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근 인줄 알았는데, 자궁근종이라고요?! 아랫배 만져서 자궁근종 구분하는 법
자궁근종은 자궁의 근육 세포가 이상 증식해서 생기는 양성 종양입니다. 가임기 여성 10명 중 2~3명에서 발견될 정도로 흔한 질환인데요. 대부분 별다른 증상이 없어 건강검진이나 임신 초기 초음파 검사에서 처음 발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궁근종은 평생 추적 관찰만 해도 될 정도로 작고, 성장이 느린 것부터 빠르게 커져 주변 장기를 누르고, 하복부로 볼록 튀어나오는 거대 근종 등 형태가 매우 다양합니다. 자궁근종의 크기가 클 경우 배를 만졌을 때 단단한 공, 예를 들어 야구공 같은 게 들어 있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때 배가 단단해졌다고 복근이 생긴 것이라 생각하기 쉽습니다. 실제로 저를 찾아온 환자분들 중에서 복근이 생긴 것으로 착각하고, 자궁근종을 오랜 기간 방치해온 분이 있었습니다.
혹시 최근 들어 배가 좀 나온 것 같고, 딱딱한 것도 같은데, 복근인지 자궁근종인지 헷갈린다고요? 그럼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소변을 보지 않은 상태로 무릎을 세우고 반듯이 누워서 복부를 만져보세요. 힘을 뺀 상태임에도 복부가 단단하고, 배 주변으로 공 같은 게 만져진다면 자궁근종일 확률이 높습니다. 복근은 배에 힘을 줄 때만 단단하거든요.
물론 자궁근종은 촉진만으로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에 단단한 복부와 함께 부정출혈, 극심한 생리통, 생리량 과다, 허리•골반 통증 등이 동반된다면 산부인과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합니다.
자궁근종, 임신에도 영향을 주나요?
자궁근종은 악성, 즉 암으로 변할 위험도 낮고, 난임을 유발하는 경우도 드뭅니다. 또 임신 중 자궁근종이 발견돼도 대부분 문제없이 출산할 수 있어요. 만약 자궁근종이 나팔관을 막거나 자궁내막에 영향을 주는 등 위치가 나쁘면 임신에 영향을 주지만, 단순히 자궁근종 하나 때문에 난임인 경우는 1~2%으로, 대부분의 자궁근종은 임신에 큰 지장을 주지 않습니다.
꼭 수술해야 하나요?
자궁근종의 치료는 근종의 위치와 크기, 개수, 증상 등을 고려해 결정합니다. 근종의 크기가 5cm 이하고, 별다른 이상 증상이 없다면 1년에 한 번 추적 관찰만 해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크기가 작더라도 ‘점막하 근종’이거나 크기가 계속 커지고, 생리량이 빈혈을 일으킬 정도로 많아지는 증상이 나타났다면 수술적 치료가 필요합니다. 또 아기를 가지려는데 착상이 계속 안 되는 이유가 자궁근종 때문이라고 판단되면 수술을 결정하기도 합니다.
수술이 필요한 경우 주치의 상담 후 본인에게 적합한 방법(자궁경 수술, 개복 수술, 복강경 수술, 로봇 수술 등)을 선택하게 되는데요. 특히 임신 계획이 있다면 시술 전 주치의와의 상담은 필수입니다.
참고로 고강도 초음파로 근종을 태우는 ‘하이푸 시술’이나 근종에 바늘을 삽입하고, 고주파를 쏴서 괴사시키는 ‘자궁근종 용해술’은 자궁에 손상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임신 전에는 권장되지 않습니다.
#차병원, 여성의학연구소 원영빈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