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0627. 목. 해
가톨릭 평화방송 정아나운서와 인터뷰를 했다.
도서관 운영과 책과 독서의 중요성, 그리고 도서관 이용자 실태, 그리고 내가
도서관 프로그램으로 진행하고 있는 '고전산책'이란 고전독서회에 관한 궁금증 등에 관한 인터뷰였다.
방송분량이 15 ~ 20분 정도라서 하고싶은 말이 많았는데 다하지 못했다.
아래는 인터뷰 내용이다.
1. 도서관 봉사 시작 이유
직장 은퇴 후, 나를 위해 나만을 위해 살아왔으니 이제부터는 남을 위한 일도 쪼끔 해보자 하는
나만의 기특한(?) 생각이 들기도하여 '국립박물관 도슨트'를 약 11년간 해왔고 (수백 유물 해설)
취미로 그림을 그리다가(평생교육원 화실에서) 2013. 6월부터 도서실을 이용하던 중 인연이 되어
도서봉사자가 되었죠.
저는 학생 때부터 핸드북이었습니다. 책 좋아한 '서치'(독서중독자) 인지라 같은 동호인을 만나고
싶은 욕구로 도서관을 내 서재로 삼았습니다. 원래 책과 함께한 공부란, 여유있는 귀족들이 비싼
책을 구입, 일 않고 한가하게 서화를 즐기는 계층, 즉 여유로움입니다. 라틴어 스콜라는 '여유로움'
뜻인데 여기에서 학교라는 '스쿨'이란 말이 파생되었죠.
도서관을 찾는 이를 돕다가 시간이 나면 독서대를 펴고 책을 올리면 저는 가장 행복한 여유로운
시간 속에 묻힙니다. 제겐 독서가 가장 중요하니 작년 페스티발 축제 때 명장인(심상무님)의
作品 독서대를 구입했죠. 이 세상에서 가장 멋스럽고 아름다운 독서대, 내 애장품 1호 이것은
책과 나의 매개체입니다. 그리하여 지금까지 11년동안 도서봉사자, 독서 상담, 독서 안내자로
있습니다. 저는 '책감옥 수인', 책창고지기, 인류사지킴이 입니다.
제가 좋아한 '노자'처럼 서고 지킴이 입니다. (사마천처럼)
2.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도서관은 연못과 같기도 합니다. 새물이 들어오고 고인 물이 나가고, 새책이 입고되고, 잉여본이
출고되고, 구매하기도 하고 기증본이 오기도 하고, 그래서 장서가 증가하면 서가가 늘어나 책을
이동시키죠. 서가 칸수가 많고 복잡하니까 번호 순서 - 가나다 순으로 정리하다가 헷갈려 어렵사리
이동시킨 수백권의 도서가 순서없이 흐트러져 헛고생을 깨달았을 때 정말로 머리 속이 하얗게,
자신에게 실망이 대단하죠. 이때는 커피 한 잔의 여유로 쉼의 지혜. 마을을 달래고 다시 시작,
인생을 다시 시작, 완벽에 가까이 다시 시작, 혼자 웃습니다.
3. 도서관에 있는 책들은? (소장도서)
도서는 기록이다. 중국 고대 夏 ·般 ·周(B.C 2천년, 현 4천년) 때 하도- 낙서 발굴, 거기서
'도서'(그림 ·글씨)란 말이 시작 되었으니, 실로 기록 문화는 바로 인류史입니다. 전자
기록물은 사멸되어도 종이기록 즉 도서는 살아남습니다. DVD, 음판, 필름은 죽었습니다.
현재의 USB나 핸드폰도 곧 소멸될 것입니다. 그러나 도서관 종이 기록(책)은 지속됩니다.
세계 최대의 '알렉산드리아' 이집트 도서관은 고대부터 지금까지 숨쉬고 있으며
세계의 석학들은 여기를 찾습니다. 우리 작은 도서관 소장본은 약 1만 7천여권 등록
되었으며 비등옥 잉여분까지 2만 5천여권으로 광주시내 작은 도서관 중 가장 큰 도서관
입니다. 도서 종류로는 [성서, 신학, 전례, 교회사, 영성 그리고 종교, 철학, 역사, 심리학,
인문학, 문학(시, 소설, 수필 등)이며, 타 도서관과 다른 점은 가톨릭 기관이므로
종교서적이 많다는 특색입니다.
4. 봉사활동 중 뿌듯했던 순간들
가끔은 지하에 있는 '바오로딸 북카페'에도 없어 수강자들이 과제에 필수적인 책을
찾을 때(대개 절판된 것) 검색창에 소장본이 나타나면 이용자보다 찾아 주는 내가 더
기쁘다. 또 깊이 있는 다독자가 오면 정말 반가운 손님이다.
그 누구도 감히 덤비지 못하는 도서 [신학 대전] 전 62권을 도전한 김제봉 형제님!
