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진정 '민주공화국'인가 [펌]
김 광 수 (정치학 박사, 부산평화통일센터 하나 이사장)
- 한국은 지금 복합위기 사회다
대한민국은 과연 '진정한 ‘민주 공화정’ 국가인가' 묻고, 대한민국 사회를 좀 더 깊숙이 들여다보자. 과연 대한민국 사회는 주권자인 ‘국민’이 진정한 주인이 되어 있는가?
한 국가의 건강성, 혹은 국격이 그 국가의 국내총생산GDP, 혹은 국민 총소득GNI 그런 경제지표로만 입증될 수만 없다면, 물론 GDP나 GNI 등이 그것을 증명할 수 있는 총적 지표로서의 한 요인은 될 수 있겠지만, 그것만 가지고 한 국가의 민주공화정으로서의 국격 전부를 표현할 수는 없다. 또한 잘 산다는 총체성의 유일 기준도 될 수 없음이다.
정말 만약 그것만으로 부자와 가난, 잘살고 못살고, 선진국과 빈국, 나아가 한 국가의 민주성을 성격 지어야 한다면 그거야말로 우리가 그렇게 비아냥했던 ‘졸부’들의 갑질-Gabjil과 하등 다르지 않다.
그래서 잘 산다는 의미와 함께, 민주성 개념은 수없이 많은 요인이 관계론적 입체성의 결과로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그 비교 대상이 국가와 국가라면 더더욱 그러해야 하고, 대표적으로는 정치, 경제, 국방, 사회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지표 요인들을 총합해야 한다. 그리고 연장선 상에서, 한때 부탄이라는 국가(2011년도 국가총행복 지수 조사에서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1위 차지)도 자신들이 이 지구상에서 가장 행복한 국가였음을 선언했다는 사실을 상기한다면, 지표의 다양성과 비교대상 국가에 대한 구체적 이해와 실정도 충분히 반영된 결과여야만 한다.
연동하면, 대한민국이 경제적으로 세계 10위권 정도의 경제지표를 갖고 OECD에 가입해 있다 하여 이를 곧바로 대한민국이 잘 살고, 민주주의 체제가 잘 작동하고 있는 국가이자 우리 국민 모두 행복하다, 그렇게 말할 수만은 없다. 왜냐하면 대한민국은 예의 그 ‘잘 산다’라는 ‘아! Q’ 정신 승리법 뒤에 우리 모두 인정하고 싶지 않은, 즉 수없이 많은 다음과 같은 엄청난 고질병들을 앓고 있다.
1인당 국민소득 3만 2천 달러(2022년 기준)와 스마트폰 보급률 세계 1위를 자랑하지만, 진작 그것과는 별개로 2022년 유엔 세계행복보고서에 나타난 행복 순위는 59위이다. OECD 회원국 중 뒤에서 1등 그룹에 속한다. 또한 같은 보고서에서는 한국의 사회적 고립인구 비율이 2021년 기준 18.9%로, OECD 회원국 가운데 최상위권이었다. 의미는 10명 중 8명이 주변에 ‘도움 청할 사람 없다’이다. (우리가 항상 긍지하고, 자랑해 왔던) 공동체의 완전 붕괴와 하등 다르지 않다.
이뿐만이 아니다. 수년째 불평등, 빈곤, 빈약한 사회안전망이 국민의 삶을 항시적으로 불안하게 짓누른다. OECD 가입 회원국 중 자살률과 노인빈곤율 1위 오명은 2024년에도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출산율도 꼴찌다. 0.68명(2024년 2월 기준)은 국가공동체 유지가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참고로 2022년 대한민국 합계 출산율은 0.78명으로 OECD 가입 회원국 중 최하위이다. 그래서 이런 추세라면 2025년에는 0.61명으로 떨어져, 한 국가가 ‘국가’ 공동체라는 것을 유지하는 데 있어 치명적 수준 도달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인식이고, 경고다.
