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더니
오늘은 미세먼지 없는 화창한 봄날이다
매주 화요일이면 조안면 북한강변에서 금남꽃게 집을 운영하는
처남부부와 함께 등산을 다닌다
아내의 큰집 오빠로 나와는 나이가 같고 성격도 비슷하여
친하게 친구로 하물없이 지내고
처남댁과 아내도 동갑으로 같은 국민학교를 다녔다나
이번 주도 함께 관악산을 가기로 하였는데
연세가 94세인 어머니는 움직이지 못하고 그저 누워만 계시면서
식사도 다른 이가 떠먹여 줘야 되는 상태인데
폐에 물이 차는 폐렴으로 호흡곤란이 와서
그제 원주기독병원에 입원을 하여 폐에 찬 물을 빼내느라
아내가 이틀 간병을 하고 일산 사는 동생네가 오늘부터 간병을 한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특히 큰아들인 이들은
나이 든 노부모가 계실 땐 항시 마음을 놓질 못한다
울릉도 가는 여행도 함께 하질 못해 미안하고 아쉽다
어머니는 젊어서부터 아주 심한 멀미로 우리가 살던
양양집에서 속초, 외가댁인 인제 등 어디나 걸어 다니셨다
그래서 고령이고 35k의 몸인데도 불구하고
이번 병원에서의 각종검사에도 모두 잘 견디셔서
담당의사 왈 “길게는 2년, 짧게는 1년 더 사신다”이야길 했다고 한다
사람의 생명은 천명인데 알 수가 있나 ..
나도 어려서 멀미를 심하게 하여 차를 타고 다니는 것보다는
걸어 다닌 덕분에 지금도 잘 걷는가보다
내 주변사람들은 왜 그리 산엘 다니느냐고 묻는다
많고 많은 일들이 있는데 산밖에 없느냐
다른 일을 하고 싶지 않느냐
요즘 대세인 골프를 쳐라 등 등
중학교 때부터 운동이 좋아 온갖 운동을 하다 보니
체육교사가 되어 40년 가깝게 교직생활을 하고
이젠 은퇴하여 생활한다
다른 이들과의 사이에서 일어나는
슬픈 일, 화나는 일, 억울한 일, 집안의 잡다한 대소사들...
산에서는 이런 일들은 모두 잊는다
입산하는 순간부터 가득찼던 머릿 속이 깨끗하게 비워지고
걷는 그 시간만큼은 온갖 것들에게서 벗어나
나 자신조차도 잊게 되는 무아지경이 된다
산행을 끝내고 되 오는 시간
운전을 하면서 쳐다보는 하늘과 산과 강과
지나치는 사람들 모두 정겹다
산행으로 적당히 피곤해진 근육의 피로감도 좋고
말끔하게 비워진 마음도 좋다
내일이면 또 잡다한 것들로 채워지겠지만..
산을 처음부터 다닌 것은 아니었다
20대 때에는 탁구와 테니스를 오래 쳐서 팔꿈치 엘보로 고생했고
배드민턴이 너무 재미있어 30대 중반엔 시합으로
휴일을 반납해야했고
보디빌딩에 빠져서 40대를 보냈다
새로 부임한 학교에서 한국산악회 영서지부에서 활동하던
선배쌤의 권유로 모든 운동을 접고 산을 다니기 시작했다
산에서는 딴생각만 하지 않으면 몸을 다칠 일도,
상대방과 경쟁할 필요도, 힘들면 쉬면서 암벽을 타고
어렵게 오른 정상에서 바라보는 풍경이란..
대간, 정맥, 지맥, 기맥, 100대명산, 각종 종주,
해외 산행, 남들이 한다는 것은 모두 해보았다
언제나 산이 그곳에 있으니..
오래전 동네산악회를 따라서 산행을 하고 뒷풀이 시간
언제나 그렇듯 화제는 산이다
산악회에서 오랫동안 산악대장을 했다면서 술 한 잔 먹고
입에 게거품을 물고 떠드는 인간이 있었다
술을 잘 못 마시고 동네산악회는 아는 사람이 없어
조용히 구석에서 밥만 먹고 있는데 떠드는 소리가 같잖아서
나도 모르게 픽 웃었다
나를 노려(?)보더니 묻는다
“처음 보는 분인데 산 좀 다니시나?”
싸래기만 쳐드셨나, 가만있기 뭣해서
“녜, 그저 일없을 때는 좀 갑니다”
내 대답이 시원찮았던지
“얼마나 다니셨는데?”
