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딛고 계약직서 딴 ★ 최고의 추석 선물이죠”
“합격 소식을 전했을 때 농사 짓는 아버지는 논에 계셨데요. 통화를 끝낸 뒤 장녀가 큰 일을 해냈다며 막 우셨다고 어머니가 그러시더라고요. 이번 추석에는 온 가족이 옹기종기 모여 제수음식을 마련할 수 있게 돼 기쁩니다.”
담양군 일반행정직 9급에 합격한 방소영(여·28)씨는 대학 졸업 후 학원강사로 지내다 공직에 도전한지 2년여 만에 ‘바늘구멍’을 통과했다. 장녀인 그녀는 농사 지으며 4남매를 키운 부모님이 좋아하는 모습에 더 뿌듯했다고 전했다.
방씨는 “안정적으로 남에게 보탬이 되는 직업을 갖고 싶어 공직에 도전했다”며 “어려운 집안 사정으로, 여러번 포기하려 했지만 물고 늘어져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다섯살 때 교통사고로 지체장애인이 된 정종훈(29)씨도 4년간 계약직 신분에서 ‘별(정규직)’을 달았다. 강진군청에서 사회복지분야 계약직 공무원으로 일했던 그는 공직사회에 여전히 존재하는 ‘신분 차’를 극복하기 위해 건강을 염려하는 부모님의 만류를 뒤로 하고 공부 3년 만에 합격했다.
정씨는 “복지정책과 현실에서 오는 괴리감을 어떻게든 줄여보려고 노력했지만 한계에 봉착해 도전하게 됐다”며 “교통사고 이후 아들 뒷바라지만 해오신 부모님께 합격소식을 전해드렸던 순간의 행복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진도군 수산직 9급 공무원으로 임용을 앞두고 있는 이두만(33)씨는 대학 졸업 후 4년만에 합격, ‘장가’갈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3년간 세무직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신 그는 고향인 진도의 특성에 맞게 수산직으로 갈아탄 뒤 채 1년이 안 돼 축배를 들었다. 그는 “고향에서 어업에 종사하는 아버지와 함께 지낼 수 있어 다행”이라며 “설레고 긴장되지만 주위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했다.
갖가지 사연을 지닌 10∼50대의 신규 공직자 708명이 2일 오전 오리엔테이션이 열린 전남도청 2층 김대중강당에 모여들었다. 최고 45.6대1(순천시), 평균 12.3대1의 경쟁을 이겨낸 이들의 만면에는 미소와 함께 긴장감이 묻어났다.
지난 2008년 나이 제한이 폐지되면서 머리가 희끗희끗한 40·50대 중년에서, 대학 졸업 후 수년 간 ‘공시’에 매달렸던 20·30대, 그리고 이제 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중인 애띤 청년도 이 자리에서 ‘동기’로 묶였다.
올해 최연장자는 기업체에 다니다가 나주시 일반행정 9급에 합격한 김형운(56)씨로, 전남도 일반행정 9급에 합격한 양선빈(18)군과는 무려 38살의 차이가 난다. 김씨는 전국적으로도 공직에 입문한 최연장자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전남도는 최연장자의 경우 연륜을 감안해 동사무소나 민원실에서 직접 주민들을 상대하는 업무를 맡길 예정이다.
이들은 오는 12일 임용예정 기관별 등록을 마친 후 다음달부터 수습 등 일정 기간 현장 적응교육과 신규자교육을 거쳐 정식 공무원으로 임용된다.
강사로 나선 김영선 전남도 행정부지사는 “공직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조직에서 필요한 사람, 즉 일을 잘하는 공직자가 돼야 한다”며 “합격은 여러분에게 시작일 뿐이며, 겸손하고 배우려는 자세로 새롭게 시작한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들은 김 부지사의 특강에 이어 전남도 시·군 향우회장과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함께하고 ‘남도 국악의 이해’를 주제로 한 강연을 들은 뒤 귀가했다.
광주일보에서 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