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손가정과 학습부진에 따른 문제행동아동의
상담치료 사례연구
1. 문제행동 아동의 사례 개요
2. 신상자료
■ 내담자 : 김경환(가명, 13세, 이하 Ct로 칭함)
■ 주호소 : 도벽(가출, 학교부적응, 흡연, 본드힙입)
■ 입소일 : 1990년 5월 27일
■ 가족력
Ct의 가족은 어촌에서 살았다. 선원이었던 아버지가 84년에 병사하자 어머니는 8남매를 데리고 Ct가 7세때 서울로 올라왔다. Ct 어머니는 짐일(노동)을 하며 생계를 이어가다 89년 병명도 모르는 채 사망하였다. 현재 맏형은 27세로 중학교 졸업 후 의복공장에서 일을 한다. 큰 누나는 출가하였고, 둘째 형은 농공장에 취업하여 그곳에서 생활한다. 둘째, 셋째 누나는 공장에 다니면서 야간고교에 나가고 있고 넷째 누나와 여동생은 중, 국교에 재학중이다.
형제들의 한 달 수입은 대략 100~150만원 선이며 다락방이 포함된 한 칸 방에서 월세로 생활하고 있다. 맏형이 주축이 되어 8남매가 비교적 성실하게 살고 있으며 Ct가 문제행동을 일으키자 맏형과 둘째 누나를 제외한 다른 형제들은 Ct를 거부하는 상태이다.
3. 문제력
Ct의 문제력을 따로 분류하는 것은 Ct의 문제행동이 매우 다양하며 심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비행의 문제행동을 보이는 아동들은 Ct와 비슷한 체험을 지니고 있으나 부모나 가족들은 그보다 훨씬 적은 부분의 문제행동 만을 감지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Ct는 결손가정에서 방치되어 불건전한 그룹에 소속되어 아동의 문제성향이 가정내에서는 치료가 어려운 상태로 깊어져 상담의뢰 되었다. 위탁자인 맏형이 분 상담소에 호소해 온 Ct의 문제행동을 간단하게 분류해 보기로 한다.
■ 도벽
취학 전 집에서 동전을 가지고 나가 오락실을 출입한 것으로 시작된다. 국교 입학 후에 계속 도벽행동이 노골화되자 맏형은 체벌을 하며 개입한다. 형제들이 돈 관리를 하고 Ct의 도벽에 커다란 반감을 표시하자 Ct는 다른 아동들과 어울려 학교와 비어있는 집, 자동판매기 등으로 도벽 대상을 바꾼다. 한편 Ct가 사는 동네에 이미 형성되어 있던 불량 집단에서는 Ct를 끌어들여 여러 가지 기술적인 것들을 습득케 한다.
Ct의 도벽은 2학년에 들어오면서 폭력을 동반하게 된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협박하여 돈을 뺏고 빈집으로 데리고 가 주먹과 발, 각목 등을 이용하여 겁을 주거나 때려 돈을 뺏는다. Ct 역시 불량 그룹의 큰형(각 그룹마다 큰 형이라 불리우는 청소년이 있어 하부체계를 갖는다)으로부터 그런 식으로 당하였고, 돈이나 물품을 요구하는대로 가져오지 않으면 큰 형과 그룹원으로부터 구타와 질책을 받는다. Ct는 이러한 과정을 거쳐, 가게나 판매기 뿐 아니라 삥까기(소매치기와 같은 형태의 은어, 적합한 단어가 없어 그대로 사용)에도 능숙하게 된다.
■ 가출(상담자는 W'er로 칭함)
도벽이 발생하여 경찰서에 잡히거나(이런 경우 나이가 어려 훈방조치 됨) 가족들이 알게 되면(Ct는 맏형에게 혼이 나고 맞게 된다. 부모님 사망 후부터 맏형이 집안의 가장으로 특히 Ct에게는 두려움의 존재이고 맏형 말에는 꼼짝도 못한다. 그러나 이미 훔친 돈은 소비를 해야하고 쉽게 얻은 돈이라 걱정도 않고 시간가는 줄 모르고 쓰게 된다. 어두워지면 집에 돌아가도 맏형에게 혼이 나게 되니까 차츰 귀가하지 않는 횟수가 잦아진다. Ct가 속한 그룹에서도 서로를 부추겨 더욱 스릴있고, 새로운 놀거리를 제공하고 함께 잘 수 있는 곳까지 안내한다.
W'er가 환경조사를 할 때 그런 곳 중의 한 집에 가 보았다. 2층 양옥으로 신축하기 위해 1, 2층은 헐어 놓은 상태였으나 옥상에 올라가보니 나무판으로 작은 움집을 지어 담요까지 마련해놓고 있었다. 그 집 이외에도 빈집이 여러 곳 있었다. 그 집들은 관리자가 없기 때문에 아동들은 주로 터미널, 동네주변 오락실 등에서 훔치고 놀다가 그런 곳에서 함께 또 다른 재미있는 것들을 구상하게 된다.
■ 학교부적응
이렇게 가출을 하다보면 자연히 학교를 빠지게 된다. 옷갈압 입고 밥먹기 위해 가끔 집에 들렸다가 들키거나, 큰 마음 먹고 집에 돌아오면 맞고 또 나가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또 며칠 학교에 다니는가 싶으면 그 사이에도 급우들, 상․하급생들의 돈을 뺏고, 뺏은 돈을 쓰기 위해 학교 밖으로 나간다. 2학년에 와서는 이미 학교에서도 경계인물이 되고 Ct도 학습부진에 의해 적응하지 못하는 상태가 되어 2학년 때 학교를 그만둔다.
형제들이 직장과 학업으로 모두 귀가시간이 늦어지자 더욱 Ct에게 소홀하게 된다. 1년후 다시 Ct를 복학시키나 4학년 초까지 계속 문제행동을 일으키며 학교부적응을 보인다.
본 상담소에 입소할 때 Ct는 한글해독을 전혀 못하는 심한 학습부진의 상태였다.
■ 흡연
Ct는 2학년 때 불량그룹 아동들과 호기심으로 흡연을 한 것을 시작으로 매 가출시마다 집단으로 흡연을 해 왔다. 습관적이지는 않으나 성인들처럼 깊은 담배를 피운다고 한다. 돈이 없는 날은 담배자동판매기 유리를 깨고 담배를 훔치기도 한다. 상담소에 처음 온 날 혈색이 안 좋은 얼굴이었다.
■ 본드흡입
함께 어울러 담배를 피고 가끔 술을 마시기도 하면서 본드를 흡입한다. 입소 후 금단현상이 두드러지지 않는 것으로 보아 호기심과 담력을 과시하기 위한 흡입 정도였다고 본다.
초기면접시 Ct는 얼굴에 가벼운 화상을 입은 상태였고, 청결상태도 매우 불량했다. 친구들과 본드를 마시고 가게에서 쥐포를 훔친 다음 가스버너에 굽다가 가스가 새어나와 폭발해서 입은 화상이었다. 그룹에 소속이 되면 으레히 도벽, 술, 담배, 본드 흡입 등을 요구당하고, 당한 아동은 또 새로 들어온 아동에게 똑같이 시험해 보듯이 요구하게 된다.
■ 폭력
Ct의 체구는 그리 크지는 않으나 힘이 세고 공격적이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다른 아동의 돈을 뺏기 위해서는 겁을 주어야 하고 폭력을 사용하기도 한다. 때로는 돈이 필요하지 않아도 기분이 나쁘거나 힘을 과시하기 위해서 그룹을 지어 싸우곤 한다. 평상시에도 말보다는 습관적으로 주먹이 먼저 나가고 자신이 때리고 나서도 때렸다는 의식조차 없는 경우가 많다. 이런 아동일수록 피해의식이 많아 조금만 자극이 와도 벌컥 화를 내고 달려들어 싸움이 잦게 된다.
이러한 Ct의 문제행동들은 다음 자에서 다루게 될 상담과정에서도 재발생하게 된다.
4. 진단 및 치료계획
1) 사회적 진단
■ 부모의 사망으로 1차적 보호결여, 그로 인한 애정욕구의 좌절
■ 부모사망 전 이미 경제적 빈곤으로 방치되어 심리적 결손 체험
■ 형제들의 이해부족과 대처방안 미비
■ 불량집단에 의한 도벽, 가출 등 문제행동 가중
2) 심리적 진단
(1) 지능진단 검사
IQ 90으로 한국 아동의 평균 지능지수이다.
