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 09:45분
버스를 내려 우의가 휘날릴 정도의
바람을 맞으며 출발~!
오늘 이 장면이 처음이자 마지막
사람을 찍은 모습이며
비록 뒷모습일지라도
한 번에 많이도 찍혔다.ㅎ~
[대둔산 879m]
전북 완주 충남 금산 논산시에 걸쳐있는
도립공원으로 일단 발을 들여놓으면
볼 것이 많은 산이다
특히 정상 마천대(879m)를 기점으로
케이블카가 있는 완주 방향이
수많은 기암절벽과 암봉들이 즐비해
갈 곳 많고 볼 것이 많아 올 때마다
항상 기대에 부품 마음을 품고 왔지만
그때마다 수박 겉 할기식의 산행으로
끝낸 기억만이 남아있다.
오늘도 초입 길가의 안내판 문구에
[간첩굴]이라고 명시가 돼있어
볼거리를 그냥 지나 칠 수 없는 노릇이라 가서 들여다보니
둥지를 틀고 몸을 숨길 만한 공간의 굴이다
이때부터 히끗히끗 눈 발이 흩날리더니
기온이 낮은 탓에 금방 쌓여 버린다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오늘의 산행 계획이
눈 속에 파묻혀 버릴거란 예상을 못했다 ㅎ
정상 마천대 찍고
대둔산의 명소 구름다리를 건너서
삼선 계단을 올라 부지런을 떨면 ㅎ
낙조대까지 다녀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어림 반 푼어치도 없는 욕심을 가졌었다
그리고 이곳에 오기 전부터
동학농민 혁명군의
최후의 항쟁지를 보고 싶었고
그게 안되면 먼거리에서라도
예(禮)를 취하고 싶었다
[미륵바위,형재봉,장군봉]
기록자들 마다
문구가 틀리고 지명이 불확실해
정확한 위치를 알 수가 없지만
대략 이 언저리인 것만은 확실하다
비록 올라가 보지는 못하더라도
먼 발치에서 스쳐 지나치면서라도
"우리나라에 민주주의 출발을 알린
혁명군에게 평안(平安)을 기도 드린다".
이렇게라도
마음으로 조의를 표하는 게
나의 오랜 바램이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기상 상황 !
바람을 타고 눈(雪)이 휘몰아치는 눈보라와
짙은 안개로 인한 시야가 막혀
주변 경관을 전혀 볼 수 없는 것이
오늘은 한 눈 팔지 말고 바로 내려가라는 뜻인 것 같다. ㅎㅎ
내리는 눈의 속도에 비례해 등로 길은
금방 설국(雪國)으로 변했고
눈 터널 속의 적갈색 나무 가지들은
새로 돋는 어린 사슴뿔 마냥
순백의 녹용으로 변한 모습으로
또한 만발한 눈의 꽃 설화(雪花)가 되어
눈 꽃이 눈을 잡아 끈다~ㅎ
이로서 오늘 가볼 곳은 한 군데도 못 가봤고
작은 설악산 이라고도 불리듯
악산(惡山)인 대둔산의 오늘 풍경은
온통 눈으로 덮힌 겨울 설산(雪山)의 모습을 보여줬을 뿐이다
[용문굴]
용이 빠져나와 하늘로 승천했다는 전설을 간직한 대둔산 용문굴
오늘도 대둔산에서의 숙제를 미뤄놓고
꿉꿉한 마음과 같은
습한 눈 길을 헤치며
주차장으로 내려온다
날머리 하산 길가의
거대한 고인돌 모양을 한 바위 속 에서
우렁찬 물소리가 들려왔지만 ?
시간에 쫓기어 그냥 통과한다~!!
대둔산은 쫓기는 자의 산이고
아픈 역사(歷史)의 산이다
백제 계백 장군의 오천 결사대가
황산벌 전투에서 신라군에 쫒기어
최후까지 항전한 장소요
동학군이 일본 토벌군에 쫒겨 숨어들어
3개월을 항전하다 최후를 맞이했고
동학군 이후 6.25 때는
빨치산들이 치열하게 저항해 양쪽 진영
모두 2천여 명의 사망자를 남겼다
코너에 몰리면 숨어들어
끝까지 저항했던 산이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각설하고...
PM 4:30분
오늘 밥집은
계획한 대로 실패가 없었다~ㅎㅎ
첫댓글 저는 눈으로 풍경을 주로 보게되는데
영자님은 마음으로 의미를 보시는것 같아
더 멋져 보입니다
ㅎㅎ~
감사합니다
용화산 풍경이 기대되네요.
좀 늦은 감은 있지만,산에 대해 많이 알고,자신에 느낌을 피력하는
격이 다른 산행 후기 잘 읽고 갑니다.
사진과 글을 함께 올리려면 시간이 좀 필요하지요~! ㅎ~!
ㅎ~
산에 내려와서까지 시간에 쫓기기 싫은 게 변명 아닌 변명 이랄까요~? ㅋ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