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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4화 명견만리 2권 ⑦ 대륙의 딜레마, 중국 경제위기론 230921
‘뛰어내리지 말고 반등을 기다리세요!’
2015년 여름, 중국 증시가 갑자기 폭락했다. 중국발 증시 불안은 중국을 넘어 아시아 거의 모든 나라가 주가 하락으로 이어졌고, 전염성 강한 바이러스처럼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었다. 1년이 지난 2016년까지도 그 여파는 가시지 않고 주식시장은 작은 충격에도 크게 요동치고 있다. 그 충격의 끝에는 언제나 이와 같은 질문이 따라온다.
“그래서 중국 경제는 지금 위기 상황인가?” 중국 경제 위기론이 촉발된 것이다.
지금 세계 경제는 중국발 위기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중국에 대한 무역의존도가 높은 한국에 중국의 경제 침체는 심각한 재앙이다. 과연 중국 경제 위기론은 현실이 될 것인가. 그렇다면 우리는 이 위기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갈 것인가.
우선 중국 증시가 폭락할 당시 상황부터 살펴보자. 1990년 중국 본토 최초의 증권거래소인 상하이 증권거래소가 개장하면서 중국 주식시장의 역사가 시작됐다. 이후 3,000조 원 이상의 주식 거래가 몰리며 상하이는 아시아 최고의 금융도시로 성장했다.
상하이 주식시장은 2015년 6월 최고점을 찍기 전까지 1년간 151퍼센트 넘게 급등하며 세계 2위 규모로 올라섰다. 그런데 악몽이 시작됐다. 수직 상승하던 지수가 6월 12일 최고점(5166.35)을 찍고 한 달도 안 돼 32퍼센트나 폭락(3507.19)했다. 그래프는 곤두박질쳤고 두 달 동안 런던 증시 전체규모와 맞먹는 4조 달러가 증발했다.
증시 폭락 사태에 직격탄을 맞은 것은 개인 투자자들이었다. 중국 증시는 한국과 달리 기관이 아닌 9,000만 명의 개인 투자자들이 주도하는데, 그 비중이 80퍼센트에 달한다.
지난 2014년 정부의 증시 부양책으로 주가가 급등하기 시작하자 중국 전역에 주식 바람이 불었다. 언론도 연일 주요 뉴스로 주식 시세를 다루고 성공 투자자를 소개하는 등, 주식 띄우기에 열을 올렸다. 장밋빛 미래에 사람들은 불나방처럼 뛰어들었다. 자산을 팔거나 돈을 빌려서라도 주식 투자자금을 마련했고, 대학생까지 이 대열에 동참했다. 대학에 주식 관련 과목이 개설되었고, 학자금으로 투자에 나선 학생들마저 생겨났다.
느닷없이 몰아닥친 주식 투자 광풍은 평범한 농부를 ‘주식의 신’으로 만들기도 했다. 산시성의 작은 농촌 마을에서 사과 농사를 짓던 난싱러우 씨. 그는 한때 주식의 고수로 불리며 텔레비전에 출연하기도 했다. 하지만 영문도 모른 채 폭락 사태를 맞았고, 엄청난 손실을 보고 말았다. “2만 위안을 손해 봤어요. 온 가족이 1년 동안 사과 농사를 지어야 벌 수 있는 큰돈이에요. 그 돈을 다 잃었습니다. 너무 큰 손해를 봐서 평생 갚을 수 없을 것 같아요. 가슴이 아픕니다.”
베이징에 사는 한쥔 씨 또한 주식 폭락 사태로 전 재산이 3분의 1을 잃었다. “집 판 돈 450만 위안(한화 약 7억 5천만 원) 전부를 주식에 넣어서 손해를 많이 봤습니다. 중국은 여태까지 이런 적이 없었는데 너무 두려웠습니다.”
이 사태로 주식에 대한 정확한 지식도 없이 뛰어든 수많은 개인 투자자들은 재산을 탕진하고 빚더미에 올라앉았다. 그리고 극단적인 선택이 이어졌다. 당시 중국 정부에서 내건 “뛰어내리지 말고 반등(反騰)을 기다리세요”라는 현수막은 당시 사태의 심각성이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게 한다.