(2) 인물화 검사
검사분석 : 자아 발동이 강대하며 남성적이고 공격적이다. 정신불안, 변질적, 호기심 과다, 실제 사회에서의 만족의 거부에서 유래되는 욕구불만과 욕구좌절, 내적 정신적 갈등과 관련된 성적 혼란이 보인다. 안정에의 보상, 어머니에의 의존, 유아적 부적응, 감정의 통제가 안된다. 즉 현실 접촉의 왜곡과 사고, 감정, 행동이 정상적으로 통합되지 못한 듯하다.
(3) 나무그림 검사
검사분석
■ 뿌리 : 원시성, 우둔, 정확, 억제, 느림, 고착성
■ 흩어진 선 : 민감, 예민, 성격의 상실, 영역을 분명하게 느끼지 못함. 표류하는 상태
■ 평행적 몸통 : 규범적, 정확, 고집이 세다, 가르치기 어렵다, 지적 미분화, 둔한 적응력, 융통성 부족
■ 아케이트형 : 형태에 대한 감수성, 예의가 바름, 의무감 있는.
■ 오른쪽 강조 : 성취에 대한 욕구, 자부심, 중요하게 되려는 욕구, 부분적으로 표류, 산만, 집중력 부족, 불안전, 억제
■ 관속의 열매 : 7~10세의 정신연령
Ⅴ. 문제 재발생에 따른 상담치료 과정
아동들의 문제행동은 본 상담소에 입소한 후에도 어떤 방식으로든지 표출된다. 입소 후 발생하는 문제행동에 대한 견해는 관점에 따라 매우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 의뢰한 가족들은 문제가 재발생되면 ‘걔가 그렇다. 그럴 줄 알았다. 아직도 멀었다’ 하는 식의 반응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상담자는 다시 드러난 문제행동으로 아동의 성향이 확인되고 그것을 상담을 진행하는데 거쳐야 할 치료과정의 하나로 해석한다. 자신의 문제를 은폐하는 음성적인 아동보다는 밖으로 다 드러내 놓고 문제행동을 표출하는 아동에게 치료적인 접근이 쉬울 수 있는 것은 그러한 이유에서이다. Ct의 경우, 입소 후 문제행동을 단독으로 혹은 집단으로 여러차례 드러내 보였다. Ct의 역동성을 중심으로 크게 세 단계로 나누어 상담과정을 살펴보기로 한다.
1. 상담치료과정<1> (제1~9차 상담)
1단계에서는 Ct가 연속적으로 일으킨 문제행동 중 몇가지를 요약하도록 한다.
1) 상담요약
■ 처음 매우 긴장한 모습으로 입소를 했으며, 초기부터 타아동에 대한 구타가 심하다. 매일 아이들로부터 Ct가 때린다는 말이 들려온다.
■ 화가 나거나 누구에게 싫은 소리를 들으면 입을 꽉 다물고 고집스러운 얼굴로 눈물만 뚝뚝 흘린다.
■ 제1차 상담 - 1990. 6. 2
1시 30분에 1차 상담을 하기로 약속한 날이다. 놀이실에 가는 것을 많이 기다렸는데, 상담시간이 되어도 보이질 않는다. Ct를 찾고 있는 중에 교사로부터 11만원이 든 지갑을 분실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동시에 다른 아동으로부터 Ct가 담을 넘어 가출했다는 연락을 받는다.
W'er는 다른 상담원과 Ct집 방향으로 가다 동네가 아닌 정류장에 앉아있는 Ct를 발견하고 차에 태웠다.
W'er : 경환이가 집에 많이 가고 싶었나 보구나.
Ct : 네.
W'er : 오늘 상담하고 집에 가기로 했었는데 기다리기가 어려웠니?
Ct : .........네.
W'er : 그런데 왜 곧장 집으로 안가고 한 정거장만 가서 내렸어?
Ct : ........
W'er : 집에 가려고 했던 마음이 변했나 보구나. 지금 경환이 주머니에 있는거 꺼내 보자.
Ct : 아무것도 없어요.
W'er : 경환아, 조금전에 O선생님이 지갑을 잃어버리셨대. 지금 네가 가지고 있는 걸 보여줘야 수녀님이 너를 도와줄 수 있어.
Ct : 나 안훔쳤어요.
W'er : 수녀님도 믿고 싶지만 네가 상담소를 나왔기 때문에 오해를 받고 있어. 가지고 있는 것 보여줘봐.
■ Ct는 난처한 듯이 양쪽 주머니와 양말에서 돈을 꺼낸다. 1,000원권 6장과 100원짜리 동전 6개, 토큰 5개를 내 놓는다.
W'er : 이 돈 어디서 난건지 말해 줄 수 있니?
Ct : 집에 가려고 나와서 훔쳤어요.
W'er : 그래, 집에 가려면 돈이 필요했겠지. 그런데 어디서 구했어?
Ct : 버스 타는데서요. 어떤 아저씨 잠바에서 꺼냈어요.
W'er : 그럼 그 아저씨는 동전까지 꺼냈는데도 모르시던? 소리가 났을텐데.
Ct : (기다렸다는 듯이) 소리 안나게 뺄 수 있어요. 정O는(Ct의 친구) 더 잘 훔쳐요. 소리하나도 안나요.
W'er : 그럼 선생님 지갑에는 손을 안댄거니?
Ct : 안 훔쳤어요, 일시보호부에 들어가지도 않았어요. 도O형도 없어요.
W'er : 그 형은 엄마가 데리고 가셨어.
Ct : 난 안그랬어요.
W'er : 수녀님도 지금 경환이가 거짓말 한다고는 생각 안해. 하지만 이렇게 말없이 담을 넘으면 다 네가 가지고 간 걸로 생각하기 쉽잖아, 그리고 맘대로 나가는 건 곤란해.
Ct : 네.
■ 상담소로 돌아와보니 진O이가 지갑을 가지고 가출했음이 확인되었다.
■Ct는 이번 가출로 인해 습관적인 도벽이 발생했고, 매우 숙달되어 있음을 드러내었다.
■ 제2~4차 상담은 주로 Ct의 공격적 행동에 대한 접근이었다.
Ct는 함께 개별학습을 하는 성O과 사이가 좋지 않다. 성O은 Ct가 이유도 없이 때렸다고 하며 달려들어 순식간에 Ct의 다리를 물었다. 거의 매일 두 아동의 싸움은 계속된다.
어느 날 싸움이 끝난 후 Ct는 공책을 내던지며 수업을 거부하고 W'er와의 상담에도 응하지 않는다. 한참 실랑이를 벌이다 W'er는 이것은 상담소에 있기를 원치 않는 행동이므로 귀가하라고 말한다. Ct는 당황하면서도 계속 버티기만 한다. W'er는 Ct와 강하게 대치하다 태도 변화를 한다. W'er가 화를 낸 것을 사과하고 성O과 싸우는 걸 보면 W'er 마음이 안타깝다고 표현하자 Ct는 울음을 터뜨리며 다신 안 그런다고 말한다.
■ 이후에도 같은 상황이 몇 번 반복되나 마음이 풀리는 시간과 싸우는 횟수가 줄어든다.
■ 제5차 상담은 7월 4일, Ct가 가출한 경로를 중심으로 한다.
어제 아침 두O이가 없어졌다고 하며 Ct와 몇 명 아동이 찾으러 나섰다. 두O이를 찾다가 한O이가 Ct에게 “저기 학교 가는 애 주머니에 돈이 있다.”고 가르쳐 주었다. Ct는 그 아이 옆에 착 붙어서 “안주면 죽인다”고 협박하여 만원을 빼았았다. 한O이에게도 말하면 죽인다고 엄포를 놓았다.
오후에 우연히 효O과 대O이 가출을 하자 Ct도 저녁때 정O에게는 돈을 보여주며 같이 나가자고 했다. Ct와 정O는 과자와 빵을 사먹고 오락도 하고 담배도 사 피웠다. 밤 12시 쯤 두 아동은 밤기온이 떨어지자 상담소지하 체육실 철창을 열고 들어와 2층 교실에서 잠을 자려고 했다. 그때 효O과 대O도 같은 경로를 통해 들어와 Ct와 정O를 보았다. Ct에게 돈이 남아 있다고 하자 네 아동은 다시 상담소 밖으로 나갔으나 어디로 갈 것인가를 놓고 옥신각신하게 된다. 새벽 2시쯤 떠드는 소리에 잠을 깬 상담소 형들이 네 아동을 데리고 들어왔다.
