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구경
아내의 몸에 달이 떴다
종횡무진 나이테를 그리며 가지를 내더니
감꽃을 피웠다
이따금 아내의 몸에서 저녁별이 뜨고
구름이 서성이다 갔다
그런 날 밤에는
굵은 가지를 부둥켜안고 돌아가던 물레울음
마침내 아내는 구름 항아리가 되었다
늘 아내가 서 있던 자리에
달도 아니고 항아리도 아닌 둥근 운무,
손을 휘저어 봐도 잡히지 않고
구름 송이로 떠다니곤 했다
백 년 묵은 달항아리가 둥실 피어오른 저녁,
앞산이 검은 속살을 벗어 보일 참이다
그런 날에는 아내의 몸에 보름달이 차오를 것이다
달은 떠오르고 기우는 게 아니라
꽃으로 피었다 돌아가는 것,
나도 가까이, 더 가까이 다가가서 안겨본다
박종익_2016 한국예총 예술세계 신인상. 공저 『월요일사우나』 외 다수. 예술시대작가회 회원. 아토포스 문학동인. 꽃산 문학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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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공 시작품집 04
《뭍에 뿌리를 내리고 바람에 맞선다》
첫댓글 달은 떠오르고 기우는게 아니라 꽃으로 피었다 돌아가는 것 ㅡ
사물을 바라보는 사유가 멋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