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갑내기 부부 자전거로 아프리카를 달리다!
(글, 사진 : 이성종, 손지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부룬디
48시간의 기나긴 항해의 끝이 보인다.
이틀 동안 우리를 잘 챙겨주신 선장님과 아쉬운 작별인사를 나누며..
그간 육로만을 통해서 국경을 넘어오다가
처음으로 넓디넓은 호수를 건너오니 느낌이 새롭다.
“누나! 나 왠지 부룬디 마음에 들어!”
“어..어..그래..부룬디도 널 마음에 들어할까?ㅋㅋㅋ”
“뭐야?ㅋㅋㅋ빨랑 오기나 해!”
한달 여간의 잠비아 여행을 마치고,
오랜만에 새로운 곳에 넘어와서 그런지 지렁이는 싱글벙글이다.
흠..이런 모습 왠지 긴장감을 주는 데…
뭐 별일 없이 입국할 수 있겠지?
“황열병 예방접종 카드는 가지고 있나요?”
입국심사대 직원이 물었다.
“물론요!”
아프리카를 여행하기 전에 필수로 맞고 와야 하는 예방주사가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황열병’
이 병은 주사 한 방으로 거의 100% 예방이 되기 때문에 출국하기 전에 꼭 맞는 것이 좋다.
또한 어떤 나라들은 이 옐로우카드(황열병 예방 접종 확인서)가
없으면 입국이 불가능 한 곳도 있기 때문에
아프리카 여행시에는 분실하지 말고 꼭 가지고 다녀야 한다.
하지만 남아공에서부터 이 곳 부룬디에 오기 전까지
어떤 곳에서도 옐로우 카드를 검사한 적은 없었다.
가끔 옐로우 카드가 없을 경우 입국을 거부하면서
돈을 요구한다고도 하는데..혹시 여기서 그런 일이?
분위기를 보아하니 우리만 검사하는 게 아니라 내국인도 모두 검사하는 분위기이다.
몇몇 내국인이 표정이 어두워지고 발을 동동 구르는 걸 보니 분위기가 좀 싸하다.
여튼 우리에겐 카드가 있으니 자신 있게 내밀고, 얼른 입국 도장을 받길 기다린다.
10분…
20분…
“아 우린 왜 이렇게 오래 걸리는거야?”
보통 출입국 할 때는 5~10분 정도가 걸리는데 지금 30분째 대기 중이다.
나머지 내국인들은 아까 전에 모두 갔고, 우리 셋만 남았다.
직원들도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도 않는다.
답답한 나는 직원으로 추정되는 한 남자를 붙잡고 물어봤다.
“아저씨, 다른 사람들은 모두 갔는데 왜 우린 안 보내줘요?”
“그게 말야, 외국인 비자 담당자가 휴가를 갔어.”
“네? 휴가요?????”
“응 지금 연락 중이야.”
“아저씨 저희 신분도 확인하셨으니,
담당자한테 전화해서 아저씨가 도장만 찍어주면 되잖아염”
“그렇게 할 순 없어. 무조건 담당자가 직접 도장을 찍어줘야해. 그러니 올 때까지 기다려.”
“언제 오는 데여? 나 배고픈데”
“그건 나도 모르지”
아..이게 무슨 답답한 소리인가?
담당자가 휴가 가서 언제 올지도 모른다니..
“누나 담당자가 오긴 오는 거야?”
“그러게나…”
이 곳 까지 오려고 많은 고생들을 했는데, 부룬디로 입국하는 것도 만만치 않다.
그렇게 1시간 정도가 흘렀나?
짜증이 가득한 얼굴을 한 담당자로 보이는 여자가 한 명 왔다.
“너네니?” (마치 휴가 중인 자길 부른 게 누구냐는 식으로)
“네, 잠비아에서 왔구요, 3일 짜리 Transit Visa를 원해요.”
(이대장은 브룬디는 매우 작은 나라여서 3일 이면 충분히 넘어갈 거라고 했다.)
“흠..비자비는 1인당 US20이야”
“네, 여기 있어요.”
여자는 퉁명스럽게 돈을 받아보더니 딴지를 걸기 시작했다.