■ 상담을 하면서 Ct는 W'er에게 남은 돈도 없으며 담배도 다 버렸다고 하였다. W'er는 하루아침에 나쁜 습관을 고치기 어렵다는 것은 이해하고 도와주고 싶다고 표현하며 남은 돈과 담배를 가져오라고 했다. 계속 거짓말을 하며 버틴다. 결국에는 남은 돈은 대O이에게 주었고, 담배는 쓰레기통 옆에 숨겨 놓았다고 말한다. Ct는 직접적으로 질책을 받지 않기 위해 의도적인 작업을 해놓고 위기를 모면해 보려고 했던 것이다.
■ 제6, 7차 상담은 Ct의 적응을 위해 비지시적인 놀이치료를 실시하였다. 평상시에는 매우 거칠고 습관적으로 다른 아동들을 괴롭히면서도 W'er를 보면 활짝 웃으며 친밀감을 표현해 온다. W'er도 Ct에게 계속적인 관심을 표현한다.
■ 제8차 상담은 8월 1일 Ct의 가출사건이 중심이 된다.
연 3일의 물놀이 일정이 전날의 심한 폭우로 연기되었다. 막상 연기를 하고 나자 당일 날씨가 좋아 아동들은 물놀이를 가자고 했으나 이미 차편까지 연기한 후라 그대로 수업을 하기로 했다. 맥이 빠진 Ct와 효O, 대O은 다시 그룹을 지어 점심식사 전에 놀이터를 통해 가출한다.
그날 밤 11시 30분 경 놀이터 쪽에서 발소리가 들리고 이어서 효O의 목소리가 들려 W'er는 O수녀님과 밖으로 나가 보았다. 옆 건물인 학교 담 뒤에서 인기척이 들려 아동들의 이름을 불렀으나 대답이 없다. 잠시 후 고개를 들어보니 학교 담 뒤에 높이 쳐 놓은 철망 꼭대기에 Ct가 걸터앉아 있었다. 내려오라고 하자 Ct는 마치 원숭이가 철망을 타고 내려오듯 기가 막힌 솜씨로 내려온다. O수녀님은 다른 편 담을 통해 두 아동을 데리고 온다.
■ 세 아동을 목욕시키고 요기를 하게 하였다. 금새 표정이 풀리고 재잘거리면서 덜 혼나기 위해 서로에게 탓을 돌린다. Ct가 심심하다고 먼저 나가자고 했으나 나가서 돈을 훔치지 못해 배가 고팠다고 한다. Ct가 훔치려고 했지만 떨려서 못했다. 이어서 대O이가 병원에 들어가 훔치려다 실패했다. Ct가 차라리 걸렸으면 좋겠다고 하자 대O이 반대했다. 결국에는 갈 곳을 찾는다는 핑계로 상담소로 돌아오게 된 것이다.
■ 다음날 다른 아동들이 세 아동에게 물놀이 가고 싶어서 돌아온 것이라고 놀리자 불쾌해진 Ct는 다신 안나간다고 한번 더 다짐을 한다.
■ 제9차 상담
■ 물놀이 이후에 아동들을 일주일간 휴가차 귀가를 시켰다. Ct도 집에 보내기 위해 전화를 하였다.
W'er : 오늘부터 아이들이 며칠 쉬러 집에 가거든요. 경환이도 오늘쯤 보내려고 전화했어요.
누나3 : (냉정한 어조로)안되는데요.
W'er : 무슨 사정이 있나요?
누나3 : 내일 언니랑 동생이랑 놀러가요.
W'er : 그럼 경환이도 같이 가야지요.
누나3 : 제마음대로 경환이 집에 받으면 혼나요.
W'er : 지금 누나가 하는 말은 무슨 뜻인지 이해하기가 어렵네요. 경환이 큰형은 집에 있어요?
누나3 : 놀러 갔어요.
W'er : 형제들이 경환이에게 너무 마음을 써주지 않는 거 같아서 기분이 좋질 않네요.
누나3 : ........
W'er : 내 생각에는 경환이를 반겨주지 않는 이유가 따로 있는 것 같은데, 경환이가 집에 갔을 때 잘못한거 있어요?
누나3 : 저번에 엄마 제사 때 왔다가 형부 돈을 가져갔어요.
W'er : 그런 일은 알려줬으면 좋겠어요. 집에서 어떻게 지내는지 우리는 알 수가 없어요. 그리고 경환이가 그동안 나쁜 짓을 해 온만큼 고치기 위해서도 그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것을 이해해 주지 않으면 나쁜 습관 고치기 어려워요. 오늘은 집에 안 보내겠어요. 형제들도 다시 경환이에 대해서 생각해 봤으면 좋겠어요.
■ 대화중에 Ct가 들어온다. 집에서 자신을 거부하는 것을 아는 표정이다.
■ W'er는 누나3에게 일방적으로 설교를 하듯 걸림돌을 사용하였다. 전화를 끊고 난 직후 Ct를 보니 감정이 전이되어 W'er의 마음이 혼란하였다.
■ 다음 날 누나2가 찾아왔다. W'er는 Ct의 문제행동이 고쳐지는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가족들이 기다려 주어야 한다고 말하고 지속적인 가족상담을 제안하였다.
2) 학습과정
Ct는 한글 해독이 전혀 안되면 이름 정도만 쓰는 상태이다. 취학 전 단계의 국어와 산수를 중심으로 개별학습을 실시한다. 함께 공부하는 성O과의 싸움이 잦아 초반에는 수업거부가 많았다가 차츰 지지를 받으면서 원만해지고 있다.
3) 코멘트
■ Ct는 상담초기 과정에서부터 도벽, 가출, 흡연, 허언 등의 문제행동을 직접, 간접으로 표출하였다.
■ W'er는 Ct가 문제행동으로 인해 늘 거부당해왔던 체험을 바꿔주기 위해 비교적 수용적인 태도를 취하였다. 그러나 Ct 자신의 역동성이 강하여 순발력이 필요한 경우가 많았다.
■ Ct와의 관계형성에는 무리가 없으나 가족들과의 상담에서는 W'er의 개인적인 감정이 노출되어 어려움이 있었다.
■ Ct가 자신의 요구가 관철될만한 사람을 찾아 다닐 때는 제재하였다.
■ 다음단계에서는 가족상담을 강화하기로 했다.
■ 놀이치료로 활발한 감정표현을 돕고 긍정적인 사고전환을 하도록 유도한다.
■ 제10, 11차 상담은 지난 단계에서 드러난 Ct의 문제행동으로 인한 부적응을 돕기 위한 접근이었다. 공동생활에 적응하려는 방법이 주로 힘행사로 나타난다. 성O과 계속적인 충돌이 있었고, 학습가능성이 보여, 2, 3학년반에 편입한다. 거기에서도 동생들에게 심한 폭력을 휘두른다.
2. 상담치료 과정<2> (제10~25차 상담)
이 과정에서는 놀이치료를 강화하고 학습을 촉진하여 자신감을 갖도록 한다.
1) 상담요약
■ 제12차 상담 - 1990. 8. 18
■ Ct는 파워쇼벨(Power Shovel)을 작동한다.
Ct : 나 점심먹고 집에 가야지.
W'er : 지난 주에는 정말 잘 지내고 온거니?
Ct : 네. 오빠(맏형)가 월급 탔다고 갈비 사줬어요. 우리 다 -.
W'er : 경환이가 기분이 참 좋았겠구나.
Ct : 네. 매니큐어 발라야지.
■ 매니큐어를 바르고 비행장 세트를 가지고 온다.
Ct : 수녀님, 이거 만들 수 있어요?
W'er : 난 잘 못만들겠더라.
Ct : 미국 사람은 잘 만들 수 있어요?
W'er : 경환이도 할 수 있을거야. 만들어보렴.
Ct : 못해요, 나 그림 그려도 되죠?
W'er : 그럼
■ 한 손에 그림책을 들고 이젤 앞에 서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W'er : 경환이 화가 같은데?
Ct : 못 그리겠어요.
W'er : 수녀님은 네가 그린 로봇이 마음에 들어.
■ Ct는 그만 그리려다 색을 칠하고 다른 로봇과 우주선을 그린다.
■ Ct는 활동량이나 공격성에 비해 매우 정적인 놀이를 한다. 작업이 복잡하거나 자신이 없는 것은 쉽게 포기해 버린다.
■ 가족들의 태도가 변화가 있어 Ct에게 안정감을 준다.
