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건국전쟁을 관람하고/수필가 정임표
건국전쟁 영화를 관람했습니다. 인간이 만든 가장 큰 집단조직이 “국가”입니다. 건국이란 나라의 틀을 새로이 짜는 것입니다. 국민, 영토, 주권을 국가라고 정의 합니다. 앞의 둘은 하드웨어 이고 마지막 주권이 소프트웨어입니다. 해방 이후 나라가 새로이 건국 되는 시기에 하드웨어인 영토도 국민도 그대로 인데, 소프트웨어인 주권이 누구에게 있다고 천명할 것이냐를 두고 일으킨 정신사적 갈등이 건국 전쟁입니다.
이승만이 위대한 점은 주권이 '진정한 국민주권'으로 행사되기 위해서는 먼저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을 통찰한 점입니다. 공산국가 종주국인 소비에트정권의 폭력성과 폭압성을 성찰하고, 인류의 정신영역에서 공산주의 이념을 몰아내려고 어쩌면 미국보다도 더 적극적으로 싸웠던 인물이 이승만입니다.
공산주의 사상은 유럽의 절대왕정 체제를 뒷받침하던 왕권신수설이 무너지고, 절대왕정이 붕괴되는 시기에 “만인평등”을 외치며 탄생합니다. 수 천만 명의 인간을 집단화 시켜서 생산과 분배를 획일화(통일화)시키려면 신에 버금가는 강력한 권력이 필요 합니다. 이는 봉건주의, 절대왕정주의, 민족주의, 제국주의 보다 더 무서운 몰자유적인 사상입니다.
필자는 오래 전 부터 공산주의 사상은 성서에 기록된 아나니아와 삽비라 이야기에서 영감을 얻은 자들이 만들어 낸 괴물이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이야기를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성령에 감동된 무리들이 자기 재산을 전부 내어 놓고 필요한 만큼씩 가져가기로 약속 합니다. 교회에 모인 모든 사람들이 자기 재산을 남김없이 가져 왔는데 아나니아와 삽비라 부부만은 일부를 숨겨 놓고 나머지만 가져 왔습니다. 그 결과 성령을 속인 죄로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는 이야기 입니다. 이 문장을 읽다 보면 참으로 공평하고 좋은 세상이 하나님에 의해서 통치되는 세계처럼 보입니다. 신국에 대한 환상이 아름답게 다가옵니다. 그래서 어떤 미친자가 나와서 그 하나님의 자리를 공산당이 대신하자는 영감을 받아서 공산주의 이론을 만들어 냈다고 추측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추론하는 이유는 유럽은 오랜 세월 성서가 지배하는 세계였기에 성서에서 영감을 얻어서 인간 세상을 다스려왔기 때문입니다. 조선왕조 5백년이 성리학에 기초한 세계였듯이 서구의 왕권신수설이나 천부 인권설은 모두가 성서에 기초한 사상입니다.
아무튼 하나님의 자리에 공산당이 앉아서 절대 권력을 휘두르게 되면 인간에게 사유재산 제도는 사라지고 자유란 단어도 사라집니다. 저절로 세상의 모든 것들이 공산당의 소유물이자 노예가 되는 것입니다. 성서에 숨겨진 깊은 사상은 인간은 에덴에서 “자유의지”로 살았다는 것입니다. 선악과를 따 먹을 자유와 따먹지 않을 자유까지 함께 지니고 있었다는 뜻입니다. 이승만은 공산주의 사상의 문제점을 누구보다도 정확하게 성찰한 예언자 입니다. 그래서 그는 휴전협상이 진행되는 전쟁의 와중에서 그 누구와도 상의 없이 반공포로를 석방시켜 버립니다. 인간 개인의 자유의지로 자기가 살아갈 체제를 선택하게 한 것입니다. 영화에서는 토지개혁을 가장 큰 업적으로 꼽았는데, 필자는 반공포로 석방이 더 위대한 정신적 업적으로 생각 합니다. 1919년에 천명된 미국 윌슨 대통령의 민족자결주의 사상도 인간의 자유의지에 의한 선택권을 존중하라는 천명 입니다.
일제 강점기에서 해방 되었을 때 우리 조선민중의 정신세계의 밑바닥에는 “하나님 앞에서 모두가 동일한 형제자매”라는 서학 사상과 “사람이 곧 하늘”이라는 동학사상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단군왕검 이래로 도도하게 이어져 내려온 “반상의 씨가 따로 없다”는 홍익인간의 정신이 “삼일기미독립만세운동”으로 승화되어서 횃불로 타올라 있었습니다. 이런 정신적 환경에서 제2차 세계대전(제국주의의 종말)이 종전 되자 봇물 터지듯이 쏟아져 나오는 해방의 기쁨과 사상적 혼란을 겪게 되는데 그 틈을 타서 만인이 서로 “동무”가 되는 세상을 만들자는 공산주의 사상이 물밀듯이 신생 독립국에 밀려들어오게 됩니다. 많은 민족주의 지식인들이 공산주의 사상에 매료되기 시작하는 데 그 원인도 되짚어보면 여기에 사상적인 뿌리가 있습니다. 동유럽과 동남아 신생 독립국은 하나 같이 도미노처럼 공산화 되어 갔습니다. 당시 많은 지식인들이 제대로 성찰하지 못한 점이 딱 한가지 있었는데, 인간이 신의 자리에 앉게 되면 신보다 더 무서운 독재국가라는 괴물을 만들어 낸다는 것을 우리 대한민국의 건국대통령이 성찰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그는 공산주의를 물리치기 위해서 목숨을 걸었던 것입니다. 미국에서 카퍼레이드로 환영을 받았던 이유도 그가 공산주의의 허구를 누구보다도 철저하게 인식한 사람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런 자유주의 정신이 후일에 미국의 존 F 케네디의 "뉴 프론티어" 사상으로 연결 되어 소련의 쿠바 미사일 기지 설치를 물리치게 되었다고 저는 봅니다.(우리나라는 올해 쿠바와 국교수교를 한 쾌거를 이뤄 냈습니다)
국가 조직의 틀은 한번 짜이면 100년이 지나기 전에는 바꾸기가 불가능 합니다. 조직도 생명을 지닌 유기체와 같아서 한번 만들어지면 쉽게 사라지지 않고 그 틀 속에서 제 스스로 진화해 나가는 때문입니다. 국수틀에서는 국수만, 국화 빵틀에서는 국화빵만 나옵니다. 우리는 자유를 향해서 나아가야 합니다.
‘일찍이 아세아의 황금 시기에 /빛나던 등촉의 하나인 조선 /그 등불 한 번 다시 켜지는 날에 /너는 동방의 밝은 빛이 되리라!’
시성 타고르는 우리민족이 인류사에 찬란한 빛을 밝히는 날이 올 것을 예언한 바가 있습니다. 기미독립 만세운동은 자유를 향한 인류사에 찬연히 빛나는 위대한 정신혁명입니다. 이 기회에 최남선이 기초한 <기미독립선언문>을 다시 한 번 읽어 보시길 권고 드립니다. 우리의 주권은 자유로운 세상을 향한 주권입니다. 그게 대한민국 건국 정신입니다. 건국정신을 부정하는 것은 자유주의 정신을 부정하는 무지의 소치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