“뭐야, 이거 한 장이 반으로 접혀있잖아! 이거 위조지폐 아냐?”
“위조라뇨! 돈이야 지갑 속에 넣고 다니니 당연히 접히는 거 아니에요?”
“아니 난 모르겠고, 이렇게 반이 접힌 돈은 난 받을 수 없으니 새 걸로 가져와!”
우와…이 여자 미치겠다.
외국인 담당자가 없어서 1시간을 넘게 기다리게 하더니
반이 접힌 돈을 가지고 위조지폐라고 생 떼를 부리다니..이걸 확 그냥!
이~~~~ 만~~~~~하면 우리에게 돈을 요구한다는 의미는 잘 알아들었다.
근데, 우리가 호락호락하게 넘어갈 줄 알았냐?
“돈 줘요. 바꿔오면 될 거 아냐!”
열이 받을 데로 받은 이대장은 돈을 뺏어 들고
지렁이와 함께 자전거를 타고 근처를 돌아다녀서
접히지 않은 말 그대로 새돈으로 바꿔서 다시 왔다.
“자요, 여기 당신이 원하는 새 돈!
반 안 잡혔고 다림질까지 돼 있는 거 같아.
됐어요? 얼른 입국 도장 찍어줘요.”
여기서 끝날 줄 알았다.
그러나 이 여자도 보통내기가 아니었다.
우리에게서 돈을 뜯어내기 위한 마지막 버팅기 수를 쓰기 시작했다.
“잘했어~잘했고~~근데 말야 내가 너네들 때문에 휴가 중에 온건 알고 있지?”
아니..지금 그걸 자랑이라고 우리한테 하는 소리야?
한 나라의 출입국 관리소의 직원이 평일에 휴가나 가고 말야….
이 나라는 잠비아에서 배타고 오는 외국인 여행자에 대한 배려가 있긴 있는거야?
“알고 있어요. 고마워요.”
욕이 나오려는 걸 꾹꾹 참고 나이스 한 이미지를 위해 고맙다는 인사로 마무리를 하려는데
밉상 여직원의 개념상실 막말이 작렬한다.
“너희 때문에 급하게 오느라고 목이 말라 죽겠어. 맥주를 좀 마셔야겠어.”
맥주? 어디서 맥주 타령이야!
우리 잠비아에서 돈 다 쓰고 너한테 비자값까지 다 줘서
진짜 없단 말야! 있어야 주지 이 여자야!
이렇게 외치고 싶은 게 굴뚝같지만 이게 바로 입국심사대 직원의 파워다.
별 이상한 이유로 도장을 거부하면 우리도 할 말이 없는 입장이다.
돈은 없었지만…도장을 찍기 위해선 회유책이 필요했다.
“아 맥주? 우리도 더웠던 참인데, 거 도장 빨랑 찍고 나가서 시원하게 한잔 합시다~”
“아니…난 그냥 혼자서 마실래. 그러니 20달러만 줘봐”
20달러가 애 이름인가…계속 빙빙 둘러대는 우리가
짜증이 났는지 대놓고 돈을 달라고 요구했다.
더는 못 봐주겠다!
우리도 마지막 방법을 쓸 수 밖에!
20달러를 손에 쥐어 여직원의 눈앞에 보여줬다.
“자, 도장 찍어. 찍으면 줄께.”
“무슨 소리야. 그걸 줘야 도장을 찍지!”
“널 어찌 믿으란 거야? 찍어 당장”
“아니 돈부터라니까!”
우리는 도장하나를 두고 “도장 먼저 찍어!” “돈 부터 내놔! “ 팽팽한 신경전을 펼쳤고
3:1의 상황에서 쪽수가 밀린 여직원은 미심쩍은 표정으로 결국 도장을 찍어줬다.
도장이 찍히는 것을 본 우리는 여직원의 손에서 여권을 낚아채고 잽싸게 밖으로 달려 나왔다.
맥주값?
물론 내 손에 있다.
돈을 받지 못한 여직원이 뛰어나오면서 “내 맥주값은 두고가야지!”라고 소리를 지른다.