그도 대단한 독서가다. 철학교수도 읽기가 어려운 '토마스 아퀴나스'의 대작 [신학대전]
은 고전 중의 고전이며 서양 철학 신학의 중심이다. 이 책을 김제봉씨는 현재 6권을
탐독 중이다. 또 한 분 김영익씨, 교회사를 연구하고 있는 그는 중요한 신학자들의
난해한 책을 열심히 읽고 있다. 이런 분들이 우리 도서관의 이용자란 것은 나의 보람의
으뜸이다. 그분들께 감사드린다. 한 사람이라도 한 권이라도 읽게 함이 나의 기쁨이다.
그리고 또 즐거움 하나, 대주교님께서 도서관 복도를 지나시다가 수고의 감사를
미소와 함께 표현해 주셨을 때 즐겁지 않을 수 있는가?
特) 이용자 중 클래식 기타 강사 '서만재'님. 세계적 연주자(스페인통)
5. 신앙 한 스푼 추천 도서
권하고 싶은 책은 너무 많지만 그래도 기본은 [아우구스티누스 사상의 이해] 필독이며
[상처받지 않는 영혼], [교황과 철학자], [김수환 추기경] 등 많다.
눈이 아파 책을 못 읽으면 책을 들고만 있어도 내용이 전달된다. ㅎ
6. 도서관 이용자들에게 한 말씀
도서관 이용자들은 참 지혜로운 삶을 걸어갑니다. 그들은 핸드폰 대신 핸드북의 멋진 인간형이며
가치있는 인생을 향유하고 있습니다. 디지털을 멀리하여 오염 (감각적인 화려한 화면으로) 영혼을
정화합니다. 얼마나 현명한가요. 요즘의 세태는 너무 디오니소스적입니다.
靜하여 淸해지는 좀 아폴론적 안정상태를 자꾸 만들어야 합니다. 개인을 위해서나 국가사회를
위해서나 매우 심각하게 필요해 집니다. 정화하고 정화되어(찌꺼기를 걸러내서) 투명한 하느님의
얼굴처럼 맑아져야 합니다. 가끔은 아니 날마다 자주 화면을 닫습니다. 끔찍 소름이 돋아섭니다.
가짜 가상의 정보바다에서 얼른 나오십시오. 허우적대지 마시고.
정보는 마음을 헷갈리게 하고, 책은 이성을 다잡아 줍니다. 사람들은 문화의 이기를 사용하면서
자신이 '문화인'인척 합니다.기계의 노예인지를 깨닫지 못하고, AI의 피지배인 시대가 올까요?
AI 과학자들도 두려워 연구의 중단을 고려하고 있다는 방송, 참일까요? 뭐라해도 우리는 [폰神]
종교의 신도입니다. 십일조를 정확히 바치는 충실한 신도. 더 깊이 중독되기 전에 치유해야 합니다.
책으로, 독서로. 종이는 나무에서 왔어요. 나무는 바람 ·햇빛 ·달빛 ·별빛 ·이슬을 마시며
인간사를 다 기억, 희 백지로 환생, 거기에 인간의 손을 이용, 역사기억을 기록했으니
독서는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어 줄 것이라 확신합니다.
<고전 산책> 목적
1. 어떤 활동?
2016. 3월부터 현재까지 8년 간(팬데믹 2년, 6년 약 240강 소화) 대학 논어 맹자 중용 도덕경 장자 주역 등
동양 고전古典을 읽고 진주같은 지혜로 심신을 물들여 현대과학문명에 사라져 가는 인간의 존재,
존엄성을 되살리는 일입니다. 다만, 그 작업이 괴로운 고전苦戰이나 그 고전을 넘기면
세상의 본 모습을 찾을 수 있다는 선학들의 가르침에서 시작했습니다.
좀 고전적으로 말한다면 虛靜의 수양을 통해 마음을 거울처럼 맑게하고 靈明한 마음에는
인생의 경지를 열거나 또 사물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기능,
그러함이 고전이란 저 깊은 곳에 있습니다. 이를 찾는 것이 고전탐구의 목표입니다.
예를 들면 道란 글자인데, 이 세상이 존재하게 한 그 어떤 힘 또는 기(氣)가 있을 것이다.
그것이 세상을 쉬지않고 부단히 변화해가게 하는 그 무엇, 그것은 도대체 무엇일까?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서양 기독교에선 神이라 했고 동양에선 '道'라 억지로 이름
붙였다. 도란 虛였고 無였다. 눈에 보이지 않은 허공이었다. 그런데 그 빈 공간에
수없이, 무한이 많은 것들이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인간이 생각해내고 만든 것들이
모두 다 그 허공에서 찾아낸 것이란다. 그러니 사전에 있는 '발명'이란 말은 잘못된
낱말이고 '발견'이란 말만 옳은 말이란다. 모두를 신이나 도가 이미 허공에 감추어
놓은 것을 인간의 인지가 발달하면서 하나씩 발견해 내는 것이다. 만물도, 만상도,
법칙도. 예로 '만유인력'도 뉴턴이 찾아낸 것이지 뉴턴이 만든 법칙이 아니다. 그래서
도는 原動者가 되고 서양철학에서 神은 不動의 原動者가 된다.
고전은 이렇게 오묘하다. 고전은 영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