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 최저의 방어율, 리그최저의 승률?'
'2009 CJ 마구마구 프로야구' 정규리그에서 KIA 타이거즈의 초반 행보가 야구팬들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방어율은 물론 승률에서마저 '짠물야구(?)'를 펼치며 보는 이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고있기 때문. 일반적으로 방어율이 낮은 팀은 성적까지도 동반상승하기 마련인데 KIA는 이같은 데이터를 완전히 무시하는 엽기행보를 보이고 있다.
KIA의 현재 팀 방어율은 2.67. 8개구단중 유일한 2점대 방어율임은 물론 2위 두산의 3.50과도 현격한 차이가 난다. 실책허용(3개)역시 1위로 수비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였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팀의 현재 성적이 최하위(3승 6패)다. 아무리 시즌초라고는 하지만 이정도의 투수력과 안정된 수비력을 보여주는 팀이 거둔 성적으로서는 믿기지 않을 정도다. '야구는 투수놀음이다'는 말이 현재의 KIA에게는 전혀 통용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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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설픈 강점의 극대화, 프로농구 KCC의 초반행보와 비슷
KIA가 최고의 방어율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까지 성적이 나오지 않는 배경에는 역시 리그 최악의 '물 방망이'타선이 가장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KIA는 타율(0.228)-장타율(0.307)-출루율(0.302)-홈런(6개)-안타(75개)-득점(25점) 등 타격 각 부분에서 고르게 최하위를 휩쓸고 있다. 삼진갯수(73개)에서만 SK에게 한개 차이로 겨우 꼴찌를 면했다. 병살타도 13개로 가장 많이 쳐냈다. 투수력과는 완전히 극과 극을 달리는 모습이다.
이런 KIA에 대해 일부에서는 프로농구 KCC의 정규리그 초반 행보와 비교하는 의견도 있다. 당시 KCC는 시즌이 시작되기 전부터 강력한 우승후보 중 한 팀으로 꼽혔던 팀. 그도 그럴 것이 국내 최고의 센터중 한명인 서장훈(35·207㎝)을 보유한 상태에서 신인드래프트를 통해 국가대표 주전센터 하승진(24·221cm)까지 뽑았기 때문. 국내프로농구 역사상 처음으로 '토종 트윈타워'가 가능해진 순간이었다.
이렇듯 막강한 높이를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허재 감독은 멈추지 않았다. 높이를 받쳐줄 가드형 용병을 뽑을 것이라는 예상을 비웃듯 브라이언 하퍼(24·203.4cm)와 마이카 브랜드(29·207cm)라는 장신 외국인선수를 선발하며 기존의 높이를 더욱 강화하는 '극강책'을 쓴 것이다. 식스맨으로 정훈(30·199cm)-강은식(27·199cm)까지 보유하고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절대높이'를 표방한 농구가 아닐 수 없었다.
그러나 익히 알려진데로 KCC의 성적은 좋지 않았다. 주전가드 임재현은 장신들을 데리고 홀로 팀을 이끌어 가는데 버거워하는 모습이었으며 추승균 정도를 제외하고는 변변한 슈터마저 없는지라 높이의 강점이 전혀 발휘되지 않았던 것. 되려 기동력-팀 플레이 등 단점들만 쏟아내며 하위권으로 추락하는 수모를 당했다.
이후 허재 감독은 서장훈의 트레이드 요청 등 주변 안팎의 여러 가지 불미스러운 일들로 인해 자의반 타의반으로 팀 체질 개선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고 이 과정에서 서장훈 대신 강병현-조우현-정선규 등 가드요원들이 팀에 새로 들어왔다. 가드진이 보강된 KCC는 이후 전혀 딴 팀으로 변했다. 젊고 빠른 가드들을 바탕으로한 수비농구를 중심에 세운 다음 외곽과 포스트를 동시에 활용하는 전략을 통해 코트 밸런스를 맞춰나가기 시작했고 이는 기존의 높이까지 살아나게 하는 효과를 발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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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한 투타불균형, 언제까지 이어질까?
당시의 KCC가 높이에서 양과 질적으로 최고를 자랑했다면 KIA는 선발 투수진에서 리그 최강을 달리고 있다. 대한민국 최고 우완투수 윤석민에 메이저리그 출신 서재응 그리고 지난 시즌을 통해 급성장한 이범석 등은 8개 구단 어느 팀에 가도 '원투펀치'를 이룰 수 있는 자원들이다. 거기에 좌완 양현종과 우완 곽정철이 비약적인 성장을 하며 올시즌 커리어하이를 노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외국인 선수는 타자 쪽에 무게감을 두고 선발했어야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조범현 감독은 투수력의 안정화에 초점을 두고 외국인 선수들을 모두 투수로 뽑았다. 다행히 릭 구톰슨과 아킬리노 로페즈는 모두 합격점을 받고있어 그렇지 않아도 두터운 선발진이 철벽이 되다시피 했다.
하지만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는 말처럼 현재의 KIA에게 이러한 선발진은 사치라는 평가다. 1선발과 5~6선발의 구위차가 크게 안보일정도로 탄탄한 선발 투수라인은 분명히 매력적이지만 점수를 뽑지 못하는 타선으로 인해 그 효과가 제대로 발휘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조범현 감독은 시즌 전부터 "투수력에 기초를 두고 팀의 중심을 잡은 후 타선을 강화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더불어 양현종과 곽정철이 이 정도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 이들도 많지 않았다. 외국인 선수들도 일단 뚜껑을 열어봐야 결과를 알 수 있는 노릇이었다. 어쩌면 모든게 결과론이라고 말한다 해도 틀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것은 KIA는 최근 몇 시즌 동안 내내 '갈증타선'에 시달렸고 이는 앞으로도 크게 빛이 보이지 않는다는 부분이다. '다이너마이트 타선'으로 유명한 한화같은 팀마저 타자 용병을 선발하는데 KIA가 이를 신경 쓰지 않았다는 것은 만용이었다는 의견도 있다.
조범현 감독은 시즌 전 인터뷰에서 "팀의 투수력이 중심을 잡으면 이후 외국인타자를 알아볼 수도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시즌 전에도 쓸만한 선수가 없다며 손을 놓아버린 상황에서 시즌 중 좋은 타자감을 데려올 수 있을까라는 부분에 대해서는 의문점이 드는게 사실이다. 더욱이 외국인투수들이 모두 좋은 기량을 보이는지라 타자로 교체하기에도 상황이 어렵게 되어가고 있다.
과연 KIA는 프로농구에서 KCC가 행했던 포지션불균형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을 수 있을지, 지독한 투타 불균형에 울고있는 호랑이군단의 향후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처음느낌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