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업 갖기 위해 밤낮없이 일했다
닷컴기업의 인기는 떨어졌지만 개척정신은 아직 살아 있다.
제대로 된 사업계획으로 성공한 4명의 기업가를 만나본다.
요즘은 닷컴 기업의 열기가 디스코 열기만도 못하지만 그 원동력이었던 창업정신은 죽지 않았다. 어설픈 인터넷 사업 구상만으로는 더이상 먹히지 않는다(특이한 도메인 이름으로 눈길을 끌던 시절은 지나갔다). 그러나 인터넷을 비롯한 하이테크 분야는 여전히 자기사업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기회를 제공하는 기회의 땅이다. 시카고大 경영대학원에서 창업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스티븐 캐플런 교수는 요즘 창업가가 되기란 “3년 전과는 영 딴판이며 6∼7년 전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
우선 투자자들이 전처럼 돈을 마구 뿌려대지 않는다. 만일 프리랜서 신세를 벗어나 스타벅스 한 귀퉁이에 혼자 앉아 일하는 것 이상의 일을 하고 싶다면 제대로 된 사업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캐플런은 말했다. “제아무리 아이디어가 좋더라도 그 아이디어를 사겠다는 고객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좋은 커피메이커도 반드시 구비하도록. 배우자와 단 둘이 사업을 하든 50명의 직원을 거느리고 하든 간에 결코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그것은 특히 사업 초기에는 밤낮없이 일하고 식은 피자로 끼니를 때울 줄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 일선에서 뛰는 개척자 네명의 성공담을 소개한다.
.
버치 라프레이드(31)는 결코 닷컴 열풍을 믿지 않았다. 뭔가 유행하는 것은 분명했지만 의심 많은 성격인 라프레이드는 그것이 영 미덥지 않았다. 그는 “사람들이 지나치게 흥분했다”고 돌이켰다. “실은 아무것도 없었는데 인터넷이 모든 것을 변화시켜 새로운 사업이 만들어지고 가치가 창출될 것이라고들 생각했다.” 라프레이드는 좀더 실용적인 생각을 품었다. “나는 인터넷이 비용을 줄이고 고객 서비스를 향상시키는 등 그다지 화려하지는 않은 일들을 해주는 놀라운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
그는 현재 디지털 사진촬영술과 인터넷을 접목시킨 소규모의 이벤트 사진업 ‘브라이트룸’을 운영하면서 날로 번창하고 있다. 마라톤이나 대규모 기업행사의 참가자들은 여러주 동안 사진이 현상·인화되고 정리된 뒤 우체국을 통해 날아오기를 기다리는 대신 브라이트룸 웹사이트에서 자신의 사진을 직접 보고 살 수 있다. 뭐 그다지 멋진 사업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먹힌다. 라프레이드는 “이것은 기존의 사업에 발상 전환만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넷은 우송비를 줄여주고 디지털 기술은 인건비를 줄이면서 생산성을 높여준다.
.
최고경영자 라프레이드와 그의 파트너들에게 창업 당시의 최대 두려움, 다시 말해 잘 다니던 소프트웨어 회사를 그만두는 일은 초기 성공의 결정적 요인이기도 했다. 투자자들은 닷컴 기업인이 취미 삼아서가 아니라 본업으로 진지하게 일한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어한다고 브라이트룸의 사장 솔 캔택(31)은 설명했다. “‘직장을 그만둔 뒤 퇴직연금을 몽땅 쏟아넣고 일한다’고 말하는 것이 ‘당신이 투자하기를 바라지만 나는 돈을 투자하지 않을 생각이며 퇴근 후나 주말에 시간 날 때만 일하겠다’고 말하는 것보다 훨씬 더 설득력이 있다.”
.
브렛 허트(30)는 닷컴 열풍이 한창이던 1999년 ‘코어메트릭스’를 설립했지만 시대 조류를 거스르고 창업패턴의 고전적 길을 걸었다. 실제 수요를 찾아 충족시킨 것이다. 허트는 인터넷으로 영양식품을 팔았지만 기존의 소프트웨어로는 고객정보 수집에 한계가 있다는 점에 실망했다. 일곱살 때부터 컴퓨터 프로그램을 짰던 허트는 자신의 사이트를 찾는 방문객들의 행동을 포착하고 분석하기 위해 ‘웹 분석’ 응용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그 프로그램은 고객들이 어떤 광고에 이끌려 자신의 웹사이트로 오게 되는지, 고객들이 쇼핑카트에 넣었다가 결국 취소하는 품목이 무엇인지 등의 자료를 모아 고객 성향을 상세히 파악한다. 전자상거래 분야에 종사하는 친구들에게 그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호평받은 허트는 돈벌이가 된다는 점을 깨닫고 코어메트릭스를 세웠다.
