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덮인 우이령길 탐방
일자: 2019년 2월 20일(수)
코스: 양주시 교현 들머리~수유유원지 입구(6.8km)
동행인(6명): 설송 김철, 달마 박종성, 요산 송창기,
담현 유희주, 후묵 채희묵, 운산 최종헌
유격장에서 오봉을 배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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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10 2월 산행은 도봉산과 북한산 경계를 이루는 우이령으로 정해 양주쪽 교현 탐방지원센터에 사전 예약을 해놓았었다.
12월, 1월 산행이 없었으니 3개월만의 산행이다. 아무래도 나이도 들고 아직 겨울이라 가볍게 트레킹하자고 해서 결정된 것.
경기도 양주시와 서울 우이동을 연결하는 6.8km 길. 1968년 1.21 사태때 무장공비 일당이 지나갔다고 해서 안보상의 이유로 민간인 출입이 통제되다 2009년 7월 10일 탐방객을 1일 1,000명(한쪽에서 500명씩)으로 제한하는 조건으로 개방이 되었으니 벌써 10년째다. 양주 시민들은 이제 전면 자율개방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는 구파발이 아닌 불광역에서 10시에 만나기로 했다. 의정부행 버스 출발점이기 때문에 구파발에서 타다 자리를 못잡을지 몰라 불광역을 만남의 장소로 잡은 것이다. 달마가 20분전에 도착한 담현과 기다리고 있다. 이어 요산대장, 운산회장, 설송이 도착해 밖으로 나갔다. 날씨는 포근하다.
3번 출구로 나와 34번 의정부행 버스를 탔다. 10시 15분. 한참 돌더니 구파발역에 선다. 산행객들이 좀 타기는 하는데 평일이라 버스를 채우지 못한다. 아파트단지를 지나 효자동, 산성입구를 지나 11시가 거의 다되어 양주시 교현 우이령 들머리에서 하차했다.
사격연습 소리 요란
전날 오전 내내 내린 눈이 기온이 올라 길 가장자리에 녹아내리고 있다. 오봉 아파트를 지나니 길옆 군 사격장에서 총소리가 요란하다. 포 같으면 둔탁하겠지만 연발총의 쇠소리가 영 귀에 거슬린다.
빙판이라고 하니 주저없이 발길 돌리는 여인
탐방 지원센터에 예약확인을 했더니 아주머니가 탐방로가 빙판이라 아이젠을 하고 가란다. 혼성 중년 한팀이 옆에서 떡을 먹으며 아이젠을 신발에 낀다. 필자는 전혀 생각을 하지 않고 나와 아이젠이 없다.
홀로 미모의 한 아주머니가 탐방지원센터에 다가온다. 센터 직원이 아이젠이 없으면 안가는게 좋다고 하니 바로 뒤로 돌아선다. 보통 등산객들 같으면 아랑곳 없이 지나가련만 역시 FM인 듯하다. 안전 불감증 시대를 살면서 선진형 여인임에 틀림없다.
휘파람새의 짝찾는 낭낭한 소리
담현이 혼자 달아난다. 눈이 쌓여 미끄러지지는 않는다. 뽀드득뽀드득 소리도 나고 해서 기분이 좋다. 미세먼지는 약간 있는 것 같다. 딱따구리가 벌레 냄새를 맡은 건지 집을 짓는 건지 나무를 쪼는 소리가 목탁소리마냥 산속의 적막을 가른다. 휘파람새의 휘파람소리도 들린다. 짝을 찾을 때 유독 목소리가 낭낭하다니 수컷이라면 구애를 하는데는 온갖 좋은색에 애교까지 부리는데 노래도 멋지게 불러야 하는 모양이다.
'산들로' 아주머니들
넓은 마당으로 된 계곡옆 유격장에 이르니 중년 아주머니들 한팀이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며 내려온다. 희미하긴 하지만 오봉을 배경으로 단체 인증샷을 한 컷 부탁했다. 오봉중 다섯째로 가장 가까운 봉우리인데도 미세먼지로 희미하다. 그녀들도 한 컷 부탁한다. 모임 이름이 뭐냐고 물으니 ‘산들로’(산, 들, 길). 산들로 파이팅!!! 사진이 별로인지 반응이 없다.
유격장에서
유격장 옆 계곡을 지나 700m 정도 올라가면 석굴암이 있고 바로 머리위에 오봉이 내려다 보고 있는 곳. 아무도 가고자 하는 회원이 없다.
부럼을 까 먹으려 잠깐
곧장 눈길을 조금 올라가다 벤치가 나오니 잠깐 부럼을 먹고 가자며 설송이 땅콩과 호도를 내 놓는다. 전날이 정월 대보름이자 대동강물이 풀린다는 우수였다. 질쎄라 담현은 비닐에 포장된 팥빵을 하나씩 돌린다. 커피도 나온다. 더 이상 내 놓을 수도 없다. 필자도 찰떡을 내놓을 수 없어 그냥 참고 있었다.
물오징어채로 시산제
다시 탄탄한 군 철조망을 따라 휘어진 눈길을 따라 걸어갔다. 오봉 조망데크. 요산은 어제 주문진에서 가져온 것이라며 물오징어를 채썰어 초장과 함께 가져온 것. 당연히 막거리는 따라온다. 오 담현이 시산제라며 막걸리 한잔 딸더니, 설송, 운산, 요산과 함께 산신에게 합장하며 금년 한해 사고없는 산행을 기원한다. 그리고 꼬시레를 한다.
