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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원문링크 : http://auto.naver.com/magazine/magazineReviewRead.nhn?seq=80658
쿠페와 컨버터블의 관계에 관한 내용들은 대부분 고정관념의 틀 안에 갇혀 있다. 늘 쿠페가 더 잘 달리고, 컨버터블은 무조건 더 멋지다는 게 그것이다. 우리는 이를 뒤엎기 위해 F-타입 ‘R 쿠페’와 ‘V8 S 컨버터블’을 불러들였다. 두 차는 화끈한 V8 5.0L 수퍼차저 엔진을 프론트에 얹고 뒷바퀴를 태우는 정통 스포츠카다.
① 스타일은 쿠페보다 컨버터블이 확실히 더 예쁘지요?
② 쿠페는 늘 컨버터블보다 빨라요?
③ 컨버터블은 정말 쿠페보다 헐렁한가요?
이 세 가지 질문에 대해 당신은 ‘그렇다’고 말할 것이 분명하다. 아울러 그 대답에는 거짓이 아니라는 스스로의 믿음과 증거들이 풍부하게 담겨 있을 것이다. 같은 조건 아래서 쿠페가 컨버터블보다 더 빠르고, 대신 컨버터블이 조금 더 멋지다는 것은 자동차 세계에서 어쩌면 당연한 얘기로 통하니까.
자, 그렇다면 모두들 잠깐 동안 괴짜 에디슨이 되어보자. 우리는 그 대답의 배경에 ‘경험’이라는 귀중한 가치가 포함되어 있는지 살필 필요가 있다. 혹시 당신은 메이커가 발표한 수치나 인터넷에 둥둥 떠도는 설들을 바탕으로 ‘그렇다’고 짐작해 대답한 것은 아니었는지 말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한 뿌리에서 태어난 쿠페와 컨버터블을 수평 비교한 경우는 무척 드물었다. 이에 기자는 직접적인 경험을 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번뜩 깨달았다. 따라서 실증을 위해 언더보디를 공유하는 쿠페와 컨버터블이 하나씩 필요했다. 포르쉐 복스터와 카이맨, BMW 4시리즈 쿠페와 컨버터블, 메르세데스 벤츠 SLS 로드스터와 쿠페, 벤틀리의 컨티넨탈 GT와 GTC까지 여러 일란성 쌍둥이들이 후보에 올랐다. 하지만 난데없이 재규어 F-타입이 나타나 지금까지의 리스트를 잽싸게 지워버렸다. 디자인과 성능, 가치 면에서 앞서 언급한 차들에 전혀 뒤지지 않고, 출시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가장 ‘핫’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둘은 총 8개의 실린더가 협곡 형태로 마주보고 폭발하며 라인업 가운데 으뜸의 자리를 차지하는 강력한 모델. F-타입 R 쿠페와 V8 S 컨버터블, 이 둘을 통해 앞서 던졌던 질문들을 하나씩 짚어보기로 했다.
F-타입 컨버터블은 쿠페에 비해 길쭉해 보인다
컨버터블의 또 다른 장점. 버드뷰에서 실내를 구경할 수 있다
F-타입의 대답 : “아니요”
일반적으로 한 모델에 쿠페와 컨버터블이라는 두 보디가 존재할 때는 쿠페를 먼저 만든 후 이를 베이스로 컨버터블을 제작한다. 이 과정은 기술적으로 남대문의 골목길보다 복잡하지만, 이를 얼버무리자면 과정이 다음처럼 간단해진다. 우선 뚜껑을 떼어내고 자동으로 움직이는 톱을 단다. 그리고 천장이 없어진 데 따른 나약한 강성을 원래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보디 곳곳을 보강한다. 마지막으로 쿠페보다 값을 올린다.
하지만 F-타입은 이 공식을 거슬렀다. 먼저 컨버터블로 소비자 눈을 자극한 후, 시간이 조금 흐른 뒤에 그보다 강력한 쿠페를 내놓았기 때문이다. 값은 서로 엎치락뒤치락한다. V6 수퍼차저 버전의 경우 컨버터블이 조금 더 비싸지만, 8기통 버전으로 올라가면 쿠페가 더 비싸진다. F-타입은 그동안 쿠페와 컨버터블 사이의 관계를 어지럽히고 있다.
