이 나온다. 그 공간 너머를 바라보니 살짝 솟구친 산이 보인다. 아미산을 금방 알아본다. 정상에 만들어진 정자가 보인다. 저곳에 올라 내포지역을 바라봐야 당진9경 중 하나의 진가를 알 수 있는데 조금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나홀로 왔으면 당연히 거쳐 갔을 것이다. 계속 아름다운 임도길과 함께 한다. 이곳이 벚꽃 명소로 이름 한번 날릴 것같다. 부근의 면천지역은 진달래꽃이 유명하지만 지금의 둘레길에 보이는 벚나무 정도면 봄에 방문해야 할 관광지로 오래전에 이름이 알려 졌어도 전혀 손색이 없겠다. 봄에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꽃터널 아래를 지나가는 모습을 상상하니 임도 바닥에 쌓인 갈색의 낙옆들이 연분홍의 벚꽃 꽃잎으로 환해진다.
임도는 삼거리를 만나면서 구절산 입구로 알려주는 우측으로 돌아간다. 순성면주민자치위원회에서 어떤 기호를 사용하여 조형물을 설치했는데 설명문이 없어 무슨 의미인지 알 수는 없으나 LOVE를 사용한 포토존은 알아 보겠다. 묘지 아래 트인 공간을 보면 농촌풍경이 다가온다. 어디일까. 저 멀리 강 줄기가 보인다. 위치상으로 볼 때 아산만으로 생각된다. 낮은 야산이지만 대부분 평야지대라서 멀어도 알아본다. 다시 임도 삼거리를 만나면서 좌측의 마을 있는 쪽으로 내려간다. 산비탈에 나무들이 색다르다. 자작나무같이 하늘로 쭉쭉 뻗은 모양이다. 그 나름대로 멋이 살아나는데 나무 이름은 모르겠다. 이런 나무를 황무지나 개간하는 곳에 심으면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찾고 싶은 공간이 될 듯하다.
마을 입구에 있는 삼거리 도로에는 방금 내려온 곳이 구절산 입구라고 알려주고 있고 도로 옆에는 쉴 수 있는 정자가 있다. 안쪽에 붙어 있는 현판을 보니 흑석정이다. 해충기피제를 트레킹화와 바지 아래 쪽에 살짝 뿌려주고 둔군봉 방향으로 길을 나선다. 포장 도로가 나오고 고가도로 같은 형태의 수로가 도로 옆에 설치되어 있고 검은들마을 이라는 마을 표지판이 입구에 서 있다. 막독 팀장이 차량을 조심하라고 했던 곳이다. 횡단보도가 없는 곳이라서 좌우를 잘 살피며 도로를 건너 좁은 마을 길로 들어간다. 이곳 들녘에는 그동안 잘 보이지 않았던 비닐하우스가 따닥따닥 붙어있고 콩밭에는 잘린 콩줄기 묶음이 탈곡을 기다리고 있다. 붉은 지붕의 연통에서 흰 연기가 올라온다. 지나가면 바라보니 집 마당에 다양한 페목재가 수북히 널려 있다. 땔감으로 사용하나 보다. 이렇게 마을 길을 따르면 작은 도로를 만나고 개울을 따라 이어간다.
백석리노인회에서 세운 안내판이 눈길이 간다. 개울가에 있는 매실나무는 경로당 어르신들이 가꾸고 있는 중이니 들깨나 콩을 나무 아래 심지말라는 당부가 적혀 있다. 곧 남원천이 나온다. 비가 적게 내려서 그런지 좁은 물줄기만 보이고 습생식물들은 갈색으로 변했고 무지막지하게 뻗어 나가던 덩굴나무 줄기들도 시들어 가고 있다. 제방 아래가 보기 흉해졌다. 제방을 따라 가며 옆을 바라보니 여전히 아미산의 정자는 보인다. 이 지역의 최고봉답다. 하천 주변은 온통 논농사 지역이다. 볏짚이 남은 곳도 있고 곤포사일리지가 쌓여 있기도 하다. 일부는 벼밑둥에 초곡색의 벼 줄기가 올라오고 있다.