■ 여성 취향적인 놀이를 반드시 곁들인다. 제재하지 않는다
■ 제13~17차 상담은 여성 취향적인 놀이를 많이 한다. 어머니에 대한 의존성이 충족이 안되고 누나들 영향이 크다. 매니큐어와 화장품을 바르고 액세서리로 장식을 하며 거울을 본다. 그림을 그릴 때에는 꼼꼼하게 그리느라 완성시키질 못한다. 연필로 그리고 마음에 들지 않아 또 지우고 그리고, 다시 지우는 행동이 반복된다. 마음이 불안할 때 더욱 그런 행동이 나타난다. 이후에는 그룹 치료를 하여 놀이의 폭을 넓히도록 유도한다. 함께 상담하는 용O는 12세의 가출아동으로 이중적 성격의 양성화가 시급한 아동이다.
■ 제18~22차 상담에서는 Ct는 용O의 놀이를 모방한다. 용O가 도화지로 공책을 만들자 Ct도 따라 만든다. 용O는 자신만만한 태도로 공책에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며 장식을 하자 Ct는 슬그머니 하다만다. W'er가 격려를 해주자 간단한 그림을 그린다. “내 이름 밖에 몰라요. 써줘요”
■ 글을 못쓰는 자신의 한계를 수긍하는 듯하나 실상은 완전하게 할 수 없는 것은 아예 안하려고 하는 완벽함이 있고 동시에 자신감이 결여되어 있는 태도이다. 억압해 놓는 감정은 반드시 엉뚱한 상황에서 공격성으로 표출된다.
■ 제23~25차 상담에서는 용O의 놀이에 영향을 덜 받고 독자적인 놀이감을 찾는다. 경주용 자동차를 좋아하면서도 용O가 원하면 순서를 정하며 양보하는 태도를 보인다.
Ct : 우리 다음 상담 누구예요?
W'er : 글쎄.
Ct : 성O이다. 성O이 이거 보면 좋아할거다.
■ 성O이에 대한 개별적 공격은 거의 없다. 그러나 두드러진 공격성은 줄었으나 이제는 보이지 않게 아이들을 괴롭히곤 한다. 충동성이 있어 아직 불안해 보인다.
■ ‘참 좋은 날 기쁜 날’준비를 하던 12월 초 다시 Ct를 포함한 5명의 아동이 가출을 한다. 병O가 연극대사를 외우지 않아 교사에게 혼일 날까봐 원하는 아이들을 데리고 가출을 하였다. 이틀 후에 종O이 들어왔다. 5명 중 가장 어린 원O가 가방을 훔쳤는데, 그 돈을 배분하는 과정에서 충돌이 있어 들어온 것이다. 다음날 Ct가 들어온다. 자신은 병O형의 강요에 의해 나갔었다고 하며 잘못을 빈다. 나머지 3명도 이틀 후에 스스로 들어온다. 아동들은 담당 상담원과 개별상담을 한 후 교사로부터 벌을 받았다.
■ 자발적으로 들어왔으나 또다시 마음의 안정이 흔들린다. 행사 준비를 하며 빠르게 재적응된다.
2) 학습과정
9월부터 한글반이 편성되어 Ct는 남자교사와 학습을 하게 되었다.
■ 9월 24일~28일 교사일지
▪교사에 대한 기존 관념 때문에 상당히 긴장하고 수업에 임하였으나 조금씩 밀착됨을 느낌.
▪반 아이들을 잘 이끌며 솔선수범하는 태도를 보임.
▪글에 대한 자신감이 결여되었으나 상당히 제거됨.
■ 10월 22일
▪반 아동들에게 힘을 사용하는 것이 교사에게 자주 발각됨.
■ 10월 25일
▪학습에 대한 진척도가 가장 빠른 아동임. 반 아동들에게 샤워를 하면서 계속 독점하려고 힘을 사용함.
■ 11월 8일
▪한글반 편입 후 가장 효과가 있었던 아동으로 이제는 자기 스스로 예습을 하고 오는 모습도 종종 보게 됨. 학습에서의 자신감이 생활면에서도 자신감을 갖고 행동함.
3) 코멘트
■ Ct는 W'er에 대한 친밀감을 거리낌없이 표현한다. 마주칠 때마다 와서 안기고 강하게 밀착한다. 결핍감을 대리충족하는 과정이라 수용한다.
■ 꼼꼼하면서도 쉽게 좌절되고 반동적으로 과격해지는 행동을 반복한다.
■ 문제 재발생이 초반처럼 많지 않으며 W'er의 개입없이도 제자리를 찾는다. Ct에게 내재되어 있는 치료 가능성을 확신시켜준다.
■ 학습에 자신감을 갖고 열심히 하려는 태도가 보인다.
3. 상담치료과정<3>(제26차 상담~91년 2월 현재)
두드러진 문제행동은 보이지 않고 마음의 안정을 유지하는 상태이다. 차츰 학교부적응을 제거하는 작업을 한 후에 종결을 할 계획이다.
1) 상담요약
놀이실에서 Ct는 타자기를 마구 두드리며 공격적 감정을 해소한다. 무조건 못하겠다는 그 전의 반응과는 달리 종이 끼우는 법, 테이프 감는 것 등을 이리저리 궁리하여 해본다.
집중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창의성이 조금씩 엿보인다. 야구게임, 농구, 주사위 링, 링 토스 게임 등 경쟁심을 일으키는 놀이를 선택한다. 용O와 매우 협조적인 놀이를 진행한다.
2) 학습과정
Ct : 왜 아침에 상담해요? 2시가 좋은데.
W'er : 수녀님이 사정이 있어서 그랬어, 지금 상담하는 것이 싫은 모양이구나.
Ct : 상담은 좋은데 2시에 하는게 좋아요.
W'er : 지금 무슨 공부하다가 왔어?
Ct : 국어요, 국어는 좋은데요, 산수는 못하겠어요. 어려워요.
W'er : 산수공부가 어려운가 보구나, 2시에는 무슨 시간이야?
Ct : 산수요. 상담하면 산수 안하는데...
■ Ct가 산수과목에 대한 곤란으로 상담시간 변경을 요구한다. 그러나 얼마 후 산수에 대한 거부감은 사라진다.
▪산수에 대한 싫증이 없어지고 재미를 느끼기 시작함.
▪Ct 자신의 글씨체에 자부심이 크다. 숙제도 열심히 하고 공부시간에도 매우 진지하나 아직도 저학년 수준의 학습을 하고 있는 단계이다.
3) 코멘트
■ 가끔 W'er를 속이는 행동을 한다. 집에 간다고 하면서 차비만 쓰고 들어오면서 그냥왔다고 말한다.
■ 일상 생활에서 자기 물건에 대한 애착이 크다. 지우개 따먹기를 하여 많은 양의 지우개를 수집하고 다른 아동이나 W'er에게 아까워서 주지를 못한다.
■ 현재도 아동들이 괴롭히는 일이 자주 있으나 더 공격적인 아동을 들어 온 다음에는 많이 약화된 상태이다.
■ 1학기까지 학습수준을 높여 복학한 다음 상담을 종결하기로 함께 결정하였다.
4. 결론
지금까지 살펴본 사례의 아동은 욕구와 결핍감을 문제행동으로 표출하면서 생활해 왔다. 또한 바람직한 부모의 역할이 결손된 가정에서 더욱 감정과 해동의 긍정적인 변화가 어려운 상황하에서 성장하였다. 아동의 그러한 심리적 불행감은 단시간내에 불량집단 안에서 비행의 형태로 표출, 만족감을 맛보게 되었던 것이다.
상담치료 후 어느 정도 긍정적 변화가 가능하고 마음의 안정을 찾았으나 Ct가 속했던 그룹은 변화되지 않은 상황이다. 적합한 환경조사를 하여 그룹의 양성화를 꾀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나 현실적으로 그룹원을 만나기는 무척이나 어렵다. 환경이 변화가 안된다면 적절하지 못한 행동을 거부할 수 있는 올바른 사고를 정립하고 아동 스스로 결단을 내리고 올바르게 행동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개발하도록 배려해야 한다. 가족과 교사는 아동이 긍정적인 선택을 하도록 끊임없이 격려해 주어야 한다. 특히 맏형은 두려운 존재보다는 남성이라는 동일시 대상이 되어 아동을 포용해 주는 것이 매우 바람직하다.