“입산한지 얼마 안되고 동네 뒷산 정도 다니지요”
“에이 그런 분이..나는 산악대장만 20년 넘게 했지“
같잖다는 눈으로 쳐다본다
“아! 그러셔요, 그러면 토,일요일 모두 간다고 하고
한달이면 8번, 일년이면 48번, 10년이면 480번,
20년이면 960산을 다니셨네요, 대단하십니다 ㅎ“
내가 셈을 쳐서 이야길 하자 주변에 앉아있던 사람들이 모두
이야기를 멈추고 쳐다보자 본인도 뿌듯한 모양이다
기세등등한 표정으로 나를 건너다 본다
내 나이와 비슷한 녀석일 것 같은데..
“저는 그 정도보다는..
산악대장님은 앞으로 20년은 더 다니셔야 나와 비슷할 거 같아요”
모두들 놀라서 나를 쳐다본다
이거 참 쑥스럽구만
괜스레 쓸데없는 말을 해가지고서는 난처하게스리
“나이가 어떻게 되셨는데 그렇게 많은 산을..”
갑자기 말투가 공손해져서 물어왔다
“녜 오십 후반인데요”
“녜 그럼 저보다 5~6년 위신데요,
얼굴이 젊어서 나보다 아래인줄 알았더니.. 죄송합니다”
하면서 고개를 숙인다
모두들 놀라면서 나이보다 젊다고들 한마디씩 한다
10여년이 지난 지금 오늘은 젊다고 봐주는 이도 없고
몇 산을 올랐냐고 묻는 이도 없다
한 번 다녀온 산을 가기보다는 안 가본 산을 간다
같은 문제를 계속 풀면 재미 있겠는가
가끔 산악회에서 그 녀석을 만나면
“요즘도 산에 많이 가시지요?”하면서 묻는다
그저 산이 좋아 내일도 모레도 산에 갈 것이다
잊어야 할 것이 많아지니 사는 것이 그만큼 힘들어졌나..
오늘 아침 회진 의사가
"길어야 2~3개월 사시는데요"
이야기 했다고 연락 옴
첫댓글 노쇠한 부모님을 모시고 살면 맘편할 틈이 없지요
어머님의 빠른 쾌유를 바라며 산행도 열심이 하시길요 ㅎ
때로는 어울리는 친구가 넘 좋지만
어차피 인생은 홀로 왔다
홀로가는 인생
가끔은 혼자만의 여유로움도
사는 즐거움 ~~
항시 건강하고 즐산안산 하시길요
헤아려 보건데 어머님때문에 힘들겠다. 생각했답니다
생사 의 순리 이지만 그길 가시는 걸음을 바라보는
자식된 도리로는 안타까움 가득입니다 ᆢ마음 다잡으세요,,
난 막내동서가 그걸음을 내딪고 있어요 ᆢ
인명재천이라꼬 맘대로 되는것은 아무것도 없어라
어머님이 차도가 계시다니 다행이네 산이야 므 맘만 먹으면 암때나 갈수 있응께
그 연세, 체중에 폐렴인 어머니를 손놓고 지켜봐야하는 자식의 맘을 알아도 감히 안다할 수 없다.
그저 가까이서 불편함 없도록 세심히 보살펴드리는 거시..
지금껏 함께 해주신 어머님께 감사드릴수 있는 것만도 어디겠수....
울엄마는 나 21살 때 53살 나이로 돌아가셨는데...
에효~
인간사 들쭉날쭉이니 정답이 어딨겠소.
지난 좋왔던일만 생각함서 모든걸
그분께 맡기고 감사하며 살아야 겠죠
마음이 많이 무겁겠다
잘 보살펴 드리면서
힘 내세요~!!
어머님 노환으로 편찮으시다니 울릉도 못가는구려~ 히긴 지금까지 잘해드렸는데 좀 참으셔
연세가 많든 적든 아프면 애처럽고 어찌할 수 없는 무능함만
탓하게 되죠
후회 없도록 최선을 다해 보살펴 드리고 꼬옥 손잡아 드리고 우리어려서 아프면 엄마가 품에 안고 다독였듯이 이젠 내가 안아 드리세요
힘내시게 잘 털고 일어나실 겁니다
순리대로 사는거지 어쩌겠어?
우리 어무이도 90이신데
여태 곁에 계셔준것 만으로도 고맙게 생각하고
그저 많이 아프시지 말고
편안히 가셨으면 좋겠는데..
그려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다. 산에가면 산사에 들리어서 고마움을 감사 해보세요, 귀한 글 감사요.
가슴아프고 걱정이 많겠다
최선을 다하는 도리밖에~~
난 부모님 여의고 후회한것 중
살아 계실때 꼭 안아드리고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못하고
따뜻한 엄마의 마지막 체온을 느껴보지 못한게 너무 그립고 후회스러웠어~~
함께 마음 써 주신 친구님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케어가 힘들어 집에서 가까운 요양원으로 모셨더니 식사도 잘하시고 편안해 보인다고 합니다
아직 우한발코로나의 여파로 대면을 해도 요양원에 많은 어르신들이 계시니 조심스럽고
2틀전에 예약, 촐저하게 통제를 합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