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30일 아침,
9시 30분 OM302편으로 울란바투르로 떠나다.
12시 15분, 무사히 울란바투르에 도착.
5박 6일을 함께할 우리의 안내자, 배우 황정민을 약간 닮은 쟌다씨와 만나다.
유창한 한국말과 한국적인 매너가 돋보였던 훌륭한 안내원이었다.
첫날의 숙소인 테를지를 향해 떠나다.
수도인 울란바투르의 거리는 우리나라의 60년대의 모습이다. 다만 자동차의 숫자가 조금 많았고, 그 자동차는 용케도 부딪치지 않고 절묘하게 서로가 서로를
피해 가는 것 같다. 차선이 있기는 할텐데 눈에 잘 보이질 않는다. 시내의 거리를 벗어나 한적한 시골로 접어들며 그들이 갖을 수 밖에 없는 운전 습관은 길이
없는 길을 달리던 습관이 아닐까 싶었다. 가는 길, 작은 소읍의 슈퍼를 들러 필요한 물품이 있으면 사란다. 진열된 물건들을 보며 서울 어느 동네 슈퍼를 왔는
가 싶었다. 포장지는 거의가 한글로 표기된 물품들. 라면에서 순창 고추장까지 동네슈퍼 선반위에 있는 모든 물건들이 총망라되어 있다. 새삼 우리 나라의
발전이 피부에 닿는 것 같다. 어쩌면 지구촌이란 말이 생활로 들어오면 이런 것이구나 싶기도 했다.
울란바투를 기점으로 동북쪽에 위치한 오지의 몽골을 찾아 가는 길,
테를지는 세계자연유산으로, 몽골의 대표적인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곳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초원과 사막이 거의 면적의 대다수인 이곳 몽골에서 바위와 산으로 이뤄진 태를지는 대표적인 휴양지로도 각광을 받고 있다고 했다.
우리나라의 설악과 비견되는 산을 갖고 있으며. 우리가 묵을 숙소인 게르도 아름다운 바위 산 아래에 자리하고 있었다. 게르를 배정 받은후 일행은 말을
타러 나갔다. 2인 1조로 말을 끄는 마부 하나에 두 사람이 나서게 된 내 첫 번째 동반자는 마돈나. 나처럼 별로 짐승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으로서는 말
잔등에 올라 앉는 것부터 조금은 불편했지만, 몽골까지 왔는데, 그래도 해야 하는 것이니까. 아무래도 난 기마족의 후예는 아닌 것 같다. ‘나 잘 태워줄
수 있지? 네가 싫은게 아니고 약간 겁이 나거든. 우리 잘 해보자. 나는 너를 믿을께’ 우선 내가 탈 말에게 아부성 인사를 건네고.
생각보다 말타는 즐거움이 꽤 괜챦았다. 온 몸으로 받아 들이는 바람이 아주 상쾌했다.
나와 마돈나의 안내를 맡은 소년 아이는 앉아서 긴장을 하고 있는 우리의 모습이 재미 있나보다. 흘낏거리며 유유자적 몰고 간다. 수시로 장난질을 치기도
한다. 속도를 냈다가 우리의 표정을 흘낏 보고 씽긋 웃고는 다시 속도를 조절한다. 그러기를 한시간여, 우리는 다시 숙소 근처에서 말에서 내린다. 약간의
비구름은 말을 타는 동안 활짝 개어 있었다..
저녁 식사시간, 게르의 식당은 귤빛 전등이 켜져있고, 나름대로 운치있는 시간이었다. 향긋한 나무냄새, 돌과 함께 구어졌다는 ‘허르헉’이라는 양고기로 만든
전통 음식도 우리 입맛엔 그런대로 맛이 있었다. 여행에 처음 동행하신 아름다운 부부, hoho mom 님 내외분이 선물한 와인 한잔씩을 곁들여 즐거운 식사
시간을 갖었다. 밝은 별빛을 보기엔 날씨가 만만치 않았다. 간간이 비가 뿌리고 바람이 분다.
나무 장작불이 타오르는 소리가 정겹다. 불어대는 세찬 바람 소리가 외로움의 강도를 높여 주는 것 같다. 문득 광야의 내던져진 외톨이가 된 것 같다.
잠이 올 것 같지 않다.
7월31일 (금) 둘째날.
아주 따스하고 포근한 느낌이 솜이불을 덮은 아랫목 같다.
아! 저 태초의 소리같은 바람에 잠이 들 것 같지 않아라고 생각하며 난 깊은 잠에 빠졌나보다. 게르의 침대 위에서 상큼한 아침을 맞는다.