아동은 재능이나 행위를 떠나 아동 자체로 존중되어야 하며 인격적인 존재로 대해주어야 한다. 또한 넓은 시각으로 사회의 흐름과 다양한 아동들의 욕구를 이해해야 한다. 1차적으로는 가정, 나아가서 학교, 지역사회의 적극적인 수용과 사랑이 우선된다면 아동들의 비행은 예방될 것이고, 치료된 문제행동은 더 이상 반복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쉬운듯하면서도 실천하기 어렵기에 언제나 우리사회의 과제로 삼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상담치료 사례연구
1. 문제행동 아동의 사례 개요
2. 신상자료
■ 내담자 : 김경환(가명, 13세, 이하 Ct로 칭함)
■ 주호소 : 도벽(가출, 학교부적응, 흡연, 본드힙입)
■ 입소일 : 1990년 5월 27일
■ 가족력
Ct의 가족은 어촌에서 살았다. 선원이었던 아버지가 84년에 병사하자 어머니는 8남매를 데리고 Ct가 7세때 서울로 올라왔다. Ct 어머니는 짐일(노동)을 하며 생계를 이어가다 89년 병명도 모르는 채 사망하였다. 현재 맏형은 27세로 중학교 졸업 후 의복공장에서 일을 한다. 큰 누나는 출가하였고, 둘째 형은 농공장에 취업하여 그곳에서 생활한다. 둘째, 셋째 누나는 공장에 다니면서 야간고교에 나가고 있고 넷째 누나와 여동생은 중, 국교에 재학중이다.
형제들의 한 달 수입은 대략 100~150만원 선이며 다락방이 포함된 한 칸 방에서 월세로 생활하고 있다. 맏형이 주축이 되어 8남매가 비교적 성실하게 살고 있으며 Ct가 문제행동을 일으키자 맏형과 둘째 누나를 제외한 다른 형제들은 Ct를 거부하는 상태이다.
3. 문제력
Ct의 문제력을 따로 분류하는 것은 Ct의 문제행동이 매우 다양하며 심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비행의 문제행동을 보이는 아동들은 Ct와 비슷한 체험을 지니고 있으나 부모나 가족들은 그보다 훨씬 적은 부분의 문제행동 만을 감지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Ct는 결손가정에서 방치되어 불건전한 그룹에 소속되어 아동의 문제성향이 가정내에서는 치료가 어려운 상태로 깊어져 상담의뢰 되었다. 위탁자인 맏형이 분 상담소에 호소해 온 Ct의 문제행동을 간단하게 분류해 보기로 한다.
■ 도벽
취학 전 집에서 동전을 가지고 나가 오락실을 출입한 것으로 시작된다. 국교 입학 후에 계속 도벽행동이 노골화되자 맏형은 체벌을 하며 개입한다. 형제들이 돈 관리를 하고 Ct의 도벽에 커다란 반감을 표시하자 Ct는 다른 아동들과 어울려 학교와 비어있는 집, 자동판매기 등으로 도벽 대상을 바꾼다. 한편 Ct가 사는 동네에 이미 형성되어 있던 불량 집단에서는 Ct를 끌어들여 여러 가지 기술적인 것들을 습득케 한다.
Ct의 도벽은 2학년에 들어오면서 폭력을 동반하게 된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협박하여 돈을 뺏고 빈집으로 데리고 가 주먹과 발, 각목 등을 이용하여 겁을 주거나 때려 돈을 뺏는다. Ct 역시 불량 그룹의 큰형(각 그룹마다 큰 형이라 불리우는 청소년이 있어 하부체계를 갖는다)으로부터 그런 식으로 당하였고, 돈이나 물품을 요구하는대로 가져오지 않으면 큰 형과 그룹원으로부터 구타와 질책을 받는다. Ct는 이러한 과정을 거쳐, 가게나 판매기 뿐 아니라 삥까기(소매치기와 같은 형태의 은어, 적합한 단어가 없어 그대로 사용)에도 능숙하게 된다.
■ 가출(상담자는 W'er로 칭함)
도벽이 발생하여 경찰서에 잡히거나(이런 경우 나이가 어려 훈방조치 됨) 가족들이 알게 되면(Ct는 맏형에게 혼이 나고 맞게 된다. 부모님 사망 후부터 맏형이 집안의 가장으로 특히 Ct에게는 두려움의 존재이고 맏형 말에는 꼼짝도 못한다. 그러나 이미 훔친 돈은 소비를 해야하고 쉽게 얻은 돈이라 걱정도 않고 시간가는 줄 모르고 쓰게 된다. 어두워지면 집에 돌아가도 맏형에게 혼이 나게 되니까 차츰 귀가하지 않는 횟수가 잦아진다. Ct가 속한 그룹에서도 서로를 부추겨 더욱 스릴있고, 새로운 놀거리를 제공하고 함께 잘 수 있는 곳까지 안내한다.
W'er가 환경조사를 할 때 그런 곳 중의 한 집에 가 보았다. 2층 양옥으로 신축하기 위해 1, 2층은 헐어 놓은 상태였으나 옥상에 올라가보니 나무판으로 작은 움집을 지어 담요까지 마련해놓고 있었다. 그 집 이외에도 빈집이 여러 곳 있었다. 그 집들은 관리자가 없기 때문에 아동들은 주로 터미널, 동네주변 오락실 등에서 훔치고 놀다가 그런 곳에서 함께 또 다른 재미있는 것들을 구상하게 된다.
■ 학교부적응
이렇게 가출을 하다보면 자연히 학교를 빠지게 된다. 옷갈압 입고 밥먹기 위해 가끔 집에 들렸다가 들키거나, 큰 마음 먹고 집에 돌아오면 맞고 또 나가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또 며칠 학교에 다니는가 싶으면 그 사이에도 급우들, 상․하급생들의 돈을 뺏고, 뺏은 돈을 쓰기 위해 학교 밖으로 나간다. 2학년에 와서는 이미 학교에서도 경계인물이 되고 Ct도 학습부진에 의해 적응하지 못하는 상태가 되어 2학년 때 학교를 그만둔다.
형제들이 직장과 학업으로 모두 귀가시간이 늦어지자 더욱 Ct에게 소홀하게 된다. 1년후 다시 Ct를 복학시키나 4학년 초까지 계속 문제행동을 일으키며 학교부적응을 보인다.
본 상담소에 입소할 때 Ct는 한글해독을 전혀 못하는 심한 학습부진의 상태였다.
■ 흡연
Ct는 2학년 때 불량그룹 아동들과 호기심으로 흡연을 한 것을 시작으로 매 가출시마다 집단으로 흡연을 해 왔다. 습관적이지는 않으나 성인들처럼 깊은 담배를 피운다고 한다. 돈이 없는 날은 담배자동판매기 유리를 깨고 담배를 훔치기도 한다. 상담소에 처음 온 날 혈색이 안 좋은 얼굴이었다.
■ 본드흡입
함께 어울러 담배를 피고 가끔 술을 마시기도 하면서 본드를 흡입한다. 입소 후 금단현상이 두드러지지 않는 것으로 보아 호기심과 담력을 과시하기 위한 흡입 정도였다고 본다.
초기면접시 Ct는 얼굴에 가벼운 화상을 입은 상태였고, 청결상태도 매우 불량했다. 친구들과 본드를 마시고 가게에서 쥐포를 훔친 다음 가스버너에 굽다가 가스가 새어나와 폭발해서 입은 화상이었다. 그룹에 소속이 되면 으레히 도벽, 술, 담배, 본드 흡입 등을 요구당하고, 당한 아동은 또 새로 들어온 아동에게 똑같이 시험해 보듯이 요구하게 된다.
■ 폭력
Ct의 체구는 그리 크지는 않으나 힘이 세고 공격적이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다른 아동의 돈을 뺏기 위해서는 겁을 주어야 하고 폭력을 사용하기도 한다. 때로는 돈이 필요하지 않아도 기분이 나쁘거나 힘을 과시하기 위해서 그룹을 지어 싸우곤 한다. 평상시에도 말보다는 습관적으로 주먹이 먼저 나가고 자신이 때리고 나서도 때렸다는 의식조차 없는 경우가 많다. 이런 아동일수록 피해의식이 많아 조금만 자극이 와도 벌컥 화를 내고 달려들어 싸움이 잦게 된다.
이러한 Ct의 문제행동들은 다음 자에서 다루게 될 상담과정에서도 재발생하게 된다.
4. 진단 및 치료계획
1) 사회적 진단
■ 부모의 사망으로 1차적 보호결여, 그로 인한 애정욕구의 좌절
■ 부모사망 전 이미 경제적 빈곤으로 방치되어 심리적 결손 체험
■ 형제들의 이해부족과 대처방안 미비
■ 불량집단에 의한 도벽, 가출 등 문제행동 가중
2) 심리적 진단
(1) 지능진단 검사
IQ 90으로 한국 아동의 평균 지능지수이다.
