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십자가(서평)
ㅡ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누이처럼
평안해 보이는 손원영목사를 위했던
이태 전 글을 다시 나눈다
손목사는 함께하는 모임인
코리안아쉬람 19돌 행사에서도 다시 만났다.
하나만 아는 이는 사실은 하나도 모른다는 말이 있다. 어느 곳에나 적용할 수 있는 말이어서 종교에도 역시 적용하고 있다. 불교만 아는 이는 사실 불교도 제대로 모른다는 말이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이웃종교를 이해하는 노력을 해오고 있다.
불교계 이웃종단과의 교류는 한국불교종단협의회를 통해서,이웃종교는 종교연합선도기구(URI )와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를 통해서 하고 있다. 덕분에 이웃종교를 조금이나마 이해하면서 나의 불교 수행에 더 깊이 다가갈 수 있게 되었다.
더구나 성공회대학교에서 ‘스님과 함께 하는 채플’이라는 특별한 강의도 1년간 하였다. 천주교에서는 동북아 가톨릭평화영구소 초빙연구원으로 활동하면서 이해를 더 깊이하게 되었다.
보다 나아간 체험은
저잣거리 수행전법도량의 기치를 들고 개원한 열린선원에서다.
특별법회인 ‘예수님탄신축하법회’를 개원 이래 14년 동안 매년 봉행했다. 목사님이나 신부님 또는 신학교수를 초빙해서 크리스마스특별설교를 듣고 나는 축사를 하며 불자들과 함께 찬송가를 부르는 행사였다. 손원영목사는 이 행사에 설교자로 초대해서 해서 알게 되었다.
손원영목사의 신학 입장은 좀 특이해 보인다.
이른바 예술신학이다. 하느님의 마음이 아름다울 것이니 창조된 이들도 아름답게 보는 그 마음을 따르자고 하는 것으로 안다. 그리스도교 신학 입장에서 보았을 때 하느님의 피조물 아닌 존재들이 없으므로 이 세상 모든 존재들이 형제자매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사랑해야하는 것이 아니고 자연스럽게 사랑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이웃 종교(Neighborhood Religion)라고 하는 세계 어디에도 없는 단어를 쓰고 있는 우리나라다. 종교의 다양성에 근거를 가지고 있다. 다양성을 존중한다고 해서 자기 종교의 정체성을 포기한다는 의미는 아닐 것이다. 그리스도교의 신학 입장으로 보면 이웃종교인 또는 비그리스도인은 시간과 장소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언젠가 그리스도교인이 될 예비그리스도인일 것이다. 그러니 어찌 사랑하지 않겠는가?
어느 날 하느님의 사랑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그리스도인의 손에 의해 불교의 성소인 대웅전이 파괴되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는 것을 뉴스에서 보았다. 다른 사람들은 그저 쯧쯧 소리하는 생각만을 가졌을 텐데 손원영 목사는 나의 동생 나이 누나의 아들이 다친 것 같은 쓰라림을 느꼈다. 아니 내 조카가 그런 것 같은 부끄러움과 미안함을 느꼈다. 그래서 공개적으로 대신 참회하고 사찰 성소 즉 대웅전 복원비용 일부를 자신의 돈과 성금을 모아서 보내려고 하였다. 그 사찰에서는 자력으로 복원할 테니 더 이상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종교간 평화, 대화하는데 써 달라고 했다고 한다.
이런 아름다운 뜻을 잘못 이해한 이들이 그가 강의하고 있는 학교에서 강단을 빼앗아버렸다. 받아들일 수 없는 손원영목사는 소송을 제기해서 사회법에서는 대법원에서까지, 법인 법으로는 이사회에서까지 복직해서 강의를 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곧 복직해서 학생들에게 하느님의 사랑을 제대로 전하는 강의할 꿈을 꾸고 있었다.
손원영목사를 아끼고 사랑하는 신학자들과 사회 운동가들이 손원영 교수의 뜻이 제대로 알려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대책 위원회를 꾸렸다. 손원영목사와 다른 교수들의 논문들도 실려 있고, 여러 언론의 기사들과 법원에서의 소송과정과 결과를 묶어서 <연꽃십자가>라는 대단히 아름다운 제목으로 펴냈다. 내용을 읽어보니 한국 종교사 또는 한국 기독교사에 길이 빛날 자료라고 생각되어 내용 소개보다는 그간의 정황을 알려드리며 읽기를 권하는 바이다.
십자가 같은 불교 상징 만(卍)자도 많고, 만자와도 같은 십자가도 십자가 전시회에 가보니 많았다. 내가 교화하고 있는 일본 나가노지역에는 마리아지장이라는 가슴에 십자가가 새겨진 지장보살상도 있다. 1년간 강의했던 성공회대학교 대성당 십자가도 연꽃문양의 십자가였다. 한신대학교에는 삭발하신 예수님과 12사도의 최후 만찬화가 있다. 잘 살피면 이해할 것들도 많고 함께할 것들도 참으로 많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또 다른 갈등의 구조에 있었던 대학총장이 손원영 목사가 서울 은평구에 있는 열린선원이라고 하는 사찰, 사실은 내가 봉직하고 있는 사찰, 에서 한 행사의 설교를 문제 삼고 있다는 더욱 슬픈 뉴스가 들린다.
문제가 된 그 행사는 2019년 크리스마스 축하 법회라는 행사다. ‘2019년예수님탄신축하법회’에서 손원영 목사님께서 아주 특별한 설교를 하였다. 예수보살육바라밀이라는 주제로 원고를 잘 작성해서 설교를 하였다. 기독교 신학의 입장은 정확하게 모를지라도 비교종교 입장에서 보았을 때도 대단히 잘 마련된 설교문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 저명한 종교학자인 오 강남 박사께서도 참여해서 대단히 감동스러운 설교, 대단히 감동스러운 법회라고 칭찬하였다.
이 설교 내용을 손원영교수와 다른 일로 좋아하지 않는 관계에 놓인 대학 총장이 이단 심판 위원회에 부의했다는 말을 듣고 안타까운 마음 그지없다. 이웃종교의 성소에서 예수님 탄신을 축하하는 설교를 했으면 상을 주어야 마땅하지 않는가 말이다.
(이 글은 '종교와 평화 2020년 7월호' 서평이다.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에서 발행하는
월회보이다. 페친 민성식씨가 편집 주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