고공 행진하던 중국 증시가 곤두박질친 이유는 무엇일까? 상하이 증권거래소 투자분석가 위샤오 씨는 폭락의 가장 큰 원인으로 중국 시장 경제 불안정성을 꼽았다.
“중국의 실물경제 상황이 튼튼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주가(株價)에 어느 정도 거품이 끼었다고 예상은 했어요. 특히 부채를 줄이는 과정에서 위험이 드러납니다. 그 과정에서 시장이 불안하기 때문에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지는 겁니다.”
결국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중국의 수출 둔화로 실물경제가 악화되면서 주식시장에도 영향을 끼친 것이다. 게다가 주가 하락 국면에서 빚을 내 주식을 샀던 개인 투자자들이 빚더미에 앉게 될지도 모른다는 공포심에 주식을 내던지는 집단 투매 현상이 벌어졌다. 정부의 강력한 주가 부양책에도 공포는 연쇄반응을 일으켰고, 하락세는 멈출 줄 몰랐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당시 빚을 내 주식에 투자한 신용거래 비율이 전체 투자자금 가운데 10퍼센트에 달했다고 한다. 미국의 2퍼센트, 일본의 0.8퍼센트에 비해 비정상적으로 높은 수치다. 통계에 잡히지 않은 금액까지 더하면 그 비율은 훨씬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
침체의 늪에 빠진 중국 경제,
최후의 수단인 ‘환율’에 손대다
더 큰 문제는 지난 주식 폭락 사태가 중국 증시를 넘어 중국 경제 전반에 대한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최근 몇 년간 중국의 여러 경제 지표들이 강한 경고음을 내고 있다. 수년간 두 자릿수를 자랑하던 경제성장률은 2015년 목표치 7퍼센트에 못 미치는 6.9퍼센트에 그쳤고, 2016년에는 6.5퍼센트로 더 내려앉을 전망이다.
중국 경제를 이끄는 쌍두마차인 증시와 부동산은 폭등과 폭락을 반복하고 있고, 수출은 부진하며 내수경기 또한 불안하다. 결국 중국 정부는 실물경제 회복을 위해 통화가치 절하라는 강력한 카드를 꺼내 들었다. 전문가들은 2015년 두 차례에 걸쳐 위안화 가치를 5퍼센트 가까이 내린 중국 정부가 2016년 하반기에 다시 통화 절하를 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한다. 그리고 이와 같은 중국의 결정에 세계는 깜짝 놀랐다.
통화가치 절하는 다른 나라 화폐에 비해 자국 화폐 가치를 떨어뜨리는 것으로, 대개 많은 대책을 써도 경기가 부양되지 않을 때 최후의 보루로 선택하는 카드다. 효과만큼 부작용도 심각하기 때문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가격 경쟁력이 높아져 외국에 더 많은 물건을 팔 수 있는 기회다. 하지만 국내적으로는 물가 상승이라는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 더욱이 통화를 절하하면 주변국들이 상대적으로 통화가치가 상승하면서 막대한 손해를 보게 된다. 일본과 중국의 통화가치 절하로 한국 경제가 어려움에 직면한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이를 방어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통화가치를 내리는 이른바 ‘환율전쟁’이 시작되면 결국 통화 절하 효과는 감소된다. 더 큰 문제는 환율전쟁이 계속되면 결국은 자국 산업을 보호하겠다는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된다는 점이다. 결국 세계 교역이 더욱 위축되고 보호주의 장벽이 높아져 전 세계적으로 어려움에 빠질 수 있다. 특히 무역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가 받을 타격은 심각하다.
영국의 한 연구기관은 위안화 평가절하가 지속된다면 아시아 10개국 가운데 가장 큰 충격을 받을 나라로 한국을 꼽았다. 높은 대중국 수출 비중 때문이다.
1990년대 한국의 최대 교역국은 미국과 일본이었다. 그런데 2000년부터 무역량이 점점 줄어들고, 그 대신 대중국 수출량이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했다. 2005년에는 미국과 일본의 수출량을 껑충 뛰어넘었다. 2015년 한국은 중국에 가장 많은 상품을 수출했고, 그 비중은 26.1퍼센트에 달했다.
