第 五 章 五雄五僧 3
---은사의 은혜는 웅대하고 태산 같은 자비심은 이 부처님 같다. 그러나 가석하게도 나는 저 비룡십식(飛龍十式)이 소림의 신권(神拳)보다 못하여 천일을 대적하기에는 무익하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에 열심히 연마하지 않았더니 후회가 되는구나! 그렇지만 않았던들 은사의 유책(遺策)에 따라 백 초(百招) 내에 마교의 오행만라진(五行萬羅陣)을 돌파할 수가 있었을 터인데……
---설마하니 하느님께서 망망한 저 푸른 하늘 사이로 저 오인의 마귀를 세상에 보내셔서 요사를 떨게 하시지는 않으셨을 터인데……
그는 이런 생각을 하니 망망한 구름사이로 은사의 자비스러운 모습이 나타남을 보았다.
은사는 굳센 목소리로 하늘에서 자기의 귀에 타일러 주는 것이 들려오는 성싶었다.
---청목아! 겁내지 말아라! 너는 이겨야 한다. 마교의 오행만라진이 패기만만한 것이지만 너의 전법으로는 반드시 이길 수 있을 것이다---
청목의 얼굴색은 변하였다. 그는 하늘을 우러러 중얼거렸다.
『그러나 사부님, 저는 경솔하게도 그 비룡십식을 잘 연마하지 못하였습니다.』
곁에 있던 청쟁도인은 몰래 청목의 혼자 말을 주시하여 들었다.
청쟁은 그 준미(俊美)한 얼굴에 한 가닥 놀란 빛이 흘러가고 총기어린 눈동자를 굴리면서 마음속으로 의혹에 싸인 추측을 한다.
청목의 얼굴빛은 다시 변하여 가며 침착하게 굳어 간다.
그는 낮은 목소리로
『사부님, 하지만 염려 마십시오. 저는 사부님의 유명을 욕되게 하지는 않겠습니다. 전 선천기공(先天氣功)을 써서 실패하는 경우에는 사부님 곁으로 가겠습니다.』
그의 안광이 흘러서 다섯 사람의 화상의 얼굴 위로 떨어졌다.
청쟁도인은 떨리는 목소리로
『사형! 사형께서는 혼자서 다섯을 대적하시려오?』
청목도인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바로 사부님의 유명이야!』
청쟁도인은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이때 한 화상이 청목도인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소도사, 이번엔 누구를 택하겠느냐?』
하자 청목도인은 서슴지 않고 손가락으로 왼쪽부터 첫째 화상을 가리키더니 다음에는 둘째, 셋째, 넷째, 다섯째하며 서 있는 순서대로 일제히 손가락으로 가리키니, 다섯 사람의 화상은 일제히
『뭐라고? 네가 다섯 사람을 모조리……』
청목은 태연스럽게 그들을 차례로 노려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은사의 유명(遺命)이요!』
다섯의 화상들은 어안이 벙벙하였다.
한 화상이 눈웃음을 띄면서 능청맞은 목소리로,
『소도사, 배짱 한 번 세구나!』
청목은 이 말을 듣고 공손히 읍하면서
『은사의 유명이요. 빈도는 마교의 오행만라진을 삼가 대적하겠소이다.』
『자네, 정말 혼자서 우리 다섯을 대적하겠단 말인가?』
『틀림없이 그러하오.』
한 화상이,
『지난 날, 자네 사부와 파죽검객 둘이서 우리의 진법과 싸워 우리 진을 부쉈었네. 자네는 우리의 진을 알고 있는가?』
청목은 그제서야 우렁찬 목소리로 대답을 한다.
『누에는 실을 다하여 죽고 촛불은 눈물을 다하여 꺼진다. 빈도는 차마 의(義)를 저버릴 수는 없다!』
산이 쩌렁쩌렁 울리도록 우렁찬 소리인지라 화상들은 기가 죽어 버렸다.