(2) 인물화 검사
검사분석 : 자아 발동이 강대하며 남성적이고 공격적이다. 정신불안, 변질적, 호기심 과다, 실제 사회에서의 만족의 거부에서 유래되는 욕구불만과 욕구좌절, 내적 정신적 갈등과 관련된 성적 혼란이 보인다. 안정에의 보상, 어머니에의 의존, 유아적 부적응, 감정의 통제가 안된다. 즉 현실 접촉의 왜곡과 사고, 감정, 행동이 정상적으로 통합되지 못한 듯하다.
(3) 나무그림 검사
검사분석
■ 뿌리 : 원시성, 우둔, 정확, 억제, 느림, 고착성
■ 흩어진 선 : 민감, 예민, 성격의 상실, 영역을 분명하게 느끼지 못함. 표류하는 상태
■ 평행적 몸통 : 규범적, 정확, 고집이 세다, 가르치기 어렵다, 지적 미분화, 둔한 적응력, 융통성 부족
■ 아케이트형 : 형태에 대한 감수성, 예의가 바름, 의무감 있는.
■ 오른쪽 강조 : 성취에 대한 욕구, 자부심, 중요하게 되려는 욕구, 부분적으로 표류, 산만, 집중력 부족, 불안전, 억제
■ 관속의 열매 : 7~10세의 정신연령
Ⅴ. 문제 재발생에 따른 상담치료 과정
아동들의 문제행동은 본 상담소에 입소한 후에도 어떤 방식으로든지 표출된다. 입소 후 발생하는 문제행동에 대한 견해는 관점에 따라 매우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 의뢰한 가족들은 문제가 재발생되면 ‘걔가 그렇다. 그럴 줄 알았다. 아직도 멀었다’ 하는 식의 반응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상담자는 다시 드러난 문제행동으로 아동의 성향이 확인되고 그것을 상담을 진행하는데 거쳐야 할 치료과정의 하나로 해석한다. 자신의 문제를 은폐하는 음성적인 아동보다는 밖으로 다 드러내 놓고 문제행동을 표출하는 아동에게 치료적인 접근이 쉬울 수 있는 것은 그러한 이유에서이다. Ct의 경우, 입소 후 문제행동을 단독으로 혹은 집단으로 여러차례 드러내 보였다. Ct의 역동성을 중심으로 크게 세 단계로 나누어 상담과정을 살펴보기로 한다.
1. 상담치료과정<1> (제1~9차 상담)
1단계에서는 Ct가 연속적으로 일으킨 문제행동 중 몇가지를 요약하도록 한다.
1) 상담요약
■ 처음 매우 긴장한 모습으로 입소를 했으며, 초기부터 타아동에 대한 구타가 심하다. 매일 아이들로부터 Ct가 때린다는 말이 들려온다.
■ 화가 나거나 누구에게 싫은 소리를 들으면 입을 꽉 다물고 고집스러운 얼굴로 눈물만 뚝뚝 흘린다.
■ 제1차 상담 - 1990. 6. 2
1시 30분에 1차 상담을 하기로 약속한 날이다. 놀이실에 가는 것을 많이 기다렸는데, 상담시간이 되어도 보이질 않는다. Ct를 찾고 있는 중에 교사로부터 11만원이 든 지갑을 분실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동시에 다른 아동으로부터 Ct가 담을 넘어 가출했다는 연락을 받는다.
W'er는 다른 상담원과 Ct집 방향으로 가다 동네가 아닌 정류장에 앉아있는 Ct를 발견하고 차에 태웠다.
W'er : 경환이가 집에 많이 가고 싶었나 보구나.
Ct : 네.
W'er : 오늘 상담하고 집에 가기로 했었는데 기다리기가 어려웠니?
Ct : .........네.
W'er : 그런데 왜 곧장 집으로 안가고 한 정거장만 가서 내렸어?
Ct : ........
W'er : 집에 가려고 했던 마음이 변했나 보구나. 지금 경환이 주머니에 있는거 꺼내 보자.
Ct : 아무것도 없어요.
W'er : 경환아, 조금전에 O선생님이 지갑을 잃어버리셨대. 지금 네가 가지고 있는 걸 보여줘야 수녀님이 너를 도와줄 수 있어.
Ct : 나 안훔쳤어요.
W'er : 수녀님도 믿고 싶지만 네가 상담소를 나왔기 때문에 오해를 받고 있어. 가지고 있는 것 보여줘봐.
■ Ct는 난처한 듯이 양쪽 주머니와 양말에서 돈을 꺼낸다. 1,000원권 6장과 100원짜리 동전 6개, 토큰 5개를 내 놓는다.
W'er : 이 돈 어디서 난건지 말해 줄 수 있니?
Ct : 집에 가려고 나와서 훔쳤어요.
W'er : 그래, 집에 가려면 돈이 필요했겠지. 그런데 어디서 구했어?
Ct : 버스 타는데서요. 어떤 아저씨 잠바에서 꺼냈어요.
W'er : 그럼 그 아저씨는 동전까지 꺼냈는데도 모르시던? 소리가 났을텐데.
Ct : (기다렸다는 듯이) 소리 안나게 뺄 수 있어요. 정O는(Ct의 친구) 더 잘 훔쳐요. 소리하나도 안나요.
W'er : 그럼 선생님 지갑에는 손을 안댄거니?
Ct : 안 훔쳤어요, 일시보호부에 들어가지도 않았어요. 도O형도 없어요.
W'er : 그 형은 엄마가 데리고 가셨어.
Ct : 난 안그랬어요.
W'er : 수녀님도 지금 경환이가 거짓말 한다고는 생각 안해. 하지만 이렇게 말없이 담을 넘으면 다 네가 가지고 간 걸로 생각하기 쉽잖아, 그리고 맘대로 나가는 건 곤란해.
Ct : 네.
■ 상담소로 돌아와보니 진O이가 지갑을 가지고 가출했음이 확인되었다.
■Ct는 이번 가출로 인해 습관적인 도벽이 발생했고, 매우 숙달되어 있음을 드러내었다.
■ 제2~4차 상담은 주로 Ct의 공격적 행동에 대한 접근이었다.
Ct는 함께 개별학습을 하는 성O과 사이가 좋지 않다. 성O은 Ct가 이유도 없이 때렸다고 하며 달려들어 순식간에 Ct의 다리를 물었다. 거의 매일 두 아동의 싸움은 계속된다.
어느 날 싸움이 끝난 후 Ct는 공책을 내던지며 수업을 거부하고 W'er와의 상담에도 응하지 않는다. 한참 실랑이를 벌이다 W'er는 이것은 상담소에 있기를 원치 않는 행동이므로 귀가하라고 말한다. Ct는 당황하면서도 계속 버티기만 한다. W'er는 Ct와 강하게 대치하다 태도 변화를 한다. W'er가 화를 낸 것을 사과하고 성O과 싸우는 걸 보면 W'er 마음이 안타깝다고 표현하자 Ct는 울음을 터뜨리며 다신 안 그런다고 말한다.
■ 이후에도 같은 상황이 몇 번 반복되나 마음이 풀리는 시간과 싸우는 횟수가 줄어든다.
■ 제5차 상담은 7월 4일, Ct가 가출한 경로를 중심으로 한다.
어제 아침 두O이가 없어졌다고 하며 Ct와 몇 명 아동이 찾으러 나섰다. 두O이를 찾다가 한O이가 Ct에게 “저기 학교 가는 애 주머니에 돈이 있다.”고 가르쳐 주었다. Ct는 그 아이 옆에 착 붙어서 “안주면 죽인다”고 협박하여 만원을 빼았았다. 한O이에게도 말하면 죽인다고 엄포를 놓았다.
오후에 우연히 효O과 대O이 가출을 하자 Ct도 저녁때 정O에게는 돈을 보여주며 같이 나가자고 했다. Ct와 정O는 과자와 빵을 사먹고 오락도 하고 담배도 사 피웠다. 밤 12시 쯤 두 아동은 밤기온이 떨어지자 상담소지하 체육실 철창을 열고 들어와 2층 교실에서 잠을 자려고 했다. 그때 효O과 대O도 같은 경로를 통해 들어와 Ct와 정O를 보았다. Ct에게 돈이 남아 있다고 하자 네 아동은 다시 상담소 밖으로 나갔으나 어디로 갈 것인가를 놓고 옥신각신하게 된다. 새벽 2시쯤 떠드는 소리에 잠을 깬 상담소 형들이 네 아동을 데리고 들어왔다.