용맹스런 재규어 엠블럼이 환히 빛나지만 그보다 더 강렬한 것은 6시 방향의 ‘R’ 엠블럼
R 배지 붙은 F-타입이 뒤에 붙는다면 재빨리 옆 차선으로 비키는 편이 좋다
F-타입 쿠페는 글라스 루프를 달 수 있다. 이것은 차체의 비틀림 강성 수치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사실 과거에도 이러한 존재가 있었다. 바로 포르쉐의 복스터와 카이맨이다. 오픈 모델인 복스터를 먼저 만든 후 카이맨을 출시한 것은 987뿐만 아니라 최신의 981에서도 한결같았다. 값은 쿠페형인 카이맨이 더 비싸다. 이에 대한 핑계는 심플했다. 카이맨이 복스터보다 10마력 강하고, 고정식 뚜껑이어서 더 빠르다는 것. 이 부분에서 V8 엔진을 얹은 F-타입과 포르쉐의 미드엔진 듀오는 공통점을 품고 있다.
여러 교집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F-타입의 조준 대상은 포르쉐다. 출력으로 보자면 911을 겨냥하지만 값으로 보자면 포르쉐 카이맨과 복스터를 쏘기도 한다. 그렇다면 자존심 강한 포르쉐는 F-타입을 두려워할까? 아마도 그럴 것이다. F-타입의 끝내주게 멋진 스타일이 대표적인 이유다.
F-타입이 E-타입을 계승했다는 흔한 얘기는 논외로 하자. 쿠페와 컨버터블이라는 두 갈림길에 대한 혼란이 F-타입을 불러낸 이유가 아니었던가. 이것에 중점을 두고 살펴보자면 예상보다 빨리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F-타입 쿠페는 컨버터블에 비해 결코 스타일이 뒤지지 않는다는 것. 지붕 정점으로부터 스포일러 끝단까지 완만하게 떨어지는 라인은 F-타입 컨버터블이 갖지 못한 쿠페만의 스타일로서 가치가 있다. 아울러 컨버터블형은 트렁크가 길어 보닛 라인이 살지 않지만 쿠페는 길쭉하고 봉긋한 콧등을 강조하며 스타일의 정점을 찍는다. 오픈톱을 포기함에 따라 얻은 빵빵한 리어 펜더는 또 어떤가. 컨버터블이 자동으로 여닫는 뚜껑을 가졌다는 점과 스포일러가 더 널찍하다는 점만 빼면, 쿠페 스타일의 손을 들어주게 된다. F-타입 쿠페는 정말 멋지고 아름답다. 쿠페와 컨버터블에 관한 첫 번째 고정관념이 깨지는 순간이다.
F-타입의 대답 : “아니요”
F-타입 쿠페가 더욱 멋지게 느껴지는 또 다른 이유는 이 차가 V6 수퍼차저 엔진의 쿠페(340마력)나 S 쿠페(380마력)가 아니라 550마력짜리 V8 수퍼차저인 ‘R 쿠페’이기 때문이다. 한편 컨버터블은 같은 블록의 ‘V8 S 컨버터블’ 모델. 쿠페는 자동차 매니아들이 환장하는 ‘R’을 붙였고 컨버터블은 그보다 임팩트가 떨어지는 S를 붙였으니, 누구나 쿠페 쪽이 더 특별하고 빠를 것이라고 짐작할 것이다.
그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재규어는 V8 S 컨버터블이 갖지 못한 여러 가치를 R 쿠페에게 선물했다. 가령 컨버터블보다 55마력 높은 최고출력이나 5.6kgㆍm 강한 최대토크가 그렇다. 보어와 스트로크가 완전히 같고, 똑같은 알루미늄 블록과 헤드를 쓰며, 듀얼 인터쿨러 및 이튼의 수퍼차저까지 같은 하드웨어임에도 체급의 차이를 의도적으로 벌려둔 것이다.