.
그는 지금까지 5천3백만달러를 벌었고 현재 직원 50명을 거느리고 있다. 고객 중에는 월마트·컴프USA·앤 테일러 등이 있다. 어려운 시절도 있었다. 허트는 한때 1백명을 거느리던 시절도 있었지만 2001년 초 인력을 줄여야 했다. 그리고 창업 초기에 동업자를 잘못 고르는 실수를 저질렀다. 허트는 거기서 소중한 교훈을 얻었다. 대기업은 사람 한명을 잘못 썼다고 망하지 않지만 창업사는 그럴 수도 있다는 점이다. “자기 사업을 시작하면서 고용한 사람이 비도덕적이거나 불성실하거나 자신과 의식구조가 다르면 회사를 망칠 수 있다.”
.
시머스 블랙리(33), 진 모로(33), 케빈 바쿠스, 마크 후드 4인방이 ‘캐피털 엔터테인먼트 그룹’을 창립한 것은 혁신적인 비디오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욕망에서였다. 마이크로소프트社의 게임기 X박스의 개발자 중 한명인 블랙리는 “나는 게임에 대한 무한한 애정이 있고 게임의 미래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혼신의 힘을 다해 그 일에 매진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블랙리는 이 업계의 거물이다. 그는 업계를 지배하는 대형 상장사들이 새 게임 개발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래서 동업자들과 함께 새 게임들을 개발해 창의력의 갭을 메우려는 생각에서 돈을 모으는 중이다. 여기서도 고전적인 창업형태가 재현되고 있다. 명성과 인맥을 갖춘 한 분야의 실력자들이 공동의 꿈을 이루기 위해 팀을 구성한 것이다.
.
블랙리는 자기네 회사의 잠재적 영향력에 대해 겸손하게 말했다. “우리는 업계 판도를 바꾸기 위해 이 일에 나선 것은 아니다.” 그러나 모로는 자신의 포부를 분명히 밝혔다. 캐피털 엔터테인먼트는 영화로 치면 미라맥스社라고 한다. 캐피털의 계획은 최고의 게임 디자이너들을 발굴해 최고의 게임(각 게임의 개발비는 4백만∼5백만달러로 예상)을 개발하도록 지원하고, 개발 단계의 그 게임을 대기업에 판다는 것이다. 모로는 “대기업들은 게임을 2∼3단계쯤 시험해본 다음 마케팅과 유통 계약을 맺는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현재 게임 시제품(試製品) 두가지를 만들고 있다.
.
설령 애완견 보호소처럼 기술과는 무관한 사업을 하는 것이 꿈일지라도 기술의 중요성은 여전하다. 현대의 창업자는 PDA나 이동전화, 휴대용 컴퓨터 및 각종 중소기업용 소프트웨어 없이는 일을 할 수 없다. 밀워키市에 있는 ‘도기 데이케어’의 창립자 재키 슈원버그(38)는 초기 시장조사를 인터넷으로 했고, 엑셀 스프레드시트를 이용해 사업계획서를 만들었으며 여러가지 신기술을 이용해 사업을 꾸려간다. 그녀는 1997년 단 한명의 직원과 함께 이 회사를 세웠다. 이제는 영업점 세곳에 직원이 40명이며 매일 돌보는 개가 1백10마리다.
.
그녀는 웹사이트를 운영하면서 애완견 주인들이 개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도록 애완견들의 디지털 사진을 수시로 경신한다(고객들은 슈원버그가 보호소 내에도 웹캠을 설치하기 바라지만 슈원버그는 떨어지는 화질 때문에 비용낭비라고 생각한다). 그녀는 또 직원 봉급과 세금계산도 자신이 직접 컴퓨터로 처리한다. 그녀는 “옛날과 달리 지금은 단 2초면 경영현황을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녀의 한 친구가 병력과 식성, 심지어는 배변상태 등 애완견의 모든 것을 추적하는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
슈원버그의 성공을 상징하는 최신 심벌은 그녀가 직접 설계하고 지은 9백여평방m의 건물이다. 그 새 건물은 그녀의 자신감과 결단력을 보여주는 증거다. 사업계획서의 수익성이 불확실하다는 이유로 은행들이 대출을 거부했을 때 그녀는 자신의 배짱을 믿고 계속 밀어붙였다. 그녀가 알고 지내는 많은 애완견업계 종사자들은 모두 그녀의 아이디어가 좋다고 말했다. 그래서 모험을 걸었다. “집을 담보로 내놓으면서 ‘좋아. 어디 내 힘으로 해보자’라고 말했다”고 그녀는 돌이켰다. 역시 창업가다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