중국에 대한 무역의존도가 높아진 것은 한국만의 일이 아닌 세계적 현상이다. ‘차이나 보너스’라는 말이 생겼을 정도다. 마이크로소프트, 폭스바겐, 인텔 등 유명한 다국적 기업들이 중국에 공장을 세웠다. 삼성전자도 중국에서 노트북을 생산하고 있다. 그리고 한국, 일본, 대만 등은 이 다국적 기업들에 부품을 수출하며 많은 돈을 벌어들였다.
자원 부국 오스트레일리아 또한 차이나 보너스를 제대로 누렸다. 인구에 비해 자원이 부족한 중국 덕분에 오스트레일리아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은 호황을 맞았다. 중국이 시장에 나타났다 하면 철강이든, 시멘트든, 구리든 값이 폭등했고, 자원 부국들은 즐거운 비명을 지르며 생산라인을 증설해갔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중국 경제에 빨간불이 켜졌다. 그 타개책으로 중국 정부는 통화가치 절하라는 초강수를 두었다. 과연 위안화 평가절하는 우리 경제와 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우리나라 주력 산업 가운데 하나인 철강업의 침체에서 그 우울한 미래를 점칠 수 있다.
세계는 얼마나 중국에 의존하고 있나?
인천의 한 제철소 이곳은 지난 10년간 철근을 생산해 중국과 전 세계에 수출하며 성장했다. 그 사이 중국은 최고의 소비자에서 최고의 경쟁자로 탈바꿈했다. 저렴한 가격이라는 날개를 단 중국산 철근은 우리나라 시장을 순식간에 점령했다. 결국 중국의 주력 상품인 철근과 형강을 생산하던 국내 중소기업들은 하나둘 문을 닫았다.
중국이라는 거대한 시장에 기대어 고속 성장을 해온 우리나라 철강산업. 하지만 최근 들어 중국산 철강 제품의 공세로 철강업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 2015년 상반기에만 중국산 철강 제품 수입량이 전년 대비 34퍼센트 증가했고, 위안화 가치가 내려가면서 중국발 철강 제품의 공세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철강산업이 침체와 함께 불거진 문제는 그뿐만 아니다. 싸다는 이유만으로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제품이 대량 들어오는 일은 더 큰 문제다. 특히 국민 안전과 직결된 건설 현장에 쓰이는 자재가 무분별하게 수입되면서 심각한 위험 요소가 되고 있다.
환율 문제는 주지하다시피 중국산 제품이 국내시장을 장악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값싼 중국산 제품과 세계에서 경쟁해야 하는 우리나라 기업들에게 위안화 평가절하는 날벼락 같은 소식이다. 위안화의 가치가 내려갈수록 세계 시장에서 중국산 제품 가격은 더욱 저렴해질 것이고, 중국과 경쟁이 치열한 반도체, 철강 등 몇몇 산업군이 받을 타격은 심각하다.
아시아 대부분의 국가에도 위안화 가치 변동은 강력한 스트레스다. 팜유 생산의 최적지로 꼽히는 캄보디아 역시 중국의 환율 하락으로 고통받고 있다. 캄보디아 팜유의 최대 소비국은 중국이었다. 그런데 중국이 팜유 수입을 줄이자 국제 팜유 가격이 6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설상가상으로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내리자 팜유 가격의 변동성이 더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현재 이런 스트레스를 감당하지 못하고 작은 농장들이 하나둘씩 문을 닫고 있다.
최근 중국의 경기둔화로 아시아 신흥국 경제 전체가 불안에 휩싸이고 있다. 중국의 수입량 감소로 원자재 가격이 폭락하자 신흥국의 투자금이 빠르게 유출되고 있다. 아시아 외환위기가 발생할지도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다. 중국발 스트레스에 아시아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침체의 늪에서 허우적대던 세계 경제를 구원한 중국. 지난 10여 년 동안 중국은 슈퍼 차이나로서 세계 경제를 견인해왔다. 그런데 최근 중국발 경제 위기론으로 세계가 불안에 떨고 있다. 중국 경제의 침체 이유는 무엇인가? 잘나가던 세계의 공장 중국에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가.