때묻지 않은 투명하고 맑은 대기의 바람이 온 몸에 안긴다.
아직 해가 다 퍼지지 않은 이른 시간, 발 밑에 피어난 온갖 꽃들이 ‘안녕하세요?’ 말을 걸어 오는 것 같다. 하나 또 하나와 안녕을 나누고, 산책길을 나선다.
바위를 좋아하는 평강공주는 이미 다람쥐처럼 바위위에 우뚝 서 있다. 꽃을 좋아하는 소보는 그 눈이 땅에만 가 있다. 살살 기다싶이 꽃들을 어루 만지는가
했더니 야생화 꽃다발을 만들고 있다. 구름을 사랑하는 이, 그 시선은 구름에만 꽂혀있다. 참 제 각각의 사람들, 취미도 생각도, 습관도 삶의 형태도 의미도
다른 이 사람들, 하지만 한 가지. 그들은 모두가 자유로운 영혼들이다. 누군들 속박이 좋으랴만 그 욕망의 농도가 짙은 사람들, 그들이 함께 길을 나선다.
함께, 하지만 홀로.
거북바위를 찾아서.
이런 곳을 만날 때마다, 숨이 막힌다. 거대한 거북이가 그대로 앉아서 뭔가를 바라보는 것 같은 형상의 바위, 어느 때, 어떻게 저 바위가 저 곳에 자리를 잡았을까?
여행지에서마다 만나는 이런 형상의 바위들은 상상의 소설을 쓰게 하니, 아마 이래서 전설이 생기고 신화가 생기는 것은 아닐까?
그 언덕에서 바라보이는 바위산과 멀리 보이는 협곡 같은 곳, 언덕위로 바람이 몰려올라 온다.
야생화가 아름다울 것이라고 상상은 했지만,
그 푸른 초원이 끝없이 이어지는 외로움의 땅일 것이라 짐작은 했지만,
펼쳐지는 그 모든 것들 앞에 가슴이 먹먹해온다.
자동차가 한번 스치고 지나면 초원엔 향긋한 풀 향기가 피어오른다. 풋풋한 싱그러움이.
안내원 쟌다가 데려다 준 청보라의 절구대꽃(아무래도 이름이 마음이 들질 않는다) 군락지는 그 끝을 찾을 수 없는 꽃의 벌판이었다. 숨 넘어갈듯 그 황홀함에
감탄하는 일행의 탄사는 차라리 절규다. 쟌다 말하길, ‘이건 시작’이란다. 아리토록 터지는 카메라의 셔터 소리가 초원 가득 울려 퍼진다.
안내원 쟌다는 말한다. ‘길 아닌 길’로 우리는 가고 있다고. 그랬다. 차는 초원의 그 풀밭 사이로 어디든 마음대로 운전이다. 후흐노르로 가는 길은 사방
어디를 둘러봐도 꽃 천지다. 청보랏빛 절구대꽃 군락지, 잔디같은 봄꽃이 눈처럼 무리지어 피어난 하얀 벌판, 케모마일이 펼쳐진 쑷색의 초원이.
드디어 무심재표 탐색의 순간이 왔다. 초원 한가운데를 가르고 가는 차창 밖으로 진분홍 꽃밭이 먼 산아래에 띠처럼 둘러쳐 물감을 뿌린듯 선명하다. 도무지
궁금한 일행의 궁금증은 쟌다에겐 걸림돌, 그곳으로 방향을 돌리자는 무심재 선생의 말에 능구렁이 쟌다는 ‘숙소에 너무 늦을 텐데요’라고. 쟌다의 잔머리
에도 변함없이 ‘저 꽃 있는데로 갑시다’라는 말 한마디에 우리는 속으로 박수를 쳤다. 쟌다왈 “딱 걸렸네요.”(여행내내 완벽한 한국어 구사로 우리를 즐겁게
해줬던 현지 안내원)
드디어 도착한 진분홍의 꽃의 군락지,
그것은 ‘분홍 가시꽃’이었다. 북한산 진달래 능선 위에 만개한 진달래를 만난 기분? 초원 그 한 복판도 아닌 산자락 아래, 그것도 무리지어 도저히 눈길을
뗄수 없을 만큼 고혹적인 자태를 보여준 이 꽃은 어찌 초원 멀리 떨어진 산자락에 자리잡아 군락을 이뤘을까? 그 꽃무더기를 중심으로 보랏빛 잔데, 분홍
보라의 솔체, 하얀 구절초, 이름모를 노란 꽃, 자줏빛 오이풀,이 꽃무더기를 이루며 피어 있었다. 후후노르로 가는 회색 하늘 아래의 꽃이 지천이었던 그
언덕길, 그 곳은 짙은 영상이 되어 내 가슴 어딘가에 박히고 있을 것이다. 내생의 어느 순간 이유없이 눈물처럼 아득한 그림으로 이 순간은 날 찾아 오겠지.