이보시게 이미 여권은 내 손안에 있소이다. 어서 큰 소리야!
“당신, 이런 행위 불법인 거 알아 몰라?
신고 안 한 걸 다행인 줄 알라고! 확 그냥!”
부룬디의 첫 인상은 그렇게 입국심사대 여직원이 시원하게 망쳐주었다.
휴우, 시작부터 만만치가 않냐…3일만 우리 사이 좋게 지내보자 응?
입국과 동시에 불쾌감이 치솟았지만,
그 여자 하나 때문에 전체적인 이미지를 망치고 싶진 않다!
우선, 근육 빵빵 남자들을 보면서 안구 정화를 좀..
음~~다들 왜케 몸이 좋아??? 말 근육일세~죠아죠아~
아차,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지?
우선 방을 좀 잡고 돈을 뽑으러 가야겠다.
잠비아에서 천원 한 장까지 탈탈 털어서 쓰고 와서
진심 한푼도 남지 않았기에 우린 돈을 인출하는 게 시급했다.
“아저씨 우리 돈 뽑고 올 테니 우선 방 하나 주세요”
“……………”
아저씨의 말이 들리지 않았다.
아저씨?
저 아저씨..지금 뭐라고 하시는 거죠?
“$#@&*@@@#@@#@”
“네..뭐라고요?”
그랬다.
부룬디는 영어가 아닌, 불어를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아저씨는 불어로 얘기하고 있었다.
아우…가뜩이나 영어도 겨우 하는데 불어라니…이거 방이나 하나 제대로 잡을지 모르겠다.
그렇게 아저씨와 손짓발짓 다하면서 의사소통을 하고 있는 데, 멀끔히 잘생긴 청년 하나가 다가왔다.
가운데 키 큰 청년
“헤이! 친구들! 너희 뭐하고 있니? 저기서 보니 몸짓이 화려하던데..”
“아~우리 지금 바디 랭귀지 하고 있었지!
그나저나 너 영어할 줄 아는구나! 그럼 통역 좀 해줄래?”
우린 이 친구를 부룬디의 ‘브레인’이라 불렀다.(솔직히 이름을 까먹었다)
우간다로 유학을 가 4년제 대학과정을 모두 마치고
부룬디 수도 시내에 있는 은행에 근무한 지 1년 되었다는 ‘브레인’은
불어, 영어, 지역어 모두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정말 스마트한 친구였다.
그 친구의 도움으로 숙소를 무사히 잡고,
본격적으로 돈을 뽑으러 ATM기계를 찾으러 다녔다.
한 바퀴, 두 바퀴..
부룬디의 수도 부줌부라 시내는 그렇게 큰 편이 아니어서 몇 바퀴고 반복적으로 돌 수 있었다.
그런데 아무리 구석 구석 돌아다녀도 돈을 인출할 만한 ATM기계가 없었다.
잠만….
‘브룬디에는 국제 ATM 기계가 없으니 유의할 것!’
우리가 늘 참고하고 다니던 아프리카를 여행한 미국인 자전거 여행자의 글 귀가 눈에 들어왔다.
에이~~설마…그런 데가 어디 있겠어…더군다나 여긴 수도잖아~~
물론 작은 마을엔 없을 수도 있겠지. 근데 수도에도 없다고?
푸하하하 말도 안돼~저거 거짓 정보야~~
그러나 잠시 후 그것은 사실로 판명되었다.
이건 거짓말이야!!!!!!!!!!!!!!!!!!!!!!!!!
믿을 수가 없었다. 부룬디에는 정말로 ATM기계가 없었다.
너무 충격적이었다.
우리는 돈을 찾기 위해 백방으로 돌아다녀 보았다.
소위 말하는 카드깡까지 하려고 몇차례나 시도 하였지만 그 어느 곳에서도 불가능했다.
잠비아로 돌아가려니 배값이 없고…
앞으로 가자니 르완다 비자값도 없고,.
한국으로 가자니..남아공 케이프 타운 공항까지 갈 돈도 없고……
대체 돈을 찾지 못한다면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한다는 말인가?