제방 너머 우측 멀리 산줄기의 어느 능선 위에 송신탑이 보인다. 가야산 줄기도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 길은 제방을 버리고 농로따다 좌측으로 길을 인도하고 왕복 2차선의 도로를 만나면 우측으로 약간 걷게 되는데 문제는 보행자길이 없어서 안전에 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곳도 막독 팀장이 사전에 안내한 지역이다. 나산리마을회관 앞에서 화장실을 이용하려고 하였으나 주민들은 인기척이 없고 문은 굳게 닫혀있다. 도로변에 있다보니 외부인의 출입이 잦아서 이를 막아보려는 처사같아 씁쓸하지만 어쩌겠나. 도로를 건너면 늘푸른 함봉산 이라고 쓴 대형 표지석을 지나는데 주변에는 큰 산은 보이지 않지만 지도맵을 살펴보면 우측의 야산을 가르키고 있다. 길을 따르며 산쪽으로 들어간다. 상당히 넓은 콩밭을 지난다. 무을님이나 명사포님도 놀랄 정도로 밭의 면적이 크다. 여기의 콩들은 아직 줄기가 베어지지 않은 상태다. 모두 갈색으로 변했고 바짝 말라있다. 왠일로 이렇게 방치할까. 원래 그런 것인가.
건물 전체가 붉은 당진축협배합사료공장을 지나면 임도 옆으로 경사면을 따라 새로 경작지를 만들고 있는지 정지된 붉은 밭이 보인다. 산사태로 흙이 흘러 내린 것 처럼 보인다. 무을님과 명사포님이 재미있게 대화를 엮어 가고 있어서 산길로 접어들 때 사진을 한 장 담는다. 고개를 넘으며 뒤를 돌아보며 몽산에서 내려올 때 걸었던 들녘을 한 눈에 담아둔다. 한우 축사가 보일 즈음에 길은 임도에서 좌측의 좁은 산길로 접어든다. 지금부터 한동안 계속 등산로를 따르게 된다. 아주 좁은 길을 따라 가는데 아담한 묘지 뒤로 토지지신 비석이 보인다. 무덤가에 이런 비석이 있었는가? 땅을 담당하는 귀신을 말하는데 보통 봄에는 부엌, 여름에는 대문, 가을에는 샘 그리고 겨울에는 마당에 있다고 한다. 주로 집 부근에 머물고 있다. 묘지에는 머물지 않는데 비석을 여기에 세운 이유는 무엇일까.
한우 축사가 있는 인근으로 산길은 이어간다. 나무들이 가로막고 있지 않아서 시야가 뻥 뚫렸다. 아미산과 몽산 줄기가 멀리 있고 그 아래에 지나온 흔적들이 보인다. 우측 야산 너머로는 고층의 아파트 상층부까지 보여준다. 오늘은 미세먼지가 아주 좋은 편이라서 아주 멀리 떨어진 곳까지 시원하게 보인다. 아주 넓은 무덤가 공터에서 선두 일행분들이 점심을 들고 있다. 막독팀장, 안 회장님, 윤승한/유경우 선배님, 무을님 그리고 명사포님까지 함께 있다. 윤 선배님이 챙겨주는 양주 반 잔과 명사포님의 막걸리 한잔으로 목을 축인다. 어느 가문의 묘지인지는 모르겠으나 널찍하게 산을 깍아 조성해서 너무 여유롭다. 다시 길을 나선다. 낙엽이 수북이 쌓인 걷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드는 길을 따른다. 밀양박씨의 가족 묘지가 나온다. 이 지역의 야산은 낮아서 그런지 묘지가 참으로 많이 있다. 임도가 나오고 아름드리 벚나무가 다시 걷는 즐거움을 가져다준다.