대전환의 중국 경제,
경제구조 개편은 성공할 것인가?
중국 최대의 수출 산업단지 광둥성. 그중 둥관시와 선전시는 세계의 공장들로 붐비던 제조업의 요충지였다. 그러나 이곳에도 불황의 여파가 들이닥쳤다. 많은 해외기업이 입주한 선전시에 자리 잡은 한국기업들도 어려움을 겪기는 매한가지다. 중국제품을 해외로 수출하고 국내에 유통하고 있는 한국의 한 유통기업. 나름 탄탄한 이 회사조차 중국 제조업이 하락세를 보이면서 어려움에 직면했다. 하재웅 FGL 유통 이사는 중국의 현재 상황에 우리나라의 외환위기 당시가 겹친다고 말한다.
“중국도 주식 폭락 사태 때문에 개인 파산자들이 굉장히 많이 늘어나고 있어요. 내수경기가 아직까지 보기에는 괜찮지만 실제로는 많이 곪아 있습니다. 수출 경기도 굉장히 떨어졌다는 것이 체감됩니다. 정부가 뭔가 새로운 전략과 정책을 내놓지 않을까 기대하면서도 예전 우리나라의 IMF 때가 자꾸 생각나는 건 사실입니다.”
아예 공장 문을 닫은 한국기업도 있다. 2007년 중국과 합작으로 세운 둥관의 한 전자제품 공장은 2015년 6월부터 휴업에 들어간 상태다. 주 거래처의 주문이 끊기자 직원 대부분이 공장을 떠났고, 임금을 받지 못한 중국인 몇 명만이 공장 설비를 지키고 있다.
이런 현상은 몇몇 업체만의 일이 아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둥관의 공장 수는 매년 15퍼센트씩 줄고 있다. 2015년 상반기 동안 260여 개의 공장이 운영을 중단했고, 공장을 부수고 아예 다른 시설물을 짓는 현장도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공장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노동 인력이 떠나고 공장들이 속속 폐쇄되는 상황.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장 또한 적지 않다.
식당을 하는 난찌덕 씨 또한 폐업을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점심시간인데도 식당이 텅텅 비고, 매출은 2~3년 전에 비해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는데 손님이 갑자기 사라졌어요. 회사들이 규모를 줄이면서 다들 이사 간 것 같아요. 전기세, 수도세에 집세까지 낼 생각하면 다 그만두고 고향으로 내려가야겠다 싶어요.”
중국 경제성장의 주역이던 제조업 부문이 이처럼 불경기를 맞은 이유는 무엇일까. 둥관의 한 신발 공장에서 그 실마리를 찾아보자.
광둥성 둥관시에 위치한 자오홍 유한공사. 1994년부터 신발을 수출해온 이 회사는 저임금 노동력을 바탕으로 100만 달러 매출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곳의 올해 목표는 20만 달러. 한때 600여 명에 이르던 종업원 수도 최근 200여 명으로 줄었다.
2~3년 사이에 나타난 이 현상은 무리한 설비투자와 가파른 임금 상승이 주원인이다. 궈정뤼 차오홍 유한공사 회장은 1990년대 당시 300위안이던 월급이 최근 3,000위안까지 올랐다고 한다. 결국 이 회사는 수익이 줄면서 생산설비의 절반을 이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과잉 설비투자는 비단 이 신발 공장만의 문제가 아니다. 조사에 따르면 2010년부터 중국 내에 설비 이용률이 급격히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원인은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전 세계 시장의 수요가 감소하고 인건비가 상승했기 때문이다. 중국의 노동법이 개정되고 노동자들의 임금 상승 요구가 커지면서 최근 10년 사이 중국 내 임금이 일곱 배 이상 뛰었다. 하지만 기업의 생산성은 이를 따라가지 못했고, 저렴한 인건비 혜택을 누렸던 많은 외국 기업들은 공장을 철수했다. 노키아의 휴대전화 부문을 인수했던 마이크로소프트의 철수를 비롯해, 대만 기업 폭스콘도 중국 공장을 인도로 옮길 계획을 발표했다.
