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강에 밤이 드니 - 월산대군
추강에 밤이드니 물결이 차노매라
낚시 드리치니 고기 아니 무노매라
무심한 달빛만 싣고 빈배 저어 오노라
-- 지은이: 월산대군
조선조 성종 임금의 형님으로, 이름은 정, 자는 자미, 호는 풍월정 서사를 좋아하고 문장이 뛰어나, 그의 시작이 중국에까지 널리 애송되었다 함 고양의 북촌에 별장을 짓고 일생을 자연에 묻혀 지냈다
-- 말뜻
추강: 가을의 강 가을철의 싸늘한 강
차노매라: 차구나! '__노매라'는 감탄형 종결어미
무심한: 별다른 욕심이나 잡념 따위가 없는 허허한 마음
-- 감상
가을 강에 밤이 찾아오니 물결이 차구나! 낚시는 드리우나 고기도 아니 무는구나 그래서
무심한 달빛만 싣고 빈 배가 홀로 쓸쓸히 돌아오는구나!
초, 중, 종장의 끝머리를 모두 '__노매라'로 끝맺음으로써 계절적인 배경에서 주는 스산함을
배제하고 오히려 경쾌한 리듬을 느낄 수 있도록 하였다 되풀이와 다짐의 효과이다 특히 가을
밤의 강의 싸늘하고 쓸쓸한 풍경이 적절한 소재와 적절한 구성으로 짜여져 있어서 운치를 더해
준다
"물결이 차노매라" "고기 아니 무노매라" "빈배 저어 오노라" 등의 구절은, 말 그대로는
부정적인 표현이지만, 그 문의는 오히려 매우 긍정적이며 여유있는 생활에서 우러나오는
풍성함이 엿보이므로, 지은이의 문학성을 한층 더 돋보이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