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일요일까지 축제가 끝났으니 이제 슬슬 유구 색동정원에 가 볼까?
한낮엔 너무 더워 오후가 적당한 시간이다
1박 2일로 골프여행을 떠나는 남편을 배웅하며 갑자기 앞자락에 와르르 쏟아진 시간들이 반짝이며 빛나기 시작한다
딸내미 직장에서 유구까지 오는 시간을 검색해 보니 약 30분
우리 집에서 출발하면 약 45분 걸린다
시간 절약을 위해 수국정원으로 오겠냐 했더니 흔쾌히 오케이 한다
난 김밥과 과일을 준비해 가볍게 나섰다
동네 공원에 소풍 가는 기분으로
분명 축제까지 성대하게 치렀다고 했는데
정작 내가 좋아하는 청보랏빛 수국은 아직 피질 않았다
흰 수국과 핑크빛 수국은 만개에 가까워 그런대로 축제의 체면을 살렸을 것 같다
수국보다 내 눈길을 사로잡은 꽃은 따로 있었다
바로 이름도 생소한 코끼리마늘이다
마늘 종류인데 키가 크고 덩치가 커서 코끼리라는 이름이 붙은 게 아닐까 추측해 보다가 궁금해서 검색해 보니 반전이 있다
1940년대까지 토착작물로 재배한 기록이 있다고 한다
종자가 해외로 반출되어 명맥이 끊겼다가 2010년 무렵 미국이 6.25 전쟁 시기에 한반도에서 가져간 농업유전자원 1600여 점을 농촌지흥청 유전자원센터로 영구 반환되면서 코끼리마늘도 다시 재배되기 시작했다
맛은 마늘과 양파의 중간정도라고 하는데 흔치 않고 인지도가 낮다
나도 본 적이 없고 이름자체도 처음 들었다
코끼리마늘 외에 대왕마늘, 황제마늘, 곰마늘 등으로 불린다고 한다
원예종 코끼리마늘( 알리움)도 재배된다고 하는데 아마도 오늘 본 꽃은 이 알리움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둘은 같은 종의 친척뻘이다
늘 보던 수국정원에서 이 코끼리마늘에 눈길을 빼앗기고 더 오래 머물렀다
엄마 사진 열심히 찍어주는 짠달과 가져간 김밥을 맛나게 먹었다
수국길가에 미니 정자가 있어 호젓하게 앉아 소풍을 즐겼다
일이 많아 스트레스 받았는데 힐링되었다며 얼굴이 환해졌다
오늘 엄마의 기획 아주 좋았어
수국정원의 꽃이 가득 피었을 때는 이 길의 꽃들이 그다지 눈에 들어오지 않았었다
키도 작고 풍성한 느낌이 없었는데 오늘은 제법 이쁘다
좋아하는 청보랏빛 꽃이 아직 피질 않았으니 이 길의 꽃들이 풍성해 보인다
해 질 녘의 이 길이 걷기에도 참 좋다
가까이 사는 사람들은
이른 저녁 먹고 산책하듯이 걸어 나와 이 예쁜 정원에서 시간을 보낼 수있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