중국 제조업에 한계가 온 것일까? 샹진웨이 아시아개발은행 중국 경제 전문가는 중국의 경기침체가 경제성장 구조를 전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가피한 과정이라고 주장한다.
“이 같은 현상은 한국이 경험했던 것과 비슷합니다. 한국은 수십 년간 빠른 경제성장률을 보였고, 임금 상승률이 주변 개발도상국보다 높아지자 자연스럽게 성장이 둔화되었죠. 지금 중국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나는 겁니다. 그 자체만으로는 우려할 일이 아니에요. 지난 성공의 자연스러운 결과인 거죠.”
결국 중국 경제가 지속 가능한 경제구조로 개편되는 과정에서 성장통을 겪고 있다는 이야기다. 투자와 수출에서 내수 소비 위주로, 노동 집약에서 자본 집약 산업으로, 전통적인 제조업에서 서비스와 금융 중심으로 주력 산업이 재편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신창타이(新常態)’, 즉 새로운 상태로 접어드는 과정에서 전통적인 제조업의 침체는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중국 다롄에서 개최된 ‘2015 하계 다보스 포럼’에서 리커창 총리는 중국의 경제성장이 둔화되었음을 인정하는 동시에 안전성을 강조하며, 미래에도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토대를 닦고 있다고 자신했다.
그러나 중국의 장담에도 불구하고 세계는 불안한 시선을 거두지 못한다. 경제구조를 개편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문제를 양산할 수 있고, 글로벌 경기침체 속에서 예상치 못한 위기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당장 미국의 금리 인상과 원유가 하락에 따른 산유국의 경기둔화 등의 변수에 중국 경제는 휘청거리고 있다.
헤지펀드의 대부 조지 소로스는 중국 경제의 경착륙을 경고하며, 금융위기 직전 미국의 상황과 유사하다고 말한다. 그의 주장대로 중국 경제는 경착륙하고 말 것인가.
중국 경제의 시한폭탄, ‘빚’
중국 정부는 ‘제13차 5개년 경제계획(13·5 규획(規劃))’이 시작하는 2016년부터 5년 동안 최소 성장률 목표치를 6.5퍼센트로 제시하며, 중국 경제가 안정적 성장 속에 연착륙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경제의 연착륙은 GDP가 7퍼센트에서 6퍼센트대로 천천히 감소하는 것을 말한다. 마치 비행기가 활주로로 천천히 착륙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다면 세계가 우려하는 중국 경제의 경착륙은 어떤 모습일까?
비행기가 추락하듯이 2년 안에 GDP가 3퍼센트대로 급격히 주저앉는 것이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경제 규모가 큰 중국의 경착륙은 세계 경제위기의 방아쇠가 될 만큼 위협적일 것이다. 경기가 급속히 둔화되면서 기업의 수익이 줄고, 실업률은 높아지고, 투자가 위축되고, 주가 역시 폭락하게 된다. 그리고 이 위기는 도미노처럼 아시아 전역의 침체로 이어질 것이다. 이것이 바로 전 세계가 중국의 경착륙을 두려워하는 이유다.
문제는 경착륙을 심화시킬 엄청난 리스크가 중국 경제에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세계가 예의 주시하는 중국 경제의 뇌관, 그것은 바로 ‘부채’다.
중국의 부채 문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비롯되었다. 당시 최고의 소비지였던 미국과 유럽 경제가 무너지면서 세계적인 불경기가 닥쳤고, 중국의 수출 물량 또한 급감했다. 중국 정부는 경기 부양을 위해 4조 위안, 우리 돈으로 670조라는 엄청남 돈을 시중에 풀었고, 대부분의 투자금은 국유기업과 지방정부의 도시개발에 투입되었다.
중국 정부는 금리를 낮추고 각종 부동산 지원책을 내놓는 등 부동산 경기 부양에 힘썼다. 너도, 나도 돈을 빌려 부동산을 구매하자 부동산 가격이 오르기 시작했다. 가격이 오르면 오를수록 사람들은 경쟁적으로 빚을 내 부동산을 더 사들였다. 부동산 구매를 위한 대출이 쉬워지면서 주택을 여러 채 보유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 되었다. 심지어 집값이 올라 돈이 될 것 같으면 고리대금을 얻어서라도 구매할 만큼 부동산 열기가 고조되었다.