아! 만약 나에게 내생이 주어진다면.
테를지를 떠나 중간 지점에서 간단한 식사후, 우리는 후후노르에 저녁 무렵에 도착했다.
후흐노르, 푸른호수를 뜻한다는 몽골어다. 적들에게 쫓기던 징기스칸이 새로운 터전을 마련했던 곳, 부족국가들을 통일하고 왕으로 등극한 곳이라 했다.
궁전터로 추정되는 초석과 나무 조각상이 있는 옆으로 통나무로 만든 캠프장이 있다, 어쩌다 만나는 그림처럼 예쁜 통나무의 캠프장에 짐을 풀고, ‘푸른
호수’ 후흐노루 호수가를 찾다. 호수가의 간단한 산책, 저녁식사, 간간이 뿌리는 빗방울, 통나무 집을 통째로 날릴 것 같은 바람 소리,
어느 순간
바람이 멈추는가 했더니 ‘별 볼일 없을 걸요’옆 친구의 말. ‘아니요. 별 볼일 있을 겁니다’저녁 식사 후 검은 구름 사이로 달이 얼굴을 비추기 시작했고,
금방이라도 뚝뚝 떨어질 것 같은 별들이 반짝이며 나타나기 시작했다. 북두칠성의 일곱별이 선명하게, 금성이 동쪽 하늘에, 은하수가 하늘 한 가운데에
안개처럼 흐른다. 아직도 검은 구름이 간간이 별들 사이로 얼굴을 디밀긴 했지만 그 빛을 지워 내지는 못한다. 바람이 차갑다. 바람이 한번 씩 휘몰고 갈 때
마다 별빛이 흔들린다. 아름다운 밤이었지만, 견딜 수 없을 만큼 춥기도 한 밤이었다. 왜냐하면 테를지의 게르와 달리 이 곳은 불을 피울 수 없었기 때문에.
첫댓글 아름답습니다, 구경 잘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글도 짦고, 사진도 미숙해, 표현된 것이 이것밖엔 안되지만, 죽기전에 가 봐야할 곳 리스트에 올려 놓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금련화님의 여행후기에서 함께 할수없었던 아쉬움이..........
어디던, 시간과 건강이 허락되신다면 따라 나서는게, 죄송합니다. 너무 좋은 시간이었기 때문에.
멋진 영상과 여행후기 잘보고갑니다...언젠가 저도 무심재 여행에 동참 해보고 싶습니다.
꼭 한번 오세요. 다른 여행에서는 맛볼 수 없는 특별함이 있답니다.
승합차를 타고 산을 오르는 기분... 승마 못지얺지요...^^
꽃미남의 아버지! 안녕하세요. 아들을 바라보며 생각했답니다. 저 아버지도 어느날엔간 저런 미소년이었겠구나. 부자의 정이 참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몽고 초원에 펼쳐진 보라빛 꽃 사진을 보는것 만으로도 가슴이 멋는것 같은데요. 제가 작년에 본 초원과 비슷한것 같은데 보라색 꽃화원은 생소합니다. 질투가 나려고합니다.
선배님, 이번 꽃 길에 만개의 시기였답니다. 길을 떠나며, 제 때를 만나는 것이 쉽지가 않은데, 이번 길에서 행운이 찾아 줬던 것 같습니다. 정말 아름다웠어요.
멋진 여행후기 잘 보고 갑니다 ^^*
감사합니다. 무심재 여행에서 만나는 best님, 카메라 촛점을 맞추는 그 뒷모습은 언제나 제 모델이었던 것 아세요?
사진과 글이 금련화님의 모습과 같습니다. 낮엔 하늘과 야생화 그리구 우리들, 밤엔 별과 초원의 게르가 어찌 그리 잘 어울어져 그림 같은지 아직도 생생합니다. 태백 깊은 산속에 가서 3일 보내고 왔습니다. 우리나라도 참 아름다운 나라입니다. 무심재여행을 따라 다녀보니 자연을 보는 안목이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그저 아름다움속에 내가 있다는 자체가 좋습니다. 다음에 뵐 때까지 건강하세요.
몽골의 그 꿈 같은 시간으로 한참은 행복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무심재 여행 카페에서 얻은게 너무 많지요. 여행 친구들, 아름다운 여행지들..., 태백 깊은 산 속, 좋으셨지요?
너무 아름다운 사진과 글..잘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