■ 상담을 하면서 Ct는 W'er에게 남은 돈도 없으며 담배도 다 버렸다고 하였다. W'er는 하루아침에 나쁜 습관을 고치기 어렵다는 것은 이해하고 도와주고 싶다고 표현하며 남은 돈과 담배를 가져오라고 했다. 계속 거짓말을 하며 버틴다. 결국에는 남은 돈은 대O이에게 주었고, 담배는 쓰레기통 옆에 숨겨 놓았다고 말한다. Ct는 직접적으로 질책을 받지 않기 위해 의도적인 작업을 해놓고 위기를 모면해 보려고 했던 것이다.
■ 제6, 7차 상담은 Ct의 적응을 위해 비지시적인 놀이치료를 실시하였다. 평상시에는 매우 거칠고 습관적으로 다른 아동들을 괴롭히면서도 W'er를 보면 활짝 웃으며 친밀감을 표현해 온다. W'er도 Ct에게 계속적인 관심을 표현한다.
■ 제8차 상담은 8월 1일 Ct의 가출사건이 중심이 된다.
연 3일의 물놀이 일정이 전날의 심한 폭우로 연기되었다. 막상 연기를 하고 나자 당일 날씨가 좋아 아동들은 물놀이를 가자고 했으나 이미 차편까지 연기한 후라 그대로 수업을 하기로 했다. 맥이 빠진 Ct와 효O, 대O은 다시 그룹을 지어 점심식사 전에 놀이터를 통해 가출한다.
그날 밤 11시 30분 경 놀이터 쪽에서 발소리가 들리고 이어서 효O의 목소리가 들려 W'er는 O수녀님과 밖으로 나가 보았다. 옆 건물인 학교 담 뒤에서 인기척이 들려 아동들의 이름을 불렀으나 대답이 없다. 잠시 후 고개를 들어보니 학교 담 뒤에 높이 쳐 놓은 철망 꼭대기에 Ct가 걸터앉아 있었다. 내려오라고 하자 Ct는 마치 원숭이가 철망을 타고 내려오듯 기가 막힌 솜씨로 내려온다. O수녀님은 다른 편 담을 통해 두 아동을 데리고 온다.
■ 세 아동을 목욕시키고 요기를 하게 하였다. 금새 표정이 풀리고 재잘거리면서 덜 혼나기 위해 서로에게 탓을 돌린다. Ct가 심심하다고 먼저 나가자고 했으나 나가서 돈을 훔치지 못해 배가 고팠다고 한다. Ct가 훔치려고 했지만 떨려서 못했다. 이어서 대O이가 병원에 들어가 훔치려다 실패했다. Ct가 차라리 걸렸으면 좋겠다고 하자 대O이 반대했다. 결국에는 갈 곳을 찾는다는 핑계로 상담소로 돌아오게 된 것이다.
■ 다음날 다른 아동들이 세 아동에게 물놀이 가고 싶어서 돌아온 것이라고 놀리자 불쾌해진 Ct는 다신 안나간다고 한번 더 다짐을 한다.
■ 제9차 상담
■ 물놀이 이후에 아동들을 일주일간 휴가차 귀가를 시켰다. Ct도 집에 보내기 위해 전화를 하였다.
W'er : 오늘부터 아이들이 며칠 쉬러 집에 가거든요. 경환이도 오늘쯤 보내려고 전화했어요.
누나3 : (냉정한 어조로)안되는데요.
W'er : 무슨 사정이 있나요?
누나3 : 내일 언니랑 동생이랑 놀러가요.
W'er : 그럼 경환이도 같이 가야지요.
누나3 : 제마음대로 경환이 집에 받으면 혼나요.
W'er : 지금 누나가 하는 말은 무슨 뜻인지 이해하기가 어렵네요. 경환이 큰형은 집에 있어요?
누나3 : 놀러 갔어요.
W'er : 형제들이 경환이에게 너무 마음을 써주지 않는 거 같아서 기분이 좋질 않네요.
누나3 : ........
W'er : 내 생각에는 경환이를 반겨주지 않는 이유가 따로 있는 것 같은데, 경환이가 집에 갔을 때 잘못한거 있어요?
누나3 : 저번에 엄마 제사 때 왔다가 형부 돈을 가져갔어요.
W'er : 그런 일은 알려줬으면 좋겠어요. 집에서 어떻게 지내는지 우리는 알 수가 없어요. 그리고 경환이가 그동안 나쁜 짓을 해 온만큼 고치기 위해서도 그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것을 이해해 주지 않으면 나쁜 습관 고치기 어려워요. 오늘은 집에 안 보내겠어요. 형제들도 다시 경환이에 대해서 생각해 봤으면 좋겠어요.
■ 대화중에 Ct가 들어온다. 집에서 자신을 거부하는 것을 아는 표정이다.
■ W'er는 누나3에게 일방적으로 설교를 하듯 걸림돌을 사용하였다. 전화를 끊고 난 직후 Ct를 보니 감정이 전이되어 W'er의 마음이 혼란하였다.
■ 다음 날 누나2가 찾아왔다. W'er는 Ct의 문제행동이 고쳐지는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가족들이 기다려 주어야 한다고 말하고 지속적인 가족상담을 제안하였다.
2) 학습과정
Ct는 한글 해독이 전혀 안되면 이름 정도만 쓰는 상태이다. 취학 전 단계의 국어와 산수를 중심으로 개별학습을 실시한다. 함께 공부하는 성O과의 싸움이 잦아 초반에는 수업거부가 많았다가 차츰 지지를 받으면서 원만해지고 있다.
3) 코멘트
■ Ct는 상담초기 과정에서부터 도벽, 가출, 흡연, 허언 등의 문제행동을 직접, 간접으로 표출하였다.
■ W'er는 Ct가 문제행동으로 인해 늘 거부당해왔던 체험을 바꿔주기 위해 비교적 수용적인 태도를 취하였다. 그러나 Ct 자신의 역동성이 강하여 순발력이 필요한 경우가 많았다.
■ Ct와의 관계형성에는 무리가 없으나 가족들과의 상담에서는 W'er의 개인적인 감정이 노출되어 어려움이 있었다.
■ Ct가 자신의 요구가 관철될만한 사람을 찾아 다닐 때는 제재하였다.
■ 다음단계에서는 가족상담을 강화하기로 했다.
■ 놀이치료로 활발한 감정표현을 돕고 긍정적인 사고전환을 하도록 유도한다.
■ 제10, 11차 상담은 지난 단계에서 드러난 Ct의 문제행동으로 인한 부적응을 돕기 위한 접근이었다. 공동생활에 적응하려는 방법이 주로 힘행사로 나타난다. 성O과 계속적인 충돌이 있었고, 학습가능성이 보여, 2, 3학년반에 편입한다. 거기에서도 동생들에게 심한 폭력을 휘두른다.
2. 상담치료 과정<2> (제10~25차 상담)
이 과정에서는 놀이치료를 강화하고 학습을 촉진하여 자신감을 갖도록 한다.
1) 상담요약
■ 제12차 상담 - 1990. 8. 18
■ Ct는 파워쇼벨(Power Shovel)을 작동한다.
Ct : 나 점심먹고 집에 가야지.
W'er : 지난 주에는 정말 잘 지내고 온거니?
Ct : 네. 오빠(맏형)가 월급 탔다고 갈비 사줬어요. 우리 다 -.
W'er : 경환이가 기분이 참 좋았겠구나.
Ct : 네. 매니큐어 발라야지.
■ 매니큐어를 바르고 비행장 세트를 가지고 온다.
Ct : 수녀님, 이거 만들 수 있어요?
W'er : 난 잘 못만들겠더라.
Ct : 미국 사람은 잘 만들 수 있어요?
W'er : 경환이도 할 수 있을거야. 만들어보렴.
Ct : 못해요, 나 그림 그려도 되죠?
W'er : 그럼
■ 한 손에 그림책을 들고 이젤 앞에 서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W'er : 경환이 화가 같은데?
Ct : 못 그리겠어요.
W'er : 수녀님은 네가 그린 로봇이 마음에 들어.
■ Ct는 그만 그리려다 색을 칠하고 다른 로봇과 우주선을 그린다.
■ Ct는 활동량이나 공격성에 비해 매우 정적인 놀이를 한다. 작업이 복잡하거나 자신이 없는 것은 쉽게 포기해 버린다.
■ 가족들의 태도가 변화가 있어 Ct에게 안정감을 준다.