부동산 시장 규모가 커질수록 중국의 가계부채는 빠르게 증가했다. 부동산 열풍이 불면서 가계 자산 중 부동산 비중 또한 급증했다. 2014년 중국인들의 자산 대비 부동산 비중은 75퍼센트를 넘었다. 미국, 영국 등 그 어떤 나라와 비교해도 월등한 수치다.
지방정부의 부채 규모 또한 2008년부터 매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무엇보다 그 증가 속도가 엄청나다. 2008년부터 6년 새 지방정부의 부채 규모는 3배가 넘게 증가한 20조 위안. 우리 돈으로 약 3,370조에 이른다. 부동산 투자에 돈을 쏟아부으면서 발생한 결과다. 더욱이 지방정부들이 수요를 제대로 고려하지 않고 과잉 투자하면서 발생한 유령도시 문제는 경제를 더욱 압박하고 있다.
한때 석탄과 희토류 등 자원개발 붐으로 동방의 두바이로 불리며 중국 제일의 부자 도시로 손꼽혔던 네이멍구의 오르도스 시(市). 중국 지방정부는 이곳에 80만 명이 사는 신도시를 건설하겠다며 우리 돈 5조 원을 쏟아부었다. 그런데 4만 5천여 가구 가운데 지난 1년간 팔린 가구는 겨우 22퍼센트밖에 안 된다. 이미 지어진 집들도 대부분 집값 상승을 노린 투기꾼들이 구매하는 바람에 실제 살고 있는 주민은 거의 없다. 결국 오르도스 시는 중국의 대표적인 유령도시가 되어버렸다. 이 밖에도 장쑤성의 전장, 윈난성의 쿤밍 등 전국에 유령도시가 50여 곳에 달한다. 그럼에도 주택 수요가 없는 지역에서 무리한 도시화가 계속되고 있고, 그 과정에서 빚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경제가 건강할 때는 부동산 가격 상승이 경기를 활성화시킨다. 하지만 경기가 하락하면 가계와 지방정부에 쌓인 빚이 폭탄이 되어 중국 경제를 위태롭게 할 수 있다. 2015년 지방채 발행으로 지방정부 부채의 위험성이 다소 낮아지기는 했지만, 언제 다시 불거질지 모를 일이다. (이하 생략)
중국발 경제위기,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전체적인 산업구조를 바꾸는 대전환의 중국 경제, 그 성장통의 과정에서 중국 경제가 흔들리고 있다. 중국발 경제위기, 우리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우선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또한 기업은 중국 시장이 흔들리더라도 버틸 수 있는 다른 시장을 찾고 새로운 상품들을 개발하는 작업을 꾸준히 해야 할 것이다. 개인들 또한 경제 변화에 관심을 갖고 자산 위험을 관리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국발 위기는 그동안 우리 경제가 얼마나 하나의 시장에 의존하고 있었는가에 대해 냉정하게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다. 분명 중국은 우리에게 기회의 땅이다. 중국이라는 거대한 시장에서 수익을 얻을 기회는 여전히 많이 남아있다. 하지만 과거와 같은 고속 성장을 기대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중국의 경기침체 국면에서도 성장하는 사업을 찾아 시장을 면밀히 분석하고, 변화하는 시장에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무엇보다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하나의 시장에만 의존해서는 변화하는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사실이다. 산업도 마찬가지이다. 영원한 산업은 없다. 새로운 시장과 산업에 대한 도전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늘어나는 가계부채, 급속히 위축된 수출, 얼어붙은 소비심리까지 우리나라 경제는 혹독한 겨울을 지나고 있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경제의 겨울이 지나면 반듯이 새로운 경제의 봄과 여름이 펼쳐진다는 사실이다. 독일은 통일 이후에 정말로 혹독한 경제의 겨울을 겪었다. 그것은 유럽 시장의 변화 속에서 새로운 발전의 계기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중국발 경제위기에도 타격받지 않을 한국만의 독자적인 경쟁력을 고민해야 한다. 이러한 고민이 경제 분야를 넘어 우리나라 전체를 더 견고하게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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