더군다나 3일이 지나면 부룬디 비자가 만료되어 불법체류자가 될 판이다.
정말 사면초가가 따로 없었다.
(현재 글은 이렇게 쉽게 쓰고 있지만 정말 앞이 깜깜한 순간의 연속이었습니다.)
이럴 때 의지할 사람 하나 없다는 것이 정말 외롭고 힘들었다.
혹시 도움을 구할 수 있을지 몰라 외교통상부에 전화를 걸어 도움을 구하고자 했지만
그 곳에서조차 부룬디에 거주하는 한국인은 한 명도 등록이 되어 있지 않아
도움을 줄 수 없다는 말만 되돌아 왔다.
정말 이대로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불법 체류자로 전락해야 하는 것인가? 하며
숙소 앞에서 고개를 떨구고 있는데
누군가가 해맑게 인사를 건넨다.
“안녕! 코리안 친구들!”
“어? 브레인?”
“그래! 나야 나~~~뭐하고 있어?? 표정이 안 좋아 보이는 데 무슨 일 있어??”
“그게 말이지….”
우리는 브레인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심각한 상황을 들은 브레인은 잠시 생각을 하더니
갑자기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며 허연이를 드러내며 말하기 시작했다.
“한 가지 방법이 있어! 너희 웨스턴 유니온이라는 거 알아??”
“웨스턴 유니온? 뭐 의류 브랜드야?”
“아니, 국제현금송금 서비스야.
해외에서 돈을 보내면 10분 이내에 찾을 수 있어. 수수료는 좀 비싸지만 말야.”
“정말 그런 서비스가 있단 말이야?”
우리로선 처음 접해보는 서비스였기 때문에
반신반의했지만 더 이상의 방법이 없기 때문에 곧장 시도를 해보기로 했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곧장 한국에 있는 가족들에게 전화를 하기 시작했고
새벽 2시에 돈 부쳐달라는 우리의 전화를 받은 지렁이네 누나는 죽을 맛이었다고 한다.ㅋㅋㅋ
이런 험난한 과정을 거쳐 무사히 한국에서 돈을 송금받았고
최악의 거지같은 상황에서 우리는 졸부로 거듭날 수 있었다. 푸하하하하하하하!!!
브레인 고마워!
부룬디 수도 부줌부라(Bujumbura)모습들
휴우, 이제 해결되었으니 얼른 르완다로 가자.
“자기야, 르완다 비자는 문제 없는 거지?”
“어.. 그… 그게…”
르완다 비자는 인터넷으로 신청 후 확인 메일을 받고 확인서를 출력해 가야 한다는데,
아직 확인 메일이 오지 않았다고 한다.
이틀 안으로는 꼭 받아야 하는데~ 우리 3일짜리 비자 받았잖아~~~~~!!!!
아이쿠! 산 넘어 산이네!!!
동갑내기 부부의 아프리카 자전거 여행
남아공-나미비아-보츠와나-잠비아-부룬디-르완다-우간다-케냐-탄자니아-잔지바르-모잠비크-남아공
2009.03~2009.09
6개월간의 무지개빛 기억
추석 연휴 잘 보내셨나요?
저는 열심히 며느리의 본분을 다하고 왔습니다. 으쌰으쌰!
오랜만에 글을 올렸는데 본문 내용이 좀 우울하죠? ㅎㅎㅎㅎ
잠비아에서부터 부룬디까지 무척이나 힘든 날들의 연속이었습니다.
워낙 큰 시련들이 여러 개가 한 번에 터져서 해결하기 힘들었고,
이대로 한국에나 돌아갈 수 있나? 라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글로 모든 사건들을 자세히 풀어내면 지루해질 것 같아서 돈을 찾아 애쓰는 모습과
기타 힘든 일들은 비중을 최대한 작게 두었습니다.
이외에도 크고 작은 사건들이 더 많이 있었거든요~
아마 지금껏 최고로 힘든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부룬디를 빠져나갈 때까지는 힘들다는 말 입에 달고 다닐 거 같으니 양해해주세요.
정말 만만치가 않아~~ 아프리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