이러한 팩트 때문에 가속 성능에 관한 수치에서 R 쿠페는 V8 S 컨버터블보다 우위를 점한다. 하지만 그 차이는 개미의 콧구멍처럼 조그맣다. 0→시속 100km 가속은 0.1초 빠른 4.2초, 시속 80→120km 추월가속도 0.1초 빠른 2.4초다. 그리고 최고속도는 동일하다. 전자적으로 제한되는 탓에 두 F-타입은 정확히 시속 300km에서 속도계 어택을 멈춘다. 따라서 둘의 동력성능 차이를 사람이 운전하며 느끼는 것은 불가능하다. R 쿠페가 55마력을 어딘가로 잃어버린 탓이 아니라, 495마력을 내는 V8 S 컨버터블도 이미 넘치는 출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리라.
V8 S 컨버터블(위)과 R 쿠페(아래)는 블록을 공유하는 V8 수퍼차저 5.0L 엔진을 쓴다
실제로 V8 엔진의 두 F-타입이 동시에 내달릴 때 둘의 간격에는 차이가 없었다. 그저 먼저 튀어나간 차가 더 빨리 달리는 수준일 뿐이다. 오직 분명한 사실은 두 8기통 F-타입의 액셀 페달을 짓이기면 우르릉 쾅쾅거리는 폭발적인 배기음을 세상 밖으로 쏟아내며, 노즈를 하늘 높이 치켜들고 맹렬하게 튀어나간다는 것. 마치 타이어가 찢어져버릴 것 같은 폭발적인 가속과 엔진오일을 모두 녹여버릴 것 같은 소스라치는 힘! 스로틀이 활짝 열릴 때마다 두 재규어는 광분하며 어쩔 줄 몰라했다. 둘의 우열을 가리는 것은 공깃밥 속에 담긴 쌀알을 세는 것만큼 난감하고 무의미했다.
F-타입의 대답: “그렇긴 합니다만…”
펄떡거리는 두 재규어, 예상외로 다루기 더 쉬운 쪽은 출력이 앞서는 R 쿠페였다. 그 원인을 찾기 위해서는 재규어가 제공한 데이터를 들추어보아야만 했다. 컨버터블 형태 F-타입의 비틀림 강성은 약 1만8,500Nm/degree. 반면 F-타입 쿠페는 이보다 약 80% 높은 3만3,000Nm/degree에 이른다. 옆구리를 커다란 한 판으로 찍어내고, 그 사이를 잇는 두꺼운 철제 바가 하나 더 생긴 탓이다. 반면 스프링은 앞이 고작 4.3%, 뒤는 3.7% 더 단단해졌다. 스프링 강화 폭이 좁은 이유는 차체 강성 증대만으로도 충분했기 때문일 것이다.
결과적으로 R 쿠페는 V8 S 컨버터블에 비해 탄탄하고 안정적이다. 495마력의 V8 S 컨버터블은 풀 가속을 할 때 꼬리가 휙 하고 돌아버릴 것 같은 두려움이 일지만 이보다 출력이 높은 R 쿠페를 몰 때는 그런 느낌이 없다. 섀시가 출력을 온전히 소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F-타입 컨버터블은 ‘컨버터블이 쿠페보다 상대적으로 엉성하다’는 흔한 논리를 깨지 못한다.
하지만 컨버터블이 헐렁거릴 것이라고까지 짐작해서는 안 된다. 트랙에서라면 얘기가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두 차를 일반도로에서 시승하는 동안 컨버터블의 차체가 삐걱거린다거나 휘는 느낌은 전혀 받을 수 없었다. F-타입의 비틀림 강성이 낮은 것은 어디까지나 F-타입 쿠페와의 상대적인 차이일 뿐이다. 참고로 F-타입 쿠페의 비틀림 강성은 모든 재규어를 통틀어 가장 높다.
이 하늘색 로드스터는 인터넷 세상에서 ‘재라리’로 통한다
빵빵한 엉덩이와 노려보는 테일램프가 F-타입 쿠페 디자인의 정점을 찍었다
F-타입 V8 S 컨버터블은 화끈함이 매력이다. ‘재규어스럽다’는 말이 정확히 들어맞는다. 포르쉐에 비하면 스티어링이 덜 정교하고 움직임이 방정맞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맛이 좋다. 아울러 한량처럼 운전하는 것이 어울리지 않는 포르쉐와 달리 F-타입 컨버터블은 정신없이 달리다가도 뚜껑을 열고 부자인 척 행동하기에 좋다. 한편 고속 영역에서는 앞에 엔진이 없는 911보다 훨씬 더 프론트가 가벼워진다. 이를 불안정하다며 깎아내릴 수 없는 이유는, 실제 이 상황에 처한 F-타입의 프론트 타이어가 제 역할을 충실히 해내기 때문이다.
