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처럼 웃을 날 있겠지요
김용택
작년에 피었던 꽃
올해도 그 자리 거기 저렇게
꽃 피어 새롭습니다.
작년에 꽃 피었을 때 서럽더니
올해 그 자리 거기 저렇게
꽃이 피어나니
다시 또 서럽고 눈물납니다.
이렇게 거기 그 자리 피어나는 꽃
눈물로 서서
바라보는 것은
꽃 피는 그 자리 거기
당신이 없기 때문입니다.
당신 없이 꽃 핀들
지금 이 꽃은 꽃이 아니라
서러움과 눈물입니다.
작년에 피던 꽃
올해도 거기 그 자리 그렇게
꽃 피었으니
내년에도 꽃 피어나겠지요
내년에도 꽃 피면
내후년, 내내후년에도
꽃 피어 만발할 테니
거기 그 자리 꽃 피면
언젠가 당신 거기 서서
꽃처럼 웃을 날 보겠지요
꽃같이 웃을 날 있겠지요
-<그대 거침 없는 사랑>(2005)-
해 설
[개관 정리]
◆ 성격 : 서정적, 낭만적, 희망적
◆ 표현 : 시간적 순서에 따라 시상을 전개함.
중심 소재인 '꽃'을 다양한 의미로 활용함.
'당신'이라는 가상의 청자를 설정하여 경건한 여성적 어조(경어체)로 호소함.
◆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 작년에 피었던 꽃 ~ 꽃 피어 새롭습니다. → 화자의 상황과 대비되는 자연 현상
* 지금 이 꽃은 꽃이 아니라 / 서러움과 눈물입니다. → 당신의 부재로 인한 것임.
* 언젠가 당신 거기 서서 ~ 꽃같이 웃을 날 있겠지요. → 당신과의 재회에 대한 기대
◆ 제재 : 꽃
◆ 화자 : 같은 자리에 변함없이 피는 꽃을 보며 자신의 곁에 당신이 없음을 서글퍼하지만,
언젠가는 당신과 다시 만날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고 있다.
◆ 주제 : 이별의 슬픔과 재회에 대한 기대
[시상의 흐름(짜임)]
◆ 1연 : 이별의 슬픔(당신의 부재) - 과거와 현재
◆ 2연 : 재회에 대한 기대 - 미래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이별 후에 바라보는 꽃은 화자에게 아름다움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아름다움을 혼자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은, 당신과 함께 하지 않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꽃이 만발할수록 화자의 서러움과
눈물은 심화된다. 그러나 화자는 절망하지 않고 사랑하는 당신이 언젠가 찾아와
만발한 꽃 속에서 웃어줄 날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작가소개]
김용택 : 시인
출생 : 1948년 9월 28일, 전라북도 임실
학력 : 순창농림고등학교
수상 : 2012년 제7회 윤동주 문학대상
2002년 제11회 소충사선문화상
1997년 제12회 소월시문학상
경력 : 2003 제4대 전북작가회 회장
2002 전북환경운동 공동의장
전북 임실 출생. 순창농림고교 졸업 후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였고, 전북작가회 회장,
전북환경운동 공동의장 등을 역임했다. 2008년 덕치초등학교에서 30년간의
교사 생활을 마치고 퇴임했다. 1982년 창작과 비평사의 『21인 신작시집』에
연작시 「섬진강」을 발표하면서 본격적인 창작활동을 시작하였다.
그의 초기시는 대부분 섬진강을 배경으로 농촌의 삶과 농민들의 모습을
정감있게 노래하고 있다.
그러나 연작시 「섬진강」의 경우, 시적 서정성만이 작품의 지배적인 정조를
이루고 있는 것은 아니다. 농민들의 일상이 조밀하게 사실적으로 묘사되기도 하고,
현실의 각박한 변화와 농촌의 퇴락을 비판과 풍자의 시선으로 지켜보기도 한다.
이 연작시는 첫 시집 『섬진강』(1985)을 통해 묶이면서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1990년대에 접어들면서 김용택의 시적 경향은 보다더 직관적이면서도 깊이
있는 정서를 담는 격조 있는 서정시로 변모하고 있다. 이같은 변화는
특히 소월시문학상의 수상작이 된 시 「사람들은 왜 모를까」와 같은 작품에
이르면 더욱 분명하게 하나의 시적 개성으로 자리잡게 된다.
그가 다루고 있는 시적 언어의 소박성과 그 진실한 울림은 토속적인 공간으로서의
농촌이 지니는 전통적인 가치와 새로운 현대적 변화를 연결해주는 정서적
감응력을 발휘하고 있으며, 일상의 체험을 시적 대상으로 하면서도 그 소탈함과
절실함을 동시에 긴장감 있게 엮어내는 시적 상상력은 독자적인 시적 경지를
이룬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그가 부박한 모더니즘에 휩싸이지 않고,
격정적 이념에 얽매이지 않으면서도 정서적 균형과 언어적 절제를 지키면서
아름다운 시로써 독자들을 감동시키고 있는 점은 높이 평가할 수 있다.
첫시집 『섬진강』(1985) 이후 『맑은 날』(1986), 『꽃산 가는 길』(1988),
『누이야 날 저문다』(1988), 『그리운 꽃 편지』(1989), 『그대, 거침없는 사랑』(1993),
『강 같은 세월』(1995), 『마당은 비뚤어졌어도 장구는 바로 치자』(1996),
『그 여자네 집』(1998), 『콩, 너는 죽었다』(1998), 『그리운 꽃편지』(1999),
『누이야 날이 저문다』(1999), 『나무』(2002), 『연애시집』(2002),
『그대 거침없는 사랑』(2003), 『그래서 당신』(2006), 『삶이 너에게 해답을
가져다줄 것이다』(2008), 『수양버들』(2009), 『키스를 원하지 않는 입술』(2013)
등을 간행하였다.
섬진강을 배경으로 들려주는 어린이 동화집과 글쓰기에 관한 책도 많이 펴냈다.
시 해설집 『시가 내게로 왔다』(2001)를 비롯하여 산문집 『김용택의 어머니』(2012),
『김용택의 교단일기』(2013), 『내가 살던 집터에서』(2013),
『살구꽃이 피는 마을』(2013) 등이 있다. 1986년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하였으며, 1997년 소월시문학상, 2012년 윤동주문학상 등을 수상하였다.
[네이버 지식백과] 김용택 [金龍澤] (한국현대문학대사전, 2004. 2. 25., 권영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