『좋아, 좋아. 우리는 자네같은 소배(小輩)일지라도 편의는 제공하지 않겠네! 사실을 말하지만 우리의 이 진법에 오행(五行)이란 이름이 붙은 것도 우리 다섯 사람으로 짜여져 있기 때문일세! 사실 구궁(九宮)으로 규칙을 삼고 진을 펴고 있네. 소도사! 만약 자네가 우리들의 九개의 진식(陣式), 즉 하나의 진식마다 九초(招)씩 도합 八十一초를 능히 싸우고도 패하지 않는다면은 우리는 진 것으로 알겠네!』
청목은 서슴지 않고서,
『만약, 빈도가 패한다면 선배의 처분대로 하시오. 만약 요행히도 빈도가 이긴다면---』
인도 임여가 화를 버럭 내면서
『우리들이 지면은 우리 다섯 산 귀신도 일제히 환속(還俗)하겠네!』
청목도인의 마음속에는 이 다섯 놈이 억지 중이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은 하였지만, 그렇게 쉽게 그들의 입에서 환속이란 말이 나올 수 있다는 점으로 봐서 심지(心志)가 그리 굳은 놈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아서 더욱 가소로웠다.
청목도인은 고개를 돌이키면서,
『청쟁사제 자네 잘 기억하여 두게! 八十一초를……』
청쟁은 걱정스러운 눈초리로 고개를 끄덕이면서 허리를 굽혀 땅 위에서 작은 돌을 한 개 주워 들면서
『사형과 이 다섯 분의 화상님의 초식이 번개 같을 것이니 제가 이 돌로서 초식을 헤아리겠나이다.』
한 화상이 벼락같은 소리를 지르며
『추운승풍(追雲乘風)』
그 밖의 네 화상이 일제히
『마교오웅(魔敎五雄)!』
소리가 끝나기 전에 사람의 그림자가 펀듯거리더니 벌써 청목을 중앙에 가두고 완전히 포위해 버린다.
청목은 일 장(掌)을 앞으로 뻗고서 일 장을 뒤로 하면서 온 몸의 진기를 모았다.
마교오웅 중의 지난날의 우두머리였던 백룡수(白龍手) 풍륜(風倫)이 앞을 막고, 다섯째 운환마(雲幻魔) 구양종(歐陽宗)과 셋째 인도(人屠) 임여(任厲)가 뒤를 막고, 둘째 금은지(金銀指) 구정(丘正)이 왼쪽을 막고, 넷째 삼살신(三殺神) 사백(査伯)이 오른쪽을 딱 가로막고 섰다.
백용수 풍륜은 일초를 쳐들어갔다. 진식은 벌써 일곱 차례나 돌았다.
청목은 간신히 삼초를 막아냈다.
『쏴아---』
하는 소리가 들리자 한 발의 돌멩이가 청쟁의 손을 벗어났다.
『팍!』
하는 소리와 함께 돌바위에 돌이 막혔다.
이 계산이 바로 일초(一招)를 나타내는 것이었다.
청목도인은 일초식마다 전력을 다하니 그 솜씨가 무서울 정도로 발휘되었다.
대북두칠식을 써서 허각백권(虛殼百拳)의 술법을 가미시켜 두 발을 한 곳에 못 박은 듯 고정시켜 놓고서 조금도 움직이지도 않고 동요하지도 않으면서 제일진의 아홉 초를 무난히 막아내었다.
건너편 바위에는 아홉 개의 돌이 질서정연하게 박혀 있었다.
『쌩, 쌩』
『윙, 윙』
하며 돌이 허공을 날라 바위로 날라가는 소리가 주위의 공기를 뒤흔들어 놓는다.
청쟁도인은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서 一 대 五의 싸움을 노려본다.
몇 초가 끝이 났는지 기억할 수가 없어서 쩔쩔매다가 오직 눈앞에 한 번 번쩍하고 비치는 것을 일 초라 여겨 손은 자연히 돌을 집어 던지는 것이다.
그의 이마와 콧등에서는 식은땀이 계속하여 흘러내렸다.
때로는 두 손으로 함께 돌을 던져 내기도 하였다.
바위에는 아홉 개 씩의 돌이 넉 줄이 되니 제四진을 무난히 돌파한 표시인 것이 되는 셈이다.
청목도인은 점점 옥현귀진의 지고한 장력의 술법을 발휘하여 그 이름이 천하에 떨친 오행만라진의 기진(奇陣)을 돌파하고 있다.
