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4일)
저녁을 천천히 먹어야 한다
집에 돌아오면 저녁을 급하게 차리고 나간 사람의 식탁이 있고. 그는 오늘도 늦을 것이라고 말한다.
"혼자서라도 밥을 잘 챙겨 먹어야 해."
얼굴에 붉은 기가 사라지지 않는
저녁은 매일 찾아오고
식탁에는 계란프라이가 풀어지고 있다. 김치찌개가 식어가고 있다. 모양이 다른 동그랑땡 중 어는 것도 먼저 집지 못한다.
횡단보도의 빨간불이 세번 네번 바뀌는 동안 집으로 오는 마지막 횡단보도를 그는 여전히 건너지 않는다. 그렇게 눈이 쏟아지는 몇번의 겨울이 지나면서 그 사람
이 영원히 오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내가 그 사람이 했던 요리를 따라 하며 우리의 식탁을 차리는 저녁이 계속되는 것이다.
눈앞에서 뜨고 지는 태양처럼
허기가 커지고 줄어들기를 반복하고
저녁때가 되면 사람들은 몇십년이 지나도 맛이 변하지 않는 음식점을 찾아 나선디. 3대째 내려온다는 음식점 간판에 걸린 세 사람은 흐릿해지고
계란프라이의 노른자는 접시에 다 흘러내렸다.
저녁밥을 꼭꼭 씹고서 천천히 목 뒤로 넘겨야 한다. 밥공기가 줄어드는 동안 저녁을 같이 먹었던 옆얼굴이 나를 쳐다보기에
의자를 앞으로 당길 때 드르륵,
맞은편에서 누군가 의자를 빼고 앉을 준비를 하기에
* 강우근, [너와 바꿔 부를 수 있는 것]에서
- 창비시선 496, 2024. 1.25
:
"혼자서라도 밥을 잘 챙겨 먹어야 해."
그렇다,
꼭꼭 씹어 먹어야만
겨우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남은 시간,,
매일 찾아오는 붉은 저녁을
( 240604 들풀처럼 )
#오늘의_시
- 사진 : 0603 '오레오 빙수', 처음 먹다
https://youtu.be/oJIWY9W5WAM?si=bWnPJ5COf4nAHEV0
[MV] 빅뱅- 붉은노을[MV] 빅뱅- 붉은노을www.youtube.com
첫댓글 "얼굴에 붉은 기가 사라지지 않는
저녁은 매일 찾아오고..." 이 말에
잠시 나마(약 3년) 서울 생활이 스쳐가네요.
신대방동에 원룸을 구해놓고 양제로 출퇴근하던 시절
정말 얼굴에 붉은 기가 종종 자주 있었지요.
말은 안했어도 조금은 외로웠었나 보네요...ㅎㅎㅎ
여러모로 슨배님이시군요 ^^
저는 그 붉은 빛 안 나도록 자중자애 하고 있습니다. ^^;;;;
혼자있는 고독의 시간을 즐겨보세요
인생에 다시 없는 기회의 시간이기도 하겠지요?^^;;
빅뱅 붉은노을 정말 오랜만에 듣네요, 감사합니다
따뜻한 아니 시원한 저녁 보내세요 ~
고맙습니다 ~
만약에 혼자 저녁을 먹게 된다면...?
어른을 모시고 살다 보니 아직 그래 본 적이 없어서 그 느낌을 모르겠습니다만,ㅎㅎ
저는 암것도 안 먹고, 술을 먹지 않고도 취한 노을빛을 오래 오래 바라볼 것 같습니다.
떠나실 때까지
시아버지 모시고 산
울 마님 생각납니다.
아씨님께서도
당연히 복 받을 실 겁니다.
제가 곁을 잠시 떠나 있는 것처럼 말이죠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