다들 한잔씩 마시고 오징어채를 초장 찍어 입에 넣으니 목을 찰싹 넘어간다. 옥수수 막걸리는 구수하다. 요즈음 주문진 수역에 오징어떼가 찾아들었단다. 7마리 8,000원 주었다니 한 마리 2,500원하던 때가 까마득한 옛날처럼 여겨진다.
염색약을 잘못써 이마에 두드러기가 나는 바람에 약을 먹고 있다는 설송은 마시는것만 바라보고 있어야했다.
오봉전망데크에서 시산제
햇살에 다이아몬드처럼 빛나는 오봉
해가 나더니 미세 먼지속에 희미하던 오봉(660m)이 다이아몬드처럼 반짝거린다. 점점이 눈이 박혀 있으니 그럴 수 밖에... 달마는 봉오리 끝에 얹혀있는 부드럽게 사각진 바위를 만두란다. 반지의 다이아몬드를... 중생대 주라기에 마그마가 올라와 능선을 이루다 풍화되어 약한 암석질이 풍화작용으로 떨어져 빚어지게 된 5개의봉우리란다.
스토리 텔링을 위해 만들어 놓은 일화 하나.
“한 마을의 총각 다섯명이 원님의 어여쁜 외동딸에게 장가들고 싶어 원님앞에 머리를 쪼아리고 간택을 기다리고 있다.”고 하면 그럴 듯 할까?
지나가는 여인을 불러 단체 인증샷 하나 만들고 배낭을 짊어지고 데크를 내려왔다.
평일인데다 눈이와서 그런지 탐방객들이 없어 이렇게 호젓하니 딴 세상 같다. 눈이 내려 더더욱 별천지다. 역시 조금 올라가니 큰 운동장이 나오고 끝에는 화장실이 있다. 군 훈련장으로 쓰였을 것이다.
대전차 차단 콩크리트 벽
바로 소귀를 닮았다는 우이령 정상이 나온다. 해발 328m. 길 양쪽에는 대전차 차단 콩크리트 벽이 그대로 남아 있다. 을씨년스러운 남북대치상태의 잔재이지만 현재도 진행형이다.
하노이에서 열리는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는지를 이 차단벽은 알고 있는지... 6.25남침 이후로 숱하게 도발을 해온 북한이 이제는 핵개발로 한반도를 핵위협속으로 빠트리려는 중. 얼마나 미국이 북한을 설득을 할 수 있을지? 대부분 분석가들은 이번 2차회담도 속빈 강정이 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우이령 정상을 넘어서니 남쪽나라 봄처럼 도로의 눈이 말끔히 사라져있다. 교현 탐방지원센터 직원은 너무 겁을 준 것 같다. 미끄러운데 없이 자연스럽게 여기저기서 봄기운이 흘러나오는데...
그래도 우이동 탐방센터 처마밑으로 겨울철 안전산행을 위해 “아이젠을 준비해 착용”하라는 전자판이 흘러지나가고 있다.
우리는 룰루랄라 우이동유원지 시멘트길을 내려왔다. 길가의 음식점들은 낭만적인 이름과 달리 겨울이라 손님이 없어 적막해 보인다. 가뜩이나 나라 경제까지 좋지 않아 더욱 을씨년스러워보인다.
더파인트리 콘도 공사 곧 재개
유원지 입구에 옛 그린파크 자리에 들어서려던 <더파인트리 콘도>는 흉물로 서 있다. 부도가 나서 짓지 못하고 있는 상태. 문이 열려 있어 수위 아저씨에 물으니 건설을 곧 재개할거란다. 쌍용건설 이름이 그대로 써 있다.
부산 소재 건설업체인 삼정기업이 지난해 4월 한국자산신탁으로부터 이 부지를 1,400억 원에 사들이기로 계약을 체결해 9월 잔금을 모두 치러 소유권을 완전히 이어받았다는 것.
파인트리는 숙박시설과 골프연습장, 수영장 등을 갖춘 고급 콘도로 계획됐으나 시행사 부도와 시공사인 쌍용건설 법정관리로 공사가 중단된 2012년 이래 7년간 방치됐다. 인·허가 과정에서 편법·특혜 의혹이 불거졌고 북한산 경관을 훼손한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았다. 곧 인·허가 절차를 거친 뒤 착공에 들어가 2020년까지 공사를 마무리할 예정이란다.
순두부집을 찾아 들어갔다. 모듬전하고 녹두전을 시켰더니 겁나게 많다. 메인 메뉴인 순두부는 아예 먹지 못할 것 같았다. 막걸리를 마시며 앞으로의 산행계획을 의논했다.
4월17일 보성 일림산 철쭉 산행
3월에는 역시 근교산으로 하고, 4월에는 17일(수) 보성 일림산(667m) 철쭉 맞이를 가기로 했다. 제암산 (807m), 사자산(666m)이어지는 진철쭉 단지. 5월에는 담현 아들이 약속을 지키기 위해 모시겠다고 해서 5월 13~14 영남알프스 억새평전의 신불산(1,159m)과 통도사를 품고 있는 영축산(1,081m)을 가기로 했다. 운산 아들이 부산에서 근무해 내친김에 부산까지 가자는 진도까지 나갔다.
경전철 개통으로 버스 탈 필요 사라져
우이동과 신설동사이 두칸짜리 경전철이 2017년 9월 개통되어 버스를 타고 수유역까지 가는 일이 없이 바로 코앞에서 북한산우이역 지하로 내려설 수 있었다. 빚더미의 다른 경전철과 달리 유용한 시민의 발이 된 듯 하다.
후묵 배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