그러나 그 위력은 완전히 발휘된 것 같지가 않은 것같이 진중에 잠복한 위력은 한 점 한 점 갈수록 강하여 가기 시작하였고 더욱 청목도인의 장력이 또한 곁들여 갈수록 무게를 더하였다.
『쌩! 쌩!』
돌은 연속적으로 허공을 날고 건너 편 바위 위에는 여섯 줄의 첫 머리 돌이
『퍽!』
하고 박혔다.
그 위엄이 천하에 떨치던 마교오행만라진은 갑자기 소용돌이 치고 다섯 고수의 장력은 처음보다 몇 배나 강하여지기 시작한다.
청목도인의 쌍장은 벌써 투명한 백옥색으로 변하여, 그 옥현귀진의 내력은 十배의 힘으로 배가되어 나가고 있었다.
청목의 옷은 물에 빠진 사람 모양으로 땀에 젖어 있었다.
청쟁 역시 청목도사와 같았다.
그리고 오행진의 위력은 정말 갈수록 강하여 가니 바위 위에는 일곱째 줄의 돌이 박혀 나가기 시작하였다.
여덟째 줄의 마지막 돌이 바위에 박혔을 때에 진중에서
『쿵!』
하고 큰 폭음이 들려왔다.
소위 천하제일고수라는 청목도인이 어찌 할 수 없는 사세 아래에 처하여 삼십 년 전에 금은지(金銀指)로 혁혁한 이름을 무림에 떨친 구정의 일 장을 맞이하여 그 결과는 어떻게 될 것인지?
각자의 초식에는 추호의 양보도 없었다.
외문(外門)의 실력과 현문(玄門) 도가(道家) 정통파(正統派)와의 실력의 차는 여전히 예상을 불허하였다.
청목은 눈을 감고 묵도를 하였다.
『아직도 十초가 남았구나!』
바위 위에는 드디어 아홉 번째 줄이 그려지기 시작하니 진식 역시 크게 변하여지기 시작한다.
그 위력은 마치 수십만 근의 벼락같았으며 또한 천군만마가 어지럽게 날뛰는 모습이라 청목도인은 갑자기 한 번 긴장감을 느끼고서는 하늘을 쳐다보며 호통을 친다. 동시에 진력을 최고도로 운행을 시켰다.
왼손을 한번 날리고 경풍(勁風)이 폭발하자 선천기공(先天氣功)이 쏟아져 나오는 게 아닌가?
마교오행만라진은 갈수록 초조하고 급하다.
계속해서 다섯 사람의 몸도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붉은 도포자락이 어지럽게 날려 사람으로 하여금 눈이 어지럽고 마음이 당황하여지게 한다.
다섯 사람이 합심하여 초식을 쓰는 것이 잘 조화되어 빠르기가 이를 데 없었다.
그러나 일 초를 칠 때마다 진세는 벌써 七, 八회의 초식을 번갈아 가면서 치는 게 아닌가?
청목도장은 이런 진세 아래에서 자기 몸의 안정을 찾고 선천기공을 다시 운행시켜서 일 장 일 장을 앞뒤로 막아 내었다.
삽시간에 풍운이 변색하며 햇빛이 모두 바위틈으로 빠져 버린 것 같아졌다.
청쟁도인은 돌을 하나하나 던질 적마다 신경을 곤두세웠다.
청목은 계속해서 몇 초의 공격을 지탱하며 나갔다.
이 때 진세(陣勢)는 금은지 구정이 앞으로 돌출하는 바람에 역전되고 말았다.
응당 왼쪽으로 두어 걸음 달려가야 할 것을 몸 뒤의 백룡수가 장풍을 쓸려고 하는 순간 갑자기 금은지가 오른쪽으로 내달아 치니 삽시간에 진식은 도전(倒轉)되어 버린 것이다.
그는 기합 소리와 함께 천하에 이름이 떨친 금은지를 쏟아내고 있었다.
청목도인은 갑자기 몸이 부르르 떨리면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순간 머릿속에서 한 마디의 말이 생각이 났다.
『사부님 계신 곳으로 돌아가겠습니다.』
그러나 그는 대갈일성과 함께 선천기공으로 금은지 구정에게 대항하여 쏟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