또 있다. 국제조사기관 '월드밸류 서베이'의 7차 조사(2017~2022년)에서 밝혀진 한 국가의 공동체성 건강지표를 나타내 주는 사회적 자본지수에서도 한국은 거의 절망적 수준에 가깝다. 사람을 믿는지에 대한 물음에 응답자의 32.9%만 '믿는다'고 답해 뉴질랜드, 독일, 미국, 일본보다 낮은 하위권에 속했다. 그리고 정부, 의회, 언론에 대한 신뢰도 역시 각각 12.9%, 14.2%, 13.7%로 최하위권이다. 빈곤, 차별, 장시간 노동이 유지되다 보니, 산업재해로 죽어 나간 노동자들의 수도 매번 OECD 가입국 중 1, 2위를 다툰다.
심각하기로는 다음이 더 문제다. 왜냐하면 대한민국 미래의 불행을 충분히 예견해 주는 사례이기 때문이다. 예는 이렇다. 초등학생에게 이미 고등학생 3학년 내용에 해당하는 미적분 공부를 시키는 ‘올케어 반’이 학부모들 사이에 매우 유행하고 있다는 것인데, (한참 자라나는) 애들한테 잔인해도 이렇게 잔인할 수 없다. 단지, 의대에 입학시키겠다는 학부모들의 ‘미친’ 욕망이 선행학습이라는 명목으로 초등학생을 ‘초등학생’이 아닌 ‘입시 병기’로 둔갑시켜 버렸다.
끝? 천만의 말씀이다. OECD가 2018년 발표한 ‘더 나은 삶의 지표(BLI; Better Life Index)’에 따르면 대상국-OECD 가입 38개국과 러시아, 브라질 중 대한민국은 ‘공동체 관계망’과 ‘환경 지표’가 각각 꼴찌(40위)이고, ‘일과 삶의 균형’ 부분은 37위를 차지하는 등 거의 모든 부분에서의 삶의 만족도가 최하위이다. GNI 3만 $이라는 경제지표만 보고 성공했다고 말할 수 없음이 이렇게 적나라하다.
전혀 행복하지 않은 나라, 그런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사다리 걷어차기’로 상징되는 ‘1 : 99’ 사회, 그리고 2019년 시장조사 전문기업인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현대인의 정신건강 인식 조사’를 실시했는데, 이 조사 결과를 따르더라도 전체 응답자 가운데 대한민국 국민은 76.4% 정도가 ‘내 삶이 불행하다는 생각을 가져본 적이 있다’라고 답했다.
더 심각한 지표로는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의 세계 가치관 조사(2015년)에 따르면, ‘자녀에게 나보다 못한 사람과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관용성을 가르치겠는가’라는 질문에 '가르치겠다'고 답한 한국인 부모는 45.3%다. 조사대상 52개국 중 52등으로 꼴찌다. 르완다보다 못하다. '못사는 사람들과 같이 살겠다'는 르완다의 관용성은 56.4%였다. 명백히 ‘함께, 더불어 살기 어려운’ 사회로 진입하고 있다는 위험 신호들이다.
또 있다. 7차 세계 가치관 조사(2020)에 따르면, 한국인은 평등을 12.4%만 선호하고, 불평등은 64.8%가 선호한다. 즉 한국인의 60~70%가 입으로는 평등을 말하지만, 실은 평등에 반대한다는 괴이쩍은 결과이다.
해서 물을 수밖에 없다. '위 모든 지표 속에서 우린 무얼 생각해 내어야만 하는가?' 묻고, 우리 대한민국이 먹고 사는 문제인 ‘경제’를 위해 ‘사실상’ 모든 것을, 특히 그중에서도 (미국에) ‘자주’를 저당 잡혀, 다른 말로는 국체(國體) 없는 대한민국이 되어 얻어낸 결과가 위에서 열거한 그러한 불명예들이라고까지 한다면, 대한민국에서 해결해 내어야 할 진정한 변혁적 과제는 무엇이어야 만 하는가?
진정한 '민주공화정'을 다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출처 : 김 광 수, '반독재민주전선: 민중정권 수립을 명확히 해야' 중에서
통일뉴스 https://www.tongil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101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