■ 여성 취향적인 놀이를 반드시 곁들인다. 제재하지 않는다
■ 제13~17차 상담은 여성 취향적인 놀이를 많이 한다. 어머니에 대한 의존성이 충족이 안되고 누나들 영향이 크다. 매니큐어와 화장품을 바르고 액세서리로 장식을 하며 거울을 본다. 그림을 그릴 때에는 꼼꼼하게 그리느라 완성시키질 못한다. 연필로 그리고 마음에 들지 않아 또 지우고 그리고, 다시 지우는 행동이 반복된다. 마음이 불안할 때 더욱 그런 행동이 나타난다. 이후에는 그룹 치료를 하여 놀이의 폭을 넓히도록 유도한다. 함께 상담하는 용O는 12세의 가출아동으로 이중적 성격의 양성화가 시급한 아동이다.
■ 제18~22차 상담에서는 Ct는 용O의 놀이를 모방한다. 용O가 도화지로 공책을 만들자 Ct도 따라 만든다. 용O는 자신만만한 태도로 공책에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며 장식을 하자 Ct는 슬그머니 하다만다. W'er가 격려를 해주자 간단한 그림을 그린다. “내 이름 밖에 몰라요. 써줘요”
■ 글을 못쓰는 자신의 한계를 수긍하는 듯하나 실상은 완전하게 할 수 없는 것은 아예 안하려고 하는 완벽함이 있고 동시에 자신감이 결여되어 있는 태도이다. 억압해 놓는 감정은 반드시 엉뚱한 상황에서 공격성으로 표출된다.
■ 제23~25차 상담에서는 용O의 놀이에 영향을 덜 받고 독자적인 놀이감을 찾는다. 경주용 자동차를 좋아하면서도 용O가 원하면 순서를 정하며 양보하는 태도를 보인다.
Ct : 우리 다음 상담 누구예요?
W'er : 글쎄.
Ct : 성O이다. 성O이 이거 보면 좋아할거다.
■ 성O이에 대한 개별적 공격은 거의 없다. 그러나 두드러진 공격성은 줄었으나 이제는 보이지 않게 아이들을 괴롭히곤 한다. 충동성이 있어 아직 불안해 보인다.
■ ‘참 좋은 날 기쁜 날’준비를 하던 12월 초 다시 Ct를 포함한 5명의 아동이 가출을 한다. 병O가 연극대사를 외우지 않아 교사에게 혼일 날까봐 원하는 아이들을 데리고 가출을 하였다. 이틀 후에 종O이 들어왔다. 5명 중 가장 어린 원O가 가방을 훔쳤는데, 그 돈을 배분하는 과정에서 충돌이 있어 들어온 것이다. 다음날 Ct가 들어온다. 자신은 병O형의 강요에 의해 나갔었다고 하며 잘못을 빈다. 나머지 3명도 이틀 후에 스스로 들어온다. 아동들은 담당 상담원과 개별상담을 한 후 교사로부터 벌을 받았다.
■ 자발적으로 들어왔으나 또다시 마음의 안정이 흔들린다. 행사 준비를 하며 빠르게 재적응된다.
2) 학습과정
9월부터 한글반이 편성되어 Ct는 남자교사와 학습을 하게 되었다.
■ 9월 24일~28일 교사일지
▪교사에 대한 기존 관념 때문에 상당히 긴장하고 수업에 임하였으나 조금씩 밀착됨을 느낌.
▪반 아이들을 잘 이끌며 솔선수범하는 태도를 보임.
▪글에 대한 자신감이 결여되었으나 상당히 제거됨.
■ 10월 22일
▪반 아동들에게 힘을 사용하는 것이 교사에게 자주 발각됨.
■ 10월 25일
▪학습에 대한 진척도가 가장 빠른 아동임. 반 아동들에게 샤워를 하면서 계속 독점하려고 힘을 사용함.
■ 11월 8일
▪한글반 편입 후 가장 효과가 있었던 아동으로 이제는 자기 스스로 예습을 하고 오는 모습도 종종 보게 됨. 학습에서의 자신감이 생활면에서도 자신감을 갖고 행동함.
3) 코멘트
■ Ct는 W'er에 대한 친밀감을 거리낌없이 표현한다. 마주칠 때마다 와서 안기고 강하게 밀착한다. 결핍감을 대리충족하는 과정이라 수용한다.
■ 꼼꼼하면서도 쉽게 좌절되고 반동적으로 과격해지는 행동을 반복한다.
■ 문제 재발생이 초반처럼 많지 않으며 W'er의 개입없이도 제자리를 찾는다. Ct에게 내재되어 있는 치료 가능성을 확신시켜준다.
■ 학습에 자신감을 갖고 열심히 하려는 태도가 보인다.
3. 상담치료과정<3>(제26차 상담~91년 2월 현재)
두드러진 문제행동은 보이지 않고 마음의 안정을 유지하는 상태이다. 차츰 학교부적응을 제거하는 작업을 한 후에 종결을 할 계획이다.
1) 상담요약
놀이실에서 Ct는 타자기를 마구 두드리며 공격적 감정을 해소한다. 무조건 못하겠다는 그 전의 반응과는 달리 종이 끼우는 법, 테이프 감는 것 등을 이리저리 궁리하여 해본다.
집중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창의성이 조금씩 엿보인다. 야구게임, 농구, 주사위 링, 링 토스 게임 등 경쟁심을 일으키는 놀이를 선택한다. 용O와 매우 협조적인 놀이를 진행한다.
2) 학습과정
Ct : 왜 아침에 상담해요? 2시가 좋은데.
W'er : 수녀님이 사정이 있어서 그랬어, 지금 상담하는 것이 싫은 모양이구나.
Ct : 상담은 좋은데 2시에 하는게 좋아요.
W'er : 지금 무슨 공부하다가 왔어?
Ct : 국어요, 국어는 좋은데요, 산수는 못하겠어요. 어려워요.
W'er : 산수공부가 어려운가 보구나, 2시에는 무슨 시간이야?
Ct : 산수요. 상담하면 산수 안하는데...
■ Ct가 산수과목에 대한 곤란으로 상담시간 변경을 요구한다. 그러나 얼마 후 산수에 대한 거부감은 사라진다.
▪산수에 대한 싫증이 없어지고 재미를 느끼기 시작함.
▪Ct 자신의 글씨체에 자부심이 크다. 숙제도 열심히 하고 공부시간에도 매우 진지하나 아직도 저학년 수준의 학습을 하고 있는 단계이다.
3) 코멘트
■ 가끔 W'er를 속이는 행동을 한다. 집에 간다고 하면서 차비만 쓰고 들어오면서 그냥왔다고 말한다.
■ 일상 생활에서 자기 물건에 대한 애착이 크다. 지우개 따먹기를 하여 많은 양의 지우개를 수집하고 다른 아동이나 W'er에게 아까워서 주지를 못한다.
■ 현재도 아동들이 괴롭히는 일이 자주 있으나 더 공격적인 아동을 들어 온 다음에는 많이 약화된 상태이다.
■ 1학기까지 학습수준을 높여 복학한 다음 상담을 종결하기로 함께 결정하였다.
4. 결론
지금까지 살펴본 사례의 아동은 욕구와 결핍감을 문제행동으로 표출하면서 생활해 왔다. 또한 바람직한 부모의 역할이 결손된 가정에서 더욱 감정과 해동의 긍정적인 변화가 어려운 상황하에서 성장하였다. 아동의 그러한 심리적 불행감은 단시간내에 불량집단 안에서 비행의 형태로 표출, 만족감을 맛보게 되었던 것이다.
상담치료 후 어느 정도 긍정적 변화가 가능하고 마음의 안정을 찾았으나 Ct가 속했던 그룹은 변화되지 않은 상황이다. 적합한 환경조사를 하여 그룹의 양성화를 꾀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나 현실적으로 그룹원을 만나기는 무척이나 어렵다. 환경이 변화가 안된다면 적절하지 못한 행동을 거부할 수 있는 올바른 사고를 정립하고 아동 스스로 결단을 내리고 올바르게 행동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개발하도록 배려해야 한다. 가족과 교사는 아동이 긍정적인 선택을 하도록 끊임없이 격려해 주어야 한다. 특히 맏형은 두려운 존재보다는 남성이라는 동일시 대상이 되어 아동을 포용해 주는 것이 매우 바람직하다.
아동은 재능이나 행위를 떠나 아동 자체로 존중되어야 하며 인격적인 존재로 대해주어야 한다. 또한 넓은 시각으로 사회의 흐름과 다양한 아동들의 욕구를 이해해야 한다. 1차적으로는 가정, 나아가서 학교, 지역사회의 적극적인 수용과 사랑이 우선된다면 아동들의 비행은 예방될 것이고, 치료된 문제행동은 더 이상 반복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쉬운듯하면서도 실천하기 어렵기에 언제나 우리사회의 과제로 삼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