이정표는 이제 합덕제(둔근봉) 방향을 가르킨다. 7.8Km 남았다. 계속 산속의 길을 걷는다. 무덤이 나오면서 숲길은 시야가 다시 트인다. 산줄기 속에 송신탑이 보이므로 가야산은 멀리서 우릴 호위하고 있다. 무덤가를 다시 지날 때 무덤이 많은 지역임을 상기하면서 둔군봉을 알려주는 이정표를 따라 숲길을 이어간다. 능선은 차츰 낮아지고 있다. 가녀린 줄기의 나무들이 좁은 등산로 양쪽으로 자리잡고 있다. 도곡리 사지였음을 알리는 안내판을 지나 작은 정자가 보일 즈음에 길은 둔군봉 방향의 우측으로 길을 안내한다. 또다시 무덤 몇 기가 있는 묘지가 나오고 능선따라 살짝 오르면 팔각정자와 체육시설이 있는 둔군봉 정상에 도착한다. 철봉까지 설치한 것을 보면 마을 주민들의 사용이 활성화된 듯하다. 후삼국 시대에는 후백제 군인이 주둔하고 동학혁명 때는 관군이 주둔하면서 둔군봉으로 이름을 얻었다고 안내판에서 설명한다.
서서히 완급을 조절하면서 좁은 능선길을 따라 내려간디. 나뭇가지 사이로 건물들이 보인다. 합덕일반산업단지의 공장 건물들이다. 시야가 터진 경사길을 지날 때 다스코라는 회사명이 들어온다. 주변에서 제법 큰 공장이다. 나중에 확인해보니 당진2공장이고 1공장은 인근 도로변에 따로 있다. 숲길이 끝나고 70번 국가지원지방도로를 만난다. 합덕교차로 부근에서 산악회 버스가 대기중이다. 마침 명사포님, 무을님 그리고 안 회장님이 맞은편 하천을 가고 있다. 그런데 바로 앞에 횡단보도가 없다. 여기도 막 팀장이 차량을 조심하라는 구간이다. 좌우를 살피며 슬쩍 도로를 건너가서 부리나게 하천으로 접근한다. 석우2교를 건너 좌측으로 천변을 따라 걸어간다. 하천은 물이 구불구불 흐르는 사행천이고 주변은 습색식물이 뒤덮여 있다. 가을답게 칙칙한 갈색으로 변하고 있다. 종점인 합덕수리민속박물관이 약 5Km 남았다.
어딜가나 하천구역 내에서는 농작물의 경작을 금지하고 있다. 이유는 하천의 물 흐름을 월활히 하고 환경오염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어느 농가 밭에는 늙은 호박을 모아 놓았다. 여러가지 크기가 있으나 그 중 아주 커다란 것이 눈에 띈다. 안 회장님은 저렇게 엄청나게 큰 것을 보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높게 자란 소나무 세 그루가 마당에 있고 붉은 지붕을 이고 있는 아담한 2층 집이 잘 어울린다. 옆의 텃밭에서는 배추가 수확할 날을 기다리고 있다. 나산리마을회관 인근에서 보았던 콩밭 보다도 더 넓은 밭에 메마른 갈색의 콩줄기들이 꺽이지 않은채 그대로 서 있다. 안 회장님이 손바닥을 펼친다. 검은 콩이 여섯 개가 있다. 언제 콩을 까서 가지고 있던 것일까. 석우리 마을회관을 지나고 계속 하천을 따라 걷는다. 다시 콩밭이 보이는데 여기는 대부분 콩 줄기를 꺽어서 포갠 콩단들이 널브러져 있고 한쪽에서는 작게 보이는 탈곡기를 돌려 콩을 수확하고 있다. 국도 32번과 40번이 만나는 운산1교 앞에는 왠일인지 횡단보도가 없다. 차량이 잠시 뜸할 때 건너편으로 도로를 건너간다.
석우천을 알려주는 안내판을 지나 천변을 따라가면 42번 국도의 운산2교 고가도로 아래를 지나간다. 석우천 주변으로는 곤포사일리지가 띄엄띄엄 널려 있는 논밭이 펼쳐지고 좌측으로는 당진시 합덕읍의 시내가 가까이 보인다. 성동교차로를 지날 때 마침 밭에서 마대에 무안가를 수확하는 마을 분들이 있어서 무을님이 어떤 작물인지 물어본다. 주인장이 말하기를 생강이라고 하면서 작년보다 수확량이 줄었다고 한다. 여름 내내 서산을 걸으면서 보았던 그 생강들을 이제서야 수확하고 있는 것이다. 성동교 앞에서 천변길로 다시 들어갈 때 안내문이 보인다. 2014년도에 지역공동체 일자리 사업의 일환으로 석우천 둑방길에 주민들을 위한 아름다운 유채꽃길을 조성했다고 한다. 천변 도로길 따라 가로수는 아름드리 벚나무가 즐비하다. 그러니 꽃피는 봄날에 이 길을 걷는다면 작은 바람에도 꽃비가 내릴 것이니 유채꽃과 어울려 걷고 싶은 마음이 절로 날 것 같다.