코너에서는 언더와 오버스티어를 마구 넘나든다. 초반에는 언더가, 그러다가 액셀 페달을 누르면 오버가(그러다가 갑자기 또 언더가 나기도 한다), 그리고 스로틀을 확 닫으면 머리가 휘말린다. 순수함일까, 악랄함일까. 차가 앞뒤좌우로 기울어지는 양이 커서 익숙해지기 전에는 무섭기까지 하다. 하지만 차와 친해질수록 나름의 재미가 느껴진다. 쿠페는 이 마초적인 느낌을 희석시키기 때문에(리어가 컨버터블보다 훨씬 안정적이다) 컨버터블의 순수성을 칭찬하고 싶다. 섀시가 쿠페보다 조금 무르다는 것쯤은 ‘즐거움’이라는 가치를 방해하지 못한다.
마지막으로 F-타입의 끝판왕, R 쿠페만이 갖는 기술적인 매력을 짚고 넘어가자. V8 엔진을 앞에 얹고 네바퀴가 아닌 오직 뒷바퀴만을 굴리지만 R 쿠페는 스펙에 비해 차분하다. 전자식 액티브 디퍼렌셜(EAD)을 장비한 것은 R 쿠페의 가장 큰 무기. 이는 오픈 디퍼렌셜과 꽉 물린 기계식 투-웨이 LSD의 느낌을 0.2초 사이에 오락가락한다. 새로 도입된 토크벡터링 시스템은 코너에서 언더스티어를 줄여 무거운 V8 엔진을 앞에 얹은 부담을 상쇄시킨다. 따라서 컨버터블처럼 뒷바퀴의 힘으로 노즈를 꽂아야 하는 수고가 적다. R 쿠페는 격정적인 V8 S 컨버터블이 부담스러운 사람에게 좋은 대안이 될 것이다.
F-타입 쿠페는 컨버터블처럼 차 안에 하늘을 담을 수 없다. 대신 400L가 넘는 커다란 트렁크 공간과 아름다운 뒷모습을 품었다. 반면 F-타입 컨버터블을 타고 여행을 가야 한다면 짐은 전날 택배로 부쳐야 한다. 그리고 만약 그 다음날 비가 내린다면 처참한 기분이 들 것이다. 차체강성은 쿠페가 컨버터블을 훌쩍 웃돈다. 다행히 그 차이가 몸으로 느껴지지는 않는다. V8 S 컨버터블의 출력은 R 쿠페보다 55마력 낮지만 실제 가속에는 차이가 없다. 펄떡거리는 꽁무니는 누군가에게는 긍정으로, 다른 누군가에게는 부정으로 다가올 것이다.
두 차는 2014년의 가장 핫한 쿠페와 컨버터블로서 서로의 매력을 보여준다. 쿠페가 컨버터블보다 빠르다는 말, 컨버터블이 쿠페보다 예쁘다는 말을 흔들어 놓았다는 점에서 F-타입의 등장이 매우 반갑다. 센터페시아 꼭대기에서 솟는 송풍구와 완벽한 ZF제 8단 자동변속기의 가치? 이것들은 광분하며 내달리는 F-타입의 매력 가운데 그저 일부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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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AMG 동호회에 뜬금없이 영국계 인도차냐~~~ 라고 하실 수 있지만,
독일차가 흔해진 최근에 왠지 이단아 같은 브랜드가 관심이 가는군요 ^^;
제가 중요시하는 디자인과 배기음에서 제일 마음에 드는 차량인데다가 최근 탑기어 코리아 시즌6 1화에서도 등장했길래
V8 라인업의 쿠페와 컨버터블 비교한 자동차칼럼을 퍼왔습니다~
그래도 비슷한 예산을 줄테니 사라고 한다면,,, 박스터GTS나 카이맨GTS를 더 고민할 거 같긴합니다 ㅎㅎ
감가상각된 중고차라면 고려해볼래요~~~!!
배기 오픈에어링 음악 옵션 f타입승
달리기 감성 네임밸류 서비스
박스터 승