좌측의 농로길을 따라가면 솔뫼성지로 간다고 알려주는 이정표 나무 기둥에는 버그내순례길이 적혀있다. 궁금해서 자료를 찾아본다. 예전에 버그내는 삽교천과 합덕읍 주변을 일컫었다. 한국 천주교의 초창기때부터 이용되던 순교자의 길이라고 하며 솔뫼성지부터 합덕제, 합덕성당을 지나 신리성지까지 약 13Km의 길을 조성했다. 그러니까 지금부터 합덕제민속박물관까지는 서해랑길과 내포문화숲길의 백제부흥군길 7코스가 함께 가는 것이다. 연호교를 지나면 좌측에는 논경지 대신에 합덕제 수변공원이 자리잡고 있다. 천변 도로 안쪽의 저수지 길로 들어간다. 여기는 넓은 산책로 옆으로 버드나무가 심어져 있다. 걷는 길이 좀더 고급스럽게 보인다. 이런 길을 보면 버드나무에 연록색이 빛나고 벚나무에는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날이면 어떤 모습으로 비칠지 상상해본다. 그때는 아미산 둘레길도 걷고 싶겠지만 이 곳 또한 그에 못지 않게 신바람이 날 것같다. 합덕제는 전북 김제의 벽골제, 황해도 연안의 남대지와 함께 조선의 3대 제방이었기에 규모가 엄청 크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야간관광을 활성화하기 위해 올해 처음으로 지자체로부터 추천을 받아 최근에 ‘100선 대한민국 밤밤곡곡’을 발표했다. 대표적으로 서울타워, 통영 디피랑, 별로마천문대 등이 선정되었고 당진시는 지금 걷고 있는 합덕제가 선정되었다. 한국관광공사 홈페이지에 가면 야경 100선의 명소를 확인할 수 있다. 석우천의 성동교에서부터 천변길의 벚나무 길이 인상적이었고 연호교부터는 합덕제의 버드나무길이 추가되어 더 멋진 길을 보여주었는데 여기에 야경까지 더해지면 어떤 아름다움으로 바뀔지 상상이 않된다. 이 멋진 길을 걷다보면 좌측의 습지 건너편으로 붉은색의 합덕민속박물관 건물이 보이고 그 옆으로 나무에 대부분 가려졌으나 두 개의 첨탑이 살짝 보이는 건물이 있다. 합덕성당이다. 오늘 지선길에서 만나기를 기대해본다.
버드나무길 끝에는 팔각정이 서 있지만 쉴 틈도 없이 좌측으로 이어가면 농어촌테마공원으로 들어간다. 몇 그루의 소나무에 걸려있는 현수막이 눈에 띤다. 가을국화 버스킹 축제를 알리고 있다. 지난 11월 4일에 이곳에서 진행했다. 그리고 10월 27일부터 11월 5일(일)까지는 국화전시회도 개최되었으나 일주일을 연장하여 내일(12일) 끝날 예정이다. 그래서 다양한 형태로 멋지고 화려했던 국화를 오늘 만나볼 수 있는 행운을 얻었다. 지선6코스 안내판 옆에 붙은 현수막을 보니 오는 월요일에 국화 조형물이 철거될 예정이다. 6코스 안내판에서 두루누비앱의 QR코드를 인증한다. 전시장 옆에 합덕성당이 있으나 시간상 제약이 있어서 성당은 다음 기회에 만나기로 한다. 그러나 몇 년전에 보았던 성당의 아름다운 전경이 눈에 아른거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